원나잇 상대가 준강간으로 고소했다면 — 숙소 이동 경위가 관건
원나잇 상대가 준강간으로 고소했다면 — 숙소 이동 경위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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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원나잇 상대가 준강간으로 고소했다면 — 숙소 이동 경위가 관건 

김강희 변호사


하룻밤을 함께 보낸 상대가 준강간으로 고소했다면


사건 개요


만남 앱에서 대화를 이어 가다 만나 술을 한잔하고, 그날 밤 함께 숙소로 이동합니다. 다음 날 헤어진 뒤 연락이 뜸해지고, 며칠 혹은 몇 주가 지나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 전화가 걸려 옵니다. 죄명은 준강간. 상대는 "그날 너무 취해서 기억이 없다, 동의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본인은 분명히 서로 합의한 만남이었다고 생각했는데, 하루아침에 성범죄 피의자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억울하니 사실대로만 말하면 되지 않겠느냐"입니다. 그러나 준강간 사건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밀실에서 두 사람만 있었던 일이라 직접 증거가 없고, 수사기관은 우선 고소인의 진술을 중심으로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여기에 준강간죄에는 벌금형이 없습니다. 형법 제299조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을 강간죄(제297조)의 예에 의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련 기관 취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합의된 만남이었다는 사실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만남 앱 대화, 숙소로 이동하기까지의 동선, 그날 밤과 다음 날의 정황 속에 이미 흩어져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그 기록의 상당수가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진다는 데 있습니다. 결과를 가르는 것은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사라지기 전에 무엇을 붙잡아 두었는가입니다.


핵심 쟁점


준강간 사건에서 실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고소인이 그 시각에 정말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입니다. 대법원은 술에 취해 사후에 기억이 남지 않는 이른바 '알코올 블랙아웃'과, 의식 자체를 잃은 '패싱아웃'을 구분하면서,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당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둘째, 피의자가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는지라는 고의의 문제입니다. 준강간은 상대의 상태를 알면서 그것을 이용해야 성립하므로, 상태의 존부와 인식의 유무는 별개로 다투어야 합니다. 셋째,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입니다.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밝히고 있어(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진술을 막연히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이는 방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넷째, 가장 간과되는 쟁점입니다. 실제로는 고소인이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피의자가 그런 상태라고 잘못 믿고 간음에 나아갔다면 준강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즉 "상대는 멀쩡했다"는 사실만 증명해서는 사건이 끝나지 않습니다. 이 네 지점은 서로 맞물려 있어, 방어의 축을 하나만 세우면 나머지에서 무너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앱 대화와 숙소 이동 경위로 '그날의 상태'를 복원하기


준강간 사건의 방어는 "동의했다"는 주장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먼저 그 시각 상대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는 사실을 객관적 자료로 세워야 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그날을 복원합니다.

1) 만남 앱과 메신저 대화를 원본 형태로 확보합니다.

만남 앱 대화는 만남에 이르기까지의 상호 의사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자료지만, 앱 특성상 상대가 계정을 지우거나 대화방을 나가면 복원이 어렵고 서버 보존 기간도 길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소 사실을 안 즉시 화면 캡처에 그치지 말고 휴대전화 원본 데이터를 그대로 보존하고, 필요하면 포렌식 절차로 대화 시각·발신자 정보가 붙은 형태로 추출합니다. 이때 유리한 문장만 발췌하면 오히려 신빙성을 잃습니다. 만나기로 한 경위, 장소를 정한 과정, 술자리 이후의 계획까지 대화의 흐름 전체를 시간순으로 제출해야 그 만남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2) 숙소까지의 이동 경위를 분 단위 시간축으로 재구성합니다.

심신상실 여부를 가장 강하게 반증하는 것은 영상에 찍힌 상대의 거동입니다. 스스로 걸어 들어왔는지,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직접 결제하거나 객실을 골랐는지가 화면에 남습니다. 문제는 숙박업소·상가 CCTV가 통상 2주에서 1개월 정도만 보관되는 경우가 많아, 수사가 본격화될 무렵이면 이미 지워져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초기에 업소에 보존을 요청하고, 임의제출이 어려우면 형사소송법 제184조의 증거보전청구로 확보합니다. 여기에 카드 승인 시각, 택시 호출 앱 기록, 교통카드 이용 내역, 통화·문자 발신 기록을 겹쳐 놓으면 술자리 종료부터 입실까지의 경로가 하나의 표로 정리됩니다.

3) 사후 정황을 빠짐없이 붙입니다.

다음 날 아침 함께 나온 정황, 헤어진 뒤 주고받은 인사, 며칠간 이어진 일상적 대화는 그날 밤의 성격을 거꾸로 비추는 자료입니다. 특히 고소 시점이 연락이 끊긴 시점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는 사건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상대가 연락 두절 이후 보낸 항의성 메시지나 금전 언급이 있다면, 그 자체가 고소 경위를 설명하는 자료가 되므로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고의와 불능미수를 정면으로 막고, 대응의 순서를 지키기


객관적 자료를 모았다고 해서 방어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본 불능미수 법리 때문에, 상태의 부존재만 다투는 변론은 절반짜리가 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알고 이용했는가'를 별도의 축으로 세워 반박합니다.

불능미수가 문제 되는 이유는, 실제 상태가 아니라 피의자가 인식한 사정이 처벌의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대가 스스로 걷고, 묻는 말에 답하고, 직접 결제하거나 객실을 선택했다는 정황을 모아 "취해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였을 여지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세웁니다. 자신이 마신 술의 양과 상태,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내용, 상대가 먼저 제안한 부분이 있다면 그 경위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해야 오인의 가능성까지 함께 차단됩니다.

2) 진술은 '거짓'이 아니라 '객관 자료와의 불일치'로 다툽니다.

앞서 본 대법원 법리상, 고소인 진술을 감정적으로 배척하는 변론은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대신 진술에 등장하는 시각·장소·순서를 CCTV 시각, 카드 승인 시각, 메시지 발신 시각과 하나하나 대조합니다.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하면서도 특정 장면만 선명하게 진술하는 부분, 이동 경로가 기록과 어긋나는 부분처럼 검증 가능한 지점을 짚어야 판단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의 다툼이 됩니다.

3) 초기 진술을 관리하고, 무고 고소는 시점을 지킵니다.

첫 조사에서의 진술은 이후 모든 절차를 사실상 구속합니다. 기억이 흐릿한 부분을 추측으로 메우면 나중에 객관 자료와 어긋나 신빙성 전체가 흔들리므로, 확인된 것과 기억나지 않는 것을 분명히 나누어 말해야 합니다. 피의자신문에는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따라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으므로, 조사 전에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한편 무고로 맞고소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쉽지만, 무고죄(형법 제156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는 신고 내용이 허위임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성립하고 불기소·무죄가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본인 사건의 결과가 나온 뒤에 판단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참고로 무고한 사람이 재판이나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자수하면 형이 감경 또는 면제됩니다(형법 제157조, 제153조).


결론


준강간 고소를 받은 사건에서 시간은 피의자 편이 아닙니다. 숙소와 주변 상가의 CCTV는 몇 주면 덮어쓰이고, 앱 대화는 상대의 계정 삭제 한 번으로 사라집니다. 억울함을 설명할 자료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시점은 고소 사실을 알게 된 바로 그날이며, 그 이후로는 매일 조금씩 줄어듭니다.

그리고 다투어야 할 축은 하나가 아닙니다. 그날 상대가 판단할 수 있는 상태였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에게 그 상태를 이용할 인식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함께 세워야 방어가 완성됩니다. 지금 출석 요구를 받으셨거나 고소 사실을 전해 들으셨다면, 무엇을 먼저 보존하고 첫 조사에서 무엇을 어떻게 진술할지 그 순서부터 한 번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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