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에 벌어진 사소한 시비가 형사사건으로 이어지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끼어들거나 진로를 막았다는 이유로 경적을 울리고 말다툼을 하다가, 며칠 뒤 특수협박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는 경우입니다. 자동차는 형법상 '위험한 물건'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운전 과정에서의 행위가 문제되면 단순 협박이 아니라 법정형이 훨씬 무거운 특수협박으로 의율되곤 합니다. 그러나 차량이 관련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협박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협박의 고의가 있었는지, 그 행위가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의 고지에 이르렀는지가 별도로 따져져야 합니다.
최근 수행한 사건에서, 차량 운행 과정에서 상대방과 시비가 벌어져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된 피의자를 변호하였습니다. 해당 사건의 변호인으로 수사기관에 의견서를 제출하여 협박의 고의와 해악의 고지에 관한 법리를 정리하고 그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하였으며, 수사기관은 위 주장을 받아들여 특수협박 혐의에 대하여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하였습니다.
※ 의뢰인의 비밀유지를 위하여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기재하지 않았고, 사건에서 문제된 법리와 쟁점을 중심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사건의 배경
주차 자리를 두고 두 운전자 사이에 시비가 생긴 사안입니다. 피의자는 상대방이 먼저 앞으로 끼어들었다고 보고, 차량을 세운 상태에서 경적을 울려 이에 항의하였습니다. 이후 상대방이 차량에서 내려 피의자에게 다가와 항의하는 등 실랑이가 이어졌고, 그 자리에서 상황이 정리된 뒤 상대방이 피의자를 고소하였습니다.
고소장에 기재된 혐의는 자동차라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협박하였다는 것, 곧 형법상 특수협박이었습니다.
고소사실의 요지
고소인은 피의자가 자신의 차량 뒤에 바짝 붙어 밀어붙일 듯이 운전하였고, 자신이 주차하려 할 때마다 같은 방법으로 운전하여 주차를 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를 여러 차례 반복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로써 피의자가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공포심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변호인은 블랙박스 영상 등 객관적 자료를 시간 순서에 따라 정리하여, 피의자가 차량을 정차한 상태에서 경적을 울린 것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서로 계기가 다른 두 차례의 항의였을 뿐이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그 위에서 아래와 같이 특수협박죄의 성립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관련 법리
형법 제284조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협박한 경우를 특수협박으로 규정하고, 형법 제283조 제1항은 사람을 협박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협박이란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뜻합니다. 대법원은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적어도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하고, 해악의 고지가 있더라도 사회의 관습이나 윤리관념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용인될 정도라면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면서, 협박행위 내지 협박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행위의 외형뿐 아니라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피해자와의 관계 등 전후 상황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2412 판결).
또한 해악의 고지는 언어가 아닌 거동으로도 가능하지만(대법원 1975. 10. 7. 선고 74도2727 판결), 행위자의 언동이 단순한 감정적인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여 가해의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에는 협박행위나 협박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도2102 판결).
이러한 법리에 따라 하급심 법원은 차로 변경이나 그에 대한 상대방의 항의에서 비롯되어 앞선 차량 운전자가 서행·제동·진로변경 등을 한 사안에서, 협박의 고의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의 고지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해 왔습니다. 변호인은 이러한 하급심 판결례를 참고자료로 함께 제출하여, 법원이 어떤 사정을 근거로 협박의 성립을 부정해 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변호인의 주장
협박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협박의 고의는 행위의 외형만이 아니라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전후 상황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의자가 경적을 울린 것은 어느 것이나 상대방이 먼저 한 행위에 대한 그때그때의 항의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특히 피의자는 차량에서 내려 상대방과 직접 맞서는 대신 차량 안에 머무른 채 경적으로만 의사를 표시하였고, 항의를 마친 뒤에는 스스로 차량을 후진하여 상대방에게 길을 터 주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경위는 피의자에게 상대방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없었음을 오히려 분명하게 보여주는 정황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의 고지에 이르지 않는다는 점
실무상 차량의 운전 행위가 협박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대체로 차선을 침범하여 상대 차량을 밀어붙이거나, 급제동으로 충돌 직전의 상황을 만들거나, 고속으로 근접하여 상당한 시간 동안 추격하는 등 차량을 이용하여 사고의 위험을 현저히 높임으로써 상대방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구체적으로 고지한 경우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의자는 상대방 차량에 접촉한 사실이 전혀 없고, 그 앞에서 급제동을 하거나 진로를 방해한 사실도 없이 차량을 정차한 상태에서 경적을 울렸을 뿐입니다. 앞서 본 하급심 판결례들은 모두 주행 중인 차량들 사이에서 직접 사고의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운전 행위가 문제된 사안이었음에도 무죄가 선고된 사례인바, 그러한 위험조차 없었던 이 사건에서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대비하여 설명하였습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공포심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상대방은 진로가 완전히 차단되지 않아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었고,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자리에 주차를 마쳤습니다. 만일 피의자의 행위로 공포심을 느꼈다면 그 자리를 벗어났을 것인데, 상대방은 오히려 스스로 차량에서 내려 피의자에게 다가와 항의하고, 피의자를 촬영하며, 주변 운전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앞서 본 하급심 판결례들도 피해자가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오히려 근접하여 따라가거나 대적할 의사를 보인 사정을 들어 공포심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변호인은 이 사건 고소인의 대응은 그 판결례들의 피해자보다 한층 더 적극적인 것이어서, 공포심을 느낀 사람의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수사기관의 판단
수사기관은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와 객관적 자료를 검토한 끝에, 특수협박 혐의에 대하여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하였습니다. 피의자는 검찰 송치 없이 수사 단계에서 이 부분 혐의를 벗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운전 과정에서 벌어진 시비는 서로의 기억과 감정이 엇갈리기 쉽고, 고소장 한 장만 놓고 보면 상대방의 서술이 그대로 사실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고소장에는 피의자가 차량으로 밀어붙일 듯이 운전하는 행위를 여러 차례 반복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었으나, 실제 확인된 것은 차량을 세운 채 경적을 울린 두 차례의 항의였습니다. 객관적 자료를 시간 순서대로 복원하여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확정하는 작업이, 그 위에서 전개되는 법리 주장의 전제가 됩니다.
특수협박은 겉으로 드러난 행위의 외형만으로 성립 여부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전후의 정황, 상대방이 실제로 보인 태도까지 함께 따져야 하고, 같은 유형의 사안에서 법원이 어떤 사정을 근거로 협박의 성립을 부정해 왔는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쟁점은 수사 초기에 정리하여 의견을 제시할수록 유리하게 다투어질 여지가 큽니다. 유사한 사건으로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확보 가능한 영상과 자료를 함께 검토하며 사실관계와 쟁점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맹조영 변호사는 국내 3대 대형로펌인 세종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특수협박·협박, 폭행·상해, 강요, 모욕·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사건의 피의자 변호와 고소대리, 수사 단계 변호인 의견서 작성, 불송치·불기소 대응까지 사안별 사실관계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대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법령 역시 지속적으로 제·개정되는 만큼, 게재된 내용이 현시점 특정 사안에 적용되는지는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구체적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신 경우, 정식 법률상담을 요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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