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누구에게도 넘긴 적이 없는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택배로 온 봉투를 며칠 보관했을 뿐이라거나, 지정된 장소에서 받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만 했다는 설명이 수사기관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2020년 법 개정으로 접근매체를 보관하거나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양도와 나란히 독립된 금지행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소유권을 넘겼는지, 대가를 받았는지, 그 계좌가 실제로 범죄에 쓰였는지는 성립 여부를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양도가 없었는데도 처벌되는 법적 구조가 무엇인지, 법원이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형사처벌 외에 어떤 불이익이 따라오는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보관·전달 처벌의 근거 — 2020년 개정으로 달라진 조문 구조
과거 접근매체 사건의 처벌 규정은 '양도·양수'와 '대가를 받고 하는 대여'를 중심으로 짜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카드를 모아 상급자에게 넘기는 심부름만 한 사람은 자기 명의 계좌를 넘긴 것도 아니고 남의 카드를 빌린 것도 아니어서, 전자금융거래법으로 곧바로 의율하기 어려운 공백이 있었습니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이 2020. 5. 19. 개정(법률 제17297호)입니다. 개정법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제3호에 '보관·전달·유통'을 나란히 넣어, 접근매체의 소유권이나 처분권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어도 그 물건을 맡아두거나 옮기는 행위 자체를 금지행위로 삼았습니다.
이 개정의 의미는 종전 판례와 함께 볼 때 분명해집니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1도16167 판결은 접근매체의 '양도'에 단순히 빌려주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양수란 양도인의 의사에 기하여 접근매체의 소유권 내지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이전받는 것을 뜻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법리에 기대면 "확정적으로 넘긴 것이 아니다"라는 항변이 양도죄에 대해서는 통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항변이 받아들여져 양도가 아니라고 정리되더라도, 같은 행위가 보관 또는 전달로 포섭되어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실무에서 문제되는 유형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택배나 퀵으로 도착한 카드 봉투를 개봉하지 않은 채 며칠 갖고 있다가 지시받은 장소에 두고 온 경우, 여러 사람에게서 카드를 받아 한꺼번에 상급자에게 넘긴 경우, 카드 실물 대신 카드 사진과 비밀번호를 메신저로 보낸 경우 등입니다. 이런 사안에서 당사자는 "내 계좌가 아니고 내가 쓴 적도 없다"고 말하지만,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자기 계좌인지 여부가 아니라 접근매체를 보관하거나 전달했는지 여부입니다.
2020년 개정 이후 접근매체 사건의 쟁점은 '넘겼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어디로 옮겼는가'와 '그때 무엇을 알았는가'로 옮겨갔다.
무엇이 접근매체인가 — 통장 사진과 체크카드는 결론이 다르다
보관·전달했다는 물건이 애초에 접근매체가 아니라면 이 조문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제10호는 접근매체를 전자금융거래에서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수단 또는 정보로 정의하고, 전자식 카드와 이에 준하는 전자적 정보, 전자서명법에 따른 인증서,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에 등록된 이용자번호, 이용자의 생체정보, 그리고 이러한 수단이나 정보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비밀번호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체크카드·현금카드와 그 비밀번호, 보안카드와 OTP, 인터넷뱅킹 인증서와 아이디·비밀번호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통장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6도8957 판결은 전자금융거래 기능이 포함된 예금통장에서 접근매체로 기능하는 것은 그 통장에 부착된 마그네틱 띠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제3자가 그 마그네틱 띠에 담긴 전자정보를 이용해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통장을 빌려주었다면 접근매체의 대여에 해당하지만, 통장에 기재된 계좌번호가 있는 면을 촬영하도록 허락한 데 지나지 않는다면 접근매체를 용도대로 사용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므로 대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접근매체성은 물건의 이름이 아니라 그것으로 전자금융거래를 실행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갈린다는 취지입니다.
이 기준은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계좌번호만 알려준 사안과 카드에 비밀번호를 함께 붙여 넘긴 사안은 같은 평가를 받지 않습니다. 다만 실물 카드, 카드 사진과 비밀번호의 조합, 보안카드 이미지, 인증서 파일처럼 그 자체로 이체를 실행할 수 있는 것을 맡아두거나 옮겼다면 접근매체성 자체를 다툴 여지는 크지 않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건드렸는지부터 특정하는 것이 사건의 크기를 가늠하는 첫 단계입니다.
체크카드·현금카드 실물과 그 비밀번호 — 이체·출금이 바로 가능해 접근매체성 다툼이 거의 없습니다.
보안카드·OTP — 이체 실행에 필요한 수단이므로 사진 형태로 전송해도 접근매체를 전달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인증서 파일과 인터넷뱅킹 아이디·비밀번호 — 등록된 이용자번호와 비밀번호에 해당합니다.
예금통장 — 마그네틱 띠의 전자정보를 쓸 수 있게 넘긴 것인지, 계좌번호 면만 보여준 것인지에 따라 평가가 갈립니다.
계좌번호만 적어 보낸 메모 — 그것만으로는 전자금융거래를 실행할 수 없어 접근매체로 보기 어렵습니다.
성립 경로는 둘 — 대가가 있으면 제2호, 대가가 없어도 제3호
보관·전달을 처벌하는 통로는 두 갈래입니다. 제6조 제3항 제2호는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여기서 대가는 실제로 돈을 받은 경우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조문이 '요구 또는 약속'까지 나란히 적고 있어, 일당을 받기로 이야기만 되어 있고 아직 입금되지 않았더라도 이 요건은 채워집니다. 건당 수고비, 교통비 명목의 지급,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조건 제시도 사안에 따라 대가로 평가됩니다.
대가가 전혀 오가지 않은 사안을 담당하는 것이 제6조 제3항 제3호입니다.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지인의 부탁을 무보수로 들어준 경우, 가족이나 연인의 요청으로 카드를 맡아둔 경우처럼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은 사안이 이 조항으로 의율됩니다. 그래서 "돈을 받은 적 없다"는 진술은 제2호에 대한 반박은 되어도 사건 전체를 정리하지는 못하며, 실제 다툼은 곧바로 인식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법정형은 가볍지 않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은 제6조 제3항 각 호 위반행위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자기 명의 통장을 확정적으로 넘긴 양도 사안과 형의 상한이 같습니다. 가담 기간이 짧고 관여한 카드가 한두 장인 단순 심부름 유형이라면 벌금형이나 기소유예로 정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명의 카드를 반복적으로 모아 옮겼거나 조직 안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은 것으로 평가되면 실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제2호를 벗어나게 할 뿐이고, 그 순간 사건의 승부처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는가'로 이동한다.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 법원이 인식을 인정하는 방식
제3호의 핵심 요건인 인식에 관해서는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7151 판결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조문의 '범죄'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 즉 형법 등 형벌법규에 규정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로 보면서, 접근매체가 그러한 형사처벌 대상 행위에 이용될 것을 인식하면 충분하고 구체적인 죄명이나 적용 법조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보이스피싱인 줄은 몰랐다"는 진술이 곧바로 무죄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판결은 판단의 시점과 대상도 정리했습니다.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는지는 행위 당시 피고인의 주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거래상대방이 실제로 어떤 범죄의도를 가졌는지나 그 범죄를 실행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검사가 공소사실에 범죄를 아무렇게나 적어도 되는 것은 아니어서, 어떤 유형이나 종류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인식했다는 것인지 개괄적으로라도 특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방어하는 쪽에서는 이 특정 부분이 다툼의 실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 사건에서 인식은 자백이 아니라 정황으로 인정됩니다. 하는 일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보수, 회사 이름이나 사업자등록을 확인해주지 않는 채용 과정, 대면 면접 없이 메신저로만 이루어진 지시, 봉투를 열어보지 말라는 요구, 여러 사람 명의의 카드가 한 사람에게 모이는 구조 같은 사정이 겹치면 미필적 인식이 인정되기 쉽습니다. 형사법에서 인식은 확신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설마 아니겠지 하고 넘겼다'는 취지의 진술은 인식을 부정하는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인식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읽힙니다.
단순 수령·전달에 비해 과다한 일당이나 건당 수수료가 제시된 경우.
고용주의 실명·사업장·사업자등록을 확인할 방법 없이 메신저 계정으로만 연락한 경우.
내용물을 확인하지 말라거나 폐쇄형 메신저로만 연락하라는 지시를 받은 경우.
여러 명의 명의로 발급된 카드가 반복적으로 한 사람에게 모여 이동한 경우.
수령·전달 장소와 시간이 매번 바뀌고 물류업체의 통상 절차와 동떨어진 경우.
'전달'의 범위 — 점유 이전 기준과 법인 명의 계좌 사안
전달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관해서는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0도7840 판결이 기준을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접근매체의 '전달'을 타인 명의 금융계좌를 불법적으로 거래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의 점유 또는 소지를 타인에게 이전하는 행위로 파악했습니다. 소유권이나 처분권의 이전을 요구하지 않고 점유의 이동만으로 구성요건이 채워지므로, 잠시 맡아두었다가 돌려주는 형태라도 그 사이에 상대방이 계좌를 쓸 수 있는 상태가 만들어졌다면 전달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이 특히 의미 있는 부분은 법인 명의 계좌 사안입니다. 법인이 전자금융거래의 이용자인 경우, 대표자나 담당 직원이 접근매체의 점유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더라도 그 이후에도 법인의 실질적 의사에 따라 사용·관리되고 있다면 전달로 보지 않습니다. 반면 법인의 설립 경위, 전자금융거래계약의 체결 경위, 점유를 이전하게 된 동기와 경위, 이전 이후의 정황을 종합할 때 더 이상 법인의 실질적 의사에 따른 사용·관리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전달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이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미필적으로라도 이를 용인했다면 고의도 인정된다는 것이 이 판결의 결론입니다.
이 법리는 이른바 명목상 대표자나 서류상 직원으로 이름만 올린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법인을 만들어 계좌를 개설한 뒤 카드와 인증서를 실질 운영자에게 넘기고 자신은 급여만 받은 구조라면, 계좌 명의가 법인이라는 사정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법인 설립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사무실과 실제 영업활동이 존재했는지, 접근매체를 넘긴 뒤 회사 자금 흐름을 본인이 확인할 수 있었는지가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전자금융거래법으로 끝나지 않는다 — 사기방조와 횡령
접근매체를 보관·전달한 사람에게 붙는 죄명은 하나가 아닙니다. 그 계좌가 실제 편취금 수취에 쓰였다면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에 대한 방조범(형법 제32조)이 함께 검토됩니다. 방조는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정범의 범행 내용을 세부까지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미필적 인식으로도 성립합니다. 카드와 비밀번호를 옮긴 행위가 피해금의 입금·인출 수단을 확보해준 것으로 평가되면 방조가 인정될 수 있고, 가담 정도와 이익 분배 구조에 따라서는 공동정범으로 의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조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하지만, 사기죄는 피해액이 커질수록 형이 무거워지므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보다 오히려 사기방조 쪽이 형량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좌 명의인이라면 횡령 문제도 남습니다.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은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계좌에 사기 피해금이 송금·이체된 경우 피해자를 위해 그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 이를 임의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접근매체를 넘긴 사실 자체와는 별개로, 계좌에 들어온 돈을 찾아 쓰는 행위가 독립된 범죄가 된다는 뜻입니다.
죄가 겹치면 사건의 크기도 달라집니다. 카드를 여러 장 옮겼다면 각 접근매체마다, 여러 차례 전달했다면 각 행위마다 별개의 범행으로 평가되어 공소사실의 건수가 늘어납니다. 여기에 사기방조가 더해지고 인출까지 관여했다면 죄명 세 개가 하나의 재판에서 함께 다뤄집니다. 조사 초기에 "심부름 한 번 한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대응하다가, 뒤늦게 사건의 실제 규모를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접근매체를 옮긴 행위, 그 계좌로 피해금이 들어온 결과, 들어온 돈을 인출한 행위는 각각 다른 죄명으로 평가된다.
형사처벌 밖의 불이익 — 지급정지와 전자금융거래 제한
피해자가 신고하면 형사절차와 별도로 금융 쪽 절차가 먼저 움직입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피해구제 신청이 접수되면 해당 계좌에 지급정지가 이루어지고, 이어서 채권소멸절차가 개시됩니다. 채권소멸의 대상은 계좌 잔액 전부가 아니라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가 이루어진 금액에 한정되지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계좌가 묶이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더 파급이 큰 것은 명의인 개인에 대한 조치입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3조의2는 사기이용계좌의 명의인에 대한 전자금융거래 제한을 정하고 있고, 금융감독원은 지급정지 조치를 받은 명의인을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한 뒤 금융회사와 본인에게 통지합니다. 이 제한은 문제된 계좌 하나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이 이용하는 비대면 거래 전반에 미쳐,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자동화기기를 통한 거래가 함께 막힙니다. 급여 수령과 카드 결제, 각종 자동이체가 동시에 어려워지므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급정지 자체보다 큰 경우가 많습니다. 제한은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님이 확인되거나 지급정지와 채권소멸절차가 종료되는 등 법이 정한 사유가 갖춰져야 풀립니다.
민사책임도 별개로 남습니다. 피해자들은 접근매체를 제공하거나 옮긴 사람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가 많고, 계좌에 들어온 돈을 인출해 사용했다면 부당이득 반환이 문제되기도 합니다. 형사에서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마무리되었더라도 민사 청구가 자동으로 정리되는 것은 아니므로, 피해회복 방안은 형사절차와 함께 검토하는 편이 낫습니다.
조사 초기에 정리해야 할 것 — 인식과 가담 정도의 소명
이 유형의 사건에서 다툼의 축은 접근매체를 옮겼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때 무엇을 알았고 어느 정도로 관여했는지입니다. 그래서 초기에 확보해야 할 자료도 거기에 맞춰집니다. 구인 광고 화면과 채용 과정에서 오간 메시지 원본, 보수의 액수와 지급 방식이 드러나는 계좌 내역, 지시를 받은 대화 기록, 물품을 받고 전달한 시각과 장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메신저 대화는 상대방이 계정을 삭제하면 복구가 어려우므로 조사 전에 화면 그대로 저장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본인이 확인하려 했던 흔적은 특히 중요합니다. 사업자등록증을 요구했다거나, 담당자의 실명과 사무실 위치를 물었다거나, 정식 근로계약서를 달라고 했던 기록은 앞서 본 인식 인정 정황을 반대 방향에서 다투는 재료가 됩니다. 반대로 그런 확인 시도가 전혀 없고 지시에만 따랐다면 인식을 부정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진술의 일관성도 결과를 좌우합니다. 첫 조사에서 밝힌 대가의 유무와 액수, 전달 횟수, 관여한 카드의 개수는 이후 재판까지 그대로 따라다니므로,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을 추측으로 메우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가담을 부인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양형 쪽에 무게를 두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피해자와의 합의와 피해금 일부라도의 반환, 범행에서 스스로 빠져나온 경위, 초범이라는 사정, 가담 기간이 짧고 지시에 수동적으로 따랐다는 점은 기소 단계에서 기소유예로, 재판 단계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사유가 됩니다.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인정할지는 확보된 자료를 본 뒤에 정해야 하며, 조사 전에 방향을 정해두는 것이 이후 선택지를 넓힙니다.
구인 공고·채용 대화 원본 — 어떤 업무로 알고 시작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본 자료.
보수 관련 자료 — 받은 금액과 지급 시점, 미지급 여부는 대가 요건 판단에 직결됩니다.
지시 메시지 전체 — 일부만 캡처하면 맥락이 잘려 불리하게 읽힐 수 있습니다.
확인 시도의 기록 — 사업자등록·신분·계약서를 요구한 대화는 인식을 다투는 근거가 됩니다.
수령·전달 경위 자료 — 이동 경로, 시간, 동행자 유무는 가담 정도를 가늠하는 자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통장을 실제로 넘기지 않고 며칠 보관만 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와 제3호는 대여·양도와 나란히 보관·전달·유통을 금지하고 있어, 소유권이나 처분권을 넘기지 않았어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2020년 개정으로 보관과 전달이 독립된 금지행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가를 받았거나 약속했는지,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는지에 따라 어느 호가 적용되는지는 달라집니다.
Q. 통장 사진만 보냈어도 접근매체를 전달한 것이 되나요?
A. 대법원은 통장에서 접근매체로 기능하는 부분은 마그네틱 띠라고 보아, 계좌번호가 적힌 면을 촬영하도록 허락한 데 그친다면 접근매체를 용도대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대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카드 사진에 비밀번호를 함께 보낸 경우처럼 그것만으로 이체가 가능해지는 상태라면 평가가 달라집니다. 무엇을 보냈는지 특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Q.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는데도 죄가 되나요?
A. 대가를 받았거나 요구·약속한 경우는 제2호로 처벌되지만, 대가가 전혀 없어도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보관·전달했다면 제3호가 적용됩니다. 지인의 부탁을 무보수로 들어준 사안도 제3호로 다뤄집니다. 이때 실제 쟁점은 대가가 아니라 행위 당시의 인식입니다.
Q.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고 하면 인정되나요?
A. 대법원은 구체적인 죄명이나 적용 법조까지 알 필요는 없고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에 이용될 것을 인식하면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특정 범죄명을 몰랐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보수의 크기, 고용주 확인 여부, 지시 방식 같은 정황이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Q. 계좌 하나가 지급정지되면 다른 은행 거래도 막히나요?
A.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3조의2에 따라 명의인이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되면, 문제된 계좌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전반이 제한됩니다. 금융감독원이 지정 사실을 금융회사와 본인에게 통지합니다. 사기이용계좌가 아님이 확인되거나 지급정지·채권소멸절차가 종료되는 등 법정 사유가 갖춰지면 해제됩니다.
Q. 초범이고 심부름만 했으면 벌금으로 끝나나요?
A.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어서 벌금형 선고가 가능하고, 가담 기간이 짧고 수동적이며 피해회복이 이루어진 사안은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여러 명의 카드를 반복적으로 옮겼거나 사기방조가 함께 인정되면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관여한 접근매체의 수와 피해액이 결론을 가르는 축입니다.
맺음말
접근매체 사건에서 "넘긴 적 없다"는 말은 더 이상 사건을 끝내주지 못합니다. 2020년 개정으로 보관과 전달이 양도와 나란히 금지행위가 되었고, 대법원은 전달을 접근매체의 점유 또는 소지를 이전하는 행위로 넓게 파악하면서 인식은 구체적 죄명까지 알 필요가 없다고 정리했습니다. 남는 다툼은 무엇을 옮겼는지, 대가가 있었는지, 그때 무엇을 알았는지 세 가지입니다.
여기에 사기방조와 횡령이 더해지고 지급정지와 전자금융거래 제한이 함께 따라오면, 단순한 아르바이트로 알았던 일이 형사·민사·금융 세 갈래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조사 일정이 잡혔다면 기억에 의존해 진술을 준비하기보다, 대화 기록과 입금 내역처럼 남아 있는 자료부터 시간 순으로 정리해 실제 가담 범위를 확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수원지방검찰청과 수원지방법원을 중심으로 처리되는 경기남부 지역 사건에서도 접근매체 보관·전달 사안은 꾸준히 다뤄지고 있습니다. 조사 통지를 받았다면 첫 진술 전에 사건 구조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