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해외 자회사나 협력사에 넘기는 일은 흔한 업무처럼 보이지만, 그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매각·이전하려면 사전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받거나 최소한 신고를 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 절차를 건너뛰고 넘기는 순간 그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인 침해행위로 전환됩니다. '내부 이관이니 괜찮겠지', '어차피 계열사끼리인데'라는 판단이 실제로는 징역 3년 이상에 벌금까지 병과되는 중대범죄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승인과 신고는 어떻게 다른지, 절차 없이 이전했을 때 처벌 수위가 실제로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국가핵심기술이란 무엇인가 — 지정 기준과 현재 지정 현황
산업기술보호법(정식 명칭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제2조에서 국가핵심기술을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지정된 산업기술로 정의합니다. 모든 첨단기술이 여기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제9조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소관 부처·전문기관의 검토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개별적으로 지정·고시한 기술만 국가핵심기술의 지위를 가집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자동차철도·철강·조선·원자력·정보통신·우주·생명공학·기계·로봇·수소 등 13개 분야에 걸쳐 70여 개에 이릅니다. 매년 개정을 통해 이차전지 관련 기술 등이 추가되거나 세분화되는 추세여서, 몇 해 전에는 해당하지 않았던 기술이 지금은 지정 목록에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정작 그 기술을 다루는 기업이나 실무자가 자신이 보유·취급하는 기술이 이 목록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이 보유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해당 여부를 미리 확인받을 수 있는 판정 신청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해외 이전을 계획하는 단계라면 이 판정부터 받아두는 것이 절차의 출발점입니다. 지정 목록은 산업통상자원부 고시로 관보와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으므로, 자사 기술이 지정 분야와 유사하다면 계약을 진행하기 전에 고시 목록부터 직접 대조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국가핵심기술은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영업비밀이 아니라, 국가가 지정하고 관리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기술유출과 처벌의 구조 자체가 다르다.
수출·이전에 승인이 필요한 경우와 신고로 충분한 경우 — 개발 재원이 가른다
제11조 제1항은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이 그 기술을 외국기업 등에 매각하거나 이전하려는 경우, 사전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승인을 신청할 때는 매각·이전 계약서, 상대방(매수인 또는 이전받는 자)에 관한 정보, 기술의 용도와 성능에 관한 자료, 제공 조건과 방법, 관련 제품의 시장 규모와 경쟁력에 관한 자료, 정부 지원 연구개발비 관련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반면 국가 예산 지원 없이 기업이 자체 재원으로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은 제11조 제2항에 따라 수출 전 신고로 절차를 갖출 수 있습니다. 다만 신고했다고 무조건 그대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해당 이전이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면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완을 요구하거나 이전 자체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승인 대상 —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매각·이전(해외 인수·합병 포함).
신고 대상 — 국가 재원 지원 없이 자체 개발된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이전.
공통점 — 두 경우 모두 사전 절차이며, 이전이 이루어진 뒤에 사후 신고하는 방식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매각·이전뿐 아니라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대상기관 자체가 외국인에게 인수·합병되는 경우도 같은 틀로 규율됩니다. 국가 연구개발비 지원을 받아 국가핵심기술을 개발한 기관이 외국인투자를 받아 해외 인수·합병되려는 경우에는 승인이 필요하고, 자체 재원으로 개발한 기관이라면 사전 신고로 절차를 갖출 수 있습니다. 지분 매각이나 합병이라는 자본거래 형태를 취하더라도, 그 결과 국가핵심기술이 외국인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면 단순한 투자거래로만 취급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국가 예산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개발 성과라면 원칙적으로 승인 대상이 되고, 순수 자비로 개발한 기술이라도 신고 의무 자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승인·신고 없이 넘기면 벌어지는 일 — 즉시 중지명령과 침해행위 성립
승인이나 신고 없이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하려는 정황이 확인되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제11조에 따라 그 수출을 즉시 중지시키거나 금지하고, 이미 이전된 부분에 대해서는 원상회복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이 조치명령은 행정절차이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승인·신고 없는 수출 자체가 제14조가 정한 산업기술 침해행위의 한 유형으로 포섭되어, 단순한 행정절차 위반이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으로 전환됩니다.
여기서 실무자들이 흔히 놓치는 부분은 '이전'의 범위입니다. 완제품 매각이나 기술자료 통째 이관만 이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면·설계자료·공정 노하우를 이메일이나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것, 해외 합작법인 설립 과정에서 기술을 출자하는 것,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 심지어 해당 기술을 다루던 인력을 해외 파견해 현장에서 노하우를 전수하게 하는 것까지 모두 실질적인 이전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결국 '계약서에 매각이라고 쓰지 않았으니 괜찮다'거나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을 보낸 것뿐이다'라는 형식적 구분은 실제 처벌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판단은 형식이 아니라 그 행위로 국가핵심기술이 실질적으로 국외로 이전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처벌 수위 — 국가핵심기술과 일반 산업기술은 형량이 다르다
제36조는 침해행위의 대상과 목적에 따라 형량을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국가핵심기술이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제14조 각 호의 침해행위를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 경우 65억원 이하의 벌금을 반드시 함께 부과합니다(제36조 제1항). 하한이 정해진 징역형이라는 점, 벌금이 선택형이 아니라 병과라는 점에서 다른 재산범죄나 일반 영업비밀 침해와는 무게가 다릅니다.
같은 산업기술이라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지 않은 기술이 해외에서 사용될 목적으로 침해된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제36조 제2항), 해외 사용 목적 없이 국내에서만 이루어진 침해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제36조 제3항). 상대적으로 경미한 유형의 침해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별도 규정되어 있습니다(제36조 제4항).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준비 단계에서 적발되었다고 해서 형사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국가핵심기술을 해외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침해행위를 하려다 예비·음모에 그친 경우도 별도로 처벌 대상이 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흔히 업무상배임죄와 함께 검토되는 일반 기술유출 사건과 비교해도, 국가핵심기술이 걸린 사건은 하한이 정해진 징역형과 고액의 벌금 병과가 결합되어 있어 초기 대응 방향 자체를 다르게 잡아야 합니다.
같은 유출이라도 그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어 있는지, 해외에서 쓰일 것을 알았는지에 따라 형량의 눈금 자체가 달라진다.
"해외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라는 요건 — 몰랐다는 항변이 통하는 경우
제36조 제1항이 적용되려면 행위자가 그 국가핵심기술이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침해행위를 했어야 합니다. 다만 이때의 '안다'는 것은 확정적인 인식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사용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행위로 나아갔다면 미필적 고의로도 이 요건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형사법리입니다.
실무에서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은 다양합니다. 상대방이 해외 법인이라는 사실 자체, 이메일이나 메신저에 남은 협상 내용, 자료 반출 경로와 시점, 계약서에 '글로벌 적용' '해외 생산라인 이전' 같은 문구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접촉 상대방의 소재지나 국적이 처음부터 해외로 표시되어 있었다면, 사후에 몰랐다고 주장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단순 자료 정리 업무인 줄 알았다', '상급자 지시를 그대로 따랐을 뿐이다'라는 항변이 받아들여지려면, 실제로 해외 사용 가능성을 인식할 수 없었던 구체적 사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담당 업무의 범위, 직급, 실제로 상대방과 접촉했는지 여부, 자료의 성격을 알 수 있었는지가 함께 판단되므로, 단순히 몰랐다고 진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브로커·알선자도 처벌된다 — 소개·알선·유인 행위의 형사책임
국가핵심기술을 직접 보유하거나 취급하지 않는 제3자라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최근 개정을 통해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역시 침해행위의 한 유형으로 명시되어 처벌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기술을 직접 넘긴 사람뿐 아니라, 그 거래를 연결하고 성사시킨 사람까지 형사책임의 범위 안에 들어온 것입니다.
이 개정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헤드헌팅이나 기술 컨설팅, 투자 자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도 그 실질이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이전을 주선하는 것이라면, 계약서상 명칭이나 보수의 형태와 무관하게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소개만 해줬다'거나 '거래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사정은 더 이상 안전한 방패가 되지 못합니다. 알선 행위 자체가 제14조의 침해행위로 포섭되는 이상, 제36조의 처벌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어 관여 정도에 따라 무거운 형사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황 — 퇴사·이직, 계열사 이전, 기술제휴
가장 흔한 유형은 퇴사 후 해외 경쟁사나 해외 소재 관계사로 이직하면서, 재직 중 접근할 수 있었던 기술자료를 노트북이나 외장하드, 개인 메일로 반출하는 경우입니다. 이직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자료를 승인·신고 없이 국외로 가져가면 별개의 형사책임이 발생합니다.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나 합작법인에 기술을 이전하는 경우도 예외가 아닙니다. '같은 그룹 계열사끼리 넘기는 것뿐'이라는 인식과 달리, 그 자회사가 외국 법인인 이상 승인 또는 신고 절차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지분관계나 내부 결재로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해외 기업과 기술제휴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약서에 기술 제공·이전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면, 계약 체결 전에 그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하고 승인·신고 절차를 먼저 밟아야 합니다. 계약에 먼저 서명한 뒤에야 절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이 경우 계약 조항을 뒤늦게 수정하려 해도 상대방이 이미 이행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력이 크게 떨어지므로, 계약서 초안 단계에서부터 국가핵심기술 해당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가 다루는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인지 몰랐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단순히 몰랐다는 진술만으로 고의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업무 성격상 그 기술의 중요성이나 지정 여부를 인식할 수 있었는지, 확인 절차를 거쳤는지가 함께 판단됩니다. 해외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면 산업통상자원부의 판정 신청 제도를 통해 먼저 확인해두는 것이 안전하고, 이 절차를 거쳤다는 기록 자체가 나중에 고의를 다투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Q. 국내 계열사로 이전하는 것도 처벌 대상인가요?
A. 국내 이전 자체는 해외 사용 목적이 없다면 제36조 제1항이 정한 가중처벌 대상은 아닙니다. 다만 그 국내 이전이 이후 해외 재이전을 위한 경유 단계였다면, 전체 행위가 해외 사용 목적 침해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신고 대상 기술을 신고 없이 수출하면 승인 대상보다 가볍게 처벌되나요?
A. 승인 대상이든 신고 대상이든 필요한 절차 없이 수출하면 똑같이 제14조가 정한 침해행위로 포섭됩니다. 형량은 승인·신고의 구분이 아니라 국가핵심기술 해당 여부와 해외 사용에 대한 고의 유무로 정해집니다.
Q.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고 준비만 한 단계에서 적발돼도 처벌되나요?
A. 국가핵심기술을 해외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침해행위를 하려다 예비나 음모에 그친 경우도 별도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실제로 기술이 국외로 넘어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책임을 완전히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Q. 회사 지시로 한 일인데 실무자 개인도 처벌받나요?
A. 실제로 행위를 한 임직원이 우선 처벌 대상이 되고, 법인이나 대표자도 양벌규정에 따라 별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인이 그 위반행위를 막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는 사정이 인정되면 법인의 책임이 달리 판단될 여지는 있습니다. 회사 지시였다는 사정은 정상참작 사유가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실무자의 형사책임을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Q. 수출 승인을 신청해 심사가 진행 중인데 먼저 자료를 넘겼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승인 신청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먼저 이전을 실행하면 승인 없는 수출과 동일하게 취급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승인 통지를 받은 뒤에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맺음말
국가핵심기술은 기업 혼자만의 자산이 아니라 국가가 지정하고 관리하는 기술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승인이나 신고 절차를 생략하고 넘기는 순간, 그 행위는 단순한 계약 위반이나 내부 규정 위반이 아니라 산업기술보호법이 정한 침해행위로 곧바로 전환되고, 국가핵심기술이 해외에서 쓰일 것을 알았다면 3년 이상의 징역과 거액의 벌금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직이나 계열사 이전, 해외 기술제휴처럼 실무에서는 자연스러워 보이는 일들도 대상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전을 계획하는 단계라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판정 신청과 승인·신고 절차부터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입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는 반도체·이차전지 관련 협력업체와 연구인력이 밀집해 있어, 이런 유형의 사건이 실제로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절차 미비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이전을 실행하기 전에 관련 법리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