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 후 분식회계를 발견했다면 매도인에게 사기 책임을 묻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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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수 후 분식회계를 발견했다면 매도인에게 사기 책임을 묻는 방법 

강대현 변호사

회사를 인수하고 몇 달이 지난 뒤에야 재무제표가 부풀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사 단계에서는 문제없어 보였던 매출채권이 실제로는 회수 불가능한 채권이었거나, 재고자산이 장부보다 훨씬 적었거나, 숨겨진 우발채무가 뒤늦게 드러나는 식입니다. 이미 대금을 다 지급하고 경영권까지 넘겨받은 상태라면 계약을 그대로 되돌리기도 어렵고, 매도인은 "실사 때 자료 다 보여줬다"며 발뺌하기 십상입니다. 이 글에서는 인수 후 분식회계를 발견한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사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계약서 문구에 따라 대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진술 및 보장 조항 — 계약서에 이미 매도인의 책임을 못박아 뒀는가

실사만으로 분식회계를 100퍼센트 걸러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매도인이 이중장부를 운영하거나 매출을 조기 인식하는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꾸며두면, 짧은 기간 안에 진행되는 실사에서 회계법인이 이를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규모 있는 인수합병 계약서에는 매도인이 "제공한 재무제표가 대상회사의 재무상태를 중요한 점에서 정확하고 공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 및 보장 조항을 넣고, 이 조항을 위반하면 손해를 배상한다는 별도 조항을 함께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조항이 있느냐 없느냐가 분식회계 발견 이후 대응의 난이도를 크게 좌우합니다.

진술 및 보장 위반의 법적 성격에 관해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7다6108 판결은 이를 매도인이 계약상 부담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 즉 채무불이행책임의 성질을 갖는다고 판시했습니다. 계약서에 진술·보증 조항과 그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조항이 함께 있다면 그 약정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에 관한 별도 조항이 없다면 민법 제390조를 비롯한 채무불이행 관련 규정에 따라 책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결론입니다. 매매목적물의 하자를 다투는 민법상 하자담보책임과는 별개의, 계약 자체에서 비롯한 독자적인 책임이라는 의미입니다.

진술·보증 위반책임은 하자담보책임이 아니라 계약상 의무 불이행, 즉 채무불이행책임의 성질을 갖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실사 때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 — 샌드배깅 쟁점

분식회계를 발견해 책임을 추궁하면 매도인 쪽에서 흔히 내놓는 항변이 있습니다. 데이터룸에 관련 자료를 다 올려뒀고, 회계법인 실사에도 협조했으니 매수인이 그 문제를 이미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알고도 문제 삼지 않은 채 거래를 종결한 뒤 뒤늦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실무에서는 흔히 샌드배깅이라 부르고, 이를 막기 위해 계약서에 "매수인이 위반 사실을 알았던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안티 샌드배깅 조항을 넣기도 합니다.

그런데 계약서에 이런 배제 조항이 없다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다64253 판결은 매수인이 진술·보증 위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사안에서, 계약서에 매수인의 악의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면 계약 문언 그대로 매도인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자담보책임의 경우 매수인의 선의·무과실이 요건이 되지만, 진술·보증 위반책임은 당사자가 계약으로 정한 위험 배분의 문제이므로 그 법리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계약서 문구가 결과를 좌우하는 대목입니다.

  • 계약서에 안티 샌드배깅 조항(매수인 악의 시 청구 제한)이 있는지부터 확인.

  • 실사 과정에서 분식회계 관련 항목이 실제로 공개·검토됐는지 데이터룸 자료와 대조.

  • 조항이 없다면 매수인이 알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문언대로 청구를 검토할 수 있음.

손해배상액은 어떻게 산정되나 — 주식가치 감소분과 매매대금 차액

계약서에 손해액 산정 방법을 정한 조항이 있다면 그에 따르지만, 그런 조항이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때 대법원 2017다6108 판결은 두 가지 산정 방식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매수인이 보유하게 된 대상회사 주식가치의 감소분을 손해로 보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매수인이 실제로 지급한 매매대금과 진술·보증 위반 사실을 알았더라면 지급했을 매매대금의 차액을 손해로 보는 방식입니다. 둘 다 결국 분식회계로 부풀려진 재무 수치를 걷어내고 대상회사의 실제 가치를 재산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공인회계사에게 감정을 의뢰해 분식회계로 조작된 매출·자산 항목을 제외한 수정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원래 반영됐어야 할 순자산가치나 영업가치를 재산정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인수 당시 실사보고서, 매도인이 제공한 원본 재무제표, 사후에 발견된 수정재무제표,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 계약서상 진술·보증 조항의 정확한 문구를 모두 대조해야 손해액을 뒷받침할 자료가 갖춰집니다. 산정 방식이 두 가지로 나뉘는 만큼, 어느 쪽이 자신의 사안에서 더 명확하게 입증 가능한지 초기에 가늠해두는 것이 소송 전략의 출발점이 됩니다.

진술 및 보장 조항이 없거나 부실하다면 — 민법상 구제수단

소규모 인수거래에서는 계약서에 재무제표 정확성에 관한 진술·보증 조항 자체가 없거나, 있어도 손해배상 범위를 특정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만 들어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민법 일반 법리로 다퉈야 합니다. 우선 검토할 것이 민법 제110조의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입니다. 사기취소가 인정되려면 매도인의 기망행위, 그 기망으로 매수인이 착오에 빠졌다는 인과관계, 매도인에게 기망의 고의와 그 착오로 매수인의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려는 고의(이른바 이단의 고의)가 모두 인정돼야 합니다. 재무제표를 조작해 실제보다 우량한 회사처럼 꾸민 뒤 매각한 행위는 전형적인 적극적 기망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큽니다.

착오취소를 정한 민법 제109조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착오취소는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여야 하고 매수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하는데, 분식회계 자체가 매도인이 만들어낸 착오라는 점에서 매수인의 과실을 이유로 한 매도인의 항변은 상대적으로 배척되기 쉽습니다. 다만 사기취소·착오취소는 계약을 소급적으로 무효화해 이미 넘겨받은 경영권과 자산을 원상회복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므로, 실무에서는 계약을 유지한 채 손해배상만 구하는 진술·보증 위반 또는 채무불이행 구성을 먼저 검토하고, 계약 자체를 되돌릴 필요가 있는 사안에서만 취소를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소권은 민법 제146조에 따라 추인할 수 있는 날, 즉 분식회계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형사 고소도 가능한가 — 사기죄 성립요건과 실익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사기죄로 처벌하며,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분식회계로 실제보다 높은 가격에 회사를 매도해 그 차액 상당의 이익을 취득한 것은 재산상 이익 취득에 해당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해 제시한 행위나 중요한 재무 사항을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은 행위는 기망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형사 고소는 매도인의 조작 의도, 즉 처음부터 속여 팔 고의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므로 단순한 회계처리 오류나 견해 차이 수준이라면 무혐의로 종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형사 고소의 실익은 처벌 자체보다 증거 확보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을 통해 매도인 측이 은닉한 원본 회계장부, 내부 이메일, 결재 문서 등 민사소송에서는 임의로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절차에서 무혐의나 무죄가 나오더라도 그 자체로 민사상 사기취소나 손해배상 판단이 자동으로 뒤집히는 것은 아니므로,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은 서로 다른 절차임을 전제로 병행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형사 고소는 처벌 그 자체보다 매도인이 은닉한 회계자료를 압수수색으로 확보하는 증거수집 통로로서의 실익이 크다.

매도인의 항변 — "실사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는 주장에 어떻게 대응하나

분식회계 책임을 추궁받은 매도인이 가장 먼저 내놓는 항변은 데이터룸에 관련 자료를 다 올려뒀다는 것입니다. 실사 기간이 충분했고 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에도 별다른 지적사항이 없었으니 매수인 스스로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는 논리입니다. 이 항변을 무력화하려면 데이터룸의 업로드 로그와 파일명, 실사 과정의 질의응답 기록, 실사보고서에서 문제 된 계정과목이 실제로 검토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다투다 보면 문제 된 항목이 데이터룸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존재하더라도 다른 문서에 뒤섞여 사실상 발견하기 어려운 형태로 제공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중장부를 운영하면서 실사에는 정상 장부만 제공했거나, 매출채권 명세서를 조작해 회수 가능성을 과장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조직적으로 특정 자료를 실사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왜곡해 제공한 정황이 드러나면, 매수인이 "알 수 있었다"는 매도인의 항변은 오히려 매도인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작용하기 쉽습니다.

  • 데이터룸 업로드 이력·파일명·수정일자 전체 확보.

  • 실사 과정의 질의응답(Q&A) 기록과 매도인 측 답변 내용 확인.

  • 실사보고서상 검토범위(scope)에 문제 계정과목이 실제로 포함됐는지 대조.

절차와 청구기한 — 무엇을 먼저 준비해야 하나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계약서에 진술·보증 위반 손해배상청구권의 존속기간을 정해뒀는지입니다. 통상 종결일로부터 1년에서 3년 사이로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간을 넘기면 계약상 청구권 자체가 소멸할 수 있어 분식회계를 발견한 즉시 기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별도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일반 채권 소멸시효가 적용되는데,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면 상법 제64조에 따라 5년, 그 외 민사채권이면 민법 제162조에 따라 10년입니다.

하자담보책임으로 구성할 경우에는 민법 제582조에 따라 하자 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이라는 매우 짧은 제척기간이 적용되므로, 이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면 특히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분식회계 사실을 인지한 즉시 내용증명으로 권리행사 의사를 명확히 밝혀 기간 도과를 막고, 소송 제기에 앞서 공인회계사 감정을 통한 손해액 산정 작업을 시작하는 한편, 매도인의 재산 처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함께 검토해두는 것이 실무상 안전한 순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진술 및 보장 조항이 아예 없다면 아무것도 청구할 수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진술·보증 조항이 없어도 민법상 사기취소, 착오취소,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에 명시적 근거가 없으면 매도인의 기망 고의나 착오의 중요성을 별도로 입증해야 하므로 청구 난이도가 높아집니다.

Q. 실사할 때 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못 잡아냈는데 저희 책임이 되나요?

A. 실사기관의 과실은 매수인과 실사기관 사이의 별개 문제이고, 매도인에 대한 책임 추궁과는 원칙적으로 무관합니다. 다만 계약서에 안티 샌드배깅 조항이 있다면 매수인이 실사 결과 문제를 알았는지 여부가 청구 가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항 내용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매도인이 이미 매매대금을 다 쓰고 재산이 없다면 소송이 의미가 없나요?

A. 승소해도 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소송 제기 전에 매도인 명의 부동산·예금·주식 등에 대한 가압류 등 보전처분으로 재산을 먼저 확보해두는 절차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형사 고소부터 먼저 하는 게 유리한가요, 민사소송부터 하는 게 유리한가요?

A. 사안마다 다르지만, 매도인 측 자료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형사 고소를 통한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먼저 확보한 뒤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순서가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계약서상 손해배상청구권 존속기간이 임박했다면 기간 도과를 막기 위해 민사소송이나 내용증명을 먼저 진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Q. 분식회계인지 단순 회계처리 오류인지는 어떻게 구별하나요?

A. 매출을 인식 기준과 다르게 조기 계상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재고·매출채권을 장부에 반영하는 등 의도적으로 재무상태를 좋게 보이려 한 정황이 있다면 분식회계로 볼 여지가 큽니다. 반면 회계기준 해석 차이나 단순 계산 착오는 고의를 인정받기 어려워 사기 구성이 쉽지 않습니다.

Q. 계약을 아예 취소하고 매매대금을 돌려받을 수도 있나요?

A. 사기취소나 착오취소가 인정되면 계약을 소급적으로 무효화하고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경영권을 넘겨받아 사업을 운영해온 기간이 길수록 원상회복이 복잡해지므로, 계약을 유지한 채 손해배상만 구하는 방안과 실익을 비교해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맺음말

인수 후 분식회계를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계약서입니다. 진술 및 보장 조항과 손해배상 조항, 안티 샌드배깅 조항, 청구권 존속기간이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에 따라 대응 방법과 승산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계약서에 근거가 부실하다면 사기취소·착오취소 같은 민법상 구제수단과 형사 고소를 함께 검토해야 하고, 어느 쪽을 택하든 분식회계로 조작된 재무 수치를 회계전문가 감정으로 재산정하는 작업이 뒷받침돼야 손해액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계약서상 손해배상청구권 존속기간이나 하자담보책임의 제척기간처럼 짧게 정해진 기간을 넘기면 실체법상 근거가 아무리 탄탄해도 청구 자체가 막힐 수 있습니다. 분식회계 정황을 인지한 시점부터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계약서 검토와 증거 확보를 서둘러 진행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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