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한 명이 저지른 위반행위 때문에 회사 전체가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당황하는 경영자가 많습니다. 근로기준법이나 건설산업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처럼 기업 활동을 규율하는 상당수 법률에는 이른바 양벌규정이 들어 있어, 실제 위반행위를 한 임직원뿐 아니라 그가 속한 법인이나 개인사업주까지 함께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규정이 무조건적인 연대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모른 채, 회사가 아무런 방어 없이 벌금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양벌규정이 어떤 구조로 법인을 처벌 대상에 올리는지, 그리고 법인이 형사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면책 요건이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양벌규정이란 — 임직원의 위반행위가 법인의 형사책임으로 이어지는 구조
양벌규정은 형법전에 별도로 존재하는 조문이 아니라, 노동·건설·산업안전·조세·관세·환경·청탁금지 등 기업 활동을 규율하는 개별 특별법마다 하나씩 들어 있는 처벌 구조입니다. 문형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식으로, 실제 행위자와 법인을 나란히 처벌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즉 임직원 개인이 형사처벌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그 임직원이 속한 회사도 벌금형이라는 형사처벌의 당사자가 됩니다.
이런 구조를 둔 이유는 형법의 일반 원칙만으로는 조직적 위반을 억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형사책임은 원칙적으로 행위를 한 자연인 개인에게 귀속되지만, 기업에서 발생하는 법령 위반은 실무자 한 사람의 일탈이 아니라 관리·감독 체계의 허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위자 개인만 처벌하고 법인은 그대로 둔다면, 조직 차원의 재발 방지 노력을 이끌어낼 유인이 사라집니다. 양벌규정은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법인에도 형사책임을 지워 스스로 관리·감독 체계를 갖추도록 압박하는 입법 장치입니다.
다만 여기서 유의할 점은, 처벌 대상이 되는 법인의 범위가 매우 넓다는 것입니다. 대표자뿐 아니라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저지른 위반행위까지 법인의 책임으로 연결되므로, 말단 직원 한 명의 실수나 고의적 위반행위로도 회사 전체가 형사절차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회사 규모가 클수록,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을수록 경영진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위반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양벌규정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건설산업기본법·산업안전보건법의 양벌규정 — 조문으로 확인하는 처벌 범위
양벌규정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조문을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근로기준법 제116조는 이 법 위반행위를 한 자가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한 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인 경우, 사업주에게도 각 위반조문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합니다. 다만 사업주가 위반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어 있고, 반대로 사업주가 위반 계획을 알고도 방지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위반 사실을 알고도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위반을 교사한 경우에는 사업주 자신도 행위자로서 처벌받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98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무등록 영업, 명의대여, 하도급 제한 위반 등의 행위를 하면,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 법인 또는 개인에게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과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는 한층 더 무겁습니다. 법인의 대표자나 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법인사업주 또는 법인도급인에게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고 개인사업주에게는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이원화되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16조 — 사업주에게도 각 위반조문의 벌금형, 위반방지조치를 했다면 면책.
건설산업기본법 제98조 — 무등록 영업·명의대여 등에 법인 10억원 이하 벌금.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근로자 사망 시 법인 10억원 이하 벌금.
이 밖에 관세법·조세범처벌법·환경 관련 법률·청탁금지법 등 수백 개 법률에 유사한 구조가 존재.
무과실책임에서 과실책임으로 — 헌재 2005헌가10 위헌결정이 바꾼 것
지금은 대부분의 양벌규정에 면책 조항이 붙어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종업원이 위반행위를 했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법인이나 개인 영업주가 아무런 잘못이 없어도 곧바로 처벌되는 무과실책임 구조였습니다. 이 구조에 제동을 건 것이 헌법재판소 2007. 11. 29. 선고 2005헌가10 결정입니다. 이 사건은 무면허로 치과 치료를 한 종업원의 위반행위에 대해 개인 영업주를 곧바로 처벌하도록 한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제6조의 양벌규정이 위헌인지를 다툰 사건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형사처벌이 자기책임의 원칙, 즉 책임주의에 따라 행위자 자신의 책임에 근거해야 하는데, 영업주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종업원의 범죄행위만으로 형사처벌을 지우는 것은 헌법상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판단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 이후 약 70여 개 법률의 양벌규정이 개정 대상이 되었고,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면책 단서가 순차적으로 신설됐습니다. 지금 앞서 살펴본 세 법률의 양벌규정에 모두 이런 단서가 들어 있는 것도 이 결정의 결과입니다.
형사처벌은 행위자 자신의 책임에 근거해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상, 법인이 아무런 잘못 없이 종업원의 범죄행위만으로 처벌받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 헌재 2005헌가10 결정의 핵심이다.
면책의 핵심 —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무엇으로 증명하나
면책 단서가 생겼다고 해서 회사가 저절로 처벌을 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인 또는 개인사업주가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면책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이 요건을 판단할 때 법인의 영업 규모, 행위자에 대한 감독 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보고 관계, 그리고 법인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실제로 취한 조치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직원들을 상대로 준법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했는지, 법령 위반 가능성이 있는 업무 영역을 사전에 예상하고 감시 체계를 갖추었는지, 위반행위가 적발됐을 때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를 취했는지, 그리고 해당 사건에서 실제로 회사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가 판단 자료가 됩니다. 특히 실무상 강조되는 것은 규정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실제로 행한 조치입니다. 내부 규정집에 준법 관련 조항을 갖춰 두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규정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었는지가 심리의 중심에 놓입니다.
준법교육 실시 여부 — 정기성·대상 범위·이수 기록의 존재.
감시·예방 체계 — 위반 가능 업무에 대한 사전 점검·보고 라인 존재 여부.
재발 방지 조치 — 과거 적발 사례가 있었다면 그 이후 개선 조치를 취했는지.
당해 사건 대응 — 위반행위 인지 직후 회사가 실제로 취한 조치.
준법감시체계 유무가 가르는 결과 — 구체적 적용 예
같은 위반행위라도 회사가 평소 어떤 체계를 갖추고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영업직원이 하도급업체 선정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해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회사가 하도급 선정 관련 결재 라인을 형식적으로만 운영했고, 반부패 관련 교육이나 내부 신고 채널조차 마련해 두지 않았다면 상당한 주의·감독을 다했다고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하도급 선정 시 복수 결재를 거치도록 하고, 정기적으로 청렴 교육을 실시했으며, 유사한 금품 수수 의심 사례가 적발되자 즉시 징계와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한 이력이 있다면 면책 판단에서 유리한 자료가 됩니다.
산업안전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장 근로자가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안전관리자를 배치하지 않았거나 안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면 상당한 주의·감독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정기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위험 작업에 대한 별도의 승인 절차를 두었으며, 유사 사고 이력에 따라 작업 방식을 개선해 온 기록이 있다면 법인의 면책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두 사례 모두 핵심은 '사고나 위반이 발생했는가'가 아니라 '발생을 막기 위해 회사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에 있습니다.
법인이 기소됐을 때 — 형사절차와 방어 준비
법인이 양벌규정으로 기소되면 자연인 피고인과는 다른 절차상 특징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7조에 따라 피고인이 법인인 경우 그 대표자가 소송행위를 대표하고, 원칙적으로 법인등기부상 대표자가 공판기일에 출석해 소송을 수행합니다.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따로 있더라도, 형사절차상으로는 등기부상 대표자가 법인을 대표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면책을 주장하려면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자료를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부통제규정, 준법교육 이수 기록, 결재·승인 문서, 정기 감사보고서, 위반행위 적발 이후의 시정조치 내역 등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상당한 주의·감독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사건이 불거진 뒤에야 급하게 작성한 자료는 작성 시점이 문제 되어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있으므로, 평소 관련 문서를 체계적으로 보관해 두는 것이 재판 단계에서의 대응력을 크게 좌우합니다. 벌금형이 확정되더라도 이는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로 남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영업정지 같은 행정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법률도 있어 부수적 파급 효과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별도 처벌조항과의 관계 — 양벌규정만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
최근 산업 현장에서는 양벌규정과 별개로 경영책임자 개인에게 직접 형사책임을 묻는 법률이 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등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직접 부과하고,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별도로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종업원의 위반행위에 대해 법인의 관리·감독 소홀을 묻는 전통적 양벌규정과는 책임의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따라서 사고나 위반이 발생한 사안에서 양벌규정상 상당한 주의·감독을 인정받아 법인이 면책되더라도, 경영책임자 개인에게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별도로 인정된다면 그 책임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두 책임은 요건과 심리 대상이 다르므로, 사건의 성격에 따라 양벌규정상 면책 주장과 경영책임자 개인의 방어 논리를 분리해서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실무상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표이사가 위반행위를 전혀 몰랐어도 법인이 처벌되나요?
A.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양벌규정은 법인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처벌 대상이 되는 구조이므로, 대표이사의 인지 여부보다 회사가 평소 어떤 예방·감시 체계를 갖추고 실행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됩니다.
Q. 면책을 인정받으려면 서면 규정만 갖추면 되나요?
A. 아닙니다. 판례는 규정의 존재보다 준법교육을 실제로 실시했는지, 위반 징후를 감시했는지, 적발 시 재발 방지 조치를 취했는지 등 실행 여부를 함께 봅니다. 서면 규정만 갖추고 실제로 작동시키지 않았다면 상당한 주의·감독을 다했다고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Q. 개인사업자도 양벌규정의 대상이 되나요?
A. 예. 대부분의 양벌규정은 처벌 대상을 "법인 또는 개인"으로 함께 규정하고 있어, 종업원을 둔 개인사업주도 그 종업원의 위반행위에 대해 법인과 동일한 구조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면책 요건 역시 법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Q. 행위자인 직원이 처벌을 면하면 법인도 자동으로 면책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행위자에 대한 처벌 여부와 법인의 상당한 주의·감독 여부는 별개의 절차와 요건으로 심리됩니다. 다만 애초에 위반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행위자가 무죄를 받는 경우라면, 그 위반행위를 전제로 한 법인의 처벌 근거도 함께 사라집니다.
Q. 재판에서 어떤 자료를 제출해야 면책 주장에 도움이 되나요?
A. 내부통제규정, 준법교육 이수 기록, 결재·승인 문서, 정기 감사보고서, 위반 적발 이후의 시정조치 내역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사건이 불거진 뒤 뒤늦게 작성된 자료는 작성 시점 자체가 문제 되어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Q.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양벌규정 면책만 받으면 되나요?
A. 아닙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별도로 부과하므로, 양벌규정상 상당한 주의·감독을 인정받더라도 경영책임자 개인의 의무 이행 여부는 따로 판단됩니다. 두 책임을 분리해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맺음말
양벌규정은 더 이상 종업원의 위반행위만 확인되면 법인이 무조건 함께 처벌되는 무과실책임 구조가 아닙니다. 헌재 2005헌가10 결정 이후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면 면책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그 면책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고 회사가 실제로 어떤 예방·감시 체계를 갖추고 실행해 왔는지를 스스로 증명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사건이 터진 이후의 대응이 아니라 평소의 준법감시체계와 그 실행 기록입니다. 이미 위반행위로 조사나 기소가 시작된 상황이라면, 지금이라도 내부 규정과 교육 이력, 결재 문서, 시정조치 내역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상당한 주의·감독을 뒷받침할 자료를 갖추는 것이 결과를 가르는 첫걸음입니다.
특히 시화·정왕이나 화성 향남처럼 제조업체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현장 임직원의 법령위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회사가 양벌규정으로 조사를 받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조사 초기 단계부터 상당한 주의·감독을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해두는 것이 결과를 가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통보를 받았다면 서둘러 대응 방향을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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