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개발한 기술이 해외로 넘어갔다는 이유로 산업기술유출 혐의를 받았다면, 수사기관이 지목한 정보가 정말 법률상 보호 대상인 '산업기술'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이 정한 산업기술은 가치 있어 보이는 정보 전부가 아니라, 관계 법령에 따라 실제로 지정·고시·인증된 기술로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유출됐다는 자료가 이 지정 범위 안에 드는지, 아니면 그 언저리에 있는 부수적인 정보에 그치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산업기술유출 혐의를 지정 기술이 아니라는 논리로 다투는 구체적인 방법과, 그 주장이 실제로 어디까지 통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산업기술유출죄, '지정된 기술'이라야 성립한다 — 산업기술의 법적 정의
산업기술유출과 관련한 형사사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문제된 정보가 정말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제2조 제1호가 정한 '산업기술'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이 조항은 산업기술을 제품이나 용역의 개발·생산·보급·사용에 필요한 방법이나 기술상의 정보 중에서, 관계 법률이나 그 위임 명령에 따라 행정기관이 지정·고시·공고·인증한 기술로 한정합니다. 다시 말해 아무리 회사 내부에서 핵심 기밀로 취급하던 정보라 해도, 관련 법령에 따른 공식 지정·고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이 법이 말하는 산업기술 자체가 아닙니다. 검사가 기소하면서 어떤 근거로 그 정보를 산업기술이라고 보는지, 즉 어느 고시·인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지를 먼저 특정해서 확인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산업기술 중에서도 한층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것이 국가핵심기술입니다. 같은 법 제2조 제2호는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커서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이나 국민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 중 제9조에 따라 별도로 지정된 것만을 국가핵심기술로 규정합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관 부처가 대상 기술을 선정·통보하면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고시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이 심의에서는 국가안보·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관련 제품의 국내외 시장점유율, 기술 확산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지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검찰이 국가핵심기술 유출로 기소했다면, 그 기술이 실제로 이 심의·지정 절차를 거쳐 고시된 목록에 포함돼 있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상 산업기술은 '가치 있어 보이는 정보'가 아니라 '지정·고시·인증된 정보'를 뜻한다 — 지정 여부가 유·무죄를 가르는 첫 관문이다.
국가핵심기술이냐 일반 산업기술이냐 — 형량 격차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 제36조 제1항은 국가핵심기술이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유출행위를 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65억원 이하의 벌금을 반드시 함께 부과하도록 정합니다. 반면 제2항은 국가핵심기술이 아닌 일반 산업기술이 해외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유출된 경우로 한정해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상한이 상당히 낮아집니다. 해외 사용에 대한 인식 없이 국내에서 유출행위만 한 경우에는 제3항이 적용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침해 유형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제14조 제12호·제13호 행위는 제4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단계적으로 낮아집니다.
결국 같은 유출 행위라도 그 대상이 국가핵심기술인지, 국가핵심기술이 아닌 산업기술인지, 아니면 애초에 지정된 산업기술 자체가 아닌지에 따라 적용 조항과 형량 상한이 크게 달라집니다. 국가핵심기술로 기소되면 3년 이상 유기징역이 법정형의 하한이 되어 집행유예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므로, 지정 여부를 다투는 것이 단순한 감형 전략을 넘어 방어의 핵심 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변호인 입장에서는 공소사실에 적시된 기술이 정말 국가핵심기술 고시 목록에 포함돼 있는지, 아니면 일반 산업기술에 그치는지, 더 나아가 산업기술 지정 자체가 없는 정보는 아닌지를 단계적으로 검토하게 됩니다. 이 단계별 검토 결과에 따라 변호 방향과 협상 전략 자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특히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단계에서는 어느 항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소명 자료의 방향과 구속 필요성 판단 자체가 갈리므로,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 구분을 명확히 해 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지정 기술 해당 여부, 법원은 무엇을 보나 — 적용성·관련성·경쟁력 기준
산업기술 해당 여부가 실제로 법정에서 다퉈진 사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2도7718 판결은 어떤 정보가 고시된 산업기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세 가지 요소, 즉 그 정보가 고시된 기술에 관한 제품·용역의 개발·생산·보급·사용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술상의 정보인지(적용성), 고시된 기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관련성), 그 정보를 통해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는지(경쟁력)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준은 지정 여부가 '완성된 기술 문서 한 장'만으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니라, 유출된 자료의 성격을 하나하나 뜯어봐야 하는 사실인정의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 판례가 방어에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사건의 원심은 유출된 자료가 최종적인 조성 비율을 담은 완성 문서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산업기술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실험데이터나 배치표 같은 중간 자료도 적용성·관련성·경쟁력 기준을 충족하면 얼마든지 '구체적인 기술상의 정보'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즉 '이건 완성 기술이 아니라 실험 데이터일 뿐이다'라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데이터가 고시된 기술의 범위와 실제로 어떻게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다툼이 성립합니다. 지정 여부를 다투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 세 가지 기준을 자료별로 하나씩 대조하는 작업이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적용성·관련성·경쟁력을 종합 판단한다는 대법원의 기준은, 실험데이터나 중간자료라는 이유만으로 산업기술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정 여부를 실제로 다투는 방법 — 고시 대조와 판정 신청 제도
지정 기술이 아니라는 주장을 실제로 관철하려면 막연한 이의제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대조 작업이 필요합니다. 우선 검사가 공소사실의 근거로 삼은 지정·고시·인증 문서, 즉 관보에 실린 고시번호와 고시 대상 기술의 정의·범위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다음 유출됐다고 지목된 자료를 항목별로 나눠 그 고시문이 정한 기술 범위와 실제로 겹치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겹치지 않는 부분은 무엇인지 대조표를 만드는 작업이 핵심입니다. 이 대조 결과에 따라 공학·기술 분야 전문가에게 감정을 신청해, 유출 자료가 대상 제품 제조에 그 정보만으로 바로 이를 수 있는 수준의 필수불가결한 정보인지, 아니면 원료 구입처나 부수적 실험조건처럼 지정 범위 밖의 정보인지를 객관적으로 가려낼 수 있습니다.
고시번호·시행일자·지정 대상 기술의 정의범위를 원문으로 확보
유출 자료를 항목별로 나눠 고시 범위와의 일치·불일치 대조표 작성
공학·기술 분야 전문가 감정 신청으로 필수불가결한 정보인지 부수정보인지 구분
국가핵심기술이면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의결 절차에 하자가 없었는지 확인
국가핵심기술이 문제된 사안이라면 산업기술보호법 제9조의2가 정한 국가핵심기술 해당 여부 판정 제도도 참고할 만합니다. 이 제도는 원래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보유 기술을 사전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신청해 국가핵심기술 해당 여부를 공식적으로 판정받는 절차이지만,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서도 그 기술이 지정 목록에 실제로 포함돼 있는지, 지정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판정 신청이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지정 근거 문서를 직접 확보해 두면, 추후 공판에서 지정 여부를 다툴 때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산업기술이 아니라고 인정돼도 끝이 아니다 — 영업비밀로 죄명이 바뀔 수 있다
지정 기술이 아니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다고 해서 곧바로 무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기술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라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가 정한 영업비밀의 요건, 즉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질 것(경제적 유용성), 비밀로 관리되고 있었을 것(비밀관리성)을 충족한다면 같은 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은 보호 대상과 요건이 다른 별개의 법률이어서, 산업기술이 아니라는 항변이 성공하더라도 검찰이 곧바로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소사실을 변경하거나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기업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그 영업비밀이 외국에서 사용되거나 사용될 것을 알면서 행위한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됩니다. 산업기술보호법 위반보다 법정형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지정 기술 여부를 다투는 실익은 '무죄'가 아니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완화되는 것'에 있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그래서 방어 전략을 세울 때는 산업기술 해당성뿐 아니라 영업비밀 요건까지 함께 검토해 두어야 합니다.
지정 기술이 아니라는 항변의 실익은 대개 무죄가 아니라, 산업기술보호법에서 더 가벼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적용 법조가 옮겨가는 데 있다.
다투는 전략의 실익과 한계 — 언제 승산이 있고 언제 신중해야 하나
지정 기술이 아니라는 주장이 실제로 힘을 받는 경우는 대체로 경계가 애매한 사안입니다. 완성된 설계도나 공정 매뉴얼 자체가 아니라 실험 조건, 중간 산출물, 범용적인 공정 기술처럼 고시 범위와의 관련성이 다소 느슨한 자료가 문제 된 경우, 또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지 오래되어 그사이 기술이 세대교체돼 지정 당시의 기술 범위와 실제 유출 자료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경우 다툴 여지가 상대적으로 큽니다. 지정 고시 자체가 기술 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해 특정성이 떨어지는 사안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세부 공정이 결합된 복합 기술의 경우, 고시된 범위는 완제품 공정 전체인데 실제 유출 자료는 그중 일부 공정 정보에 그치는 경우도 있어, 고시 범위와 유출 자료의 범위가 정확히 일치하는지를 항목 단위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유출된 자료가 지정 고시에 명시된 핵심 사양이나 공정 조건 그 자체와 사실상 동일하다면, 지정 기술이 아니라는 주장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반성하는 태도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줘 양형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주장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유출 자료의 실제 내용과 고시 범위를 냉정하게 대조해 본 뒤, 다툴 만한 근거가 확인된 경우에만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압수수색이나 조사 통지를 받은 초기 단계부터 유출 자료의 목록과 지정 고시 범위를 함께 확인해 두는 습관이, 이후 공판에서 지정 여부를 다툴 때 결정적인 자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산업기술유출 혐의를 받으면 무조건 국가핵심기술 유출로 처벌되나요?
A. 아닙니다. 국가핵심기술은 산업기술 중에서도 제9조에 따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별도로 지정된 기술만 해당하고, 지정되지 않은 일반 산업기술의 유출은 제36조 제2항부터 제4항이 적용돼 형량 상한이 훨씬 낮아집니다. 공소사실에 적시된 기술이 실제로 국가핵심기술 목록에 포함돼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유출한 자료가 완성 기술이 아니라 실험 데이터나 중간 자료였다면 산업기술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나요?
A. 주장은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실험데이터나 배치표 같은 자료도 고시된 기술과의 적용성·관련성·경쟁력이 인정되면 산업기술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므로, 그 자료가 고시 범위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대조해 입증해야 합니다.
Q.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는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A.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고시한 목록과 고시번호를 확인하면 되고, 형사 절차에서는 검사가 제출한 지정 근거 자료를 통해 확인하거나 변호인이 정보공개 청구나 감정 신청으로 직접 대조할 수 있습니다.
Q. 산업기술이 아니라고 인정되면 무죄가 되나요?
A.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그 정보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의 요건인 비공지성·경제적 유용성·비밀관리성을 충족하면 같은 법 위반으로 별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투는 실익이 무죄가 아니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완화되는 데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지정 기술이 아니라는 주장은 어느 시점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A. 압수수색이나 조사 통지를 받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유출 자료 목록과 고시 범위를 대조해 두는 것이 유리하며, 기소 이후에는 공판에서 전문가 감정 신청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다투게 됩니다. 자료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막연히 주장부터 하면 오히려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Q. 회사 내부에서 '핵심기술'이라 불러온 정보도 산업기술보호법의 보호 대상인가요?
A. 아닙니다. 회사가 내부적으로 중요하게 취급해 온 것과 법률상 지정·고시된 산업기술은 다른 개념입니다. 공식적인 지정·고시·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산업기술보호법이 아니라 영업비밀 보호 법리로만 다뤄질 수 있습니다.
맺음말
산업기술유출 혐의는 유출 사실 자체보다 그 대상이 법률상 지정된 산업기술에 해당하는지가 먼저 확인돼야 하는 사건입니다. 국가핵심기술인지 일반 산업기술인지에 따라 법정형 하한 자체가 달라지고, 산업기술 지정 여부가 애매한 자료라면 적용성·관련성·경쟁력 기준으로 구체적인 대조가 가능합니다. 다만 지정 기술이 아니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영업비밀 침해로 죄명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다툼의 실익은 무죄보다 적용 법조와 형량 조정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시흥 시화·정왕 공단이나 화성 향남 등 제조업체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협력업체 간 기술 이전이나 이직 과정에서 산업기술유출 시비가 실제로 자주 발생합니다. 유출 자료의 실제 내용과 고시 범위를 초기부터 냉정하게 대조해 둘수록 이후 대응의 폭이 넓어집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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