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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 이사 책임 면제, 총주주 동의 요건과 형사책임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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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 이사 책임 면제, 총주주 동의 요건과 형사책임의 한계 

김상훈 변호사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이사회 승인 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몰아준 이사에 대해 뒤늦게 문제를 파악한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려 하면,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무렵 총주주가 동의해서 이미 책임을 면제해줬다"는 항변이 그것입니다. 특히 가족 회사나 주주 수가 적은 소규모 법인에서는 대표이사가 곧 대주주이거나 주주들끼리 서로 잘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아, 이런 동의가 실제로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집니다. 문제는 이 동의를 형사상 배임죄까지 없애주는 만능 카드로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총주주 동의로 면제되는 것과 면제되지 않는 것

상법은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정하면서도(상법 제399조), 그 책임을 사후적으로 없앨 수 있는 길도 함께 열어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상법 제400조 제1항의 총주주 동의에 의한 책임 면제입니다. 문언만 보면 "주주 전원이 동의하면 이사의 책임이 사라진다"는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 분쟁에서는 동의의 방식·범위, 그리고 이 면제가 미치지 않는 영역이 무엇인지가 훨씬 더 자주 문제 됩니다.

이 글에서는 총주주 동의로 이사의 어떤 책임이, 어떤 요건 아래 면제되는지를 짚고, 정관에 의한 일부 면제(상법 제400조 제2항)와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인 형사상 배임죄와 제3자에 대한 책임에는 이 면제가 어떻게 작동하지 않는지를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400조 1항의 동의 요건과 배임죄·제3자 책임까지 미치지 않는 한계

상법 제400조 제1항은 제399조에 따른 이사의 책임은 총주주의 동의로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총주주"는 의결권 유무를 가리지 않는 주주 전원을 뜻하므로, 의결권 없는 주식의 주주도 동의 주체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실무상 자주 오해하는 부분은 이 동의가 반드시 주주총회 결의라는 형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인데, 이 동의는 총회 결의 방식일 필요는 없고 개별적인 의사표시로도 가능하며, 명시적 동의뿐 아니라 정황상 묵시적 동의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회사 주식 전부를 양수도하는 과정에서, 양수인이 특정 이사의 과거 부실 행위로 인한 채권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하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면 묵시적 동의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한계는 형사책임과는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이사의 임무 해태가 형법상 업무상배임죄(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의 구성요건까지 충족한다면, 총주주 전원이 동의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해 주었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 여부에는 원칙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배임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 회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만으로 공소권이 소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총주주 동의가 있었다는 사정과 손해 회복 여부는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될 수는 있습니다.

면제되는 권리의 범위도 생각보다 좁습니다. 총주주 동의로 소멸하는 것은 상법 제399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에 한정되며, 같은 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 요건까지 충족한다면 그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까지 함께 소멸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상법 제400조는 어디까지나 "회사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이므로, 이사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해 제3자(거래처·채권자 등)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의 상법 제401조 책임에는 총주주 동의가 미치지 않습니다.

한편 2011년 개정 상법은 총주주 동의라는 무거운 요건 없이도 정관에 근거를 두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책임 일부를 감경할 수 있는 길을 상법 제400조 제2항에 신설했습니다. 다만 이 정관에 의한 일부 면제는 이사가 그 행위를 한 날 이전 최근 1년간 보수액(상여금·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 포함)의 6배(사외이사는 3배)를 초과하는 부분에 한해서만 가능하고,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이거나 경업금지의무 위반(상법 제397조), 회사기회 유용(제397조의2), 자기거래(제398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애초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배임적 이사 행위는 대부분 고의를 전제로 하거나 자기거래·회사기회유용과 결부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정관에 의한 일부 면제가 아니라 총주주 전원 동의라는 훨씬 무거운 절차를 거쳐야만 면제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참고로 상법 제399조에 따른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은 위임관계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의 성질을 가져 소멸시효 10년이 적용됩니다(대법원 1985. 6. 25. 선고 84다카1954 판결). 총주주 동의로 이 채권 자체가 소멸했는지를 다투는 사안일수록, 동의가 있었던 시점과 방식, 그 동의가 이미 발생한 구체적 손해를 특정해 면제한 것인지 아니면 장래의 책임까지 포괄적으로 면제하려 한 것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포괄적·사전적 면제는 이사의 임무 해태를 사실상 방임하는 결과가 되므로 그 효력이 부정될 여지가 큽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동의의 실체 확인부터 형사 절차 병행까지

총주주 동의를 둘러싼 분쟁은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검토합니다.

  • 동의의 실체·범위부터 확인 —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되는 시점에 실제로 주주 전원(의결권 없는 주주 포함)이 동의했는지, 이미 발생한 특정 손해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장래의 책임까지 포괄적·사전적으로 면제하려 한 것인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포괄적 사전 면제는 효력이 부정될 여지가 크므로 이 지점을 다투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 자기거래·회사기회유용·경업 여부 검토 — 문제된 행위가 상법 제397조·제397조의2·제398조에 해당하면 정관에 의한 일부 면제(제400조 제2항)는 애초에 적용되지 않으므로, 총주주 동의(제400조 제1항)의 존부와 진정성을 더 엄격하게 따져야 합니다.

  • 형사 절차 병행 검토 — 민사상 책임이 면제되었다는 사정과 무관하게 업무상배임죄 성립 여부를 별도로 검토하고, 필요하면 고소·고발을 병행합니다. 총주주 동의는 형사처벌을 막는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 제3자 책임·불법행위 구성요건 검토 — 상법 제401조에 따른 제3자에 대한 책임이나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처럼 총주주 동의가 미치지 않는 권리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 별도로 청구를 구성합니다.

  • 동의 자체의 하자 다툼 — 강박·기망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이루어진 동의였다면, 동의의 효력 자체를 무효로 다투는 방안도 함께 검토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동의 여부를 방치하면 놓치는 것들

총주주 동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 추궁이 끝났다고 단정하고 손을 놓아버리면, 형사 절차로 갈 수 있었던 사안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제401조 책임·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처럼 여전히 살아 있는 권리마저 흐지부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사 입장에서도 과거의 동의를 과신해 아무 대응 없이 있다가, 그 동의가 특정 손해를 면제한 것이 아니라거나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뒤늦게 책임을 추궁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에 대한 이사의 배임적 행위로 손해가 발생했는데 총주주 동의를 둘러싼 다툼이 있다면, 동의의 시점·범위·방식부터 먼저 점검하시고 형사·민사 대응을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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