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절차에 대응하는 동안 피해자들이 가장 자주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처벌과 별개로 챙겨야 하는 피해 회복의 절차입니다.
형사재판은 돈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의 결과물은 민사에서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검사로서 피해자 절차를 안내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형사에서 민사로 이어지는 피해 회복의 순서를 정리합니다.
1. 배상명령 — 형사재판부에 직접 구하는 배상
상해·사기·공갈·횡령·손괴, 성폭력처벌법의 주요 죄 등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법원은 직권 또는 피해자의 신청으로 물적 피해·치료비·위자료의 배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민사소송 없이, 인지대 없이, 형사판결과 함께 받고, 확정되면 강제집행이 가능한 집행권원이 됩니다.
신청 시한은 1·2심 변론종결 전입니다(같은 법 제26조 제1항).
2. 각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
손해액 다툼이나 과실상계 판단이 필요한 사건에서는 배상명령이 각하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각하되어도 민사 청구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명백한 손해는 배상명령으로, 다툼 있는 부분은 민사로 — 두 절차를 나누는 것이 실무의 기본형입니다.
3. 민사의 증거는 형사 판결문
민사 법원은 형사 유죄판결이 인정한 사실을 유력한 증거로 삼습니다.
형사 확정 후 판결문과 기록을 등사해 민사를 제기하는 것이 기본 순서인 이유입니다.
다만 이 순서를 따를 때 반드시 함께 계산할 것이 소멸시효입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행위일부터 10년으로 소멸합니다(민법 제766조).
형사 삼심을 기다리는 동안 3년이 경과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므로, 시효가 임박하면 소 제기나 배상명령 신청으로 먼저 권리를 살려 두어야 합니다.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는 성년까지 시효가 정지되는 특례가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4. 합의서·공탁 — 문구가 권리를 정합니다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합의서 문구는 이후 민사 청구를 봉쇄할 수 있습니다.
합의금이 실제 손해에 못 미친다면 문구를 조정하거나 배상 범위를 특정한 뒤 서명해야 합니다.
예컨대 ‘이 합의는 형사 합의금에 한정하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별도로 한다’는 취지를 명시하면 형사 합의 후에도 민사의 길이 열려 있습니다.
일방 공탁금을 수령할 때는 일부 변제로 받는다는 이의유보를 밝혀 잔여 청구권을 보전합니다.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철회할 수 없으므로, 합의의 마지막 단계에서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입니다.
5. 재산 보전 — 판결보다 먼저 생각할 것
승소해도 상대가 무자력이면 집행할 수 없습니다.
재산 처분의 우려가 있으면 형사 진행 중에도 가압류로 보전하고, 확보된 집행권원은 장기간 유효하므로 이후 생기는 재산에 대한 집행도 가능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양형이 걸려 있어 가해자의 배상 동기가 가장 큰 형사 단계에서 실질 회복을 끌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6. 형사 절차 참여의 권리 — 배상의 협상력
기록의 열람·등사, 공판에서의 의견 진술, 엄벌 탄원, 성폭력 피해자의 국선변호사 조력은 모두 피해자가 형사 절차 안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기록을 파악해야 손해를 특정할 수 있고, 절차에 참여하고 있어야 합의 국면에서 협상력이 생깁니다.
배상의 문제와 절차 참여의 문제는 하나의 흐름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7. 자주 받는 질문
“형사 무죄면 민사도 지나요.” 증명의 정도가 달라 별개로 판단됩니다.
형사 무죄 사안에서도 민사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예가 있습니다.
“배상명령과 민사 중 무엇을 택하나요.” 명백·단순한 피해는 배상명령, 다툼 있는 손해는 민사가 맞습니다.
나누어 병행하는 전략이 실무적으로 흔합니다.
“가해자가 무자력입니다.” 집행권원을 확보해 두면 장래 재산에 집행할 수 있지만, 형사 단계의 합의·공탁이 현실적인 회복 수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처벌은 이루어졌는데 회복은 놓친 피해자들을 검사석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배상명령의 시한, 소멸시효, 합의서 문구는 모두 시점의 문제이므로, 가해자의 재판이 진행 중일 때 형사와 민사를 하나의 순서로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법령 원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배상명령) 제1항 발췌
제1심 또는 제2심의 형사공판 절차에서 상해·폭행치사상, 절도·강도, 사기·공갈, 횡령·배임, 손괴의 죄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부터 제15조까지의 죄 등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 법원은 직권에 의하여 또는 피해자나 그 상속인의 신청에 의하여 피고사건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 손해 및 위자료의 배상을 명할 수 있다. (대상 죄명 나열은 요약)
같은 법 제26조 (배상신청) 제1항
피해자는 제1심 또는 제2심 공판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사건이 계속된 법원에 제25조에 따른 피해배상을 신청할 수 있다.
민법 제766조
(손해배상청구권의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③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
[혜검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김혜주]
■ 주요 경력
· 2022-2024 대전지방검찰청 검사 (공판부, 특허범죄조사부 수석)
· 2019-2022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공판부 수석)
· 2015-2019 성남지청 검사 (기업범죄, 금융조세, 지식재산권 전담)
· 2013-2015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강력, 도박 전담)
· 2012-2013 여주지청 검사 (2012. 검사 임관)
· 2007-2008 (주)엔씨소프트 리니지2 사업팀 근무 (기획, 마케팅)
■ 주요 수상
· 2023 법무부장관 표창 (검찰업무유공)
· 2023 대검찰청 사법통제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23 대검찰청 국가송무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22 대검찰청 과학수사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22 대검찰청 양형업무 / 공소유지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21 대검찰청 공소유지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14 대검찰청 형사부 우수사례 선정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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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혜검 법률사무소 김혜주 대표변호사의 책임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담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건의 결과나 승소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광고책임변호사: 김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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