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 가해자 측에서 형사합의를 요청해 오면, 합의금을 받는 순간 사건이 전부 끝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형사합의는 국가의 처벌권 행사 여부를 정하는 절차일 뿐이고, 치료비를 포함한 손해배상은 그와는 다른 법률관계에서 별도로 판단됩니다. 합의서에 서명하고 나서야 치료비가 실제 손해에 크게 못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거나, 후유증이 뒤늦게 나타나 당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형사합의와 민사 손해배상이 왜 별개인지, 합의서 문구가 치료비 청구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실제로 치료비를 받아내는 절차는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폭행 치료비, 형사합의로 끝난 게 아닙니다
형법 제260조가 규정하는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로,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하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거나 이미 기소되었더라도 법원이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흔히 말하는 '형사합의'는 바로 이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이끌어내기 위한 절차이고, 합의금은 그 대가로 오가는 금전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 형사합의가 국가의 형벌권 행사 여부만을 좌우할 뿐, 피해자가 치료비·일실수입·정신적 고통에 대해 가지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과는 별개의 법률관계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합의서에 서명하고 합의금을 받은 뒤 병원 영수증조차 챙기지 않았다가, 몇 달 뒤 후유증으로 추가 치료가 필요해지거나 합의금이 실제 치료비에 크게 못 미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두 절차의 성격을 정확히 구분해야 이런 상황에서 놓치는 권리가 없습니다.
형사합의는 국가의 처벌권 행사 여부를 좌우하는 의사표시일 뿐이고, 치료비를 포함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은 이와 별개로 존속한다.
반의사불벌죄의 구조 — 형사합의가 실제로 하는 일
형법 제260조 제3항이 정하는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할 수 있고, 한번 철회한 이후에는 다시 고소할 수 없습니다. 즉 형사합의는 이 시한 안에서 가해자의 형사처벌 여부를 확정 짓는 절차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다만 같은 폭행이라도 형법 제261조의 특수폭행(단체·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이나 제264조의 상습폭행에 해당하면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지 않아,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형사처벌 절차는 별도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를 알면 형사합의와 손해배상이 애초에 근거 조문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 이해됩니다. 형사합의는 형사소송법상 처벌불원의 의사표시이고,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규정에 따라 가해자의 고의·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와 손해 발생, 그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자체로 성립합니다. 형사절차에서 합의가 이뤄져 공소기각으로 종결되었다고 해서 이 불법행위 요건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손해배상청구권의 존속 여부는 오히려 합의서에 무엇이 적혀 있고 그 문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합의서 문구, 손해배상 포기로 항상 인정되진 않습니다
실무에서 합의서에는 흔히 "이후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식의 문구가 인쇄되어 들어 있습니다. 이 문구만 보면 치료비를 포함한 모든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법원이 이를 항상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99. 3. 23. 선고 98다64301 판결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형사합의금 1,600만원을 지급받으면서 "민·형사상 소송이나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부동문자 조항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한 사안에서, 실제 손해(입원치료비만 1천만원을 넘고 후유장해까지 있었던 사안)가 합의금을 훨씬 초과하는 점, 피해자의 학력과 합의 경위, 다른 피해자와의 합의 조건 차이, 합의 직후 곧바로 소송을 제기한 정황 등을 종합해 그 문구를 "단순한 예문"으로 보고 손해 전부에 대한 포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법리는 폭행 사건의 치료비 청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판단 틀입니다. 형사합의금이 실제 발생한 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 총액에 비해 현저히 적은데도 합의서에는 상투적인 포기 문구만 들어 있다면, 그 문구 하나만으로 나머지 손해배상청구권까지 전부 소멸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합의서에 "치료비와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금 전부로서"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금액과 항목을 명시했고 그 금액이 실제 손해에 근접한다면, 법원은 문언 그대로 손해배상 전부에 대한 합의로 인정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문구 자체보다 문언과 합의 당시 정황을 함께 보는 것이 판단의 핵심입니다.
합의서의 포기 문구는 그 자체로 결론이 아니다 — 합의금 액수가 실제 손해에 근접하는지, 문언이 구체적인지가 함께 판단된다.
치료비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는 항목 구분
폭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산정할 때는 통상 세 갈래로 나눠 봅니다.
적극적 손해 — 실제 지출한 진료비·약제비·검사비 등 치료비, 그리고 후유장해가 예상되는 경우의 향후치료비.
소극적 손해 — 치료 때문에 일하지 못한 기간 동안의 수입 손실(휴업손해·일실수입).
위자료 — 민법 제751조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폭행 경위·상해 정도·치료 기간 등을 종합해 산정.
치료비 항목만 보더라도 이미 지출한 실비 외에 향후 치료비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타박상 정도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던 부상이 시간이 지나며 만성 통증이나 신경학적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 의학적 감정을 거쳐 그 부분까지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형사합의 단계에서는 이런 향후 손해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합의 당시 산정되지 않은 손해가 있다면 이후 별도로 청구할 여지가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구체적 사례로 보는 치료비 청구 — 합의금과 실손해 비교
예를 들어 술자리 다툼 끝에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늑골 골절 진단을 받고, 치료비로 320만원이 지출됐고 통원치료 기간 중 결근으로 급여 손실이 150만원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가해자 측이 형사합의금으로 300만원을 제시하며 합의서에 "이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만 넣었다면, 이 문구만으로 치료비와 급여 손실 전부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됩니다.
이 사례에서는 치료비 320만원과 일실수입 150만원을 더한 재산상 손해만 해도 이미 합의금 300만원을 초과합니다. 여기에 위자료까지 더하면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앞서 본 판례의 판단기준에 비추면, 합의금이 실손해에 못 미치고 합의서 문구가 구체적인 항목 명시 없이 상투적으로 들어간 것이라면, 그 문구 하나만으로 나머지 치료비·일실수입 청구권까지 전부 소멸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같은 사례에서 합의금이 600만원으로 실손해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면, 법원은 그 금액 자체가 손해배상 전부를 포함하는 취지였다고 볼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합의 전에 실제 치료비와 소득 손실을 미리 계산해 합의금과 비교해 보는 작업이 그래서 필수적입니다.
치료비 청구 절차 — 배상명령과 민사소송
폭행 피해자가 치료비를 포함한 손해배상을 받는 방법은 형사절차 안에서와 밖에서 두 가지로 나뉩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는 제1심 또는 제2심 형사공판절차에서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의 신청으로 범죄행위로 인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와 치료비 손해, 위자료의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배상명령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폭행죄와 상해죄, 폭행치사상죄(존속에 대한 것은 제외)가 이 배상명령의 대상 범죄에 포함되므로, 가해자가 유죄판결을 받는 사건이라면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형사절차 안에서 치료비를 신속히 받아낼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배상명령은 배상범위가 명백한 경우에만 인용됩니다. 손해액이나 과실 비율에 다툼이 있는 경우, 법원은 신청을 각하하고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가라고 안내합니다. 이 경우에는 일반 민사소송이나 손해액이 크지 않다면 소액사건심판을 통해 치료비를 청구하게 되는데, 어느 절차든 진단서·치료비 영수증·향후치료 소견서 등 손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명확할수록 인용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형사합의 단계에서부터 이런 자료를 챙겨두는 것이 나중에 별도 청구가 필요해졌을 때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함정 — 소멸시효와 예상 못한 후유증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있습니다. 민법 제766조에 따라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합니다. 형사합의 이후 시간이 지나 잊고 지내다가 뒤늦게 후유증이 확인되었을 때, 이 기간 계산을 놓쳐 청구 자체가 막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치료 경과를 기록해 두고 시효 기산점을 스스로 파악해 두어야 합니다.
또 하나 자주 발생하는 다툼은 합의 당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손해가 나중에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앞서 본 판례의 법리처럼, 합의서의 포기 문구가 있더라도 그것이 합의 당시 예견 가능했던 손해의 범위에서만 효력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어, 예상 못한 후유증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툴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개별 사안의 진단 기록과 합의 경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부분이라, 후유증이 확인되면 곧바로 진단서와 소견서를 확보해 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합의서 서명 전 치료비 영수증·진단서 사본을 반드시 보관.
합의금 액수와 실제 손해액을 비교해 현저히 차이 나면 문구를 구체적으로 다시 조정.
후유장해 가능성이 있다면 합의서에 그 부분을 명시적으로 유보하는 조항을 넣을 것.
배상명령을 신청하려면 형사공판 변론이 종결되기 전까지 신청해야 함.
자주 묻는 질문
Q. 형사합의금을 받으면 치료비도 이미 다 받은 걸로 봐야 하나요?
A. 아닙니다. 형사합의금은 원칙적으로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전이고, 치료비를 포함한 손해배상금과는 법적 근거가 다릅니다. 합의서에 손해배상금 전부를 포함한다는 취지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치료비를 별도로 청구할 수 있는지 문구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합의서에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고 적고 서명했는데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그 문구만으로 손해배상 전부를 포기했다고 단정되지는 않습니다. 판례상 그런 부동문자 조항이라도 합의금 액수가 실제 손해에 비해 현저히 적고 합의 경위 등 정황이 뒷받침되면 단순한 예문으로 보아 나머지 청구를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사안마다 결론이 달라지는 부분이라 실제 손해 규모와 합의 경위를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Q. 폭행으로 치료비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꼭 민사소송을 따로 해야 하나요?
A. 형사공판절차에서 가해자가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라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배상명령을 신청해 별도 소송 없이 치료비를 받아낼 수 있습니다. 다만 손해액이나 과실비율에 다툼이 있으면 법원이 신청을 각하하고 민사소송으로 안내하므로, 손해가 명확한 경우에 활용도가 높은 제도입니다.
Q. 합의 이후에 후유증이 나타났는데 추가로 청구할 수 있나요?
A. 합의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손해라면 별도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진단 기록과 합의 경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후유증이 확인되는 즉시 진단서와 소견서를 확보해 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Q. 치료비 손해배상 청구권도 시효가 있나요?
A. 있습니다.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합니다. 형사합의 이후 시간이 흘러 방치하다가 시효를 놓치는 경우가 있으니 치료 경과와 시효 기산점을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Q. 폭행이 아니라 상해로 처리된 경우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나요?
A. 상해죄는 형법 제257조에 따라 처벌되며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해도 형사처벌 여부에서는 폭행죄와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형사합의와 민사 손해배상청구권이 별개라는 원칙 자체는 상해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맺음말
폭행을 당해 치료비가 발생했다면, 형사합의금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손해배상청구권까지 전부 사라졌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형사합의는 처벌불원 의사표시로서 형사절차의 향방을 정할 뿐이고, 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은 합의서의 문언과 실제 지급된 금액, 합의 당시의 정황을 종합해 별도로 판단됩니다.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치료비 영수증과 진단서를 챙겨두고, 합의금 액수가 실제 손해에 비춰 적정한지 먼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후유증 가능성이 있다면 합의서에 이를 유보하는 문구를 넣어두는 것도 나중의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수원지검 관할 사건이든 다른 지역 사건이든, 형사합의를 진행하기 전에 손해배상 범위부터 정리해 두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줄어듭니다. 사안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인 만큼,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 검토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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