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결과물을 받았는데 계약서에 적힌 내용과 다르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의뢰인 입장에서는 대금을 그대로 다 줘야 하는지부터 막막해집니다. 실무에서는 "일단 감액해서 지급하겠다"거나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자주 오가지만, 그 요구가 법적으로 어디까지 정당한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용역계약은 민법상 별도의 계약 유형이 아니라 내용에 따라 도급 또는 위임으로 성격이 갈리고, 그에 따라 하자에 대한 책임의 근거와 한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용역 결과물에 하자가 있을 때 보수 감액과 재작업 요구가 각각 어떤 요건 아래 인정되는지, 그리고 청구 기한은 언제까지인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용역계약 결과물 하자, 도급의 담보책임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
"용역계약"이라는 명칭 자체는 민법에 없습니다. 계약서 제목이 무엇이든 그 법적 성격은 내용에 따라 도급(민법 제664조) 또는 위임(민법 제680조)으로 갈립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광고영상 제작, 인테리어 시공, 컨설팅 보고서처럼 완성된 결과물의 인도 자체가 계약상 의무라면 도급의 성격이 강해 민법 제667조 이하의 하자담보책임이 곧바로 적용됩니다. 반대로 자문·경영지원처럼 사무처리 과정 자체가 목적이고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위임에 해당해, 수임인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로 다투는 채무불이행 책임의 문제가 됩니다.
이 구별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책임의 성립 요건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도급의 하자담보책임은 수급인의 과실 유무를 묻지 않는 법정 무과실책임이라, 하자가 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됩니다. 반면 위임에서는 수임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따져야 하므로, 도급인 쪽에서 과실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계약서 명칭이 "용역계약서"라도 대금 지급이 결과물의 완성·검수에 연동되어 있고 인수확인 절차를 두고 있다면, 법원은 실질을 보아 도급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계약서의 이름표가 아니라 '결과물 완성'을 의무로 정했는지가 도급과 위임을 가르고, 그에 따라 무과실책임인 하자담보책임과 과실을 증명해야 하는 채무불이행책임의 갈림길이 정해진다.
무엇이 '하자'인가 — 계약서와 통상 기준이 판단 근거
하자는 결과물이 계약에서 정한 내용과 다르거나, 통상 갖추어야 할 성질·성능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말합니다. 판단 순서는 명확합니다. 먼저 계약서·제안서·요구사항정의서(SOW)·설계도면 등에 구체적 기준이 있으면 그 기준과 비교하고, 그런 명시 기준이 없거나 불분명하면 해당 업계에서 통상 요구되는 품질·성능 수준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검수 절차를 거친 계약이라면 검수 기준서와 검수보고서가 하자 유무를 가리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가령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이라면 요구사항정의서에 명시된 기능이 구현되지 않았거나 오류로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전형적인 하자이고, 인테리어 시공이라면 설계도면·시방서와 다른 자재를 쓰거나 시공 방법이 달랐던 경우, 광고영상 제작이라면 계약서에 정한 해상도·러닝타임·수정 횟수에 못 미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계약서에 없던 기능이나 품질을 사후에 요구하는 것은 하자 주장이 아니라 스코프(작업 범위) 변경 요청으로 성격이 다릅니다.
1차 기준 — 계약서·제안서·요구사항정의서·설계도면 등 명시된 사양.
2차 기준 — 명시 기준이 없을 때 해당 업계의 통상적 품질·성능 수준.
핵심 증거 — 검수 기준서·검수보고서·인수확인서.
보조 증거 — 하자 발견 시점의 사진·화면 녹화·오류 로그·주고받은 메시지.
하자보수 청구 — 언제 되고, 언제 안 되나
도급인은 민법 제667조 제1항에 따라 수급인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해 하자의 보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항 단서는 하자가 중요하지 않은 경우로서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때에는 보수청구를 하지 못하고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도록 제한합니다. 실무에서는 하자의 경중과 보수비용이 원래 대금 대비 어느 정도 비율인지를 함께 따져 '과다한 비용'인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이때 절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상당한 기간을 정한' 서면 최고입니다. 구두로 몇 차례 재작업을 요청한 것만으로는 나중에 분쟁이 커졌을 때 입증이 어려워지므로, 내용증명 등으로 하자의 내용과 보수 기한을 명확히 밝혀두는 것이 이후 손해배상이나 계약해제로 넘어갈 때의 전제 요건이 됩니다. 정해진 기간 내에 수급인이 보수하지 않으면, 도급인은 제3자에게 직접 보수를 맡기고 그 비용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발 용역에서 오류 수정을 몇 차례 요청했는데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다음 요청부터는 반드시 "이 기능을 며칠까지 정상화해 달라"는 식으로 기한을 못박아 서면으로 남겨야 합니다. 이 기록이 없으면 나중에 제3의 개발사에 맡기고 그 비용을 청구할 때 수급인 쪽에서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고 다투는 여지가 생깁니다.
보수(報酬) 감액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
흔히 말하는 '보수 감액'은 민법에 그 이름 그대로의 청구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민법 제667조 제2항이 정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1다70337 판결은 액젓 저장탱크 제작·설치 도급계약에서 균열이 발생하자 그 보수비용을 제667조 제2항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상 손해배상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즉 결과물을 고치는 데 드는 비용 상당액을 대금에서 공제하거나 별도로 배상받는 방식이 실질적으로 감액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여기에 더해 제667조 제3항이 준용하는 제536조의 동시이행 관계도 실무상 감액 효과를 만듭니다. 하자보수·손해배상 채권과 수급인의 보수(대금)채권은 동시이행 관계에 있어, 도급인은 하자에 상응하는 범위를 넘어 전체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다만 이 항변권 행사가 수급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반면 도급인이 얻는 실익은 미미한 경우에는 권리남용으로 제한될 수 있으므로, 감정이나 견적을 통해 보수비용을 객관적 수치로 특정해두는 쪽이 이후 감액 폭을 다투는 데 유리합니다.
'보수 감액'이라는 별도의 청구권은 없다 — 실무에서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과 동시이행항변을 통한 대금 유보가 실질적인 감액 효과를 만든다.
계약해제 — 되는 경우와 안 되는 경우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라면 도급인은 민법 제668조 본문에 따라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는 건물 기타 토지의 공작물에 대해서는 해제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미 지어진 구조물을 철거하는 데 따르는 사회경제적 낭비를 막기 위한 규정으로, 소프트웨어·영상·디자인처럼 공작물에 해당하지 않는 결과물은 하자로 계약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정도라면 해제가 가능하지만, 건물·시설물 시공 용역은 아무리 하자가 심각해도 계약해제 자체는 원칙적으로 막혀 있고 보수·손해배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한편 결과물이 아직 완성되기 전 단계라면, 하자 유무와 무관하게 민법 제673조에 따라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수급인이 이미 투입한 비용과 얻지 못하게 된 이익까지 포함한 손해 전부를 배상해야 하므로, 하자를 이유로 한 해제보다 도급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오히려 커질 수 있어 신중한 비교가 필요합니다.
가령 인테리어 시공 중간에 시공 품질이 계약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완공을 기다렸다가 하자를 이유로 해제하는 방법과, 지금 바로 제673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하고 임의로 해제한 뒤 다른 업체에 나머지를 맡기는 방법 중 어느 쪽이 총비용 면에서 유리한지부터 견적을 받아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작업 요구가 정당화되는 경우 vs 거절할 수 있는 경우
재작업 비용을 수급인에게 물릴 수 있는지는 하자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민법 제669조는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 또는 도급인의 지시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앞선 조문들의 담보책임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도급인이 제공한 자재가 애초에 문제 있었거나, 도급인의 구체적 지시대로 작업했는데 그 결과 하자가 생겼다면 수급인은 원칙적으로 재작업 의무도, 손해배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에 예외가 있습니다. 수급인이 그 재료나 지시가 부적당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면 그때는 다시 담보책임을 집니다. 전문가로서 자재나 지시의 문제를 알 수 있었는데도 침묵한 것이라면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실무에서 재작업 비용의 귀속을 다툴 때는 누가 자재를 조달했는지, 지시서·변경요청 이력에 어떤 내용이 남아 있는지, 수급인이 문제를 제기한 기록이 있는지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수급인이 재작업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 하자 원인이 수급인의 작업·설계 자체에 있는 경우, 도급인 자재·지시가 원인이라도 수급인이 문제를 알고도 미리 고지하지 않은 경우.
도급인이 재작업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 도급인이 제공한 자재나 구체적 지시가 원인이고 수급인이 사전에 문제를 고지한 경우, 도급인이 계약 범위를 벗어난 추가 요구를 하는 경우.
청구 기한을 놓치면 끝 — 담보책임의 존속기간
하자보수·손해배상·계약해제 청구는 민법 제670조에 따라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날(인도가 필요 없는 경우 일이 종료한 날)로부터 1년 내에 해야 합니다. 다만 결과물이 토지·건물 기타 공작물이라면 민법 제671조 제1항에 따라 인도 후 5년으로 늘어나고, 석조·석회조·연와조·금속 등 특수한 자재로 조성된 경우에는 10년까지 늘어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하자가 아무리 명백해도 청구권 자체가 소멸해 다툴 방법이 없어집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은 기산일 확정입니다. 검수완료일과 실제 인도일이 다른 경우가 흔해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1년을 셀지부터 다퉈질 수 있고, 계약서에 별도의 하자보증기간(워런티) 약정을 둔 경우에는 그 약정이 민법상 기간보다 우선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자를 인지했다면 계약서상 워런티 조항부터 먼저 확인하고, 없다면 민법상 기간 내에 서둘러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기간 계산을 다툴 일을 애초에 줄이려면, 인도 시점에 인수확인서나 검수완료 확인서를 서면으로 주고받아 날짜를 명확히 남겨두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인도일 자체가 불분명한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 정작 하자를 발견했을 때 1년의 기산점을 둘러싼 다툼이 하자 그 자체에 대한 다툼보다 먼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하자담보책임 규정이 아예 없으면 보상을 못 받나요?
A. 계약서에 별도 규정이 없어도 민법 제667조 이하의 도급 하자담보책임 규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계약서에 별도의 워런티 기간이나 감액 산식을 정해두었다면 그 약정이 우선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계약서 문구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하자가 경미한데도 전체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나요?
A. 하자에 상응하는 동시이행항변으로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고 판례상 반드시 하자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거절이 수급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도급인이 얻는 이익은 미미한 경우에는 권리남용으로 제한될 수 있습니다.
Q. 도급인이 준 자료가 잘못돼서 결과물에 문제가 생겼는데 재작업비를 요구할 수 있나요?
A.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자료나 지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수급인은 담보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만 수급인이 그 자료나 지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알리지 않았다면 예외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하자보수를 요구했는데 기간 내에 고쳐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상당한 기간을 정해 서면으로 최고했음에도 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직접 제3자에게 보수를 맡기고 그 비용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고, 계약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정도라면 계약해제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결과물을 인도받은 지 2년이 지났는데 지금이라도 하자를 주장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목적물 인도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청구권은 소멸합니다. 다만 결과물이 건물 등 공작물에 해당하거나 계약서에 별도의 장기 보증기간을 정해두었다면 기간이 달라질 수 있어, 계약서와 목적물의 성격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 용역계약과 위임계약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A. 결과물의 완성과 인도 자체가 계약상 의무이고 대금 지급이 그 완성에 연동돼 있다면 도급으로, 사무처리 과정 자체가 목적이고 특정 결과 발생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위임으로 봅니다. 계약서 명칭보다 대금 지급 조건과 검수 절차의 유무가 실질적인 판단 기준이 됩니다.
맺음말
용역 결과물에 하자가 있을 때 도급인이 쓸 수 있는 수단은 하자보수 청구, 사실상의 감액 효과를 내는 손해배상, 계약해제 세 갈래로 나뉘고 각각 요건과 한계가 다릅니다. 재작업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는 하자의 원인이 수급인과 도급인 중 누구에게 있었는지에 달려 있고, 어떤 청구든 인도일로부터 1년이라는 기한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결과물을 무엇으로 정의했는지, 검수 절차를 어떻게 두었는지부터 다시 확인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시흥 시화·정왕이나 화성 향남 같은 산업단지 소재 기업들 사이에서도 설비 도입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계약의 완성도를 둘러싼 다툼이 꾸준히 발생합니다. 결과물을 인도받은 뒤 시간이 지날수록 하자와 그 원인을 입증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문제를 인지한 시점에 계약서와 사양서부터 다시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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