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약식기소 벌금형, 정식재판 청구해야 할까요
횡령 약식기소 벌금형, 정식재판 청구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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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약식기소 벌금형, 정식재판 청구해야 할까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정식 재판 없이 약식기소되어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 중에는 “벌금이니까 그냥 내고 끝내자”, “정식재판까지 가면 더 골치 아파진다”는 생각으로 약식명령을 그대로 확정시키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벌금 액수를 다시 들여다보면 산정 근거가 석연치 않거나, 애초에 다툴 사실관계가 있었는데도 그냥 넘겨버린 것을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적용되는 형종상향금지 원칙의 적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면서도, 이 원칙이 벌금 액수 자체의 상향까지 막아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횡령죄로 약식기소돼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았을 때,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이 실제로 실익이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받았다면 이미 유죄가 인정된 것입니다

약식명령은 정식 재판 없이 유죄를 확정하는 절차이지, 처벌을 피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약식기소란 검사가 수사 결과 벌금·과료·몰수에 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 정식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면심리만으로 처벌할 것을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48조는 지방법원이 그 관할에 속한 사건에 대해 검사의 청구가 있으면 공판절차 없이 약식명령으로 벌금·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약식기소 대상이 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식 재판까지는 안 가는구나”라며 안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약식명령도 법원이 발령하는 재판의 일종이고, 정해진 기간 안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습니다. 즉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유죄가 인정된 것이고, 전과기록에도 그대로 남습니다.

특히 횡령죄는 초범이라도 이득액과 피해 회복 여부에 따라 벌금 액수가 크게 달라지는 죄명입니다. 약식명령서에 적힌 벌금 액수만 보고 “그 정도면 괜찮다”고 판단하기보다는, 그 액수가 어떤 근거로 산정됐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식명령은 처벌을 피한 것이 아니라 정식 재판 없이 유죄가 확정되는 절차이며, 벌금 액수의 산정 근거부터 확인하는 것이 정식재판 청구 여부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2. 정식재판을 청구해도 벌금이 줄어든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형종상향금지 원칙은 징역형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만 보장할 뿐, 벌금 액수까지 지켜주지는 않습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하려는 분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형종상향금지 원칙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2017년 12월 개정 전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돼 형량 자체를 무겁게 할 수 없었지만, 개정 이후에는 벌금이라는 형의 종류만 유지될 뿐 그 액수는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즉 약식명령에서 벌금 300만원을 받은 사건이 정식재판을 거쳐 징역형으로 바뀌는 일은 없지만, 벌금 300만원이 500만원, 심지어 그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실제로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원래 약식명령보다 훨씬 무거운 벌금을 선고받은 사례가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습니다.

다만 법원이 아무 근거 없이 벌금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2항은 약식명령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벌금 증액에는 나름의 사유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은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이 다른 사건과 병합심리된 후 경합범으로 처단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도15700 판결).

이 판례는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이 다른 사건과 병합돼 함께 재판받는 경우에도 형종상향금지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이 원칙이 어디까지나 ‘형의 종류’에 관한 것이지 ‘형의 양’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함께 보여줍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해도 벌금형이 징역형으로 바뀌지는 않지만, 벌금 액수 자체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감안해야 합니다.


3. 사실관계를 다툴 것인지, 양형만 다툴 것인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다툴 사정 없이 벌금 액수만 아쉬워 청구하면, 준비 없는 정식재판은 감액이 아니라 증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식재판 청구의 실익을 판단하려면 먼저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하나는 애초에 횡령죄 성립 자체를 다툴 사정이 있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유죄 자체는 다투지 않되 벌금 액수만 재검토받고 싶은 경우입니다.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거나, 정당한 사용 권한 범위 안에서 자금을 집행했다는 등 사실관계를 다툴 여지가 있다면 정식재판을 청구해 무죄 또는 더 가벼운 처분을 다퉈볼 실익이 분명합니다. 이 경우는 서면심리만으로 유죄가 확정된 약식명령보다, 증인신문 등을 거치는 정식 공판절차에서 사실관계를 다시 밝힐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실익입니다.

반면 유죄 자체는 다투지 않고 벌금 액수만 아쉬운 경우라면, 정식재판을 청구하기 전에 합의서·공탁 증명·피해 회복 자료·반성문 등 약식명령 발령 당시에는 없었던 새로운 양형자료를 갖췄는지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정식재판은 항소심처럼 원심 판단을 전제로 다투는 절차가 아니라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심리하는 절차이므로, 검사도 다시 구형하고 필요하면 추가 증거를 낼 수 있습니다.

아무런 새로운 자료 없이 “벌금이 아까워서”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법원이 오히려 기존 자료를 근거로 더 무거운 벌금을 선고할 위험만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다툴 사정이 없다면, 새로운 양형자료를 갖춘 뒤에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이 실익을 살리는 방법입니다.


4. 이득액이 크면 애초에 약식기소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약식기소로 벌금형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득액이 크지 않았다는 사정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횡령죄는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형법 제355조는 단순횡령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업무상 지위를 이용한 경우 적용되는 형법 제356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규정돼 있습니다. 이 구간은 징역형이 주된 처벌로 규정돼 있어, 검사가 애초에 약식명령을 청구하기 어렵고 통상의 공판절차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횡령 사건에서 약식기소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았다는 것은, 이득액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는 이르지 않았거나 그 밖의 정상참작 사유가 검찰 단계에서부터 반영됐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향일 뿐, 개별 사건마다 검찰의 판단 기준과 반영된 자료는 다를 수 있습니다.


5. 청구 기한 7일을 넘기면 다툴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정식재판청구서는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제출해야 합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면 절차와 기한을 정확히 지켜야 합니다. 통상 ①법원(수원지방법원 관할 사건이라면 수원지방법원 명의)이 약식명령 정본을 송달 → ②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청구서를 제출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등 관할 검찰청)을 거쳐 법원에 송부 → ④통상의 공판절차가 개시되며 원래의 약식명령은 효력을 잃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형사소송법 제453조는 정식재판의 청구를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이 기간을 넘기면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됩니다. 확정된 이후에는 재심 등 예외적인 절차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다툴 방법이 없습니다.

약식명령서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확인한 뒤 청구 여부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약식명령 정본에 적힌 송달일자를 확인하고, 그날부터 7일이라는 청구 기한을 먼저 계산합니다.

  2. 벌금 액수가 어떤 이득액·전과·피해 회복 여부를 근거로 산정됐는지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합니다.

  3. 사실관계를 다툴 것인지, 양형자료만 보강해 감액을 시도할 것인지 방향을 정한 뒤 정식재판청구서를 작성합니다.

이 판단은 벌금 액수의 많고 적음만으로 단순하게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실관계·양형자료·형종상향금지 원칙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므로,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약식명령을 받은 분들은 짧은 청구 기한 때문에 충분히 고민할 시간도 없이 서둘러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벌금 액수가 크지 않아 그냥 받아들이려는 쪽 입장에서도, 산정 근거를 확인하지 않고 넘기면 향후 비슷한 상황에서 불리한 선례로 남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벌금이 부담스러워 정식재판을 고민하는 쪽 입장에서는, 준비 없이 청구했다가 형종상향금지 원칙 아래에서도 벌금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합니다.

저는 횡령 사건에서 약식명령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나은 경우와 정식재판을 청구해 다투는 것이 유리한 경우를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벌금 액수라도 사실관계와 양형자료에 따라 실익 판단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정식재판 청구 기한은 단 7일뿐입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유리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약식명령을 받았는데 그냥 벌금을 내면 전과가 남나요?

A. 네,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정식 재판을 거친 유죄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전과기록에 남습니다. 다만 벌금형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효될 수 있습니다.

Q.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무조건 벌금이 낮아지나요?

A. 아닙니다. 형종상향금지 원칙상 징역형으로 바뀌지는 않지만 벌금 액수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어, 새로운 양형자료 없이 청구하면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Q. 정식재판 청구 기한을 놓치면 어떻게 되나요?

A. 고지받은 날로부터 7일이 지나면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되며, 이후에는 재심 등 예외적인 절차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다툴 방법이 없습니다.

Q. 검사도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검사가 약식명령의 형이 가볍다고 판단하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 형종상향금지 원칙은 피고인이 청구한 사건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검사 청구 사건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이득액이 크면 애초에 약식기소가 안 되나요?

A. 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이득액 5억원 이상 구간은 징역형이 주된 처벌로 규정돼 있어 약식명령의 대상이 되기 어렵고, 통상의 공판절차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합의서나 반성문을 새로 낼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정식재판은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심리하는 절차이므로 합의서, 공탁 증명, 반성문 등 새로운 양형자료를 제출해 벌금 감액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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