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최선영 씨(가명)는 한 주민센터 복지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었습니다. 어느 날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주민이 복지급여 신청 때문에 센터를 찾아왔고, 최선영 씨는 서류 작성부터 제출까지 꽤 오랜 시간을 들여 도와드렸습니다. 주민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건넸고, 최선영 씨는 그 자리에서 "괜찮으시면 칭찬 게시판에 후기 한번 남겨주실 수 있으실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주민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답했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서툴러 최선영 씨가 주민의 휴대전화 본인인증 절차를 도와 대신 글을 입력해 올려주었습니다.
문제는 몇 달 뒤 불거졌습니다. 그 지자체 게시판에는 시민들이 남긴 칭찬 글이 담당 공무원의 인사평정에 가점으로 반영되는 제도가 있었는데, 누군가 이 점을 문제 삼아 "본인이 직접 쓰지 않은 글이 가점으로 이용된 것 아니냐"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경찰 조사가 시작되었고, 정작 그 주민은 조사 과정에서 "내가 직접 글을 쓴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최선영 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이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인사평정권자를 속여 가점을 받았다는 혐의)로 입건되었습니다.
최선영 씨는 억울함을 느꼈습니다. 분명 그 자리에서 주민의 동의를 구했고, 주민이 불러주는 말을 대신 입력했을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주민의 기억이 달라졌고,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녹취나 영상 자료는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최선영 씨는 이 상태로 조사를 계속 받다가는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저를 찾아왔습니다.
2. 황윤경 변호사의 조력
상담을 시작하면서 저는 가장 먼저 이 사건에서 다투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성립하려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계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속이려는 고의와 그로 인해 공무집행이 실제로 방해받았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당시 동의가 있었다는 정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했습니다.
저는 먼저 그 주민을 다시 접촉해 당시 상황을 차분히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의 진술과 달리, 실제로는 최선영 씨가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고마움 자체는 분명했고, 게시글이 올라간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정확히 어떤 절차로, 어떤 문구로 올라가는지를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정리해 주민으로부터 당시 동의 의사가 있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아 두었고, 이를 수사기관에 제출했습니다.
또한 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다투었습니다. 최선영 씨가 게시글을 올린 목적이 인사평정 가점을 노린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업무 절차의 일환이었다는 점, 이러한 방식의 후기 작성이 해당 부서에서 드물지 않게 이루어져 왔다는 점을 관련 자료와 함께 소명했습니다.
아울러 저는 수사기관에 이 사건을 뒷받침할 영상이나 녹취 등 객관적 증거가 전혀 없다는 점, 진술 외에는 범죄사실을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진술만으로 유죄에 준하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그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제시했습니다.
3. 사건의 해결
경찰은 최선영 씨에 대해 두 혐의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정보주체인 주민이 최종적으로 동의하였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이상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목적 외로 이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뒤집을 만한 객관적 증거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 역시 최선영 씨에게 그러한 의도가 있었음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처음부터 명백하게 문제가 없다고 인정된 사안은 아니었습니다. 최선영 씨의 해명에 대해 수사기관도 일부 의문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나, 이를 명확히 뒤집을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함부로 혐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원칙이 적용된 결과였습니다. 최선영 씨는 이번 결정으로 형사처벌은 물론 공무원 신분에 미칠 수 있었던 불이익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4. 이 사건의 핵심 쟁점: 사후 동의확인서의 효력과 증거불충분의 원칙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주체의 동의는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를 이용하기 전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 사건처럼 사후에라도 정보주체가 당시 동의 의사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이를 명백히 배척할 만한 별도의 증거가 없다면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이용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울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결과적으로 유리한 평가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을 속이려는 적극적인 고의와 인과관계가 구체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수사기관도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일부 의문을 가졌지만, 결국 이를 뒷받침할 영상이나 녹취 등 객관적 증거가 없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형사 절차에서는 의심스럽다는 정황만으로 혐의를 인정할 수 없고, 범죄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충분한지가 엄격하게 따져진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5. 공공기관 종사자의 개인정보 관련 형사 사건,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다 보면 업무 편의나 관행적으로 해온 일이 뒤늦게 문제가 되어 형사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안은 정보주체의 진술이 시간이 지나며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 관련자와의 소통 내용, 동의 정황 등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리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수사기관이 의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혐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침착하게 자신의 진술과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모아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사건 초기부터 관련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후 대응 방향을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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