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한소라 씨(가명)는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겪었던 일을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일했던 팀장이 팀원들에게 수시로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는 일이 잦았고, 그 때문에 힘들어하다 퇴사한 동료도 여럿 있었습니다. 소라 씨 본인도 그 팀에서 일하는 동안 비슷한 일을 여러 차례 겪었고, 퇴사한 동료들과도 그 일에 대해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퇴사하고 얼마 뒤, 소라 씨는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회사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 회사 ○○팀장님 원래 이런가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팀원들한테 매일같이 소리 지르고 화낸다고 하고, 그것 때문에 그만둔 사람도 한둘이 아니에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실명이나 부서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회사명과 직책이 함께 적혀 있어 해당 팀장이 누구인지는 그 회사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글이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팀장은 이를 발견하고 소라 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소라 씨는 갑작스러운 고소 통지에 당황했습니다. 본인이 겪고 들었던 일을 그대로 적었을 뿐인데 형사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소라 씨는 곧바로 저를 찾아왔고, 상담 과정에서 저는 소라 씨에게 게시글 작성 경위와 그렇게 쓰게 된 근거를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2. 황윤경 변호사의 조력
이 사건에서 제가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소라 씨가 글을 쓸 당시 실제로 그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는지였습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그 중에서도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적시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여야 할 뿐 아니라, 글쓴이 스스로 그것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소라 씨가 실제로 그 일을 겪었고 진실이라 믿었다면, 설령 결과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더라도 허위사실 적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저는 소라 씨와 함께 관련 자료를 정리했습니다. 소라 씨가 같은 팀에서 근무할 당시 팀장과 나눈 대화나 메신저 기록, 그리고 퇴사한 동료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 통화 녹취 등을 확보했습니다. 이 자료들에는 여러 동료가 팀장의 언행에 대해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었고, 소라 씨가 게시글을 올리기 전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었다는 사실이 뒷받침되었습니다. 저는 이 자료들을 통해 소라 씨가 허위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글을 쓴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겪고 들은 내용을 진실이라 믿고 작성한 것이라는 점을 수사기관에 소명했습니다.
또한 저는 이 글의 내용이 단순히 개인을 비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도 함께 주장했습니다. 직장 내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상습적으로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는 문제는 최근 조직문화 전반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안이며, 이는 특정 개인의 사생활이 아니라 공공의 관심사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다은 씨가 글을 올린 목적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는 점을 진술과 함께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3. 사건의 해결
수사기관은 소라 씨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정서에는 게시글에 실명이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회사명과 직책 등을 통해 특정성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았지만, 소라 씨가 허위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 핵심 이유로 명시되었습니다. 소라 씨가 직접 겪었던 일과 동료들의 진술, 대화 기록 등에 비추어 볼 때 소라 씨가 그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아울러 글의 내용이 직장 내 상급자의 언행에 관한 것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공통 관심사와 관련이 있어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고려되었습니다. 소라 씨는 이번 결정으로 형사처벌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겪었던 일을 사실대로 이야기한 것이 잘못이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받은 것에 큰 의미를 두었습니다.
4. 이 사건의 핵심 쟁점: 허위사실 적시와 진실이라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인 것에 더해 행위자가 그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행위자가 그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설령 사실관계에 다툼의 여지가 있더라도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소라 씨가 직접 경험한 사실과 동료들의 구체적인 진술, 대화 기록이라는 객관적 자료가 뒷받침되면서 진실이라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었습니다. 또한 글의 내용이 직장 내 상급자의 반복적인 언행이라는, 조직 구성원 다수와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고 본 점도 함께 살펴볼 부분입니다. 온라인 게시글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이처럼 표현의 진실성에 대한 인식과 공익성 여부가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5. 온라인 게시글로 인한 명예훼손 고소,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익명 게시판이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면, 많은 분들이 "사실을 그대로 썼을 뿐인데 왜 문제가 되냐"며 당황스러워하십니다. 하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면 수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내용을 진실이라 믿을 만한 근거, 즉 대화 기록이나 목격 정황, 주변 사람들의 진술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제출한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고소 사실을 알게 된 초기 단계에서 관련 자료를 빠짐없이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메신저 대화나 통화 기록 등은 확인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사건 초기부터 관련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후 대응 방향을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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