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남의 땅에 건물을 짓거나 태양광 발전소 같은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토지 소유자에게 받아 두는 서류가 '토지사용승낙서'입니다. 이 한 장으로 건축허가가 나오니 다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무에서는 인허가 비용과 공사비가 이미 들어간 뒤에야 문제가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낙서는 관청 창구를 통과시켜 주는 서류일 뿐, 사업을 끝까지 지켜 주는 권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업자·건축주 입장에서 꼭 알아야 할 것만 정리했습니다.
Q. 토지사용승낙서만 있으면 남의 땅에도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 있습니다. 건축허가를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대지의 소유권을 확보해야 하지만, 건축법은 소유권이 없어도 '그 대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원'을 확보하면 허가를 내주도록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이 권원을 증명하는 가장 간편한 서류가 토지사용승낙서입니다. 다만 법이 요구하는 것은 '권원'이지 승낙서라는 서식이 아니어서, 임대차계약서나 지상권 등기로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간편하다는 것은 그만큼 얇은 근거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건축법 제11조 제11항 — 건축허가를 받으려는 자는 해당 대지의 소유권을 확보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건축주가 대지의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하였으나 그 대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원을 확보한 경우. 다만, 분양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주택은 제외한다.
Q. 허가가 났는데, 왜 승낙서만 믿으면 위험한가요?
승낙서는 등기되지 않는 '채권적 동의'라서, 상황이 바뀌면 그대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토지가 매매나 경매로 제3자에게 넘어가면 새 소유자는 승낙에 구속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부동산 물권은 등기해야 효력이 생기는데(민법 제186조), 승낙서는 승낙한 사람과의 약속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대가 없이 기간도 정하지 않고 받은 승낙은 무상 '사용대차'로 해석될 수 있어,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이 지나면 토지주가 언제든 해지할 여지가 생깁니다(민법 제609조·제613조 제2항). 셋째, 용도·기간·범위가 안 적힌 한 장짜리 승낙서는 "인허가용으로만 승낙했다"는 다툼의 빌미가 됩니다.
민법 제613조(차용물의 반환시기) 제2항 — 시기의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차주는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한 사용, 수익이 종료한 때에 반환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용, 수익에 족한 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대주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Q. 허가까지 받아 놨는데도 뒤집힐 수 있나요?
있습니다. 토지를 쓸 권리를 잃으면, 토지주가 허가 자체를 걷어낼 수 있습니다. 건축허가는 대물적 성질이어서 행정청은 토지 사용 권리가 실제로 유지되는지까지 보증해 주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건축주가 자신의 귀책사유로 착공 전에 토지 사용 권리를 상실했다면, 토지 소유자가 건축허가의 철회를 신청할 수 있고 그 거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전제는 '이미 사용 권리를 잃은' 경우이고, 철회는 사업자가 입을 불이익과 비교·교량해 판단되지만, 그 다툼에 휘말리는 순간 사업 일정과 투입 비용은 인질이 됩니다.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4두41190 판결 — 건축주가 토지 소유자로부터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 그 토지 위에 건축물을 건축하는 대물적 성질의 건축허가를 받았다가 착공에 앞서 건축주의 귀책사유로 해당 토지를 사용할 권리를 상실한 경우, 건축허가의 존재로 말미암아 토지에 대한 소유권 행사에 지장을 받을 수 있는 토지 소유자로서는 건축허가의 철회를 신청할 수 있다.
Q. 그럼 어떻게 해야 안전한가요?
비용이 크게 들어가기 전에, 승낙서를 계약서·공증·등기로 바꿔 두는 것입니다. 사용 기간·차임·범위·해지 사유를 명시한 임대차계약을 맺으면 유상 계약이 되어 무상 사용대차의 해지 법리에서 벗어납니다(민법 제618조). 무상으로 쓰더라도 반환 시기와 사용 목적을 계약서에 못 박고 공증해 두면 '언제든 해지' 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제613조 제1항). 가장 강력한 것은 지상권 설정등기입니다. 등기된 물권이라 토지가 팔려도 새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견고한 건물 30년 등 최단 존속기간도 보장됩니다(제279조·제280조). 승낙서 단계라면 사용 목적·기간·대가, 토지 양도 시 양수인이 승계한다는 조항, 철회 제한 조항을 함께 넣는 것만으로도 분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꼭 기억하세요
토지사용승낙서는 '허가용 서류'이지 '사업용 권원'이 아닙니다. 등기되지 않는 채권적 동의라 땅이 팔리면 무력해질 수 있고, 무상이면 사용대차로 해석되어 해지될 수 있으며, 허가를 받았어도 토지 사용 권리를 잃으면 허가 철회까지 다퉈야 합니다. 수억, 수십억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면 승낙서에서 멈추지 말고 계약서·공증·등기 중 사업 규모에 맞는 장치를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이런 분은 상담이 필요합니다
토지사용승낙서만 받은 상태에서 인허가·대출·착공을 앞두고 있는 분
착공 전후 토지주가 매각·변심 조짐을 보여 허가 철회나 공사 중단이 걱정되는 분
임대차·사용대차 공증·지상권 등기 중 어떤 방식으로 권원을 굳힐지 판단이 필요한 분
※ 위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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