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보낸 8천만원, '생활비였다'는 주장 반박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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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금/채권추심

연인에게 보낸 8천만원, '생활비였다'는 주장 반박하려면 

김강희 변호사


연인에게 보낸 8천만원, '생활비였다'는 주장 반박하려면


사건 개요


사귀는 동안 상대에게 돈을 보내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처음엔 몇백만 원이었다가, 상대가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거나 급한 사정이 생겼다고 할 때마다 액수가 불어나, 헤어질 무렵에는 합계가 8천만 원에 이르는 경우도 실제로 상담에서 자주 봅니다. 보낼 당시에는 "곧 갚겠다", "정리되는 대로 돌려주겠다"는 말을 주고받았지만, 정작 문자로 또박또박 "차용증을 쓰자"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연인 사이에 그런 걸 요구하기가 민망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별 이후입니다. 돌려달라고 하면 상대는 "그건 사귀는 동안 생활비로 준 거였잖아", "네가 좋아서 준 돈 아니냐"며 태도를 바꿉니다. 보낸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통장에 찍힌 이체 내역만으로는 그 돈이 '빌려준 돈'인지 '그냥 준 돈'인지가 저절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전이 오간 사실 자체는 다툼이 없더라도, 그것이 소비대차(대여)인지 증여인지는 완전히 별개의 쟁점으로 다시 심리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는 쪽, 즉 돈을 보낸 사람이 '빌려준 것'이라는 사실과 '반환하기로 한 약정'을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원고가 금전 대여 사실을 주장하고 피고가 이를 다투는 경우, 대여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확립해 왔습니다(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다42538 판결). 연인 관계라는 사정만으로 이 증명책임이 가벼워지지는 않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금전 교부의 법적 성격—민법 제598조가 정한 소비대차(반환을 약정한 금전 이전)인지, 민법 제554조가 정한 증여(무상 수여)인지입니다. 둘째, 반환 약정의 존재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있는지입니다. 문자나 대화에서 "갚는다"는 말이 오갔더라도, 그것이 구체적 반환 시기·방법과 함께 특정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셋째, 송금의 패턴입니다. 매달 일정액이 정기적으로 오간 소액이라면 생활비·용돈으로 보일 여지가 크지만, 단기간에 목돈이 한꺼번에 또는 몇 차례 나뉘어 이체된 8천만 원 규모라면 '증여'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사정이 됩니다.

실제로 연인 사이에 단기간 동안 거액이 오간 사건에서, 법원은 당사자 관계와 송금 경위, 이후의 변제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부 금액을 대여금으로 인정한 예가 있습니다(대전고등법원 2022. 7. 20. 선고 2021나14616 판결). 즉 '연인 사이라서 무조건 증여로 추정된다'는 것은 아니며, 송금의 경위와 그 이후의 정황이 촘촘하게 뒷받침될수록 대여로 인정받을 여지가 커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대여 합의를 객관적 증거로 재구성하기


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은 "빌려준 것"이라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당사자끼리는 분명히 기억하는 약속이라도, 법정에서는 기록으로 남지 않으면 없었던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증거를 재구성합니다.

1) 대화 기록에서 '대여 의사표시'를 찾아냅니다.

카카오톡·문자·통화 녹음 등에 "빌려줄게", "이번 달까지만 빌려주는 거야", "정리되면 갚을게" 같은 표현이 남아 있는지 전수로 확인합니다. 상대가 직접 쓴 표현이 아니더라도, 그 말에 상대가 "응, 갚을게"라고 답한 흔적이 있다면 그것이 곧 반환 약정의 증거가 됩니다. 나아가 송금 시 계좌 이체 메모란에 "대여", "차용" 등을 기재해 두었다면 그 역시 강력한 근거가 되므로, 남아 있는 이체 내역 전체를 다시 확인합니다.

2) 송금의 패턴을 '생활비'가 아니라 '대여'로 설명되게 정리합니다.

매달 같은 날짜에 같은 금액이 나가는 정기 송금은 생활비로 보이기 쉽습니다. 반대로 상대가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 "급전이 필요하다"고 말한 시점과 이체 시점·금액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면, 그 돈이 특정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빌려준 돈이라는 정황이 됩니다. 이체 시점 전후의 대화, 문자메시지, 상대가 그 돈을 실제로 무엇에 썼는지(사업자등록, 계약서, 카드 사용 내역 등)까지 함께 확보해 송금 경위를 시간순으로 재구성합니다.

3) 이별 이후의 정황도 증거로 편입합니다.

이별 직후 "돈은 언제 갚을 거냐"고 물었을 때 상대가 곧바로 "생활비였다"고 답하지 않고 다른 변명을 대거나 침묵했다면, 그 대화 내용 자체가 나중의 '증여였다'는 주장이 사후에 만들어진 것임을 보여주는 정황이 됩니다. 반환을 촉구한 문자·내용증명은 소멸시효를 관리하는 의미도 있으므로, 이 단계에서 함께 발송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상대의 '증여' 항변을 미리 차단하기


대여 사실을 어느 정도 증명해도, 상대가 "그건 증여였다"고 다투면 다시 법원을 설득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함께 준비합니다.

1) '생활비' 주장의 허점을 금액·시기로 공략합니다.

생활비 명목이라는 항변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액수와 지급 방식이 실제 생활비 규모와 맞아야 합니다. 8천만 원이 몇 개월 동안 소액으로 꾸준히 나뉘어 나간 것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 목돈으로 집중돼 있다면, 통상적인 생활비 지원 패턴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금융거래내역을 근거로 구체적으로 짚어 냅니다. 증여라고 주장하는 쪽에게도 그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법정에서 분명히 합니다.

2) 준소비대차·부당이득 구성을 예비적으로 함께 세웁니다.

애초의 교부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더라도, 이후 상대가 갚기로 한 사실이 확인되면 민법 제605조의 준소비대차 법리로 청구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소비대차 관계 자체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고 손해를 끼친 경우라면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반환을 예비적 청구로 함께 세워, 어느 한 쪽 법리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청구가 통째로 기각되지 않도록 설계합니다.

3) 소멸시효를 계산해 청구 시점을 관리합니다.

개인 간 대여금 채권은 상사채권이 아닌 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민법 제162조 제1항). 시효가 임박하지 않았더라도, 협상이 길어질 조짐이 보이면 내용증명 발송이나 지급명령 신청으로 시효를 중단시켜 두어야, 감정적인 다툼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다 권리 자체를 잃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결론


연인에게 보낸 돈은 '사랑해서 준 돈'과 '믿고 빌려준 돈'의 경계가 처음부터 흐릿합니다. 그 경계를 나중에 법정에서 되살리려면, 헤어지고 난 뒤가 아니라 돈을 보내던 그 시점의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이미 이별한 상태에서 상대가 "생활비였다"고 발을 빼고 있다면, 지금 갖고 있는 대화·이체 내역만으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고 무엇이 더 필요한지부터 가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8천만 원이라는 금액을 그대로 잃을지, 대여금으로 돌려받을지는 지금부터 어떤 증거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달려 있으니, 상황을 정리해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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