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회사를 대신해 계약을 맺고, 투자를 결정하고, 조합의 일을 처리했을 뿐인데 어느 날 배임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통지를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회사에 손해가 났다는 '결과'만으로 배임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배임죄는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성립하고, 하나라도 빠지면 무죄입니다. 다만 유죄가 되면 징역형까지 가능한 무거운 범죄인 만큼,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정확히 잡아야 합니다.
Q. 회사에 손해가 났으니 저는 처벌받는 건가요?
아닙니다. 손해는 네 요건 중 하나일 뿐이고, 나머지가 빠지면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대표이사·임원·직원, 재건축조합 임원 등), ② 맡겨진 권한을 벗어나 신임관계를 저버린 임무위배 행위, ③ 본인의 재산상 손해, ④ 손해를 알면서도 이익을 취하려 한 고의(불법이득의 의사)가 모두 인정돼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부분이 ②임무위배와 ④고의이고, 방어의 승부처도 여기입니다.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제2항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Q. 유죄가 되면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인가요?
지위와 이득액에 따라 형이 크게 올라갑니다. 단순 배임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회사 임직원처럼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라면 업무상 배임으로 가중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됩니다(형법 제356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이르고 이득액 이하의 벌금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3조). 미수에 그쳐도 처벌되므로(형법 제359조), '손해가 실현되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안심할 일도 아닙니다.
Q. 결과가 나빴을 뿐인 경영판단도 배임인가요?
아닙니다. 대법원은 손해라는 결과나 과실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정관과 내부 규정에 따른 검토·결재를 거쳐 투자했는데 상대 회사가 부도난 경우처럼, 절차를 지킨 경영판단은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이 되지 않습니다. 배임의 고의는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가 증명될 때에만 인정됩니다.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13868 판결 —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하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위 판결 자체도 '경영판단이었다'는 주장을 배척하고 유죄를 확정한 사건입니다. 충분한 검토 없이 만연히 결정했거나 통상의 업무집행 범위를 일탈했다면, 절차를 밟은 외형이 있어도 임무위배와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경영판단'이라는 말만으로 무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판단에 이른 경위·동기와 검토의 충실성을 증거로 보여줘야 합니다.
Q. 고소당했다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네 요건별로 다툴 지점을 정리하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내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행위가 권한 범위 안의 통상적인 업무집행이었는지, 실제 손해 또는 손해 발생의 위험이 있었는지, 사익을 추구한 정황이 없는지를 순서대로 짚어야 합니다. 품의서·이사회 의사록·내부 검토보고서·감정자료처럼 결정 당시의 검토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배임 사건은 '주장'이 아니라 '증거'로 다투는 싸움이고, 수사 초기의 진술 방향이 이후 처분을 좌우할 수 있어 첫 조사 전에 방어 논리를 세워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꼭 기억하세요
배임은 손해라는 '결과'가 아니라 이익을 노린 '의도'로 판단합니다. ① 타인의 사무 처리자, ② 임무위배, ③ 재산상 손해, ④ 고의라는 네 요건 중 하나만 빠져도 무죄이고, 절차를 지킨 경영판단은 결과가 나빠도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반대로 절차의 외형만으로 무죄가 되는 것도 아니어서, 결정 당시의 검토 자료로 임무위배와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방어의 핵심입니다.
이런 분은 상담이 필요합니다
회사·조합 업무를 처리하다 배임 또는 업무상 배임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분
투자·대출·계약 결정이 문제 되어 '경영판단'으로 다투고자 하는 분
수사기관 출석을 앞두고 요건별 방어 논리와 소명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분
※ 위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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