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형사사건 실무에서,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이미 구속까지 됐는데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하겠느냐”며 첫 공판 준비를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제가 접견실에서 만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변호사를 선임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구속됐으니 실형은 이미 정해진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첫 공판기일까지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려 합니다. 그런데 정작 선고 결과를 받아 들고 나서야 “그때 합의서 하나라도 더 준비했더라면”, “보석이라도 신청해볼 걸” 하며 후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양형기준이 법관을 법적으로 구속하지는 않지만 그 존중이 요구된다는 취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실제 선고 형량은 구속 여부 자체가 아니라 정상참작 자료가 얼마나 충실히 준비되었는지에 따라 크게 갈린다는 점을 실무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구속 상태로 기소된 이후 첫 공판까지, 실형을 피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구속 상태로 기소되었다고 해서 실형이 이미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구속은 도주·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별개의 절차적 판단일 뿐, 유죄나 형량을 예단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구속사유를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즉 구속 여부는 피고인이 재판 절차를 회피하거나 증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지,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될지, 인정된다면 형이 얼마나 나올지를 미리 정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검사가 구속 상태에서 기소했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검사가 수사 단계에서 확보한 증거로 볼 때 유죄 판결을 받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는 의미일 뿐, 법원이 유죄를 확정하거나 실형을 예정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헌법 제27조 제4항과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는 형사피고인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고 명시하고 있고, 이 원칙은 구속된 피고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실무적으로도 구속 기소된 사건 중 상당수가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정상참작 자료, 합의 결과, 공소사실에 대한 다툼 등에 따라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때로는 무죄로 종결됩니다. “이미 구속됐으니 결과도 정해졌다”는 체념이야말로 첫 공판 준비를 소홀히 하게 만드는 가장 큰 함정입니다.
구속은 도주·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절차적 판단일 뿐, 유죄나 실형을 미리 확정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2. 보석 청구로 불구속 상태를 확보하면 첫 공판 준비에 실질적으로 유리해집니다
형사소송법 제95조·제96조에 따른 보석은 특혜가 아니라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구속 기소된 피고인도 재판 단계에서 보석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95조는 사형·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에 해당하는 죄, 누범·상습범, 죄증을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 주거 불분명, 피해자 등에 대한 위해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석을 허가하도록 정하고 있고(필요적 보석), 이런 사유가 있더라도 법원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재량으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습니다(제96조, 임의적 보석).
보석이 허가되면 자유로운 상태에서 변호인과 충분히 협의하고, 증거자료·진술서·합의 관련 서류 등을 직접 준비할 수 있어 재판 준비의 질이 달라집니다. 구치소 접견 시간과 횟수의 제약 속에서 변론을 준비하는 것과, 불구속 상태에서 시간 제약 없이 준비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보석은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원보증, 보증금 납입, 주거 제한 등 법원이 정한 조건을 전제로 허가되며, 조건을 위반하면 취소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석을 청구할 때는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 즉 주거 관계, 가족관계, 직장,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함께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석은 특혜가 아니라,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히 변론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어권 보장 제도입니다.
3.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것은 결국 정상참작 자료를 얼마나 충실히 준비했는가입니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법관을 법적으로 구속하지는 않지만, 실무상 존중되는 사실상의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범행 후의 정황”에는 피해 회복 여부, 합의 여부, 반성의 정도, 재범 위험성 등이 폭넓게 포함됩니다.
대법원은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양형기준의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습니다.
위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아니하고, 다만 그 내용의 타당성에 의하여 일반적인 설득력을 가지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법관의 양형에 있어서 그 존중이 요구되는 것일 뿐이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
즉 양형기준이 법관을 법적으로 구속하지는 않지만, 실무에서는 사실상의 기준으로 작동하며, 그 기준 안에서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것은 피고인이 어떤 정상참작 자료를 제출했는가입니다. 형법 제62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형을 선고할 경우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때부터 3년 이내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는 단서도 함께 규정되어 있어, 동종 전과가 있는 경우에는 이 기간부터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첫 공판기일 전에 준비해야 할 정상참작 자료로는 피해자와의 합의서 또는 합의를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자료, 반성문, 가족·지인의 탄원서, 재직증명서나 부양가족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 초범이라면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자료는 선고 직전에 급하게 준비하기보다, 첫 공판 전부터 순차적으로 준비해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것은 구속 여부가 아니라, 첫 공판 전부터 얼마나 충실히 준비한 정상참작 자료를 제출했는가입니다.
4. 공소사실을 인정할지 다툴지에 따라 첫 공판 전략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자백 사건은 정상참작 자료에, 부인 사건은 증거의 증명력에 변론의 무게중심을 두어야 합니다.
첫 공판기일에는 재판장의 인정신문(형사소송법 제284조), 검사의 모두진술(제285조)에 이어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를 진술하는 절차(제286조)가 진행됩니다. 이 단계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이후 재판 진행 방향이 크게 달라집니다.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간이공판절차로 심판할 것을 결정할 수 있어(제286조의2) 증거조사 절차가 간소화되는 대신, 변론의 무게중심은 정상참작 자료를 통해 형량을 낮추는 데 맞춰집니다. 이 경우 첫 공판 전에 합의·반성·재범 방지 대책 등 유리한 정상을 최대한 자료화해 제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반대로 공소사실 중 일부라도 다투는 경우에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 특히 피의자신문조서나 진술조서에 대해 증거로 동의할지 부동의할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부동의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그 진술자를 증인으로 불러 반대신문을 거쳐야만 증거능력이 인정되므로, 첫 공판 전에 어떤 증거를 다툴지, 어떤 증인신문을 신청할지 미리 정리해두어야 실제 공판에서 방향을 잃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든 첫 공판에서 한 번 정한 입장을 이후에 뒤집으면 신빙성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변호인과 충분히 상의해 사실관계와 법리를 검토한 뒤 입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소사실을 인정할지 다툴지는 첫 공판 전에 변호인과 함께 신중히 정해야 할, 이후 재판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결정입니다.
5. 구속 기소 이후 재판은 이렇게 진행되며, 첫 공판 전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구속기간에는 한도가 있어, 남은 시간 안에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수원지방검찰청이 구속 상태로 공소를 제기한 사건이라면, 통상 ①공소장이 수원지방법원에 접수되고 국선변호인 선정 여부가 확인된 뒤 → ②재판부가 첫 공판기일을 지정하고 → ③공판기일에 인정신문·모두진술·증거조사가 진행되며 → ④변론 종결 후 선고기일이 지정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구속 사건은 통상 불구속 사건보다 기일이 빠르게 잡히는 경향이 있어 준비 시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92조에 따라 구속기간은 원칙적으로 2개월이고, 특히 계속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 심급마다 2회에 한해 갱신할 수 있어 1심에서는 최대 6개월까지 구속 상태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기간 안에 공소사실 대응 방향을 정하고 정상참작 자료를 모으며, 필요하다면 보석 청구까지 검토해야 하므로 시간을 허투루 쓸 여유가 없습니다.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소장 부본을 받는 즉시 공소사실과 적용법조를 확인하고,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구분합니다.
구속기간과 다음 공판기일까지 남은 기간을 계산해, 보석 청구 여부와 정상참작 자료 준비 일정을 정합니다.
합의서·반성문·탄원서 등 제출 가능한 정상참작 자료를 목록화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수집에 착수합니다.
이 순서로 준비된 사건과, 첫 공판을 그대로 흘려보낸 사건은 이후 재판 진행과 선고 결과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마치며
구속된 상태로 기소를 통보받으면,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접견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한 것도 당연합니다.
구속된 피고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보석 청구 가능성과 정상참작 자료를 냉정하게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사건을 지켜보는 가족이나 지인 입장에서도 “변호사를 선임해도 결과는 비슷하지 않겠느냐”는 체념이 오히려 준비할 수 있었던 시간을 흘려보내게 만듭니다.
저는 구속 기소된 피고인의 변론을 다수 맡아온 변호사로서, 같은 혐의라도 첫 공판까지 어떤 자료를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구속 상태에서는 시간이 곧 방어권입니다. 첫 공판까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구속 기소되면 실형은 거의 확정된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구속은 도주·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절차적 판단일 뿐이며, 실제 형량은 정상참작 자료, 합의 여부, 공소사실 인정 여부 등에 따라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Q. 보석은 아무나 청구할 수 있나요?
A. 청구 자체는 피고인, 변호인, 법정대리인 등이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형·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죄, 누범·상습범,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으면 법원 재량에 의해서만(임의적 보석) 허가될 수 있어, 청구 전 이런 사유에 해당하는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Q. 합의를 못 하면 실형을 피할 수 없나요?
A. 합의가 유리한 정상인 것은 맞지만 유일한 요소는 아닙니다. 반성문, 탄원서, 재범 방지 대책,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등도 함께 참작되며, 합의가 어려운 사건에서는 이런 자료를 더욱 충실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면 무조건 불리한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간이공판절차로 진행되면 증거조사 부담이 줄어드는 대신, 변론의 무게중심을 정상참작 자료로 옮겨 형량을 낮추는 전략을 쓸 수 있습니다. 인정 여부는 사실관계와 증거를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합니다.
Q. 국선변호인만으로도 충분한가요?
A. 사건에 따라 다릅니다. 국선변호인도 성실히 변론하지만, 구속 사건은 접견 시간이 제한적이어서 촘촘한 자료 준비가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사안이 복잡하거나 쟁점이 많다면 사선 변호인 선임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첫 공판기일은 언제쯤 잡히나요?
A. 구속 사건은 통상 불구속 사건보다 기일이 빠르게 지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구속기간(원칙 2개월, 갱신 시 1심 최대 6개월)의 제한 때문에 재판부도 신속하게 진행하려 하므로, 공소장을 받은 즉시 준비에 착수해야 합니다.
Q. 보석이 기각되면 더 이상 방법이 없나요?
A. 보석 기각 자체가 재판 결과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보석 여부와 별개로 정상참작 자료 준비, 공소사실 대응 전략은 계속 진행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재청구나 항고 등 절차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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