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스토킹 사건에서 법원의 잠정조치나 경찰의 긴급응급조치로 접근금지명령이 내려졌음에도, 그 이후 다시 연락을 시도했다가 위반 혐의로 입건되어 재구속 위기에 놓이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안부 문자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전화만 걸고 바로 끊었으니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접근금지명령을 가볍게 여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기관은 실제로 통화가 연결됐는지, 연락이 닿았는지를 따지지 않고 접근 시도 자체를 위반으로 보아 새로운 사건으로 입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실제 통화 연결 여부와 무관하게 접근금지명령 위반을 폭넓게 인정하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전화를 걸어 상대방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나 수신차단 문구가 뜨게 한 것만으로도 위반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래에서는 접근금지명령이 어떤 근거로 내려지고, 그 위반이 어떻게 인정되며, 위반 시 어떤 처벌과 재구속 위험이 뒤따르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접근금지명령은 경찰의 긴급응급조치와 법원의 잠정조치, 두 갈래로 나뉩니다
발령 주체와 절차가 다르면 위반 시 처벌 조항과 형량도 달라집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두 단계의 접근금지 조치를 두고 있습니다. 하나는 경찰이 현장에서 직접 발령하는 긴급응급조치(제4조)이고, 다른 하나는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결정하는 잠정조치(제9조)입니다.
잠정조치는 제1호 서면경고, 제2호 피해자 등에 대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제3호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제3호의2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제4호 국가경찰관서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까지 다섯 가지로 나뉩니다. 이 중 제2호·제3호·제3호의2는 기본 3개월이고,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두 차례에 한정해 각 3개월씩 연장할 수 있어 최장 9개월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제4호 유치는 신체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기간이 1개월을 넘을 수 없고 연장 규정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처음 조사를 받을 때 유치 조치를 받았다가 기간 만료로 풀려난 뒤에도, 접근금지·전기통신금지 조치는 그대로 살아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본인이 받은 조치가 경찰의 긴급응급조치인지, 법원의 잠정조치 중 몇 호에 해당하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2. 실제로 연락이 닿지 않아도 접근금지명령 위반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전화를 걸어 부재중 문구만 뜨게 해도 위반의 고의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실제로 말을 섞지 않았으니 접근이 아니다”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접근금지명령이 금지하는 것은 상대방과의 실질적인 대화 성립이 아니라, 접근금지 대상에게 도달하려는 접근 시도 그 자체입니다.
대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피고인이 전화를 걸면 상대방 휴대전화에 착신을 알리는 정보가 송신되고, 상대방이 이에 응답하지 아니하면 부재중 전화 문구, 수신차단기호 등으로 변형되어 표시되는바, 이를 피고인의 송신행위 없이 발생한 결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전화통화를 시도함으로써 잠정조치에서 금지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행위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4도7832 판결).
이 판결은 나아가, 스토킹행위 자체로 인한 스토킹처벌법위반죄와 잠정조치 불이행으로 인한 스토킹처벌법위반죄가 동시에 성립하는 경우 두 죄는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접근금지명령을 위반하면서 동시에 스토킹행위를 이어갔다면, 두 죄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고 그중 무거운 죄의 형으로 처벌됩니다.
결국 “받지도 않았다”, “문자만 보내고 답은 없었다”는 사정은 위반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하고, 다만 위반의 정도나 고의성 판단,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에 그칩니다.
연락이 실제로 닿았는지가 아니라, 접근을 시도했는지가 위반 여부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3. 접근금지명령 위반은 스토킹범죄와 별개로 처벌되고 형량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위반한 조치의 종류에 따라 적용 조문과 형량이 달라집니다.
스토킹처벌법 제20조는 잠정조치·긴급응급조치 위반에 대해 조치 종류별로 형량을 달리 정하고 있습니다. 접근금지(제2호)나 전기통신 접근금지(제3호) 잠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경찰의 긴급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효용을 해치는 행위나 피해자의 신원정보를 공개·누설하는 행위는 이보다 무거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전자장치를 임의로 분리하거나 배터리를 방전시키는 행위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잠정조치 불이행죄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더라도 수사와 재판 절차는 그대로 진행되고, 유죄가 인정되면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접근금지명령 위반죄는 스토킹범죄와 별도로 처벌되며,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만으로는 사건이 종결되지 않습니다.
4. 위반이 반복되고 위험 정황이 겹칠수록 구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법원은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재범의 위험성과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은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구속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2항은 법원이 이러한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반드시 고려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접근금지명령을 이미 한 차례 위반한 전력은 그 자체로 재범의 위험성과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뒷받침하는 강한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위반 횟수가 여러 차례이거나, 위반 방식이 문자·전화를 넘어 직접 접근·대면으로 이어졌거나, 흉기를 소지한 정황이 더해지면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뚜렷하게 높아집니다.
실무에서는 잠정조치 제4호 유치 기간이 만료되어 일단 풀려난 이후에도, 그 사이 접근금지·전기통신금지 조치를 다시 위반하면 새로운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재차 신체가 구금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미 한 번 조사와 유치를 거친 이력은 도망이나 증거인멸 우려를 낮추는 사정이 아니라, 오히려 재범 위험성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읽히기 쉽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5. 위반 혐의로 입건되면 구속 전 단계에서의 대응이 결과를 가릅니다
영장실질심사까지 남은 시간이 짧기 때문에 자료 정리와 변호인 조력이 초기부터 필요합니다.
접근금지명령 위반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위반 혐의 입건과 조사 → ②검사(수원지방검찰청)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 판단 → ③법원(수원지방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 ④영장 발부 시 구속적부심사 청구를 통한 재판단 요청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영장이 청구되면 통상 하루 이틀 사이에 심문 기일이 잡히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접근금지명령 위반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이 받은 조치가 긴급응급조치인지 잠정조치인지, 잠정조치라면 몇 호에 해당하고 접근금지 범위·기간이 정확히 어떻게 정해졌는지부터 서면으로 확인합니다.
문제가 된 접촉이 의도적인 접근 시도였는지, 우연한 마주침이나 업무·거주지 특성상 불가피한 동선이었는지 통화내역·문자기록·목격자 진술 등 정황자료를 정리합니다.
재범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자료, 즉 상담·치료 이수 내역, 주거·생업의 안정성, 피해자와의 물리적 거리를 확보한 정황 등을 준비합니다.
이러한 자료는 구속영장 청구 단계뿐 아니라 이후 재판 단계의 양형에서도 함께 활용되므로, 접근금지명령 위반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초기부터 대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마치며
접근금지명령을 위반했다는 통보를 받으면, 대부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라는 억울함과 “이러다 정말 구속되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이 동시에 밀려오면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접근금지명령에도 불구하고 계속 연락을 받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위반 정황을 통화내역·문자·목격 진술로 빠짐없이 기록해 두는 것이 추가 피해를 막고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는 데 결정적입니다.
반대로 접근금지명령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도 “실수였다”, “우연이었다”는 항변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접촉 경위와 고의 여부를 구체적인 정황으로 뒷받침해야 결과가 달라집니다.
저는 스토킹 사건에서 접근금지명령을 위반당했다고 호소하는 쪽과, 반대로 위반 혐의로 재구속 위기에 놓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대응 방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되기 전,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접근금지명령을 받은 상대방과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마주쳤는데도 위반이 되나요?
A. 고의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우연한 마주침이었다면 위반의 고의가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마주친 뒤 자리를 피하지 않고 머물렀거나 말을 걸었다면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마주친 경위와 이후 행동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Q. 전화를 걸었는데 상대방이 받지 않고 끊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위반인가요?
A.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실제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부재중 전화나 수신차단 문구만 표시되어도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시도로 보아 위반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Q.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위반했을 때 처벌이 왜 다른가요?
A. 긴급응급조치는 경찰이 현장에서 직권으로 발령하는 잠정적 조치이고, 잠정조치는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결정하는 조치입니다. 법원이 관여하는 잠정조치 위반이 더 무겁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Q. 예전에 유치장에 며칠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구속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과거 유치 이력은 도망이나 증거인멸 우려를 낮추는 사정이 아니라, 오히려 재범의 위험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은 법원이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재범의 위험성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Q.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위반죄도 없어지나요?
A. 아닙니다. 잠정조치 불이행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의사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결과가 나오나요?
A. 아닙니다. 통상 법원이 지정한 기일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친 뒤 결정됩니다. 심문까지 남은 시간이 짧기 때문에 그 전에 방어자료와 의견서를 준비해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더 이상 다툴 방법이 없나요?
A.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해 구속의 적법성과 필요성을 다시 다툴 수 있습니다. 또한 이후 재판 단계에서도 보석을 청구하는 방법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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