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불이행으로 손해 봤다면 — 배상 범위는 어디까지
사건 개요
치과 개원을 준비하던 의뢰인 A씨는 상가 건물 하나를 8억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과 동시에 매도인 B씨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기로 명시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잔금일이 지나고도 B씨는 상가에 걸려 있던 근저당권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등기 이전을 계속 미뤘고, 결국 3개월이나 늦게서야 소유권을 넘겼습니다.
그 사이 A씨에게는 두 갈래의 손해가 발생했습니다. 하나는 예정대로 개원하지 못해 기존에 쓰던 병원 자리의 임대차 기간을 어쩔 수 없이 연장하며 추가로 낸 임차료와, 이 때문에 두 번 치른 이사비용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그보다 훨씬 뼈아팠습니다. A씨는 이미 이 상가를 웃돈 1억 5천만 원을 얹어 되팔기로 제3자와 사실상 합의를 마쳐 둔 상태였는데, 소유권 이전이 늦어지는 사이 그 제3자가 마음을 바꿔 다른 매물을 사버린 것입니다.
A씨는 B씨에게 임차료·이사비용은 물론, 놓쳐 버린 전매차익 1억 5천만 원까지 함께 청구했습니다. 그러자 B씨 측은 "임차료나 이사비용 정도는 몰라도, 상가를 되팔아 얼마를 벌었을지는 내가 알 도리도 없었던 일 아니냐"며 전매차익 부분을 강하게 다투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안에서 실제로 갈리는 지점은, 두 손해를 같은 잣대로 잴 수 있느냐입니다. 민법 제390조는 채무자가 채무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지만, 그 배상의 '범위'는 다시 민법 제393조가 나눕니다. 제1항은 통상손해 — 그 종류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사회일반의 거래관념·경험칙상 통상 발생한다고 인정되는 손해 — 를 배상의 기본 한도로 삼고, 제2항은 특별손해, 즉 당사자의 개별적·구체적 사정으로 생긴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해서만 배상책임을 지운다고 정합니다.
임차료·이사비용은 소유권 이전이 늦어지면 그 계약 종류에서 누구에게나 통상 발생한다고 볼 수 있어 통상손해에 해당할 여지가 큽니다. 반면 전매차익은 A씨 개인이 이미 되팔기로 한 계약을 갖고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에서 비롯된 손해이므로 특별손해로 분류됩니다. 그렇다면 승패는 B씨가 그 특별한 사정 — A씨에게 전매 계획이 있었다는 사실 — 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예견가능성을 언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지에서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통상손해부터 빈틈없이 확정하기
다투기 쉬워 보이는 손해일수록 오히려 항목을 정리하지 않으면 액수에서 깎이기 쉽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통상손해 항목을 먼저 다음 순서로 확정합니다.
1) 손해 항목을 종류별로 쪼개어 산정합니다.
임차료 연장분, 두 차례의 이사비용, 잔금 지급이 늦어지는 사이 대출을 유지하며 발생한 이자 비용 등을 항목별로 나누어 각각의 지출을 영수증·계약서·이체내역으로 증빙합니다. 항목을 뭉뚱그려 "합계 얼마"로 청구하면 다투기 쉬워지지만, 종류별로 쪼개어 각 항목이 소유권 이전 지연이라는 채무불이행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하나씩 짚어 두면 상대방이 개별 항목을 흔들기 어려워집니다.
2) 이행지체에 따른 지연손해를 통상손해로 함께 구성합니다.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처럼 금전채무가 아닌 의무의 이행이 늦어진 경우, 그 지연 자체로 인해 통상 발생하는 손해(추가 임차료·이사비용 등)는 민법 제393조 제1항의 통상손해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계약서상 잔금일과 실제 소유권 이전일 사이의 기간을 특정하고, 그 기간 동안 발생한 손해임을 시계열로 정리해 지연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분명히 합니다.
3) 상대방의 손익상계·과실상계 항변을 미리 차단합니다.
매도인 측은 흔히 "그 임차료는 어차피 나갈 비용이었다"거나 "매수인도 잔금 준비가 늦어 지연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다툽니다. 이런 항변에 대비해, 기존 임대차 종료 예정일과 신규 상가 입주 예정일을 계약서·통지문으로 명확히 해 두어 손해가 오로지 이번 지연 때문에 생겼다는 점, 그리고 A씨 쪽에는 잔금 지급을 늦춘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함께 정리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전매차익을 특별손해로 인정받기 위한 예견가능성 입증
전매차익처럼 당사자 개인의 사정에서 비롯된 손해는 판례상 특별손해로 다뤄지며(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25369 판결), 배상을 받으려면 상대방의 예견가능성을 별도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다음을 준비합니다.
1)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구성합니다.
계약 체결 전후로 매도인에게 전매 계획을 알린 정황 — 제3자를 매도인에게 소개한 문자·통화 기록, 전매를 전제로 잔금 시기를 조정해 달라고 요청한 대화, 제3자와의 전매 계약서 등 — 을 시간 순서대로 확보합니다. 매도인이 직접 몰랐더라도 상가 거래 경위상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같은 상권 내 거래 관행, 중개인을 통한 사전 고지 등)도 함께 정리합니다.
2) 예견가능성의 판단 시점을 이행기로 짚습니다.
대법원은 예견가능성을 계약 체결 당시가 아니라 채무의 이행기까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84다카1532 판결). 부동산 매도인의 경우에도 이행기까지 매수인이 전매·설계계약 등 구체적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특별손해 배상책임을 진다고 본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6. 2. 13. 선고 95다47619 판결). 따라서 계약 체결 시점에는 매도인이 몰랐더라도, 잔금일이 다가오는 동안 전매 계획을 알게 된 정황을 확보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다만 예견가능성은 '특별한 사정' 자체에 대한 것으로 족하고, 손해의 구체적 액수까지 예견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02다23598 판결 취지).
3) 손해액을 확정 가능한 근거로 뒷받침합니다.
구두 합의만으로는 전매차익의 액수 자체가 다투어질 여지가 큽니다. 제3자와 실제로 주고받은 전매 계약서나 가계약금 지급 내역, 그 무렵 인근 상가의 시세 자료를 함께 갖추어 '얼마에 되팔기로 했는지'와 '그 가격이 시세에 비추어 합리적이었는지'를 객관적 근거로 뒷받침합니다. 이렇게 액수를 뒷받침해 두어야 배상액이 임의로 깎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결론
계약 상대방이 이행을 미뤘을 때, 눈에 보이는 손해(임차료·이사비용)와 놓쳐 버린 기회(전매차익)는 법적으로 전혀 다른 취급을 받습니다. 통상손해는 인과관계만 갖추면 되지만, 특별손해는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을 별도로 증명해야 비로소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이 구분을 놓치고 손해를 뭉뚱그려 청구하면, 통상손해까지 특별손해의 엄격한 증명 부담에 휩쓸려 함께 깎이는 경우가 실무에서 적지 않습니다. 계약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으로 손해를 입었다면, 어떤 손해가 통상손해이고 어떤 손해가 특별손해인지부터 나누어, 각각에 맞는 증거를 갖추었는지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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