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매음 고소장을 받았다면 — '성적 수치심' 요건부터 다퉈야
사건 개요
얼마 전 오래 만나던 사람과 헤어진 뒤, 뒤늦게 걸려 온 경찰 출석 요구서 한 장으로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별을 통보받은 직후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몇 차례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안에 두 사람만 알던 사적인 이야기와 외모에 관한 표현이 섞여 있었던 경우입니다. 상대방은 이를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이른바 '통매음'으로 고소했고, 의뢰인은 "홧김에 심한 말을 한 건 맞지만, 그게 처벌받을 만큼 '성적인' 것이었는지는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의뢰인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지점은, 자신이 보낸 메시지의 내용을 스스로도 정확히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분명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통상적인 이별 다툼 과정의 거친 언사인지, 아니면 법이 정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표현에 해당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대개 고소장에 첨부된 메시지 캡처 몇 장만으로 판단을 시작하기 때문에, 맥락이 빠진 채 표현의 자극적인 부분만 부각되기 쉽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통매음죄는 성적인 표현이 오간 사실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범죄가 아닙니다.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별도로 다툴 여지가 있고, 이 지점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불송치·불기소로 종결되는 사건과 재판까지 가는 사건이 갈립니다.
핵심 쟁점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컴퓨터 등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글·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은 크게 세 가지 요건으로 나뉩니다. ① 성적 욕망을 유발·만족시킬 목적, ② 그 내용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일 것, ③ 그것이 상대방에게 도달했을 것입니다.
이 중 실제 사건에서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지점이 두 번째 요건입니다. 판례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의 유발 여부를 피해자 개인이 실제로 느낀 불쾌감이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성별·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단순한 부끄러움이나 불쾌감을 넘어 인격적 존재로서의 수치심·모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사회 평균인의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표현이 다소 무례하거나 기분 나쁜 수준을 넘어, 그 자체로 성적인 맥락에서 상대를 비하·조롱하거나 성적 함의를 노골적으로 담고 있어야 이 요건이 충족됩니다.
대법원 역시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판단방법과 관련해, 문제 된 표현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상대방에게 실질적으로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지를 사건의 구체적 정황에 비추어 살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도21389 판결). 결국 이 요건은 표현 하나만 떼어 놓고 볼 게 아니라, 주고받은 대화의 전체 맥락과 관계, 표현의 노골성 정도를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성적 수치심' 요건을 객관적 기준으로 재구성하기
고소인이 제출한 메시지 캡처 몇 장만으로 사건이 흘러가게 두면, 자극적인 문구만 부각되어 불리하게 흘러가기 쉽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와 자료를 재구성합니다.
1) 대화의 전체 맥락을 복원합니다.
통매음 판단은 문제 된 한두 문장이 아니라 대화가 시작된 경위와 전체 흐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별을 통보한 쪽이 누구인지, 다툼이 어떤 말로 촉발됐는지, 문제 된 메시지 앞뒤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카카오톡 대화 전체 백업을 통해 확보합니다. 고소장에는 대개 격한 표현이 담긴 부분만 발췌돼 있으므로, 앞뒤 맥락을 복원하는 것만으로도 표현의 성격이 달리 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2) 표현의 노골성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합니다.
같은 '성적인 언급'이라도 그 안에는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신체 부위나 성적 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표현과, 다소 무례하지만 외모나 과거 연애 사실을 언급하는 수준의 표현은 법적 평가가 다릅니다. 문제 된 문장을 하나하나 분리해 각각이 노골적인 성적 묘사에 해당하는지, 단순한 인신공격이나 감정적 발언에 그치는지를 구분하고, 후자에 해당하는 부분은 통매음이 아니라 모욕이나 명예훼손 등 별개 죄책의 문제일 뿐임을 함께 정리합니다.
3) 관계의 이력과 상대방의 반응 정황을 자료화합니다.
판단은 피해자와 같은 성별·연령대의 평균인 기준으로 이루어지지만, 두 사람이 실제 연인 관계에서 어떤 수위의 대화를 주고받아 왔는지도 정황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평소 대화 캡처, 문제 된 메시지를 받은 직후 상대방이 즉시 항의하거나 차단했는지 아니면 이후에도 대화를 이어갔는지 같은 사후 정황을 함께 정리해, 표현이 실제로 통상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는지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요건 다툼과 별개로 절차·양형 대응을 함께 준비하기
성적 수치심 요건을 다투는 것과 별개로, 사건을 종결까지 안전하게 끌고 가려면 나머지 요건과 절차,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양형 준비까지 함께 챙겨야 합니다.
1) '목적' 요건도 함께 검토합니다.
제13조는 성적 수치심 요건과 별도로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을 요구합니다. 다만 판례는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조롱해 수치심을 줌으로써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것도 이 목적에 포함된다고 보아 그 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홧김에 한 말이라 성적 목적이 없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발언의 경위·내용·전후 상황을 종합해 목적 요건 역시 표현의 성격 판단과 함께 다루어야 합니다.
2) 수사 단계에서 의견서로 쟁점을 선제적으로 정리합니다.
피의자 조사 전에 위와 같이 재구성한 대화 맥락과 표현별 평가를 법리와 함께 정리한 의견서로 수사기관에 미리 제출하면, 수사기관이 캡처 몇 장만으로 사건을 재단하는 것을 막고 쟁점을 처음부터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불송치·불기소를 이끌어 내는 데도, 설령 기소되더라도 재판에서 다툴 지점을 분명히 해 두는 데도 유리합니다.
3) 표현이 인정될 상황에 대비해 양형 자료를 함께 준비합니다.
일부 표현이 결국 성적 수치심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사건이라면, 처벌불원서·합의 등 양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자료를 병행해 준비합니다. 초범인지, 반복적·계획적 행위였는지,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가 있었는지가 기소유예나 벌금형 여부, 형량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므로, 요건 다툼과 양형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
통매음 고소를 받으면 대부분 "내가 보낸 말이 그렇게까지 심했나" 하는 자책과 "이 정도로 처벌까지 받는 건 억울하다"는 반발이 동시에 듭니다. 그런데 이 감정 어느 쪽도 사건의 결과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결과를 가르는 것은 문제 된 표현이 객관적 기준에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대화 전체 맥락과 함께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정리해 내는가입니다.
고소장을 받은 직후,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반대로 그냥 넘어가려 하기 전에 문제 된 메시지의 전체 맥락과 표현의 수위를 먼저 객관적으로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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