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이런저런 사정을 대며 보증금을 바로 돌려주지 않아, 이사 날짜는 다가오는데 오도가도 못 하는 임차인분들의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에는 “일단 새집으로 짐부터 옮기고, 전입신고는 나중에 정리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서둘러 이사부터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사하고 전출신고까지 마친 뒤에 집주인과 보증금 문제로 다투게 되면, 애써 갖춰 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이미 끊어져 있어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차인이 대항요건을 상실한 뒤에는 나중에 임차권등기를 마치더라도 예전 순위가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이사를 해야 한다면, 순서를 지키지 않는 순간 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래에서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해야 할 때 임차권등기명령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그리고 절차를 진행할 때 흔히 놓치는 함정은 무엇인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임대차가 끝났는데 보증금을 못 받았다면, 이사부터 하면 안 됩니다
대항요건은 취득할 때뿐 아니라 유지하기 위해서도 계속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치면 그다음 날 0시부터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생기고, 그 무렵 확정일자까지 받아두면 제3조의2에 따라 경매·공매 절차에서 우선변제권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새집으로 이사부터 하고 전입신고는 나중에 정리하면 되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실제로는 이사를 하고 주민등록을 옮기는 순간 그동안 갖춰 온 대항요건이 곧바로 끊어집니다.
대법원도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대항요건의 계속성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주택의 인도 및 주민등록이라는 대항요건은 그 대항력 취득시에만 구비하면 족한 것이 아니고 그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하여서도 계속 존속하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다20957 판결).
이 원칙 때문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전출을 해야 하는 임차인은 그냥 짐부터 옮길 것이 아니라, 먼저 임차권등기명령이라는 별도 절차부터 챙겨야 합니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에 이사·전출을 해버리면, 어렵게 갖춰 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한순간에 끊어질 수 있습니다.
2.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이사한 뒤에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
임차권등기가 마쳐지면, 이미 갖춘 권리는 이사·전출과 관계없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은 임대차가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임차주택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지방법원지원 또는 시·군법원에 단독으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의 동의나 협조가 없어도 임차인 혼자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제도의 핵심입니다.
법원이 임차권등기명령을 내리고 그 집행에 따른 등기가 실제로 마쳐지면, 임차인은 그 등기를 통해 제3조 제1항·제2항의 대항력과 제3조의2 제2항의 우선변제권을 취득합니다. 그리고 그 등기 이전에 이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갖추고 있었다면, 등기 이후 이사·전출로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권리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즉 임차권등기만 마쳐 두면, 이사를 가고 주민등록을 옮기더라도 종전 순위 그대로 보증금 채권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이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상가를 임차하고 있는 경우에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6조가 사실상 같은 구조의 임차권등기명령 절차를 두고 있어, 같은 원리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을 통해 등기를 마쳐 두면, 이사·전출을 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3. 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이사하면, 오히려 대항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신청과 등기 완료는 다르고, 그 사이의 공백에서 권리가 새어 나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함정이 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을 법원에 “신청”한 것과, 그 등기가 실제로 등기부에 “완료”된 것은 전혀 다른 단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 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가 마쳐지더라도, 그 이전에 이미 상실된 대항력이 소급하여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등기가 마쳐진 때부터 그와는 동일성이 없는 새로운 대항력이 발생한다(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4다326398 판결).
신청서를 접수한 뒤 법원의 심사·인용 결정까지 통상 1~2주가 걸리고, 그 결정이 임대인에게 송달되어 등기소에 실제로 등기가 기입되기까지 다시 며칠이 더 필요합니다. 임대인에게 결정문이 송달되지 않으면 이 기간이 3~4개월까지 늘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사이에 서둘러 이사·전출을 해버리면 대항요건이 끊어지는 공백이 생기고, 나중에 등기가 마쳐지더라도 그 공백 기간 동안의 위험은 그대로 남게 됩니다.
등기가 실제로 마쳐진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아무리 이사가 급해도 짐을 옮겨서는 안 됩니다.
4. 임차권등기명령만으로는 돈이 나오지 않아, 보증금 반환청구를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임차권등기는 순위를 지키는 절차이지, 보증금을 직접 받아내는 절차가 아닙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어디까지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순위를 보전하는 절차입니다. 등기를 마쳤다고 해서 그 자체로 임대인의 계좌에서 보증금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보증금을 회수하려면 별도로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거나 지급명령을 신청해 집행권원을 확보한 뒤, 그 임차주택에 대해 강제경매를 신청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임차권등기로 미리 확보해 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경매 배당 절차에서 다른 채권자들보다 앞선 순위를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신청과 등기에 드는 비용, 즉 송달료와 등록면허세 등을 합쳐 통상 4만원대인 비용도 우선은 임차인이 부담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에 따라 그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임차권등기는 순위를 지키는 절차일 뿐이므로, 보증금 회수는 반환청구소송이나 지급명령, 강제경매로 별도로 마무리해야 합니다.
5. 신청부터 등기 완료 확인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관할 법원 신청부터 등기부 확인까지, 순서를 지켜야 안전합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통상 ①임차주택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지방법원지원 또는 시·군법원(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신청서와 임대차계약서, 계약 종료를 증명하는 내용증명 등 통지서, 등기부등본, 주민등록초본 등을 첨부해 접수 → ②법원이 임대인을 별도로 심문하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인용 여부를 결정 → ③인용 결정이 임대인에게 송달되면 법원이 등기소에 등기를 촉탁 → ④등기소가 실제로 등기부에 임차권등기를 기입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통상 신청부터 등기 기입까지 2주 안팎이 걸리지만, 임대인에게 결정문이 송달되지 않으면 3~4개월까지 늘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사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일수록,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갖추고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대차 계약서와 계약 종료(만기 도래 또는 해지통지) 사실을 증명할 내용증명 등 자료를 먼저 준비합니다.
임차주택 소재지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고, 인용 결정 및 등기 촉탁 진행 상황을 확인합니다.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기입된 것을 눈으로 확인한 뒤에 이사·전출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렇게 절차를 갖춰 두면, 이사한 뒤에도 보증금 반환청구소송이나 강제경매 절차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집주인이 알아서 해결해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 입장에서는 이사 일정에 쫓기더라도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마쳐졌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사정이 있어 당장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임대인 입장에서도, 임차권등기가 이미 신청·경료된 상태라면 새 임차인을 들이거나 그 부동산을 담보로 활용하는 데 제약이 따르므로, 처리 시점을 서두르는 것이 결국 유리합니다.
저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임차권등기명령을 서둘러야 하는 임차인 쪽과, 반대로 자금 사정으로 반환이 늦어져 대응해야 하는 임대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신청 시점과 자료 준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이사 일정이 촉박할수록 임차권등기명령부터 서둘러 챙기셔야 합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아있어도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가 종료된 후에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경우에 신청할 수 있는 절차라, 기간이 남아있다면 먼저 계약 해지나 만료 절차부터 진행해야 합니다.
Q. 임대인의 동의가 없어도 신청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차인이 단독으로 관할 법원에 신청할 수 있고, 법원도 임대인을 심문하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신청서만 접수하면 바로 이사해도 되나요?
A. 안전하지 않습니다. 신청과 실제 등기 완료 사이에는 통상 1~2주, 길게는 그 이상의 공백이 생길 수 있어, 등기부등본으로 임차권등기 기입을 직접 확인한 뒤 이사해야 합니다.
Q. 임차권등기명령만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임차권등기는 대항력·우선변제권의 순위를 보전하는 절차일 뿐이어서, 실제 회수를 위해서는 별도로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나 지급명령을 거쳐 강제경매까지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신청·등기에 드는 비용은 임차인이 다 부담해야 하나요?
A. 우선은 임차인이 납부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에 따라 그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상가를 임차한 경우에도 같은 절차를 쓸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6조가 주택과 유사한 구조의 임차권등기명령 절차를 두고 있어, 상가 임차인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Q. 확정일자를 미리 받아두지 않았는데도 임차권등기로 우선변제권을 얻을 수 있나요?
A. 등기가 마쳐지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새로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발생하지만, 그 전에 확정일자를 받아두지 않았다면 순위가 그만큼 늦어지므로, 등기 전이라도 확정일자부터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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