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는 지인의 부탁으로 보증란에 이름 한 번 적어준 것이, 몇 년 뒤 내 월급과 집, 통장을 압류하는 서류로 돌아오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제가 상담한 연대보증인분들 대부분은 “그냥 이름만 빌려주는 거야, 무슨 일 있겠어”, “설마 나한테까지 청구가 오겠느냐”는 말을 믿고 도장을 찍은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돈을 빌린 주채무자가 갚지 못하거나 잠적해 버리면, 채권자는 주채무자를 건너뛰고 곧바로 연대보증인의 재산부터 압류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보증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했는지, 그리고 보증인이 어디까지 책임지는지를 보증인의 기명날인이 있는 서면과 최고액 기재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따지고 있습니다. 형식을 갖추지 못한 보증은 처음부터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흐름입니다.
아래에서는 연대보증인에게 왜 이렇게 먼저 압류가 들어오는지, 그리고 이미 압류가 시작됐더라도 무엇부터 확인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최근 판례와 실무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연대보증인은 주채무자보다 먼저 재산을 잃을 수 있습니다
연대보증에는 “먼저 채무자에게 받아가라”고 요구할 항변권이 없습니다.
보통의 단순보증인에게는 민법 제437조가 정한 최고·검색의 항변권이 있습니다.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먼저 청구하더라도, 보증인은 주채무자에게 갚을 자력이 있고 그 재산에 대한 집행이 쉽다는 점을 증명해 “먼저 주채무자에게 청구하고 그 재산부터 집행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조 단서는 연대보증인에게는 이 항변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연대보증은 주채무자와 ‘연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어서, 채권자는 주채무자에게 한 번 청구해 보지도 않고 곧바로 연대보증인에게 전액을 청구하고 그 재산을 압류할 수 있습니다. 은행 대출이나 개인 간 대여에서 요구하는 보증은 대부분 이 연대보증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돈을 빌린 사람은 멀쩡히 있는데도, 연락이 닿고 재산이 파악되는 연대보증인의 급여와 부동산, 예금이 먼저 집행 대상이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내가 실제로 그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는 사정은, 그 자체만으로는 압류를 막는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연대보증인은 “주채무자부터 받아가라”고 미룰 수 없고, 채권자가 곧바로 압류를 진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습니다.
2. 서면으로 남지 않은 보증, 최고액 없는 근보증은 효력이 없습니다
보증의사가 담긴 서면과 최고액 기재가 없으면 보증계약은 처음부터 효력이 없습니다.
압류가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그 보증이 법이 정한 형식을 갖추고 성립했는지입니다. 민법 제428조의2는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문자메시지 같은 전자적 형태로만 표시된 보증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합니다.
특히 앞으로 생길 불특정한 다수의 채무를 한꺼번에 책임지는 근보증이라면, 서면에 책임의 상한인 최고액이 적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도 근보증의 최고액이 서면으로 특정되어야 보증계약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증계약이 유효하려면 보증인의 보증의사가 표시된 서면에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어야 하고,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 서면 자체로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얼마인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등 명시적으로 기재된 경우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기재가 필요하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다282473 판결).
여기에 지인·가족의 부탁으로 아무 대가 없이 선 호의 보증이라면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함께 적용됩니다. 이 법은 보증계약을 서면으로 하도록 하고(제3조), 근보증의 경우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도록(제4조) 다시 한번 강제합니다. 백지 보증서에 이름만 적었거나 최고액 칸이 비어 있었다면, 보증책임의 성립이나 범위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이미 보증채무의 일부라도 갚았다면 그 한도에서는 형식의 하자를 이유로 무효를 주장할 수 없으므로(민법 제428조의2 제3항), 채권자의 요구에 밀려 함부로 변제하기 전에 형식 요건부터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만으로 끝이 아니라, 서면과 최고액이라는 형식을 갖췄는지가 보증의 효력을 좌우합니다.
3. 이미 시효로 소멸했거나 통지받지 못한 채무까지 갚을 필요는 없습니다
보증채무는 주채무에 따라붙으므로, 주채무가 사라지면 보증책임도 함께 사라집니다.
보증채무는 주채무에 종속됩니다. 그래서 보증인은 주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항변을 원용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433조). 주채무가 이미 변제·상계로 소멸했거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면, 보증인도 그 사유를 들어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멸시효가 중요합니다. 일반 대여금 채권은 10년, 상거래로 생긴 채권은 5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오래된 보증서를 들고 뒤늦게 청구·압류가 들어온 경우라면, 주채무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대법원도 이 부종성을 쉽게 부정하지 않습니다.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하려면 보증인이 주채무의 시효소멸에도 불구하고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채권자와 그러한 내용의 약정을 하였어야 하고, 단지 보증인이 주채무의 시효소멸에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11620 판결).
또 하나 놓치기 쉬운 것이 채권자의 통지의무입니다.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5조는 주채무자가 원금·이자 등을 3개월 이상(채권자가 금융기관이면 1개월 이상) 갚지 않으면 채권자가 지체 없이 보증인에게 그 사실을 알리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채권자가 이를 어겨 연체 사실을 감추다가 뒤늦게 불어난 지연손해금까지 한꺼번에 청구했다면, 보증인은 그 위반으로 손해를 입은 한도에서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청구서에 적힌 금액을 그대로 인정하기 전에, 주채무의 소멸·시효완성과 채권자의 통지의무 위반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4. 갚아야 하는 경우에도, 전 재산이 압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증책임에는 상한이 있고, 급여와 최소한의 생계비는 법으로 압류가 금지됩니다.
보증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도, 그 범위와 집행 대상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근보증이라면 서면에 적힌 최고액이 책임의 상한이 되므로, 그 금액을 넘는 원리금까지 물어줄 의무는 없습니다. 단순보증이라도 보증채무의 범위는 주채무의 원금과 그에 딸린 이자·지연손해금 등으로 한정됩니다.
압류 대상에도 법이 정한 성역이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246조는 급료·연금·봉급 등 급여채권의 2분의 1은 압류하지 못하도록 하고, 나아가 그 금액이 최저생계비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하한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하한액 이하의 급여 전액을 압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금과 일정한 생활필수품도 압류가 금지됩니다.
이미 급여나 예금 전부가 묶여 생활이 어려운 경우에는,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법원에 압류범위 변경을 신청해 채권자와 채무자의 생활 형편 등을 고려한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보증인이 대신 갚은 금액은 주채무자에게 구상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441조 이하), 변제와 동시에 구상권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증책임의 상한과 압류금지 범위를 정확히 계산하면, ‘전 재산을 다 잃는’ 결과는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5. 압류가 시작됐다면, 절차는 이렇게 대응합니다
압류 서류를 받은 직후의 대응이 되찾을 수 있는 재산의 크기를 좌우합니다.
연대보증인에 대한 강제집행은 통상 ①채권자가 대여금·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거나 지급명령을 신청해 집행권원을 확보하고 → ②그 집행권원으로 부동산·급여·예금에 압류 및 추심·전부명령을 받은 뒤 → ③배당 절차를 거쳐 채권을 회수하고 → ④채무자에게 다툴 사유가 있으면 별도의 소로 집행 자체를 저지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재산이나 주소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이 관할 집행법원이 됩니다.
집행을 다투는 수단은 사유에 따라 다릅니다. 보증채무가 이미 변제·시효완성 등으로 소멸했거나 애초에 성립하지 않았다면, 민사집행법 제44조의 청구이의의 소로 강제집행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압류된 물건이 사실은 보증인이 아니라 가족 등 제3자의 소유라면, 같은 법 제48조의 제3자이의의 소로 그 물건에 대한 집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급여·예금 압류로 생계가 곤란하면 앞서 본 압류범위 변경 신청을 함께 진행합니다.
어느 수단을 택하든 출발점은 사실관계 정리입니다. 압류·추심명령서와 집행권원을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방치하지 말고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증계약서 원본을 확보해, 기명날인·서명과 최고액 기재 등 형식 요건이 갖춰져 있는지, 연대보증인지 단순보증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주채무의 발생 시점과 마지막 변제·승인 시점을 정리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와 채권자의 연체 통지가 제때 있었는지를 따져 봅니다.
압류된 재산의 종류와 명의를 확인해, 압류금지 범위를 넘는지, 제3자 소유물이 포함됐는지를 대조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보증·채권추심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청구이의·제3자이의·압류범위 변경 중 어떤 카드가 유효한지를 가려 불필요한 변제를 막고 이미 묶인 재산을 되찾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보증 문제는 “한때 믿었던 사람인데 설마”라는 마음과 “내가 서명한 것은 맞으니 어쩔 수 없다”는 체념 사이에서, 정작 손써야 할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을 서 준 뒤 재산을 압류당한 쪽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보증계약의 형식과 주채무의 소멸시효부터 차분히 점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돈을 빌려주고 회수에 나선 채권자 쪽에서도, 서면·최고액·통지의무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정당해 보이는 채권조차 집행 단계에서 막힐 수 있습니다.
저는 보증을 선 사람과 채권을 회수하려는 사람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보증서를 두고도 형식 요건과 시효, 대응 시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압류 서류를 받아 들고 막막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아직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저는 그냥 이름만 빌려준 것뿐인데도 제 재산이 압류되나요?
A. 연대보증이라면 그렇습니다. 연대보증인에게는 “주채무자에게 먼저 받아가라”고 요구할 최고·검색의 항변권이 없어, 채권자가 곧바로 보증인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증계약의 성립이나 범위를 다툴 여지는 이와 별개로 남아 있습니다.
Q. 문자메시지로 “보증 설게”라고 답한 것도 보증이 되나요?
A. 원칙적으로 아닙니다. 민법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을 요구하고, 전자적 형태로만 표시된 보증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이미 일부라도 갚았다면 그 한도에서는 형식의 하자를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Q. 백지 보증서에 이름만 적었는데, 나중에 채권자가 금액을 채워 넣었습니다. 유효한가요?
A. 다툴 여지가 큽니다. 앞으로 생길 채무를 포괄해 책임지는 근보증은 서면에 최고액이 특정되어 있어야 유효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최고액 기재가 없었다면 보증책임의 범위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Q. 10년도 더 지난 보증인데 이제 와서 압류가 들어왔습니다. 갚아야 하나요?
A. 주채무의 소멸시효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 대여금은 10년, 상거래 채권은 5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하고, 주채무가 소멸하면 보증채무도 함께 소멸합니다. 이 경우 청구이의의 소로 집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Q. 급여가 통째로 압류돼 생활이 안 됩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A. 급여채권의 2분의 1과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하한액은 법으로 압류가 금지됩니다. 이미 그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묶였다면, 법원에 압류범위 변경을 신청해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제가 대신 갚으면, 돈을 빌린 친구에게 받아낼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보증인이 대신 변제한 금액은 주채무자에게 구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채무자에게 자력이 없으면 실제 회수가 어려우므로, 변제 전에 구상 가능성과 집행할 재산이 있는지까지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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