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데이트, 회식, 소개팅처럼 일상적인 만남 이후에 성범죄로 고소·고발당하는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처음 고소 사실을 알았을 때 “서로 좋아서 만난 사이인데 설마 문제가 되겠나”, “나는 강제로 한 적이 없으니 조사만 받으면 금방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찰 조사에서 당황한 나머지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거나 감정적으로 부인하는 바람에, 오히려 상황이 더 꼬여버린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성립 범위를 넓히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판단 기준을 정리하면서, 강한 저항이나 뚜렷한 물증이 없어도 진술만으로 유죄가 인정될 수 있는 흐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성범죄 혐의로 고소당했을 때 왜 초기 대응이 결과를 가르는지, 그리고 첫 조사 전에 무엇부터 확인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성범죄는 목격자나 물증이 없어도 유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진술 증거가 중심이라, 초기 진술 한 마디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합니다.
성범죄는 대개 둘만 있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져, 목격자나 CCTV 같은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수사와 재판은 피해자와 피의자 양쪽의 진술,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황증거를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구조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첫 조사입니다. 당황한 상태에서 “기억이 안 난다”, “그런 적 없다”고 단정적으로 부인했다가 이후 카카오톡 대화나 CCTV가 확인되면서 진술을 번복하게 되면, 그 번복 자체가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약점으로 남습니다.
반대로 사건 경위를 시간 순서로 정리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초기에 확보해 두면, 피해자 진술의 모순을 짚어낼 토대가 마련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초기 대응이 결과를 가른다는 말은 바로 이 진술 증거의 특성에서 나옵니다.
성범죄는 진술이 사건의 중심이므로, 첫 조사에서의 진술 한 마디가 유무죄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2.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면 법원은 이를 쉽게 배척하지 않습니다
일관되고 구체적인 피해자 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되므로, 방어는 그 진술의 빈틈을 찾는 데서 시작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입니다. 대법원은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언급하면서, 피해자 진술이 주요 부분에서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모순이 없으며 허위 진술을 할 동기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이를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하고, 피해자 진술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 그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다만 이는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기만 하면 무조건 유죄라는 뜻이 아니라, 그 진술을 이유 없이 무시하지 말라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피의자로서는 그 진술의 어느 부분이 객관적 사실이나 대화 기록과 어긋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내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일관된 피해자 진술은 쉽게 배척되지 않으므로, 방어는 그 진술과 객관적 자료 사이의 모순을 찾아내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3. 강한 폭행·협박이 없었더라도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기준이 완화되어, ‘세게 저항받지 않았으니 무죄’라는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과거 대법원은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른바 최협의설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으니 강제가 아니다”라는 방어가 통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기준을 변경했습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즉 이제는 형법상 폭행죄·협박죄에서 말하는 정도의 유형력이나 해악의 고지만 있어도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크게 반항하지 않았다”, “분위기상 동의한 줄 알았다”는 항변만으로는 혐의를 벗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므로, 초기부터 당시 정황과 대화의 맥락을 정밀하게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폭행·협박의 성립 기준이 낮아진 만큼, ‘강하게 저항받지 않았다’는 항변은 더 이상 안전한 방어가 아닙니다.
4. 성범죄는 형벌 외에 신상정보 등록·취업제한까지 뒤따릅니다
벌금형만 선고돼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될 수 있어, 유무죄만큼 부수처분 여부도 처음부터 다퉈야 합니다.
성범죄의 처벌 수위는 죄명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형법상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강간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고,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통신매체이용음란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문제는 형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상당수 사건에서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고, 죄질에 따라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이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취업제한이 함께 내려질 수 있습니다. 벌금형을 받더라도 등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간과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성범죄 사건은 ‘징역이냐 벌금이냐’만이 아니라, 이러한 부수처분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지까지 함께 다투어야 합니다. 초기에 사건의 성격과 예상되는 처분을 정확히 진단해야 방어 전략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5. 고소장 접수부터 재판까지, 초기 대응은 이렇게 준비합니다
첫 조사 전 증거 보전과 진술 정리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성범죄 사건은 통상 ①고소·고발장 접수(사건 발생지 관할 경찰서,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 ②고소인 조사와 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불기소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안이 중하거나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초기에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습니다.
성범죄 혐의를 통보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과 주고받은 카카오톡·문자·통화 내역 등 대화 기록을 지우지 말고 원본 그대로 보전합니다. 만남의 경위나 자발성을 보여주는 정황이 여기에 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건 전후의 CCTV, 차량 블랙박스, 카드 사용·위치 기록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자료를 먼저 확보합니다.
사건 당일의 경위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첫 조사에서 어떤 부분을 어떻게 진술할지 방향을 미리 검토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성범죄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첫 조사 단계부터 일관된 진술과 유리한 정황을 체계적으로 제시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성범죄 혐의는 사실 여부를 떠나, 수사 대상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당사자에게 큰 충격과 수치심을 안깁니다. 그래서 “괜히 일을 키우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혼자 해결하려다가 정작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억울하게 지목된 입장이라면, 감정적인 부인보다 어떤 자료가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대화 기록과 동선 자료가 쌓일수록 진술의 신빙성 다툼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경계를 넘은 부분이 있는 경우에도, 무작정 부인하기보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진단하고 피해 회복과 양형 사유를 초기부터 준비하는 것이 결과를 크게 바꿉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억울하게 지목된 피의자와 실제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대응의 방향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막막하고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첫 갈림길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로 좋아서 만난 사이인데도 성범죄가 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 호감으로 시작된 만남이라도 특정 행위 시점에 상대방의 의사에 반했는지가 쟁점이며, 만남의 경위 자체가 곧 동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당시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성범죄는 2013년 6월 친고죄·반의사불벌죄 규정이 폐지되어, 합의하더라도 공소 제기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다만 피해 회복과 합의는 양형에서 매우 중요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는데 준강간으로 조사받고 있습니다.
A.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고 이를 이용했다면 준강간·준강제추행이 문제됩니다(형법 제299조). 당시 상대방의 상태와 의사 능력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Q. 벌금형만 받아도 신상정보가 등록되나요?
A. 등록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성범죄는 벌금형이 선고되더라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는 경우가 많고, 죄질에 따라 취업제한이나 공개·고지명령이 함께 내려질 수 있습니다.
Q. 첫 경찰 조사에 그냥 출석해도 괜찮을까요?
A. 첫 조사 전 상담을 권합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한 번 한 진술을 나중에 번복하면 오히려 신빙성을 잃기 때문입니다. 조사 전 진술 방향을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억울해서 상대를 무고로 맞고소하고 싶습니다.
A. 무고죄는 상대방이 허위임을 알면서 신고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성립하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성급한 맞고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본 사건 방어를 먼저 다진 뒤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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