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법원에서 변론기일 통지서를 받으면 누구나 당황합니다. '꼭 가야 하나', '한 번쯤 빠져도 되지 않나' 싶지만, 변론기일은 서면으로 낸 주장을 진술하고 증거로 쟁점을 정리하는, 재판의 방향이 사실상 정해지는 자리입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빠지면 그 대가는 판결로 돌아옵니다. 불출석했을 때 벌어지는 일과 준비서면이 왜 승패를 가르는지, 결론부터 정리했습니다.
Q. 변론기일에 안 나가면 어떻게 되나요?
재판은 멈추지 않습니다. 내가 낸 서면만 진술한 것으로 보고 그대로 진행됩니다. 한쪽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은 그가 제출한 소장·답변서·준비서면에 적힌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보고' 출석한 상대방에게 변론을 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진술간주라고 합니다(민사소송법 제148조). 서면을 충실히 내 두었다면 최소한의 방어는 되지만, 서면조차 없이 불출석했다면 법정에는 상대방의 주장만 남습니다.
민사소송법 제148조(한 쪽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 ① 원고 또는 피고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거나, 출석하고서도 본안에 관하여 변론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가 제출한 소장ㆍ답변서, 그 밖의 준비서면에 적혀 있는 사항을 진술한 것으로 보고 출석한 상대방에게 변론을 명할 수 있다.
Q. 계속 안 나가면 그대로 지는 건가요?
그럴 수 있습니다. 다투지 않은 사실은 자백한 것으로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을 변론에서 명백히 다투지 않으면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는데(자백간주), 이 규정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도 준용됩니다(제150조). 피고가 답변서나 준비서면으로 다투지 않은 채 계속 불출석하면, 원고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민사소송법 제150조(자백간주) ① 당사자가 변론에서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을 명백히 다투지 아니한 때에는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본다. ③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다만,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기일통지서를 송달받은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Q. 원고인데 못 나가면 소송이 기각되나요?
한 번 불출석했다고 곧바로 기각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양쪽 모두 거듭 빠지면 소를 낸 적 없는 것이 됩니다. 원고만 불출석한 경우에도 제출한 서면을 진술한 것으로 보고 재판이 진행됩니다. 문제는 양쪽 모두 불출석한 경우입니다. 재판장이 다시 기일을 정해 주지만, 새 기일에도 양쪽이 나오지 않으면 1개월 이내에 기일지정신청을 하지 않는 한 소를 취하한 것으로 봅니다(제268조). 애써 낸 소송이 판단도 받지 못한 채 사라지는 셈입니다.
민사소송법 제268조(양 쪽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 ② 제1항의 새 변론기일 또는 그 뒤에 열린 변론기일에 양 쪽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하거나 출석하였다 하더라도 변론하지 아니한 때에는 1월 이내에 기일지정신청을 하지 아니하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
Q. 준비서면은 꼭 내야 하나요?
네. 민사재판의 승패는 말이 아니라 서면에서 갈립니다. 법은 당사자가 변론을 서면으로 준비하도록 정하고 있고(제272조), 판사는 준비서면을 중심으로 질문하고 쟁점을 정리합니다. 서면이 부실하면 그만큼 패소 위험이 커집니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준비서면에 적지 않은 사실은 상대방이 출석하지 않은 기일에는 변론에서 주장할 수 없습니다(제276조). 미리 서면으로 정리해 두지 않은 주장은 결정적인 순간에 꺼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76조(준비서면에 적지 아니한 효과) 준비서면에 적지 아니한 사실은 상대방이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변론에서 주장하지 못한다.
Q. 변론기일은 몇 번이나 열리나요?
사건에 따라 다르지만 실무상 2~3회 정도가 보통이고, 쟁점이 많으면 늘어납니다. 간단한 사건은 1회로 끝나기도 하고, 증인신문이 필요하면 5회 이상 열리기도 합니다. 판사는 기일이 끝날 때마다 다음에 낼 자료와 정리할 쟁점을 요구하므로, 매 기일 사이에 무엇을 서면으로 보강할지 정해 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재판부가 어느 쟁점을 중요하게 보는지 읽고 다음 기일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꼭 기억하세요
변론기일 통지서는 '출석 요구서'가 아니라 '준비 요구서'에 가깝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은 진술간주·자백간주(제148조·제150조)로 불리한 판결로 이어질 수 있고, 양쪽의 거듭된 불출석은 소 취하 간주(제268조)로 끝납니다. 반대로 출석만 하고 서면이 부실한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준비서면과 증거로 쟁점을 정리하느냐가 재판의 방향을 정합니다.
이런 분은 상담이 필요합니다
변론기일 통지서를 받았는데 답변서·준비서면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한 분
이미 기일에 불출석했거나, 사정상 출석이 어려워 대응 방법을 찾는 분
상대방 주장 중 어디까지 다투고 어떤 증거를 내야 할지 판단이 어려운 분
※ 위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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