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사람으로 가득 찬 버스나 상가에서 몸이 스친 것을 두고 어느 날 지하철 성추행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그저 사람에 밀려 닿았을 뿐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하시지만, 그 말만으로 혐의가 풀리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접촉이 처벌되는 것도 아닙니다.
억울한 지하철 성추행 혐의를 벗으려면, 조문의 구성요건과 ‘추행의 고의’에 관한 판례의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약 12년간 검사로 성범죄 사건을 다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성립 요건부터 무혐의·무죄 대응까지 단계적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1. 먼저, 어떤 죄가 문제되는가 — 강제추행과 공중밀집장소추행
성추행 혐의는 크게 두 조문으로 나뉩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면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며,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반면 지하철·버스 등 사람이 밀집한 장소에서 추행하면 성폭력처벌법 제11조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문제되고,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두 죄는 요건과 법정형이 다르므로, 내 사안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부터 정확히 가려야 합니다.
2. 두 죄의 결정적 차이 — ‘폭행·협박’이 필요한가
가장 중요한 차이는 폭행·협박의 요부입니다.
강제추행은 원칙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요구합니다.
다만 판례는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기습적 접촉의 경우 그 접촉 행위 자체를 폭행으로 보아 강제추행을 인정합니다.
이에 비해 공중밀집장소추행은 폭행·협박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붐비는 곳에서는 폭행·협박 없이도 은밀한 추행이 가능하고, 그 특성상 강제추행으로 의율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별도로 마련된 규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하철 밀착 접촉은 통상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문제되며, 법정형도 강제추행보다 낮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3. 무엇이 ‘추행’인가 — 대법원의 정의와 추행행위 해당 여부
두 죄에 공통되는 핵심 개념이 ‘추행’입니다.
대법원은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대법원 2015도9517 판결).
어떤 접촉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와 성별·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접촉한 신체 부위와 방식·정도·지속시간,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하여 신중히 판단합니다.
유의할 점은,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항변이 그 자체로 방어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4. 구성요건의 핵심 — 추행의 고의, 우연·실수와 어떻게 구별하는가
성욕의 목적은 필요 없지만, ‘추행의 고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바로 이 지점이 붐비는 장소 사건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결정적 쟁점입니다.
사람에 밀려 닿은 우연한 접촉이라면 고의가 없어 처벌되지 않지만, 혼잡을 틈타 의도적으로 접촉한 것이라면 고의가 인정됩니다.
법원은 이 고의를 접촉의 객관적 태양으로 판단합니다.
예컨대 차량이 흔들려 몸이 닿은 것이라는 항변에 대해, 법원이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함께 ‘흔들려 닿을 수는 있어도 위아래로 문지르는 듯한 접촉까지 우연히 일어나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어 고의를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반대로 대법원은,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폭행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곧바로 추행의 고의를 추단할 수는 없고, 추행의 범의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면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 하더라도 강제추행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4도3061 판결).
고의의 증명책임은 어디까지나 검사에게 있으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으면 유죄가 될 수 없습니다.
5. 그렇다면 피의자는 어떻게 무혐의·무죄를 주장하는가
결국 방어의 초점은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 즉 그 접촉이 고의가 아니라 혼잡에 따른 우연·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점을 객관적 자료로 보여주는 데 모입니다.
실무에서는 다음 세 가지가 그 축이 됩니다.
첫째, 현장의 객관적 상황을 증거로 확보합니다.
CCTV와 교통카드 기록, 당시의 혼잡도, 손과 소지품의 위치, 이동 동선을 통해 그 자세에서는 접촉이 불가피했음을, 또는 접촉이 순간적·일회적이었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합니다.
막연히 “우연이었다”는 주장만으로는 힘이 없습니다.
둘째, 접촉의 태양을 다툽니다.
문지름·따라옴·반복과 같이 고의를 징표하는 요소가 없었다는 점, 즉 단순히 닿았을 뿐이라는 점을 진술과 증거로 뒷받침합니다.
셋째, 수사 초기부터 일관된 진술을 유지합니다.
억울함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겁을 먹고 하지 않은 행위까지 인정하는 섣부른 진술은 이후 번복하기 어려운 불리한 증거가 됩니다.
우연한 접촉이나 오인 신고라 하여 무작정 인정하고 합의부터 시도하는 것도 삼가야 합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지하철 성추행)
Q.초범이면 그냥 넘어가나요?
초범이라는 사정은 처분과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 범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성립의 관건은 여전히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입니다.
Q.벌금형만 받으면 전과는 남지 않나요?
벌금형도 형의 선고이므로 전과가 됩니다.
나아가 성범죄는 사안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제한 등 부수적 불이익이 문제될 수 있어, 가볍게 볼 사건이 아닙니다.
Q.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합의는 중요한 양형 사유이지만, 강제추행과 공중밀집장소추행은 피해자의 처벌불원만으로 처벌을 면하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특히 혐의를 다툴 사안에서 성급한 합의는 오히려 범행을 인정한 것처럼 작용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7.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성추행 사건은 첫 진술과 초기 증거 확보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CCTV 등 결정적 자료가 사라질 수 있어, 대응은 이를수록 유리합니다.
본 변호사는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서 성범죄 사건을 담당한 검사 출신으로서, 수사기관이 어떤 자료로 ‘추행의 고의’를 입증하려 하는지, 재판부가 어느 지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는지를 그 안에서 직접 다루어 왔습니다.
억울한 혐의를 받게 되셨다면 혼자 판단하기보다, 사안의 객관적 정황부터 정확히 진단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관련 법령·판례 원문]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도9517 판결 (추행의 의미)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판시 취지)
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도3061 판결 (추행의 고의 증명)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폭행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곧바로 추행의 고의를 추단하기는 어렵고, 추행의 범의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강제추행죄의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판시 취지)
[혜검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김혜주]
■ 주요 경력
· 2022-2024 대전지방검찰청 검사 (공판부, 특허범죄조사부 수석)
· 2019-2022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공판부 수석)
· 2015-2019 성남지청 검사 (기업범죄, 금융조세, 지식재산권 전담)
· 2013-2015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강력, 도박 전담)
· 2012-2013 여주지청 검사 (2012. 검사 임관)
· 2007-2008 (주)엔씨소프트 리니지2 사업팀 근무 (기획, 마케팅)
■ 주요 수상
· 2023 법무부장관 표창 (검찰업무유공)
· 2023 대검찰청 사법통제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23 대검찰청 국가송무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22 대검찰청 과학수사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22 대검찰청 양형업무 / 공소유지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21 대검찰청 공소유지 우수사례 선정 검사
· 2014 대검찰청 형사부 우수사례 선정 검사
[상담 문의]
· 전화: 031-211-2484 / 010-8565-2484
· 주소: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로248번길 40, 광교스마트법조프라자 507호
본 게시물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혜검 법률사무소 김혜주 대표변호사의 책임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담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건의 결과나 승소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광고책임변호사: 김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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