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조합으로부터 현금청산 대상자로 통보받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시행자로부터 부동산을 비워달라는 명도 요구나 명도소송 소장이 날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손에 쥔 보상금은 토지·건물 감정가에 불과하고, 주거이전비나 이사비 같은 항목은 협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도 집이나 상가를 비워줘야 하는지, 아니면 보상이 다 끝날 때까지 버틸 근거가 있는지가 현금청산 대상자들의 가장 절박한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도시정비법은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권리자의 사용·수익을 보호하는 조항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고, 그 손실보상의 범위를 둘러싸고 대법원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두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현금청산 대상자가 명도를 거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그 한계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는 경위와 협의·재결 절차
재개발사업에서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분양신청기간 안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신청했던 것을 철회한 경우, 그리고 관리처분계획이 인가·고시되면서 분양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손실보상 대상으로 확정된 경우입니다. 어느 쪽이든 일단 현금청산 대상자로 확정되면, 조합원 지위에서 벗어나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순수하게 금전 보상을 청구하는 관계로 전환됩니다.
도시정비법 제73조는 이 청산 절차의 시한을 명확히 정해두고 있습니다. 사업시행자는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있은 날의 다음 날부터 90일 이내에 현금청산 대상자와 토지·건축물, 그 밖의 권리에 대한 손실보상 협의를 해야 합니다. 이 90일 안에 협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그 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60일 이내에 수용재결을 신청하거나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재개발사업은 통상 수용권이 있는 정비사업이라 수용재결 절차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이 시한을 넘기면 사업시행자 쪽에서 지연배상금(지연이자) 부담이 발생합니다. 협의로 끝나느냐 재결로 넘어가느냐에 따라 이후 인도의무의 발생 시점과 순서가 달라지므로, 자신의 청산 절차가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재건축사업과 비교하면 이 지점의 차이가 더 뚜렷해집니다. 재건축은 수용권이 없어 협의가 결렬되면 사업시행자가 매도청구소송으로 소유권 이전과 인도를 동시에 구하는 구조인 반면, 재개발은 수용재결을 거쳐 보상금을 지급·공탁하면 수용의 효과로 소유권이 이전됩니다. 같은 '현금청산'이라는 말을 쓰더라도 재개발에서는 뒤에서 볼 사전보상 원칙이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에서 재건축과 실무상 대응 방식이 달라집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사용·수익 정지 원칙과 그 예외
관리처분계획이 인가·고시되면 원칙적으로 종전 토지·건축물의 소유자, 지상권자, 전세권자, 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그때부터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그 부동산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게 됩니다.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이 정한 사용·수익 정지 원칙입니다. 이 조항만 보면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 이후에는 곧바로 부동산을 비워줘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항 단서가 두 가지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사업시행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이거나,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입니다.
이 단서가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실질적인 방패가 됩니다. 손실보상이 끝나지 않았다면 사용·수익 정지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만을 근거로 인도를 요구하더라도 응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여기서 핵심은 '손실보상이 완료되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입니다. 단순히 토지·건물 감정평가금액이 산정되었다거나 일부 항목이 지급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완료로 보기는 어렵고, 그 판단 기준이 대법원 판례로 구체화되어 있습니다.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토지보상법상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권리자에게는 사용·수익 정지 효과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 —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만으로 인도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손실보상 완료'의 범위 — 토지·건물 보상금만이 아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사업시행자가 토지·건축물에 대한 감정평가금액을 지급하거나 공탁했다고 해서 손실보상이 곧바로 완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07813 판결과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19다235153 판결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제78조 등에서 정한 주거이전비, 이주정착금, 이사비도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단서가 말하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즉 사업시행자가 공사에 착수하기 위해 현금청산 대상자나 세입자로부터 부동산을 인도받으려면, 토지·건물 보상금뿐 아니라 협의나 재결절차로 결정되는 주거이전비 등도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용재결에서 애초에 주거이전비 등 항목이 심리·판단조차 되지 않았다면, 사업시행자가 재결에서 정한 토지나 지장물 보상금만 지급 또는 공탁했더라도 손실보상이 완료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 경우 권리자는 여전히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고, 명도소송에서 이 미지급 사실을 항변으로 내세울 수 있습니다.
주거이전비의 산정 기준도 알아두면 실익이 큽니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에 따르면 소유자는 가계조사통계상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비 2개월분을, 세입자는 4개월분을 주거이전비로 받을 수 있고, 사업인정고시일 등 당시 그 구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무허가건축물 세입자도 지급 대상에 포함됩니다. 여기에 별도로 산정되는 이사비까지 더해지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라, 이 항목이 통째로 빠진 채 진행되는 명도 요구는 그 자체로 다툴 실익이 충분합니다.
협의 성립이냐 재결절차냐에 따라 달라지는 지급 순서
손실보상금과 인도의무의 관계는 협의로 끝났는지 재결절차로 넘어갔는지에 따라 다르게 구성됩니다. 사업시행자와 현금청산 대상자 또는 세입자 사이에 주거이전비 등에 관한 협의가 성립한 경우에는, 사업시행자의 주거이전비 등 지급의무와 권리자의 부동산 인도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놓입니다. 인도와 지급을 서로 맞바꾸는 구조여서, 한쪽이 이행을 제공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이행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반면 협의가 결렬되어 수용재결 절차로 넘어간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토지보상법 제62조가 정한 사전보상 원칙에 따라,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절차가 부동산 인도에 선행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동시에 맞바꾸는 관계가 아니라, 사업시행자가 먼저 지급하거나 공탁을 마쳐야 인도청구를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재개발사업은 대부분 수용재결 경로를 거치므로, 실제 현장에서는 이 선이행 원칙이 적용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업시행자가 수용개시일까지 재결에서 정한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하거나 공탁하지 않은 채 인도를 요구한다면, 그 요구 자체가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어디까지 거부할 수 있나 — 금액 다툼은 별개의 문제
다만 손실보상 완료 전 인도 거부권이 무제한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사업시행자가 수용재결에서 정해진 주거이전비 등을 그 재결 내용대로 수용개시일까지 지급하거나 공탁했다면, 그것으로 손실보상은 완료된 것으로 본다는 입장입니다. 이후 권리자가 그 금액이 너무 적다며 이의재결이나 행정소송으로 증액을 다투고 있는 중이라 하더라도, 그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인도를 거부할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손실보상 완료 여부를 가르는 것은 '금액이 확정됐는가'가 아니라 '재결에서 정한 항목과 금액대로 지급·공탁이 이루어졌는가'입니다. 감정평가에 하자가 있다거나 재결 자체에 불복해 이의재결·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정, 본안소송에서 다시 동시이행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명도소송에서 거부 사유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주거이전비나 이사비처럼 애초에 재결 대상에서 누락되어 심리조차 되지 않은 항목이 있다면, 그 항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손실보상 미완료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구분을 정확히 알아야 실제 소송에서 어떤 주장이 통하는지가 갈립니다.
이때 누락된 항목이 있다고 해서 명도소송 안에서만 다퉈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주거이전비 등이 재결에서 빠졌다면, 그 항목만 따로 떼어 별도의 재결 신청을 하거나 재결 결과에 불복하는 절차를 밟아 지급을 구할 수 있습니다. 명도소송의 항변과 별도 재결 신청을 병행하면, 명도소송에서는 손실보상 미완료로 인도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다투면서 동시에 빠진 보상 항목을 확정받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 대응의 폭이 넓어집니다.
명도소송에서 실제로 확인해야 할 것들
명도소송 소장을 받았거나 협의 단계에서부터 대응을 준비한다면, 서류로 확인해야 할 항목들이 있습니다. 수용재결서에 주거이전비·이사비·이주정착금 항목이 아예 포함되어 심리·판단됐는지, 포함됐다면 그 금액이 실제로 지급되거나 법원에 공탁되었는지, 협의가 성립됐다면 그 협의서에 주거이전비 등이 함께 정산됐는지를 순서대로 짚어야 합니다.
수용재결서 원본을 확보해 보상 항목에 주거이전비·이사비·이주정착금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
사업시행자의 지급 내역 또는 공탁서를 통해 재결 금액이 실제로 지급·공탁되었는지 대조.
협의로 청산이 진행된 경우, 협의서·합의서에 주거이전비 등 정산 조항이 포함됐는지 확인.
명도소송에서는 손실보상 미완료 사실을 답변서·준비서면에 구체적 항목과 증거로 특정해 항변.
세입자 역시 소유자와 마찬가지로 주거이전비·이사비 지급 대상이 될 수 있고, 이 부분이 누락되면 소유자 사건과 같은 논리로 인도의무 발생을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세입자는 임대차 요건(전입신고·확정일자 등)이나 거주 기간에 따라 지급 기준 자체가 달라지므로, 자신이 정비구역 내에서 실제 거주해 온 기간과 요건을 별도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명도소송 판결이 나오기 전에 사업시행자가 곧바로 강제집행을 시도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만약 인도를 강제하려는 움직임이 먼저 있다면 손실보상 미완료를 소명해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결서, 지급·공탁 내역, 협의서 사본처럼 손실보상 완료 여부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소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리 갖춰두어야 급박한 절차에서도 곧바로 소명자료로 쓸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현금청산 대상자로 확정되면 바로 집을 비워줘야 하나요?
A.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만으로 사용·수익 정지가 곧바로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토지보상법상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았다면 계속 사용·수익할 수 있고, 사업시행자의 인도 요구에 응할 의무도 없습니다.
Q. 세입자도 손실보상이 끝나기 전에는 명도를 거부할 수 있나요?
A. 주거이전비·이사비 등은 세입자에게도 인정되는 손실보상 항목이라, 이 부분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소유자와 같은 논리로 인도의무 발생을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세입자는 전입신고·거주기간 등 별도 요건을 충족해야 지급 대상이 되므로 그 요건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재결 보상금에 이의가 있어 행정소송 중인데도 집을 비워줘야 하나요?
A. 사업시행자가 재결에서 정한 금액대로 지급 또는 공탁을 마쳤다면, 그 금액이 적다고 다투는 이의재결·행정소송이 계속 중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인도를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애초에 재결 대상에서 빠진 항목이 있다면 그 부분은 별개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토지·건물 보상금은 공탁됐는데 주거이전비는 못 받았습니다. 손실보상이 끝난 건가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주거이전비·이사비·이주정착금도 손실보상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시했으므로, 이 항목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토지·건물 보상금이 공탁됐더라도 손실보상 전체가 완료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Q. 협의로 청산이 끝난 경우와 재결로 넘어간 경우, 인도 시점이 다른가요?
A. 협의가 성립한 경우 지급의무와 인도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놓이지만, 재결절차로 넘어간 경우에는 사전보상 원칙에 따라 지급·공탁이 인도에 선행되어야 합니다. 재결 경로에서는 지급이 먼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도청구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Q. 명도소송에서 이 항변을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수용재결서의 보상 항목 구성과 실제 지급·공탁 내역을 대조한 자료가 핵심입니다. 주거이전비 등이 재결에서 아예 심리되지 않았거나 재결 금액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답변서에 담아야 항변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맺음말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인도의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도시정비법은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권리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두고 있고, 그 손실보상에는 토지·건물 보상금뿐 아니라 주거이전비·이사비 등도 포함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다만 재결에서 정한 금액대로 지급·공탁이 끝났다면 그 액수를 다투는 것만으로는 인도를 막을 수 없다는 한계도 함께 알아둬야 합니다. 결국 '버틸 수 있는가'는 감정이 아니라, 재결서와 지급 내역이라는 서류로 확인되는 문제입니다.
결국 관건은 자신에게 걸린 청산 절차가 협의 단계인지 재결 단계인지, 그리고 그 절차에서 주거이전비 등 항목이 실제로 심리되고 지급됐는지를 서류로 정확히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명도소송 소장을 받은 뒤에야 서류를 찾기 시작하면 답변 기한에 쫓기기 쉬우므로, 재결서나 협의서 사본은 절차가 진행되는 초기부터 미리 확보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재개발 구역이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순차로 명도 단계에 들어서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명도소송 소장을 받았다면 서둘러 응하기보다 보상 항목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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