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수거책·전달책, '몰랐다'는 항변과 처벌 수위
사건 개요
구인 사이트나 문자메시지로 "서류 전달", "물품 수거", "현금 배송" 같은 단순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일을 시작했다가, 어느 날 경찰 조사를 받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서 돈 봉투를 건네받아 지정된 계좌에 입금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을 뿐인데, 그것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 또는 '전달책' 역할이었다는 것입니다. 본인은 정상적인 아르바이트라고 믿었을 뿐 보이스피싱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항변하지만, 검찰은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합니다.
이런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제가 직접 사람을 속인 것도 아니고, 그게 보이스피싱인지도 몰랐는데 왜 사기죄 공범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심정적으로는 이해되지만, 법원은 이 문제를 "정말 몰랐는가"라는 주관적 진술이 아니라 "몰랐다는 말을 믿을 만한 객관적 정황이 있었는가"라는 틀로 판단합니다. 채용 경위, 업무 방식, 보수 구조가 통상적인 아르바이트와 얼마나 달랐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실질적 기준이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몰랐다"고 진술하는 것만으로는 무죄를 얻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유죄를 전제로 포기할 문제도 아닙니다. 고의를 다툴 수 있는 사안인지, 아니면 고의는 인정하되 양형에서 가담 정도를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 사안인지부터 구분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사기죄의 공동정범이 되기 위해 보이스피싱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전부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지입니다. 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 피해자의 돈을 수거·전달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면서도 그것이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용인했다면, 전체 조직 구조나 상선의 정체를 몰랐어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형법 제347조 사기, 제30조 공동정범). 둘째, 그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근거로 법원이 실제로 무엇을 보는가입니다. 채용 절차가 정식 계약서·신분확인 없이 구인 사이트나 메신저만으로 이루어졌는지, 업무 방식이 신분증 확인이나 영수증 없이 현금을 직접 주고받는 이례적인 형태였는지, 보수가 단순 배달·수거치고 비정상적으로 높았는지, 그리고 피고인의 나이·지능·사회경험에 비추어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집니다. 셋째, 수거·전달한 금액이 얼마인가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는지입니다 — 사기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됩니다. 넷째, 고의가 인정되더라도 가담 정도가 양형에서 얼마나 반영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독립적이지 않습니다. 채용·업무·보수의 비정상성이 뚜렷할수록 고의를 다투기는 어려워지고, 그럴수록 사건의 무게중심은 자연히 양형 쪽으로 옮겨갑니다. 그래서 사건 초기에 이 구도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방어 전략의 방향을 정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미필적 고의를 다투는 사안이라면 — '정상적 아르바이트였다'는 사실관계를 증거로 세우기
실제로 채용 경위나 업무 지시 내용이 통상적인 아르바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경우라면, 미필적 고의를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채용 경위의 정상성을 증거로 남깁니다.
구인 공고문 원문, 채용 담당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신저 대화, 계약서나 근로조건 안내 여부를 전부 확보합니다. 공고 내용이 실제 업무와 일치했는지, 사업자등록이나 회사 명의가 확인 가능했는지, 채용 과정에서 신분증·계좌 요구가 이례적이지 않았는지를 시점별로 정리합니다. 채용 단계에서부터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다는 사실을 재판부가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2) 업무 방식이 통상적인 범위 안에 있었음을 입증합니다.
현금을 주고받을 때 정식 영수증을 발행했는지, 상대방의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는지, 업무 지시가 문서화된 매뉴얼을 통해 이루어졌는지를 정리합니다. 반대로 "신분증 없이 현금만 받아오라"거나 "받은 즉시 특정 계좌로 쪼개서 입금하라"는 식의 지시가 있었다면 이례성이 뚜렷해지므로, 실제 지시 내용을 있는 그대로 정리해 사건의 실체에 맞는 방어선을 설정합니다.
3) 보수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높지 않았음을 시세와 대조합니다.
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핵심 근거 중 하나가 '업무 난이도에 비해 과도한 보수'입니다. 그래서 동종 배달·심부름 아르바이트의 통상적인 건당 보수와 실제 받은 금액을 비교해, 그 차이가 합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범위인지 아니면 대가성이 뚜렷한 수준인지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합니다. 이 대조가 정리되지 않으면, "보수가 과도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반박할 근거가 사라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고의를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 가담 정도를 사실대로, 그러나 최대한 정확히 세우기
채용·업무·보수의 이례성이 뚜렷해 고의를 다투기 어려운 경우, 무리하게 무죄를 주장하다 정상참작의 기회마저 잃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사기죄의 성립을 전제로, 가담 정도를 정확하게 낮추는 데 집중합니다.
1) 가담 횟수·기간·역할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특정합니다.
같은 '수거책'이라도 한두 차례 단발성으로 관여한 경우와 수개월간 반복적으로 가담한 경우는 양형이 크게 다릅니다. 통화 내역, 이동 동선, 실제 수거 건수를 특정해 가담이 일회적·초기 단계에 그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조직 내에서 지시를 내리거나 다른 가담자를 모집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았음을 함께 정리합니다. 사기범죄 양형기준상 조직적 사기 유형에서는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고 인정되면 특별감경인자로 작용해 기본 형량의 절반 범위 내에서 감경될 수 있습니다.
2) 피해 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합니다.
본인이 직접 수거한 금액에 한해서라도 피해자를 특정해 공탁하거나 합의를 진행하는 것은 양형에 실질적으로 반영됩니다. 조직 전체 피해액을 개인이 전부 배상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관여한 범위의 피해를 회복하려는 노력 자체가 반복적 피해 확대나 은닉 의도가 없었다는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3) 범죄단체조직죄 등 추가 혐의로의 확대를 경계합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사기죄 외에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가입·활동죄가 함께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사기죄와 별도로 처벌되고 양형에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실제로 지휘·보고 체계를 갖춘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인지, 아니면 단발적으로 이용당한 것인지를 수사 초기 단계부터 명확히 구분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보이스피싱 수거책·전달책 사건에서 법원이 보는 것은 "몰랐다"는 말 자체가 아니라, 그 말을 믿을 만한 정황이 실제로 있었는가입니다. 채용 경위와 업무 방식, 보수 구조가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에는 무죄를 다투기보다 가담 정도를 정확하게 낮추는 쪽이 현실적인 방향입니다.
어느 쪽이든, 수사 초기에 채용 과정과 업무 지시 내용을 어떻게 정리해 두는가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지금 관련 조사를 받고 있거나 출석 요구를 받은 상황이라면, 고의를 다툴 수 있는 사안인지 양형에 집중해야 하는 사안인지부터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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