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나 관리자가 "내가 봤다"는 말 한마디를 근거로 횡령 혐의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좌 내역에 이상한 흐름도 없고, 회계장부에 빈 구멍도 없고, CCTV 영상 한 장 없는데도 오직 한 사람의 진술만으로 고소장이 접수되고 경찰 출석요구서가 날아오면, 억울함과 막막함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증거도 없는데 설마 처벌까지 받겠느냐"고 안심하다가도, 수사기관이 일단 그 진술을 근거로 조사를 개시하고 나면 대응이 늦어질수록 오히려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목격자가 회사 동료나 상사처럼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일 때는, 그 진술이 어떤 경위로 나오게 됐는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물증 없이 진술 하나로 세워지는 횡령 혐의의 구조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돈이 없어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타인의 재물을 위탁관계에 따라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는지, 그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 실제로 임의로 소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가 있었는지까지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들에서 종종 수사기관이 손에 쥔 것은 계좌 내역이나 장부 같은 객관적 자료가 아니라, "그 사람이 돈을 가져가는 걸 봤다"는 식의 진술 하나뿐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사건은 대응 시점에 따라 국면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직 경찰 조사 단계라면 진술의 모순과 이해관계를 파고들어 애초에 기소로 넘어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이고, 이미 공소가 제기돼 공판이 진행 중이라면 법정에서 그 진술의 증명력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수사 초기에 아무 대응 없이 조사에 응하기만 하면, 진술 하나가 마치 확정된 사실처럼 기록에 굳어져 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진술의 허점을 초반부터 짚어 두면, 검사 스스로 공소 유지에 부담을 느껴 사건이 불기소로 정리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여기서 흔히 놓치는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목격자가 회사 동료나 상급자처럼 고소인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경우, 그 진술이 순수한 목격 사실인지 아니면 인사상 갈등이나 책임 회피의 연장인지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증 없이 진술만 존재하는 사건일수록, 그 진술이 나온 배경 자체가 사건의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자유심증주의와 진술 신빙성을 가르는 구체적 기준들
횡령죄(형법 제355조)가 성립하려면 위탁관계에 의한 보관자 지위, 재물을 자기 소유처럼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사, 실제 임의소비나 반환거부라는 행위까지 모두 증명돼야 합니다. 형사재판에서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08조, 자유심증주의). 하지만 이것이 "진술 하나만 믿으면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대법원도 일관되게 유죄를 인정하려면 법관에게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 있는 증거가 있어야 하며, 그런 증거가 없다면 설령 유죄의 의심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목격자 진술 하나만 존재하는 사건에서는 그 진술 자체의 신빙성을 뜯어보는 것이 재판의 핵심이 됩니다. 대법원이 반복해 제시해 온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진술 내용 자체가 합리적이고 경험칙에 부합하는지, 진술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는지, 진술자와 고소인·피해자 사이에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진술자 스스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어 수사를 이용한 회유나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동기가 진술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지 등입니다. 목격자가 회사 동료나 상사여서 인사평가·책임 소재와 얽혀 있다면, 이 이해관계 요소만으로도 신빙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기억의 특성도 중요한 다툼 지점입니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험칙이며, 특별한 사정 없이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진술이 더 구체적이고 선명해진다면 그 자체가 신빙성을 의심할 사정이 됩니다. 최초 진술 시점이 사건 발생으로부터 한참 지난 뒤였는지, 진술 내용이 조사가 거듭될수록 공소사실에 맞춰 조금씩 바뀌었는지도 반드시 대조해야 합니다.
불법영득의사 판단에서도 진술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판례는 보관자가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 재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즉 "돈을 가져가는 걸 봤다"는 진술만으로는 그 처분이 회사 업무를 위한 정당한 지출이었는지, 사적으로 임의 소비한 것이었는지까지는 증명되지 않습니다. 이 공백을 채우려면 결국 결재 문서·품의서·정산 내역 같은 객관적 자료가 필요한데, 그런 자료 없이 진술만 있다는 것 자체가 검사 입장에서는 약점입니다.
예를 들어 목격자 1인의 진술만으로 3천만 원 상당의 횡령 혐의가 제기된 사안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계좌 흐름이나 장부상 불일치 같은 객관적 자료가 전혀 없고, 목격자는 고소인 회사의 관리직으로 인사 문제로 피고인과 갈등이 있었으며, 최초 진술은 사건 발생 넉 달 뒤 인사위원회 회부 직전에 나왔다고 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진술의 이해관계·시점·구체성 세 가지 모두에서 다툴 여지가 생기고, 여기에 정산 내역 등 반박 자료까지 확보되면 무죄 또는 불기소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집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진술 탄핵부터 자금흐름 재구성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방어권을 구성합니다.
진술조서·고소장을 문장 단위로 대조 — 목격자의 최초 진술과 이후 조사·법정 진술이 시점·장소·행위 묘사에서 서로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 문장 단위로 대조합니다. 진술이 조사가 거듭될수록 더 구체적이고 확신에 찬 방향으로만 바뀐다면, 그 변화 자체를 신빙성 탄핵 자료로 씁니다.
목격자와 고소인의 관계·이해관계 조사 — 목격자가 인사평가·승진·책임 소재에서 고소인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지, 피고인과 사전에 갈등이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인사기록·메신저 내역·동료 진술서 등으로 이해관계를 뒷받침할 수 있으면 진술 자체의 동기를 흔들 수 있습니다.
객관적 자금흐름 자료로 반박 — 계좌 거래내역, 회계장부, 결재 문서, 카드 사용 내역 등을 확보해 문제된 금원의 실제 흐름을 재구성합니다. 진술이 가리키는 시점·금액과 객관적 자료가 어긋나면, 진술의 신빙성 자체가 흔들립니다.
정당한 처분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 확보 — 문제된 지출이 업무상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면, 관련 품의서·정산서·상급자 승인 이메일 등을 모아 불법영득의사가 없었음을 뒷받침합니다. 소유자(회사)의 이익을 위한 처분이었다는 사정이 확인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합니다.
수사 단계와 공판 단계를 구분해 대응 — 아직 경찰·검찰 조사 중이라면 위 자료들을 의견서로 정리해 불기소를 목표로 제출하고, 이미 기소됐다면 증인신문에서 목격자의 진술 태도·모순점을 직접 드러내는 반대신문을 준비합니다. 어느 단계든 물증 없는 진술 하나에 기대는 사건은 초기 대응의 밀도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초기 대응이 신빙성 다툼의 성패를 가릅니다
물증 없는 진술 하나로 시작된 사건일수록 "증거가 없으니 알아서 정리되겠지"라며 손을 놓고 있는 태도가 가장 위험합니다. 진술은 조사가 거듭될수록 다듬어지고, 수사기관의 심증도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지는 경향이 있어, 초기에 진술의 허점과 이해관계를 짚어두지 않으면 뒤늦게 뒤집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목격자 진술만으로 횡령 고소나 조사가 시작됐다면, 진술의 일관성과 이해관계부터 먼저 점검하시고, 객관적 자금흐름 자료로 반박하는 방향까지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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