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를 매매로 넘겨받기로 계약까지 마쳤는데, 잔금일을 앞두고 등기부등본을 다시 떼어보니 근저당권이 그대로 살아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도인은 "잔금을 받으면 바로 갚고 말소하겠다"고 말하지만, 막상 잔금일이 다가와도 근저당권자와의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거나 채권최고액이 예상보다 커서 정리가 안 된다는 등의 이유로 말소가 계속 미뤄지곤 합니다. 임대차와 달리 상가 매매는 소유권 자체를 넘겨받는 거래이므로, 근저당이 그대로 남은 채 잔금부터 치렀다가는 이후 그 근저당권이 실행될 때 상가 자체를 잃을 위험까지 떠안게 됩니다. 잔금일은 다가오는데 말소 서류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인이 그대로 잔금을 치러야 하는지, 지급을 미룰 수 있는지, 나아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근저당 남은 상가, 잔금 지급 전 매수인이 놓치기 쉬운 지점
상가 매매계약이 체결되면 매도인에게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매수인에게는 잔금지급의무가 생깁니다. 목적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매도인의 의무에는 단순한 등기이전을 넘어 근저당권 말소까지 포함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완전한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한 이상, 등기부상 부담을 그대로 남겨둔 채 소유권만 넘기는 것은 계약의 본지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근저당을 처리하는 방식이 계약마다 다릅니다. 매도인이 잔금을 받아 직접 상환하고 말소하기로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매수인이 근저당의 피담보채무를 인수하는 대신 그 금액만큼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하는 특약을 두는 경우도 흔합니다. 어느 방식으로 특약을 맺었는지에 따라 잔금일에 매수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약 내용을 계약서에서 다시 확인하지 않은 채 관행대로 잔금부터 치르면, 나중에 근저당이 정리되지 않았을 때 책임 소재를 다투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문제는 잔금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매도인이 "곧 갚겠다", "근저당권자와 얘기가 거의 끝났다"는 말만 반복하며 시간을 끄는 경우입니다. 여기에 등기부상 채권최고액과 실제 남은 피담보채무액이 서로 달라 매수인이 얼마를 유보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아무 조치 없이 잔금 전액을 지급해버리면, 이후 근저당이 실행되었을 때 매수인이 떠안는 위험을 스스로 키우는 셈이 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동시이행관계와 대금지급거절권, 근저당 실행 시 계약해제까지
상가 매매에서 근저당권이 걸려 있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매도인의 근저당 말소 및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매수인의 잔대금지급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있는 부동산을 매매하는 경우, 매수인이 피담보채무를 인수하여 그 채무액 상당을 매매잔대금에서 공제하기로 하는 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의 근저당말소 및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매수인의 잔대금지급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1. 11. 26. 선고 91다23103 판결). 즉 특약이 없다면 매도인이 근저당을 말소해주지 않는 한 매수인도 잔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매수인이 근저당의 피담보채무를 인수하고 그 금액을 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라도, 다른 특약이 없다면 이는 매도인을 완전히 면책시키는 채무인수가 아니라 이행인수로 본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대법원 1993. 2. 12. 선고 92다23193 판결). 이행인수는 매수인이 매도인을 대신해 채무를 갚기로 매도인과의 사이에서만 약속한 것일 뿐, 근저당권자와의 관계에서는 매도인이 여전히 채무자로 남습니다. 따라서 매수인이 약속대로 갚지 않으면 근저당권자는 여전히 매도인에게, 나아가 담보물인 상가에 근저당권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 대금에서 공제받았다고 해서 매수인의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근저당 말소의무를 매도인이 실제로 이행했다고 인정받으려면 어느 정도까지 준비해야 할까요. 대법원은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의무에 관한 이행제공은 피담보채무가 변제되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말소등기에 필요한 서류까지 준비해야 비로소 이행제공이 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79. 11. 13. 선고 79다1562 판결). 매도인이 "빚은 다 갚았다"고만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해지증서·등기필증 등 말소에 필요한 서류를 실제로 갖춰 제시해야 잔금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약 없이 근저당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잔금일이 도래했다면, 매수인에게는 민법 제588조에 따른 대금지급거절권이 있습니다. 매매목적물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있어 매수인이 매수한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잃을 염려가 있는 때에는, 매수인은 그 위험의 한도에서 대금의 전부나 일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남아 있어 완전한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면, 그 근저당권 말소등기가 될 때까지 등기상 채권최고액에 상당하는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실무의 확립된 해석입니다. 다만 매도인이 그에 상당한 담보를 별도로 제공하면 거절권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만약 매수인이 잔금을 이미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는데도 근저당이 정리되지 않아 이후 그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거나 취득한 소유권을 잃게 된 경우라면, 민법 제576조에 따라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자기 비용으로 근저당 채무를 대신 갚아 소유권을 지켜냈다면 그 비용의 상환을 매도인에게 청구할 수 있고, 손해가 있다면 그 배상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보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예를 들어 상가 매매대금이 5억 원이고 등기부상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이 1억 2천만 원으로 설정되어 있다면, 별도 특약이 없는 한 매수인은 이 채권최고액 상당인 1억 2천만 원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근저당권자에게 확인한 결과 실제 남은 피담보채무가 9천만 원이라면, 잔금 중 9천만 원은 근저당권자 계좌로 직접 지급해 말소서류를 받고 나머지 3억 9천1백만 원만 매도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실무에서 널리 쓰이는 방법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특약 점검부터 강제집행까지 단계별 대응
법리가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계약서 특약부터 다시 확인 — 근저당의 처리 방식이 매도인 직접 상환·말소인지, 매수인 인수 후 대금 공제인지를 먼저 가립니다. 인수·공제 특약이라면 이는 면책적 채무인수가 아닌 이행인수이므로, 매수인이 대금에서 공제받았더라도 근저당권자와의 관계에서 위험이 남는다는 점을 전제로 이후 절차를 준비해야 합니다.
잔금 전 등기부등본 재확인과 채권최고액·실채무액 대조 — 잔금일 임박해 등기부를 다시 발급받아 근저당이 그대로인지 확인하고, 근저당권자에게 실제 남은 피담보채무액을 직접 확인합니다. 등기상 채권최고액과 실채무액이 다른 경우가 흔하므로, 유보할 금액은 실채무액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대금지급거절권 행사와 동시이행 구조 설계 — 말소서류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민법 제588조에 따라 채권최고액 상당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음을 서면으로 명확히 통지합니다. 실무적으로는 법무사를 통해 잔금 중 피담보채무 상당액을 근저당권자 계좌로 직접 송금하면서 그 자리에서 해지증서·등기필증 등 말소서류를 받고, 동시에 나머지 잔금을 매도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면 근저당 미말소 위험을 잔금 지급 시점에 바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행최고 후 계약해제와 손해배상 청구 — 매도인이 말소에 필요한 서류 준비 자체를 계속 미룬다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고, 그래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계약금 반환은 물론, 계약서에 위약금 특약이 있다면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특약이 없다면 실제 손해액을 입증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 근저당이 실행될 위험이 있다면 — 민법 제576조에 따라 계약해제 및 손해배상을 검토하고, 근저당권 실행이 임박했다면 매수인이 직접 피담보채무를 대위변제해 소유권을 지켜낸 뒤 그 비용을 매도인에게 구상하는 방법도 함께 준비합니다.
매도인 자력이 불안하다면 보전조치부터 — 매도인이 잔금을 다른 곳에 써버리거나 재산을 처분할 우려가 있다면, 소송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가압류·처분금지가처분 등 보전조치를 먼저 검토해 회수 가능성을 확보해 둡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근저당 정리부터 확인하고 잔금 일정을 짜야 하는 이유
근저당이 남아 있는 상가를 매매하면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매도인이 알아서 갚겠지"라며 특약과 등기부를 다시 확인하지 않은 채 잔금부터 치르는 것입니다. 특약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채권최고액과 실채무액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에 따라 매수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와 그 순서가 달라지고, 확인을 미루는 사이 근저당 실행이라는 돌이키기 어려운 위험만 커집니다.
근저당이 설정된 상가를 매매하면서 잔금일이 다가오는데 말소가 되지 않고 있다면, 계약서의 특약 내용부터 다시 점검하시고, 대금지급거절권 행사부터 계약해제까지 상황에 맞는 대응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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