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사업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폐업을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이때 많은 창업자들이 가장 먼저 두려워하는 것은 "법인이 문을 닫으면 나도 개인 재산까지 다 날아가는 건 아닐까"라는 물음입니다. 실제로는 법인과 개인은 원칙적으로 분리된 존재라 폐업 자체만으로 대표자 개인 재산이 위험해지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창업 초기 대출을 받거나 사무실을 임차하며 서명했던 개인 연대보증, 그리고 세금·임금 같은 몇 가지 예외 항목입니다. 이 예외들을 정확히 짚지 않은 채 폐업 절차부터 진행하면, 정작 막아야 할 위험은 그대로 남겨둔 채 시간만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법인격 분리 원칙과 개인 책임이 발생하는 네 갈래
주식회사 형태로 창업했다면 원칙은 명확합니다. 상법 제331조에 따라 주주는 자신이 인수한 주식의 금액을 한도로만 책임을 지는 유한책임이 원칙입니다. 법인이 은행 대출이나 물품대금, 사무실 임차료 등을 갚지 못한 채 폐업하더라도, 그 채무는 법인의 재산으로만 처리될 뿐 대표이사 개인의 예금이나 부동산까지 끌려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이 원칙이 그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창업 초기 신용도가 부족한 법인은 은행이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으려면 대표자 개인이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하는 것을 요구받는 일이 흔하고, 사무실 임대차 계약 역시 법인 명의만으로는 임대인이 계약을 꺼려 대표자가 함께 서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개인보증 외에도 대표자가 개인 책임을 지게 되는 경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①대출·임대차 등에 직접 서명한 개인 연대보증 ②법인이 체납한 세금에 대한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 ③직원 임금 체불에 대한 형사책임 ④고의·중과실로 회사를 부실 운영해 거래처에 손해를 끼친 경우의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상법 제401조)입니다. 폐업을 준비한다면 이 네 갈래 중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연대보증·과점주주 세금·임금체불의 개별 법리
가장 흔하게 문제 되는 것은 개인 연대보증입니다. 법인의 채무와 대표자 개인의 보증채무는 민법상 별개의 채무입니다. 주채무자인 법인이 파산해 청산되더라도 보증인인 대표자 개인의 채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 법인파산은 법인격 자체를 소멸시키는 청산 절차일 뿐, 보증인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인회생 절차에서 인가된 회생계획으로 법인 채무 일부가 탕감되더라도, 채무자회생법 제250조 제2항에 따라 그 면책 효력은 보증인에게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즉 회사는 회생·파산으로 정리됐는데 대표자 개인의 연대보증 채무만 고스란히 남는 상황이 실제로 자주 벌어집니다.
다만 2018년 4월 2일부터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지역신용보증재단 등 정책금융기관은 신규로 취급하는 보증·대출에 한해 대표이사의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했습니다.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대출금을 사업 목적대로 쓰고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책임경영이행약정을 함께 맺어야 합니다. 다만 이 폐지는 정책자금 신규 취급분에만 적용되고, 시중은행의 일반 대출이나 이 제도 시행 전에 이미 체결된 보증계약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폐업을 앞둔 창업자라면 자신이 서명한 대출·보증 서류가 이 면제 대상인지부터 하나씩 대조해 보아야 합니다.
세금 쪽에서는 국세기본법 제39조의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가 문제 됩니다. 법인 재산으로 체납 국세를 다 못 갚을 때, 본인과 배우자·직계존비속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 발행주식 총수의 50%를 초과하면서 회사 경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점주주는 그 부족분에 대해 자신의 지분 비율만큼 제2차 납세의무를 집니다. 공동창업자끼리 지분을 나눠 가진 스타트업이라도, 배우자나 가족 지분까지 합산했을 때 50%를 넘는 창업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폐업 후에도 세금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직원에게 지급하지 못한 임금·퇴직금은 성격이 또 다릅니다. 근로기준법 제38조에 따라 최종 3개월분 임금·최종 3년간 퇴직금·재해보상금은 질권·저당권 등 담보권보다도 앞서 변제받는 최우선변제 대상이고, 그 밖의 임금채권도 담보된 채권 다음으로 다른 채권·조세보다 우선합니다. 다만 법인 재산 자체가 남아 있지 않으면 이 우선순위도 실익이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형사책임입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임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않은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여기서 "사용자"에는 대표이사가 포함됩니다. 법인이 문을 닫아도 이 형사책임은 대표자 개인에게 그대로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상법 제401조의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도 살펴야 합니다. 대표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해 거래처 등 제3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넘어 대표이사 개인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이미 지급불능 상태에 이른 것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거래처로부터 물품을 계속 공급받거나 선금을 받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단순히 사업이 예상대로 되지 않아 법인이 채무를 못 갚게 된 것만으로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폐업 전 점검부터 개인 채무 정리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 폐업을 준비하며 다음 순서로 점검하고 대응합니다.
서명한 서류부터 전수 확인 — 은행 대출 약정서, 정책자금 보증서, 사무실 임대차계약서를 모두 꺼내 대표자 개인 명의로 연대보증 문구가 들어가 있는지, 2018년 4월 이후 신규 정책자금이라 면제 대상인지를 하나씩 확인합니다.
과점주주 해당 여부 계산 — 본인과 배우자·직계존비속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산해 50%를 넘는지 계산하고, 넘는다면 법인의 국세 체납 현황부터 파악해 둡니다. 폐업 직전 지분을 넘기는 등의 조치는 사해행위로 다퉈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임금·퇴직금 재원부터 확보 — 법인 재산이 남아 있다면 임금·퇴직금을 최우선으로 정산하고, 재산이 부족하면 임금채권보장제도(체당금)를 통해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절차를 안내해 형사책임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
법인 해산·청산과 파산의 갈림길 판단 — 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면 정식 해산·청산으로 마무리할 수 있지만,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다면 법인파산을 신청해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배당하고 법인격을 정리하는 편이 이후 분쟁을 줄입니다.
남는 개인 연대보증 채무는 별도 절차로 정리 — 법인파산과 별개로, 대표자 개인의 채무 규모에 따라 개인회생(무담보 채무 10억 원·담보부 채무 15억 원 이하, 채무자회생법 제579조), 이 한도를 넘으면 일반회생, 소득이 없거나 매우 적다면 개인파산·면책 중 하나를 선택해 진행합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제도를 함께 검토하면 절차를 시작하기 전 단계에서도 상환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폐업 결정 전 책임 범위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
폐업을 앞두고 가장 위험한 태도는 "어차피 법인이 없어지면 다 정리되겠지"라며 개인 책임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입니다. 연대보증 채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연이자가 붙고, 세금 체납은 가산세가 쌓이며, 임금체불은 형사절차로 이어질 수 있어 손을 놓고 있는 시간 자체가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스타트업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서명한 보증 서류와 지분 구조부터 먼저 점검하시고, 법인 정리 절차와 개인 채무 정리 절차를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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