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했는데, 갑자기 상대 회사 쪽에서 "그 계약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며 소유권 이전등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대표이사가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회사의 핵심 부동산을 헐값에 처분해버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다른 이사나 주주들이 계약을 되돌릴 방법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매수인으로서는 정상적으로 등기부등본과 법인등기사항증명서까지 확인하고 계약했는데 회사 내부 사정으로 거래가 뒤집힐 수 있다는 말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고, 회사 쪽에서도 이미 대금이 오간 계약을 무를 수 있는지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분쟁에서 계약의 효력이 어떻게 갈리는지, 매수인과 회사 각각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회사 부동산 매매에서 이사회 결의가 왜 문제되는가
주식회사가 소유한 부동산을 매매할 때, 회사의 의사결정은 대표이사 혼자만의 몫이 아닙니다. 상법 제393조 제1항은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를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이 이 중 "중요한 자산"에 해당한다면,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반드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문제는 실제로 이 절차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 사정이 급하거나, 자신의 판단만으로 처분이 가능하다고 여겨 이사회를 생략한 채 계약부터 체결해버리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계약이 뒤늦게 문제 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매수인이 잔금을 치르려는 단계에서 회사(또는 새로 취임한 대표이사·이사회)가 절차 흠결을 이유로 소유권 이전을 거부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주주나 다른 이사들이 뒤늦게 처분 사실을 알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거래로 문제 삼는 경우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이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수인이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 한해서만 무효가 됩니다. 이 기준이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매수인과 회사 각각의 입장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중요재산 판단 기준과 상대방의 악의·중과실
이 문제를 판단하려면 두 단계를 순서대로 짚어야 합니다. 첫째, 처분된 부동산이 상법 제393조 제1항의 "중요한 자산"에 해당하는지, 둘째, 해당한다면 그 계약의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입니다.
중요한 자산인지 여부는 단순히 부동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재산의 가액과 회사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회사의 규모, 회사의 영업 또는 재산의 상황과 경영상태, 그 자산의 보유목적, 회사의 일상적 업무와의 관련성, 그 회사에서 이런 유형의 처분을 종래 어떻게 취급해왔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표이사의 결정에 맡기는 것이 상당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 예를 들어 회사가 보유한 여러 부동산 중 일부 잉여 부지를 매각하는 것과, 회사 영업의 근간이 되는 유일한 공장·사옥을 처분하는 것은 같은 부동산 매매라도 취급이 전혀 다릅니다. 후자처럼 처분 후 회사 존속이나 영업 자체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중요한 자산으로 볼 가능성이 큽니다.
수치로 감을 잡아보면, 예를 들어 총자산 50억 원인 회사가 시가 30억 원의 유일한 사옥을 처분했다면 총자산의 60%에 이르는 데다 회사의 영업 기반 자체를 처분하는 셈이어서 중요한 자산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반대로 총자산 500억 원 규모의 회사가 영업과 무관한 5억 원짜리 나대지 하나를 처분한 경우라면 비중이 1%에 불과하고 일상적 재산관리 범위로 볼 여지가 있어, 같은 부동산 매매라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매매대금이 시세보다 뚜렷하게 낮게 책정됐다면, 그 자체가 이사회 결의를 생략한 배경에 배임적 의도가 있었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정황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자산에 해당한다면 이사회가 직접 결의하지 않은 채 그 처분을 대표이사에게 일임할 수 없고, 정관에 이사회 부의사항으로 따로 정해두지 않았더라도 반드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이는 상법이 직접 요구하는 절차이므로, 회사 내부 규정으로 정한 결재 절차를 어긴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됩니다.
그렇다면 이사회 결의 없이 체결된 계약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은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라 요구되는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거래행위도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을 위반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해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즉 상법 제389조 제3항이 준용하는 제209조 제2항에 따라, 거래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악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만 그 거래행위가 무효가 됩니다. 여기서 중과실이란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사회 결의가 없었음을 알 수 있었는데도 만연히 결의가 있었다고 믿어, 거래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상태 —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로 주의를 게을리한 경우를 말합니다. 단순히 "확인해볼 수 있었는데 안 했다"는 정도의 가벼운 과실만으로는 무효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 전원합의체 판결이 명확히 했습니다.
실무상 중요한 부분은 증명책임입니다. 상대방(매수인)이 이사회 결의가 없었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는 사정은,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회사 쪽이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매수인이 스스로 선의·무중과실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회사가 매수인의 악의 또는 중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계약은 유효하게 남습니다. 통상적인 거래에서 매수인이 회사 대표이사와 계약하면서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고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면, 매수인에게 일반적으로 이사회 의사록까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매수인과 회사 각각의 입장별 대응
계약 효력을 둘러싼 다툼은 매수인 쪽과 회사(또는 다른 이사·주주) 쪽 중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준비할 것이 다릅니다.
매수인 — 계약 체결 당시 자료부터 정리: 계약서, 법인등기사항증명서, 대표이사 자격을 확인한 경위, 계약 협의 과정에서 오간 이메일·문자 등을 모아둡니다.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고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매매대금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았다, 회사 관계자가 절차상 문제를 언급했다 등)이 없었다면, 이런 자료가 선의·무중과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매수인 — 증명책임의 소재를 방어에 활용: 회사 측이 "이사회 결의가 없었으니 무효"라고만 주장할 뿐 매수인의 악의나 중과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그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소송으로 번지더라도 이 증명책임 구조를 정확히 짚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매수인 — 소유권 이전이 지연되면 이행청구와 보전처분을 함께: 회사가 절차 흠결을 이유로 등기 협력을 미룬다면,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과 함께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회사가 그 사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두어야 합니다.
회사·주주 — 매수인의 악의·중과실을 뒷받침할 자료부터 확보: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계약을 무효로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매매대금이 시세와 현저히 차이 났는지, 매수인이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였는지, 계약 체결 경위에 절차를 회피하려는 정황이 있었는지를 먼저 조사해야 소를 제기할 실익이 있습니다.
회사·주주 — 대표이사 개인에 대한 책임 추궁도 병행: 계약 자체가 유효로 확정되더라도,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대표이사에게는 상법 제399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고, 처분 경위에 따라 업무상배임 책임까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계약 무효를 다투는 것과 대표이사 개인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별개의 절차이므로 함께 검토해야 회사의 손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어느 쪽이든 초기 자료 확보가 승패를 가릅니다
회사 부동산 매매에서 이사회 결의 흠결이 문제 되면, 결국 관건은 계약 체결 당시 상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느냐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시 오간 이메일이나 관계자 기억은 흐려지고, 회사 쪽이든 매수인 쪽이든 유리한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계약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면, 또는 반대로 회사 부동산이 절차 없이 처분된 정황을 알게 되셨다면, 계약 체결 당시 자료부터 정리해 어느 쪽 입장에서든 입증 가능성을 먼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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