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로 보증을 서주기로 했다거나, 문자메시지로 "제가 보증하겠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낸 적이 있다면 그 약속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5년 민법 개정으로 보증은 더 이상 말이나 전자메시지만으로 성립하지 않고,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담긴 서면이 있어야만 효력이 생기는 요식행위가 되었습니다. 특히 앞으로 생길 여러 채무를 계속 보증하는 근보증이라면 보증할 최고 한도액까지 서면에 명시해야 하고, 이를 빠뜨리면 계약 자체가 무효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보증이 서면으로만 유효한 이유와 구체적으로 어떤 서면이 요건을 충족하는지, 최고액을 정하지 않은 근보증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이미 이행한 보증채무는 방식 하자를 주장할 수 있는지까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보증은 왜 서면으로만 유효한가 — 요식행위로 바뀐 이유
보증계약은 오랫동안 당사자의 합의만으로 성립하는 낙성계약으로 다뤄졌습니다. 서면을 남기지 않고 구두로만 "내가 보증인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해도 법적으로는 유효한 보증이 성립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친분이나 인정에 이끌려 별생각 없이 한 약속이 훗날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의 채무로 돌아오는 경우가 반복됐다는 데 있습니다. 보증인이 자신이 부담하는 책임의 범위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서명 하나 없이 채무를 떠안는 상황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2015년 2월 3일 민법이 개정되어(2016년 2월 4일 시행) 제428조의2(보증의 방식)가 신설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정해, 보증계약을 낙성계약에서 요식행위로 전환시켰습니다. 이보다 앞서 2008년 제정된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개인보증에 한해 비슷한 서면 요건을 두고 있었는데, 민법 개정으로 이 요건이 보증계약 전반으로 확대 적용된 것입니다.
요식행위로 바뀐 실익은 분명합니다. 서면이 없으면 보증인의 의사가 아무리 명확해 보여도 법적 효력 자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채권자로서는 구두 약속만 믿고 자금을 내주는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보증인으로서는 술자리나 인간관계에 떠밀려 무심코 한 약속이 곧바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보증계약은 더 이상 말로 성립하는 낙성계약이 아니라,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담긴 서면이 있어야만 효력이 발생하는 요식행위다.
서면 요건의 핵심 — 기명날인·서명, 그리고 전자적 형태의 한계
민법 제428조의2 제1항이 요구하는 서면은 아무 종이나 되는 것이 아니라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기명날인은 이름을 적고 도장을 찍는 방식이고, 서명은 본인이 직접 자기 이름을 손으로 쓰는 방식입니다.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다282473 판결은 이 둘을 구별해, '서명'은 원칙적으로 보증인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을 의미하므로 타인이 보증인의 이름을 대신 쓰는 것은 서명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기명날인'은 타인이 이를 대행하는 방법으로 하여도 무방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구별은 실무에서 종종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 직원이 대표자 명의의 보증서를 작성하면서 서명란에 대표자 이름을 대신 써넣었다면, 그 부분은 서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반대로 도장을 대신 찍어준 경우라면 기명날인으로 인정될 여지가 남습니다. 형식만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서면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가 곧 보증계약의 효력 유무를 가르는 만큼 가볍게 볼 수 없는 부분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보증인의 의사가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경우에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이메일 등으로 "보증하겠습니다"라는 의사를 전달해도 서면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고, 원칙적으로 그 의사표시만으로는 보증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실제 분쟁에서는 이런 전자적 대화가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채권자로서는 보증의 효력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명날인 — 이름을 적고 도장을 찍는 방식. 타인이 대행해도 요건 충족.
서명 — 보증인 본인이 직접 손으로 이름을 쓰는 방식. 타인 대행 시 요건 불충족.
전자적 형태(문자·카카오톡·이메일 등) — 서면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해 원칙적으로 효력 없음.
'기명날인'은 타인이 대행해도 무방하지만 '서명'은 보증인 본인이 직접 이름을 써야 하고, 어느 쪽이든 문자메시지 같은 전자적 형태로는 요건을 채울 수 없다.
근보증이라면 최고액까지 서면에 — 안 하면 계약 자체가 무효
민법 제428조의3은 장래에 발생할 불확정한 다수의 채무에 대해서도 보증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이런 근보증에서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해야 한다는 요건을 하나 더 붙입니다. 근보증은 계속적 물품공급계약의 대금채무, 금융기관과의 계속적 여신거래, 회사 임원이 회사의 장래 채무 전반을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경우 등에서 흔히 쓰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이 최고액을 제428조의2 제1항에 따른 서면으로 특정하지 않은 근보증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명시합니다. 즉 근보증에서는 앞서 본 기명날인·서명 요건에 더해 "얼마까지 책임지는지" 금액 상한을 서면에 반드시 적어야 하고, 이를 빠뜨리면 다른 요건을 다 갖췄어도 계약 전체가 무효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흔히 보는 함정은 "회사가 앞으로 발생시키는 모든 채무를 보증한다"는 식의 포괄적인 문구만 있고 구체적인 금액 상한이 빠진 각서나 보증서입니다. 이런 형태는 근보증계약 자체가 무효로 판단될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최고액이 서면에 분명히 적혀 있다면 보증인은 그 금액 한도 안에서만 책임지면 되고, 보증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그 기간은 3년으로 봅니다.
근보증 사례 — 계속적 물품공급계약의 대금채무, 금융기관 여신거래, 임원의 포괄적 회사채무 보증 등.
최고액 미기재 — 근보증계약 전체가 무효로 처리될 수 있음.
최고액 기재 — 그 금액 한도 내에서만 보증책임 부담.
보증기간 미정 — 별도 정함이 없으면 3년으로 간주.
계속적 물품거래나 금융기관 여신거래처럼 채무 발생과 소멸이 반복되는 관계에서는 보증인이 애초에 부담하는 총액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최고액 특정 요건의 의미가 더 큽니다. 최고액이 서면에 없으면 채권자가 나중에 "이만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해도 그 근거 자체가 무효로 돌아갈 수 있으므로, 근보증서를 작성할 때는 금액 상한이 숫자로 명시돼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실무의 출발점입니다.
보증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할 때도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
민법 제428조의2 제1항 후문은 보증채무를 보증인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같은 방식을 요구한다고 정합니다. 처음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는 기명날인·서명이 담긴 서면 요건을 갖췄더라도, 이후 채권자와 주채무자가 협의해 보증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조건을 바꾼다면 그 변경에도 별도의 서면 동의가 있어야 효력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처음 보증 당시 변제기가 1년, 이율이 연 5%였는데, 채권자가 주채무자와 만기를 연장하며 이율을 연 10%로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합의에 보증인이 서면으로 동의한 적이 없다면, 그 변경된 조건은 보증인에게 효력이 없고 보증인은 원래 조건, 즉 1년·연 5%를 기준으로 한 범위에서만 책임진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 규정은 보증인에게 불리한 변경에만 적용됩니다. 이율을 낮추거나 변제기를 단축하는 등 보증인에게 유리한 방향의 변경이라면 별도의 서면 동의 없이도 유효하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조건 변경이 보증인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먼저 가려야 서면 요건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예외 — 이미 보증채무를 이행했다면 방식의 하자를 주장할 수 없다
민법 제428조의2 제3항은 보증인이 보증채무를 이행한 경우에는 그 이행한 한도에서 방식의 하자를 이유로 보증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서면 없이 구두로만 보증했더라도, 실제로 돈을 갚아버렸다면 그렇게 갚은 부분에 대해서는 "애초에 서면이 없었으니 무효였다"며 뒤늦게 돌려받을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 예외 규정의 취지는 분명합니다. 이미 이행까지 마쳤다는 것은 보증인 스스로 자신의 채무를 인정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므로, 방식의 하자를 이유로 보호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이행한 한도에서"만 무효 주장이 제한되므로, 아직 이행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서면 요건 불비를 근거로 이행을 거절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이미 일부를 갚았는지 여부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서면 없는 보증이라도 일부를 이미 이행했다면 그 부분을 돌려받기는 어렵고, 반대로 아직 한 푼도 갚지 않은 상태라면 서면 요건 불비를 적극적으로 주장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분쟁이 예상된다면 추가 이행에 앞서 서면의 존재와 형식부터 점검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과의 관계 — 회사 관계자의 보증은 다르게 취급될 수 있다
민법 제428조의2·제428조의3이 신설되기 전에도 2008년 제정된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개인보증에 한해 비슷한 서면·최고액 요건을 두고 있었습니다. 민법 개정은 이 특별법의 서면 요건을 보증계약 일반으로 확대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특별법은 지금도 독자적인 적용범위를 갖고 존속합니다. 다만 특별법상 "보증인"의 정의에서 기업의 대표자·이사·무한책임사원이나 이들의 배우자·직계존비속 등 특수관계인이 그 기업의 채무를 보증하는 경우는 특별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즉 회사 이사가 자기 회사의 채무를 보증하는 경우 특별법이 정한 채권자의 통지의무 등 별도 보호는 받기 어렵지만, 민법 제428조의2·제428조의3의 서면·최고액 요건 자체는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회사 임원이 회사 채무를 보증하는 상황이라도 서면에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빠져 있다면 여전히 방식 요건 미비를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특별법이 정한 채권자의 정기 통지의무나 보증기간 상한 등 별도의 보호장치는 받기 어렵다는 점을 구분해서 살펴야 하고, 자신이 특별법상 제외 대상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해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서면 없는 보증, 실제로 어떻게 다투나
채권자가 보증인을 상대로 이행을 청구해왔는데 애초에 서면이 없었거나, 있어도 기명날인·서명이 빠져 있었다면 보증인은 민법 제428조의2 위반을 근거로 보증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이때 보증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했다는 점은 원칙적으로 채권자 쪽에서 입증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보증서·차용증·문자메시지·카카오톡 대화 등 관련 자료를 모두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면 자체가 없거나 있어도 기명날인·서명이 빠져 있다면 그 사본을 증거로 남겨두고, 채권자가 전자적 형태의 대화만으로 보증을 주장한다면 그 대화 내용을 근거로 서면 요건 미비를 적극적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살펴본 대로 이미 이행한 부분이 있다면 그 범위에서는 무효 주장이 제한되므로, 분쟁이 예상되는 시점에는 추가 이행을 멈추고 먼저 서면의 존재 여부부터 점검해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근보증이라면 최고액이 서면에 명시돼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소송으로 번지기 전에 채권자와 조정이나 합의로 정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방식 요건 미비를 근거로 협상에 나서더라도 이미 일부를 이행한 사실이 있다면 그 부분은 협상 테이블에서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서면의 존재 여부와 이행 경위를 먼저 정리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순서에 맞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문자메시지로 "제가 보증하겠습니다"라고 답장했다면 그것만으로 보증 효력이 생기나요?
A. 민법 제428조의2 제2항에 따라 보증 의사가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경우는 서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원칙적으로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이후 실제로 보증채무를 이행했다면 이행한 부분에 한해서는 방식 하자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Q. 인감도장 없이 사인만 해도 서면 요건을 충족하나요?
A. 네, 기명날인과 서명은 둘 중 하나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다만 서명은 보증인 본인이 직접 이름을 써야 인정되고, 타인이 대신 쓴 경우는 서명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Q. 근보증에서 최고액을 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민법 제428조의3 제2항에 따라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지 않은 근보증계약은 효력이 없습니다. 다른 요건을 갖췄더라도 최고액 기재가 빠지면 계약 자체가 무효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Q. 서면 없이 보증했는데 이미 절반 정도 갚았습니다. 나머지도 갚아야 하나요?
A.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방식 하자를 이유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지만, 아직 이행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서면 요건 불비를 근거로 이행을 거절할 여지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결론은 서면의 존재 여부와 이행 경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회사 이사가 회사 채무를 보증하는 경우에도 서면 요건이 적용되나요?
A. 네, 민법 제428조의2·제428조의3의 서면·최고액 요건은 보증계약 전반에 적용됩니다. 다만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정한 별도의 보호 규정은 기업 대표자·이사 등 특수관계인의 보증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채권자가 보증한도를 임의로 올렸는데 동의한 적이 없습니다. 그 부분도 책임져야 하나요?
A. 보증채무를 보증인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별도의 서면 동의가 있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동의한 적이 없다면 원래 조건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보증은 더 이상 말이나 문자 한 통으로 성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담긴 서면이 있어야만 법적 효력이 생기는 요식행위입니다. 근보증이라면 최고액까지 서면에 명시해야 하고, 이를 빠뜨리면 계약 자체가 무효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이미 보증채무를 이행한 부분에는 방식 하자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서면 요건을 둘러싼 분쟁은 서면의 존재 여부, 서명과 기명날인의 형식, 이행 여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므로 관련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보증 관련 분쟁을 겪고 계시다면, 서면의 형식과 이행 경위를 함께 검토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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