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수주를 따냈는데, 정작 원청은 "이번엔 사정이 어려우니 단가를 좀 낮추자", "다음에 물량을 몰아줄 테니 이번만 양보해 달라"며 납품단가를 깎아 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래가 끊길까 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손해를 떠안는 협력업체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청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단가를 부당하게 후려치는 행위는 단순한 협상이 아니라 하도급법이 정면으로 금지하는 위반행위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부당한 대금 결정과 사후 감액, 두 국면으로 나눠 봅니다
흔히 "납품단가 후려치기"라고 부르는 상황은 법적으로 두 국면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처음부터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단가로 계약을 밀어붙이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정해 놓은 대금을 나중에 이런저런 명목으로 깎아 내리는 경우입니다.
하도급법은 이 둘을 각각 다른 조문으로 규율합니다. 처음부터 부당하게 낮게 정하는 행위는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하도급법 제4조)으로, 정해진 대금을 사후에 깎는 행위는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감액(제11조)으로 각각 금지됩니다.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따져야 할 요건과 원청이 내세우는 변명의 성격이 달라지므로, 내 사안이 "결정" 단계의 문제인지 "감액" 단계의 문제인지부터 구분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수급사업자가 겉으로 동의하거나 합의서에 서명했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위반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도급법은 원청과 협력업체 사이의 힘의 불균형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이어서, "합의가 있었다"는 사정은 위반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대응의 두 축은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통한 행정적 제재와, 손해배상 청구를 통한 금전적 회복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하도급법 제4조·제11조와 과징금 2배·손해액 3배의 기준
먼저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제4조)입니다.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수리·건설 등을 위탁하면서, 같거나 유사한 것에 대해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대금을 정하거나 낮은 단가로 하도급받도록 강요하는 행위가 금지됩니다. 핵심은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가"이며, 종전 단가·동종업계 단가·원가 자료가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제4조 제2항은 특히 다음과 같은 행위를 부당한 대금 결정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단순한 예시가 아니라 해당하면 위반으로 간주되는 강한 규정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해 대금을 정하는 행위
협조요청 등 어떤 명목으로든 일방적으로 일정 금액을 할당한 뒤 그 금액을 빼고 대금을 정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수급사업자를 차별 취급해 대금을 정하는 행위
거짓 견적을 내보이거나 착오를 일으키는 등 수급사업자를 속여 대금을 정하는 행위
경쟁입찰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가 입찰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대금을 정하는 행위
계속적 거래에서 원사업자의 경영적자·판매가격 인하 등 수급사업자 책임이 아닌 사유로 불리하게 대금을 정하는 행위
다음은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감액(제11조)입니다. 이미 정한 대금을 깎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예외적으로 감액하려면 정당한 사유를 원사업자가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나아가 감액하려면 감액 사유와 기준 등을 적은 서면을 미리 수급사업자에게 주어야 하므로, 아무 서면 없이 대금이 깎였다면 그 자체로 다툴 여지가 큽니다. 법은 ▲합의 이전 위탁분에 소급 적용하는 행위 ▲물가나 자재가격이 내렸다는 이유로 깎는 행위 ▲원청의 경영적자·판매가격 인하를 이유로 깎는 행위 등은 정당한 사유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위반이 인정되면 제재는 가볍지 않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명령과 함께, 하도급대금의 2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제25조의3). 위반 금액이 아니라 하도급대금 자체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어, 실제 부과 규모가 상당히 커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민사적으로는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도급법 제35조는 부당한 대금 결정, 부당 감액, 부당한 위탁취소·반품 등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3배 배상)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청이 부당하게 깎은 금액이 5,000만 원이라면, 그 실손해에 더해 사안에 따라 최대 1억 5,000만 원까지 배상을 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부당 감액처럼 손해액 산정이 비교적 명확한 유형일수록 이 제도의 실효성이 큽니다.
다만 시간 제한이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이 지난 하도급거래는 원칙적으로 조사 대상으로 삼지 않고, 그 기간이 지나면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를 하지 않습니다(제23조). 따라서 신고를 고려한다면 거래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남은 기간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증거 확보부터 공정위 신고와 3배 배상 청구까지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단가 비교와 증거부터 확보 — 부당성은 "얼마나 낮은가"로 판가름 나므로, 종전 단가표·발주서·견적서·거래명세서를 모아 종전 단가와 인하 단가를 비교하는 자료를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단가 인하를 요구·통보한 이메일·문자·회의록은 원청의 일방성을 보여주는 핵심 증거이므로, 삭제되기 전에 캡처와 원본을 함께 보관해야 합니다.
감액이라면 서면 유무부터 확인 — 이미 정한 대금이 깎인 사안이라면, 원청이 감액 사유·기준을 적은 서면을 미리 주었는지가 결정적입니다. 서면 없이 단가표만 소급해 낮추거나 정산 단계에서 임의로 공제했다면, 그 자체로 제11조 위반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공정위에 신고하면 조사·시정명령·과징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원청은 "정당한 사유"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지므로, 협력업체가 모든 것을 완벽히 증명해야만 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조정 — 거래관계를 완전히 깨지 않으면서 대금 차액을 회복하고 싶다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분쟁조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유사한 효력이 있어, 소송보다 빠르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해배상(3배) 청구와 시효 관리 — 깎인 대금 상당액을 손해로 보아 민사상 배상을 청구하되, 유형에 따라 손해액의 3배까지 청구를 검토합니다. 동시에 거래 종료일부터 3년이라는 공정위 조사 제한 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신고·청구 시점을 관리해야 합니다.
보복조치에도 대비 — 신고나 조정 신청을 이유로 원청이 거래를 끊거나 물량을 줄이는 보복은 하도급법이 별도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신고 전후의 발주 내역 변화를 기록해 두면, 보복이 현실화됐을 때 이를 다투는 자료가 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거래 끝난 날부터 3년, 증거부터 챙겨야 하는 이유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거래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넘어가는 사이 손해가 그대로 굳어지는 유형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가 협상 정황을 담은 자료는 흩어지고, 무엇보다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이라는 공정위 조사 제한 기간이 다가옵니다.
부당하게 단가가 깎였다고 판단된다면, 내 사안이 "결정"의 문제인지 "감액"의 문제인지부터 가리고, 종전 단가와의 비교 자료를 확보한 뒤 공정위 신고와 3배 배상까지 염두에 둔 대응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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