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땅을 사고팔기로 계약서까지 썼는데, 정작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약 당시엔 허가 절차를 나중에 밟기로 해놓고, 막상 시세가 오르자 매도인이 신청에 협조하지 않거나, 반대로 매수인이 잔금을 미루며 허가 신청 자체를 미루는 식입니다. 그 사이 계약은 유효한지 무효인지조차 애매한 상태로 남고,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상대방에게 허가 절차를 밟으라고 강제할 수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아 발만 구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아예 처음부터 허가를 받을 생각 없이 전매차익만 노리고 여러 단계를 거쳐 되판 경우라면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허가 전제 계약과 허가를 피하려던 계약은 다르게 취급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 있는 땅에 대해 소유권이나 지상권을 이전·설정하는 계약을 맺으려면, 계약을 체결하려는 당사자 쌍방이 공동으로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허가가 계약의 성립 요건이 아니라 효력 발생 요건이라는 점입니다. 계약서 자체는 유효하게 작성됐더라도,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그 계약에 따른 소유권 이전이나 대금 청구 같은 실질적 효력이 전혀 생기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허가 전" 상태를 당사자들이 각자 유리한 대로 해석한다는 데 있습니다. 매도인은 시세가 오르면 허가 신청에 협조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계약을 무산시키려 하고, 매수인은 반대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잔금 지급과 허가 신청을 계속 미루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허가를 받을 생각 없이 체결된 계약인지, 아니면 허가를 받을 것을 전제로 체결됐는데 절차가 지연되고 있을 뿐인지에 따라 이후 법적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최근처럼 특정 지역이 새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는 경우, 이미 계약을 체결해 놓은 상태에서 뒤늦게 허가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일수록 지금 계약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부터 정확히 짚어야 이후 대응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유동적 무효와 확정적 무효, 협력의무와 계약금 반환 시점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의 토지 거래를 규율하는 근거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허가구역의 지정)와 제11조(허가구역 내 토지거래에 대한 허가)입니다. 허가 대상 토지에 관한 소유권·지상권을 이전하거나 설정하는 계약을 체결하려는 당사자는 공동으로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를 어기고 허가 없이 체결한 계약이 어떤 효력을 갖는지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대법원은 일찍이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12243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문제를 정리했습니다. 허가를 받을 것을 전제로 체결된 계약이라면,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소유권 이전이나 대금 지급 같은 채권적 효력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이른바 유동적 무효 상태에 놓입니다. 이후 허가를 받으면 계약 체결 시점으로 소급해 유효한 계약이 되고, 반대로 불허가 처분이 나면 그때 비로소 무효로 확정됩니다. 즉 허가 전이라고 해서 계약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반면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은 유동적 무효가 아니라 확정적 무효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을 생각 없이 전매차익만 노리고 중간생략등기 방식으로 여러 단계를 거쳐 되파는 이른바 미등기 전매입니다. 이런 계약은 나중에 허가를 받더라도 유효로 전환되지 않고, 애초에 허가 자체를 피하려 한 것이므로 처음부터 효력이 없는 것으로 다루어집니다.
유동적 무효 상태가 확정적 무효로 넘어가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관할 관청의 불허가 처분이 확정된 경우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잠탈할 목적으로 계약을 맺은 경우
당사자 쌍방이 허가신청 협력의무의 이행을 명백히 거절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는 동안에는 계약의 쌍방 당사자 모두 공동으로 허가 신청을 할 협력의무를 부담합니다. 상대방이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일방이 계약 자체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는 없고, 대신 협력의무의 이행을 소송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상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계약금 반환 시점입니다. 매수인이 이미 지급한 계약금은 계약이 유동적 무효 상태로 머물러 있는 동안에는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이후에야 비로소 반환 청구가 가능해집니다. "허가를 안 받았으니 계약이 무효고, 그러니 돈부터 돌려달라"는 주장이 곧바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한편 애초에 허가를 배제·잠탈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형사책임도 뒤따릅니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는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계약 체결 당시 개별공시지가에 따른 해당 토지가격의 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절차가 늦어진 경우와 처음부터 허가를 피하려 한 경우는 민사상 효력뿐 아니라 형사적 위험 수준도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보면 체감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토지가격이 5억 원인 토지에 대해 허가를 배제·잠탈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 그 상한은 토지가격의 30%인 1억 5천만 원까지 열려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별도로 형사처벌과는 무관하게 계약 자체는 확정적 무효이므로 이전등기도, 대금 청구도 애초에 성립하지 않습니다 — "나중에 문제 되면 벌금 조금 내고 넘어가면 된다"고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닌 이유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협력의무 이행청구부터 확정적 무효 입증까지
계약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가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계약 성격부터 구분 — 계약서와 협의 경위를 검토해 이 계약이 애초에 허가를 배제·잠탈할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허가를 받을 것을 전제로 절차만 지연되고 있는 것인지부터 가려냅니다. 미등기 전매처럼 배제·잠탈 목적이 분명하다면 유동적 무효 법리가 아예 적용되지 않으므로 대응 방향 자체가 달라집니다.
내용증명으로 허가신청 협력을 공식 요구 — 상대방이 허가 신청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기한을 정해 공동 허가신청에 협력할 것을 내용증명으로 요구해 둡니다. 이는 이후 상대방의 협력의무 이행거절 의사를 입증하는 핵심 자료가 되고, 계약이 확정적 무효로 넘어가는 시점을 명확히 하는 근거가 됩니다.
협력의무 이행청구소송 — 상대방이 계속 응하지 않으면 공동으로 허가 신청 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계약 자체를 해제하겠다고 나서는 대신, 계약이 유효로 완성되도록 협력을 강제하는 방향입니다.
확정적 무효 전환을 노린다면 거절 의사부터 명확히 확보 — 반대로 계약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상대방의 협력의무 이행거절 의사가 명백하다는 점을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이 확인이 없으면 여전히 유동적 무효 상태로 취급되어 계약금 반환 청구 자체가 막힐 수 있습니다.
확정적 무효가 확인되면 부당이득반환청구 — 불허가 처분이 확정되거나 쌍방의 거절 의사가 명백해진 시점 이후에는 이미 지급한 계약금·중도금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합니다. 지급 시점, 금액, 거절 의사가 확정된 시점을 정리해 청구 범위를 명확히 산정해야 합니다.
배제·잠탈 정황이 있다면 형사 리스크도 함께 점검 — 처음부터 허가를 피할 목적이었던 정황이 드러나면 민사상 효력 문제와 별개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계약 경위 전체를 다시 짚어 위험을 함께 검토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계약 상태부터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매매계약은 "허가를 안 받았으니 무조건 무효"라는 단순한 판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지금 계약이 유동적 무효 상태인지, 이미 확정적 무효로 넘어갔는지에 따라 협력의무 이행을 구할 수 있는지,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허가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면 계약이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먼저 점검하시고, 협력의무 이행청구와 계약금 반환 가능 시점까지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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