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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승낙 항변의 한계, 주주 양해에도 성립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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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승낙 항변의 한계, 주주 양해에도 성립하는 이유 

김상훈 변호사

가족 회사나 소규모 법인을 운영하다 보면, 이사나 대표가 특정 거래를 하기 전에 주주들에게 미리 이야기하고 "그렇게 해도 된다"는 답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주주 대부분이 가족이거나 오랜 동업자인 회사라면, 서면 결의 없이 구두로 양해를 구하고 넘어가는 일이 흔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회사 경영권이 바뀌거나 새 주주가 들어오거나, 거래처·금융기관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 거래가 배임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때 당사자는 "그때 주주들도 다 알고 동의했다"고 항변하지만, 이 항변이 법정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왜 주주의 양해가 배임죄 성립을 막지 못하는지, 그리고 이 항변이 실제로 의미를 가지는 지점은 어디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승낙을 받았다고 안심했던 이사가 배임 수사선상에 서는 구조

배임 혐의로 조사를 받는 이사·대표들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항변 중 하나가 "주주들도 다 알고 있었다", "대주주가 승낙한 일이다"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일수록 이사회 결의서나 주주총회 의사록 같은 형식적 절차 없이, 구두나 문자메시지로 주요 거래를 공유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양해"가 나중에 회사 경영권이 넘어가거나, 신규 투자자가 들어오거나, 거래처·금융기관이 회사 재무 상태를 문제 삼는 시점에 배임 고소·고발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당시 양해를 해준 주주 본인이 아니라 새로운 경영진이나 채권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또는 양해했던 주주조차 나중에 입장을 바꿔 고소인이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때 이사·대표는 "당시엔 다들 동의했던 일"이라는 사실만으로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배임죄는 회사라는 별개의 법인격에 대한 죄이기 때문에 이 항변이 통하는 범위는 생각보다 좁습니다. 승낙 항변이 어디까지 유효하고 어디서부터 무너지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회사와 주주는 별개 인격, 사실상 양해로는 배임죄가 소멸하지 않는 법리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규정돼 있습니다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합니다. 회사 이사·대표처럼 업무상 임무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이 죄를 범하면 형법 제356조 업무상배임죄가 적용되어 형이 가중되고, 취득한 이익 또는 손해액(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중됩니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누구에 대한 임무 위배인가"입니다. 이사·대표가 처리하는 사무는 주주 개인의 사무가 아니라 회사의 사무이고, 배임죄가 보호하는 것도 주주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회사라는 법인 자체의 재산입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주식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인격으로서 동일인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회사의 임원이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에는 이로써 배임죄가 성립하고, 그 임무위배행위에 대하여 사실상 대주주의 양해를 얻었다고 하여 본인인 회사에 손해가 없다거나 또는 배임의 범의가 없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9도2781 판결).

이 법리는 주주가 1명뿐인 회사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법원은 1인회사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행위의 주체와 그 본인(회사)은 분명히 별개의 인격이며,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이상 궁극적으로 그 손해가 결국 유일한 주주 본인의 손해로 귀결되더라도 이미 성립한 배임죄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도2330 전원합의체 판결). 주주 전원이 100% 동의했다는 사정조차 배임죄 성립을 당연히 막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사회 결의를 거쳤다는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사는 이사회 결의가 있더라도 그 결의 내용에 주주나 회사 채권자를 해하는 불법한 목적이 있다면 이에 맹종할 것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 성실히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고, 그런데도 임무에 위배해 주주 또는 회사 채권자에게 손해가 될 행위를 했다면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배임행위가 정당화되지 않습니다(대법원 99도2781 판결). 여기서 "회사 채권자"가 함께 언급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 주주들이 아무리 동의해도, 그 거래로 손해를 보는 쪽이 회사 채권자라면 주주의 동의만으로는 그 손해를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의 요건도 승낙 항변을 무력화시키는 지점입니다.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자기 행위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것과 그로 인해 이익을 얻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것에 대한 미필적 인식만으로 충분하고, 그 행위 결과에 일부 회사를 위한 측면이 있다 해도 이익 또는 가해 의사가 주된 것으로 판명되면 고의가 부정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도4640 판결). "주주도 알고 있었으니 나쁜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은, 실제로는 임무 위배를 인식하면서도 거래를 강행했다는 사실 자체를 뒤집지 못하는 한 고의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승낙 항변이 통하는 지점과 무너지는 지점을 가르는 다섯 갈래

승낙·양해 사정이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배임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보다, 아래처럼 각 요건별로 구체적인 다툼의 지점을 짚어야 실제로 방어력이 생깁니다.

  • 양해의 주체와 범위부터 정확히 특정 — 대주주 1인의 구두 양해인지, 주주 전원의 서면 동의인지, 이사회 결의를 거쳤는지를 먼저 정리합니다. 판례상 주주 전원의 동의만으로 배임죄 성립을 당연히 막지는 못하지만, 회사에 실질적 손해나 손해 발생의 위험이 없었다는 점을 함께 입증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다툼의 난이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 임무위배행위 자체를 다툴 것 — 문제된 거래가 애초에 통상적인 경영판단의 범위 안에 있었는지를 살핍니다. 거래 당시의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판단했다면, 결과적으로 손실이 났더라도 임무위배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여지가 있습니다.

  • 손해 발생과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다툴 것 — 회사에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 손해액이 특정 가능한지를 다툽니다. 이득액 산정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적용 여부와 가중 구간(5억·50억)이 갈리므로, 이 부분을 다투는 것만으로 처벌 수위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고의를 구체적 정황으로 반박 — "주주도 알고 있었다"는 주장을 단순 진술이 아니라, 거래 당시 오간 문자·이메일·회의록 등 구체적 정황증거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임무위배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점, 회사 이익을 우선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줄수록 미필적 고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회사 채권자 보호 논리에 선제 대응 — 거래 당시 회사에 채무가 있었는지, 그 채권자에게 손해가 갔는지를 미리 점검합니다. 채권자 손해가 없었다는 사정을 함께 정리해 두면, "주주 동의로도 채권자 보호는 못 막는다"는 논리에 대한 방어선을 미리 만들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주주도 알고 있었다"는 말만 믿고 대응을 미루면 안 되는 이유

"승낙을 받았으니 문제없다"고 안심하고 있다가, 수사기관 조사 단계에서 처음 이 법리를 접하고 당황하는 이사·대표가 많습니다. 진술 방향이 초기에 잘못 잡히면 이후 뒤집기가 훨씬 어려워지므로, 배임 혐의로 조사 통지를 받았거나 고소·고발 가능성이 언급된 시점부터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회사와 주주가 별개라는 원칙이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이 원칙을 전제로 방어 논리를 짜야 실제로 유리한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승낙·양해 사정이 있었다면 그 사정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임무위배·손해·고의 각 요건에서 다툴 지점은 없는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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