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상대방과 주식양수도계약이나 영업양수도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까지 지급했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끊기고 잔금은커녕 실사 협조나 명의 이전 절차조차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상장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체 M&A는 공인된 중개기관 없이 지인 소개나 브로커를 통해 급하게 진행되는 일이 많다 보니, 상대방의 실체나 자금 사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계약부터 서두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계약금만 챙기고 잠적한 상대방을 상대로는 돈을 돌려받는 민사 절차와, 애초에 속일 의도로 접근한 것인지를 다투는 형사 절차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데, 두 절차의 요건과 순서를 헷갈려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인수 계약금을 지급한 뒤 상대방이 잠적했을 때 벌어지는 일
M&A 계약금은 보통 인수대금의 10~20% 안팎으로 정해지고, 계약 체결과 동시에 지급한 뒤 실사와 명의 이전 절차를 거쳐 잔금을 치르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문제는 계약금을 받은 매도인(또는 매도인 행세를 한 자)이 실사 자료 제출을 미루거나 연락을 피하다가 아예 잠적해버리는 경우입니다.
이런 사안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처음부터 매각할 지분이나 사업체가 없거나, 이미 다른 매수인에게도 같은 지분을 팔고 계약금을 각각 받아 챙긴 이중매매형처럼 애초에 이행할 생각이 없었던 경우와, 계약 당시에는 진지했지만 이후 자금 사정 등으로 발을 빼면서 정식 해제 절차 없이 그냥 연락을 끊어버린 경우입니다. 어느 쪽인지에 따라 형사 사기죄 성립 여부와 대응 강도가 달라집니다.
여기에 잠적 전 단계에서 허위 재무제표나 부풀린 매출 자료를 제시해 인수를 결정하게 만든 정황이 있다면, 계약금 반환 문제를 넘어 계약 체결 과정 자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반대로 매도인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는 경우라면 반환청구와 별개로 재산 도피를 막는 조치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사기죄 편취 고의와 계약금 반환의 두 가지 근거
가장 먼저 갈리는 쟁점은 단순 채무불이행인지,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는 편취인지입니다. 대법원은 사기죄의 편취 고의를 행위자가 자백하지 않는 한 계약 체결 전후의 재력·환경,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는데, 판단 기준 시점은 계약 체결 당시입니다. 계약 당시에는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으나 이후 사정이 바뀌어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고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남습니다.
반대로 M&A 사안에서는 편취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비교적 뚜렷하게 남는 편입니다. 같은 지분이나 사업체를 여러 매수인에게 동시에 매각해 계약금을 각각 받은 이중매매,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나 차명 계좌로 계약금을 받은 정황, 실사 자료로 제시한 재무제표·매출자료가 허위인 정황, 계약금 입금 직후 곧바로 연락을 끊고 잠적한 정황이 겹치면 처음부터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쪽으로 강하게 추정됩니다. 사기죄가 인정되면 형법 제347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M&A 계약금은 통상 액수가 커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되고 이득액 이하의 벌금이 병과될 수 있습니다.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상 장기 10년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로 10년이 적용됩니다.
계약금을 돌려받는 민사상 근거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채무불이행 해제입니다. 매도인이 클로징 기일까지 지분·영업 이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최고한 뒤 해제할 수 있고(민법 제544조), 잠적으로 연락이 두절돼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함이 명백하다면 최고 없이 곧바로 해제할 수도 있습니다(민법 제546조). 다른 하나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입니다. 애초에 기망을 당해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면 민법 제110조에 따라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고, 취소되면 계약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되어 지급한 계약금은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구하게 됩니다. 해제든 취소든 효과는 민법 제548조의 원상회복의무로 이어져 계약금 반환의무가 발생하고, 반환이 늦어지면 그 시점부터 지연손해금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소 제기 전에는 연 5%(민법 법정이율),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는 연 12%(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입니다.
숫자로 보면 체감이 달라집니다. 계약금이 3억 원인 M&A 계약에서 매도인이 계약 체결 직후 잠적해 3개월 뒤 소송을 제기했고, 소장 송달 후 다시 4개월 만에 판결이 확정됐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소제기 전 3개월(연 5%) — 약 375만 원
소송 진행 4개월(연 12%) — 약 1,200만 원
합계 — 7개월 사이 1,575만 원 이상이 원금과 별도로 발생
여기에 계약서에 위약금(손해배상액의 예정, 민법 제398조) 조항이 있다면 실제 손해액을 별도로 입증하지 않고도 정해진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어, 계약서상 그런 조항이 있는지부터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계약금 반환과 형사고소를 함께 끌고 가는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내용증명으로 최고와 해제·취소 의사표시부터 —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촉구하고 불응 시 계약을 해제한다는 뜻, 기망 정황이 있다면 사기에 의한 취소 의사도 함께 명시해 발송합니다. 반환받을 계좌와 기한을 구체적으로 적어두면 이후 반환청구소송에서 이행지체 시점을 다투는 데 유리합니다.
재산 가압류를 소송보다 먼저 — 잠적한 상대방이 남은 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하기 전에 부동산·예금채권·매출채권 등에 가압류를 신청해 묶어 둡니다(민사집행법). 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이미 집행할 재산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소송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계약금 반환청구소송 또는 지급명령 — 계약금 지급 사실과 미이행이 명확하면 지급명령이 간단하지만,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소송으로 전환됩니다. 이중매매나 허위 자료 제시처럼 다툴 쟁점이 있는 사안이라면 처음부터 소송으로 진행하는 편이 오히려 시간을 아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거를 정리해 형사고소 — 계약서, 계약금 송금내역, 실사 자료로 받은 재무제표·매출자료, 이중매매 정황, 연락두절 경위(문자·카카오톡·통화기록)를 정리해 관할 경찰서나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고소해 계좌추적·통신조회 등 강제수사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형사절차에서 배상명령도 함께 검토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 따라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도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어, 사안에 따라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잠적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되는 이유
상대방이 잠적하면 "곧 연락이 오겠지"라며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은 재산은 처분되거나 다른 채권자에게 먼저 넘어가고, 실사 과정에서 주고받은 자료나 대화 기록도 흩어지기 쉬우며, 이중매매형이라면 다른 피해자들이 먼저 가압류·고소에 나서 뒤늦게 움직인 쪽이 회수에서 밀릴 수도 있습니다.
계약금만 받고 잠적한 상대방을 상대로 하고 계시다면, 재산 가압류부터 서두를 사안인지 먼저 점검하시고, 반환청구와 형사고소를 병행하는 대응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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