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아이스크림 계산 없이 나눠 먹은 중증장애인 특수절도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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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아이스크림 계산 없이 나눠 먹은 중증장애인 특수절도죄 

한장헌 변호사

최근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발생한 아이스크림 사건은 우리 사법당국의 법 집행 방식을 깊이 돌아보게 만듭니다. 중증 발달장애인 2명이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한 개를 꺼내 나눠 먹었다가 벌금형도 없는 중범죄인 ‘특수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입니다. 사연을 들여다볼수록 기계적인 법 적용에 대한 씁쓸함과 아쉬움이 남습니다.

1.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과 특수절도죄

단돈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를 나눠 먹은 행위에 경찰은 일반 절도가 아닌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특수절도는 흉기 소지나 야간 주거침입, 또는 2인 이상이 합동하여 범행할 때 성립하는 무거운 범죄입니다. 벌금형 없이 오직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어 사안의 가벼움에 비해 법적 잣대가 지나치게 무거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 말 못 하는 중증 장애인에게 '공모'가 가능한가

형법상 특수절도의 '합동범'이 성립하려면 두 사람 사이에 범행을 함께 모의했다는 '공모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피의자 중 한 명은 의사표현이 거의 불가능한 중증 발달장애인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훔치기로 뜻을 모으거나 역할을 분담하는 등의 주관적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객관적으로 무리가 큽니다.

3. 위법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던 상황

형사책임의 기본은 자신의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아는 '위법성의 인식'입니다. 인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중증 장애인들이 편의점 물건을 집어 먹은 행위를 '범죄'로 인지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극심한 두려움만 표했을 뿐, 행위의 법적 무게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4. 피해 회복과 처벌 불원도 무시된 기계적 송치

사건 직후 발달장애인들의 부모는 편의점 측에 피해 금액의 수십 배인 10만 원을 배상하며 사과했습니다. 점주 역시 사정을 이해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피해가 완벽히 회복되었고 처벌을 원하는 이도 없었지만, 경찰은 친고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송치를 강행했습니다.

5.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하지 못한 아쉬움

이번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범죄의 고의 부존재나 책임 조각 사유를 적용해 '혐의없음(무혐의)'으로 충분히 종결할 수 있었던 사안입니다. 사법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목하에 행위자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조항을 기계적으로만 해석하여 피의자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안겼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6. 기소유예 처분이 남긴 씁쓸한 낙인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초범인 점과 합의 조치를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재판은 면했지만 기소유예 역시 범죄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는 뜻입니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장애인들이 졸지에 중범죄자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 셈이어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깁니다.

7. 약자를 품지 못하는 사법 프로세스의 한계

경찰은 법 절차에 따랐다고 해명하지만 이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수사기관의 책임 회피에 가깝습니다. 피의자의 장애 여부와 인지 능력을 감안하는 따뜻한 시선은 부족했습니다. 법의 문구가 사람 위에 군림할 때 얼마나 경직된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8. 인간 존엄을 중심에 둔 법 집행을 바라며

결국 가족들은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 경찰관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법은 사회 질서 유지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없는 약자를 감싸는 울타리여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법 체계가 자구에만 집착하기보다 사람의 사정을 먼저 헤아리는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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