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재산분할, 부모님 친구에게 빌린 돈도 채무로 빼주나요
이혼 재산분할, 부모님 친구에게 빌린 돈도 채무로 빼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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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재산분할, 부모님 친구에게 빌린 돈도 채무로 빼주나요 

김의지 변호사

안녕하세요. 이혼 및 가사 전문 김의지 변호사입니다.

이혼소송을 시작하면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됩니다.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면 통장에 든 돈과 집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가족이나 지인에게 빌린 돈도 함께 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혼 생활이 길어질수록 이런 채무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더구나 가까운 사이라 계좌이체 없이 현금으로 주고받은 돈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걸 차용증으로 정리해 두면 재산분할에서 빚으로 빼주는지를 두고 고민하다 상담을 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오늘은 실제로 자주 받는 질문들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각색해 정리하고, 거기에 답을 드려보려 합니다.

의뢰인의 질문

이혼소송 초반에 재산명시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번 재산명시에는 인터넷에서 조회해 출력한 자료만으로 충분한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재산분할 단계에서 다시 세세하게 다투게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부모님께 빌린 돈의 차용증이 있는데 제출해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어 자금 흐름을 일일이 조회하기도 어렵고, 현금으로 오간 부분도 상당해 전부 입증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제출하는 것이 맞을까요. 차용증 자체만으로 입증자료 없이도 대여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여기에 더해, 비교적 최근에 친구에게 4800만 원을 빌리면서 작성한 차용증도 있습니다. 또 그보다 몇 해 전 지인에게 돈을 빌린 것이 있는데, 그때는 계좌이체가 아니라 상대방이 가지고 있던 현금을 저에게 건네준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차용증 같은 것으로 증빙하면 소극재산으로 분류될 수 있을까요.


김의지 변호사의 답변

재산명시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먼저 재산명시 절차의 성격부터 짚겠습니다.

재산명시는 그 자체로 재산분할의 결론을 내는 절차가 아니라, 당사자가 자신의 재산 상태를 법원에 정리해 제출하는 출발선에 가깝습니다. 이번에 인터넷 조회 자료로 목록을 정리해 내셨다고 해서 분할 다툼이 그것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후 재산분할 심리 단계에서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의 범위, 각자의 기여도를 두고 다시 구체적으로 다투게 됩니다.

다만 시작점이라고 해서 가볍게 보시면 곤란합니다. 재산명시에서 누락하거나 축소한 내용이 나중에 드러나면 진술 전반의 신뢰가 흔들립니다. 채무 역시 처음에 명확히 밝혀두지 않으면 뒤늦게 꺼냈을 때 소송에 임박해 급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 쉽습니다. 그래서 첫 단추인 재산명시에서부터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빠짐없이 일관되게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빌린 돈, 일단 채무로 주장하셔야 합니다

부모님께 빌린 돈이든 친구나 지인에게 빌린 돈이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채무로 주장하시는 쪽을 권합니다.

주장하지 않으면 그 채무는 재산분할의 고려 대상에서 아예 빠집니다. 분할 대상이 되는 순재산은 적극재산에서 소극재산을 뺀 값으로 산정되는데, 빚을 주장하지 않으면 그만큼 본인 몫으로 나눠야 할 재산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입증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주장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가장 불리한 선택입니다. 먼저 주장해 두고 입증의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순서입니다.

다만 한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재산분할에서 공제되는 채무는 원칙적으로 부부가 혼인 중 공동생활을 위해 부담한 빚입니다. 빌린 돈이 생활비, 주택 마련, 공동재산 형성 등 부부 공동의 목적에 쓰였다는 점이 함께 드러나야 채무로 인정받기 수월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빌렸다는 사실뿐 아니라 그 돈의 사용처까지 함께 정리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차용증 한 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여기가 가장 현실적으로 중요한 대목입니다.

차용증이 있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채무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사이의 금전 거래는 법원이 신중하게 봅니다. 가까운 사이에서는 사실상 증여인데 형식만 빌린 돈처럼 갖춰 두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혼소송이 시작된 뒤 분할 대상 재산을 줄일 목적으로 차용증을 만들어 내는 사례도 실제로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은 거의 예외 없이 이 점을 공격합니다.

그래서 법원은 차용증이라는 문서 한 장보다 그 돈이 실제로 빌린 돈으로서의 실질을 갖췄는지를 봅니다. 구체적으로는 상대방 계좌에서 본인 계좌로 실제 돈이 이체된 내역이 있는지,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차용증의 작성 시점이 자금이 오간 시점과 맞는지, 일부라도 이자나 원금을 갚은 정황이 있는지 등을 봅니다. 이런 사정이 모일수록 차용증은 비로소 설득력을 얻습니다.

최근에 빌린 돈과 오래전 빌린 돈, 입증의 난이도가 다릅니다

질문하신 두 건은 입증 측면에서 상황이 꽤 다릅니다.

비교적 최근에 친구에게 빌리면서 차용증을 작성하고, 그 돈이 계좌이체로 들어온 경우라면 입증이 한결 수월합니다. 이체 내역이라는 객관적 자료와 차용증의 시점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그 돈의 사용처까지 연결되면 채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혼소송 시점과 가까운 시기에 발생한 채무일수록 상대방은 소송에 대비해 만든 빚이 아니냐고 다툴 수 있으므로, 빌리게 된 경위와 자금의 용처를 분명히 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오래전 지인에게서 현금으로 받은 돈은 입증이 까다롭습니다. 계좌이체 내역이 없으면 돈이 실제로 오갔다는 객관적 출발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뒤늦게 차용증만 작성한다고 해서 채무로 곧바로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작성 시점이 거래 시점보다 한참 뒤라면 사후에 만든 문서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금으로 오간 돈이라도, 그 무렵 상대방이 그만한 현금을 마련할 수 있었던 정황(상대방의 예금 인출 내역 등), 그 돈을 받은 직후 본인이 어딘가에 지출하거나 입금한 흐름, 그동안 이자나 원금을 갚아온 내역, 빌린 사정을 아는 제3자의 진술 등을 함께 모으면 차용증의 신빙성을 보강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차용증 한 장이 아니라, 그 돈이 실제로 오갔고 갚아야 할 빚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주변 정황을 함께 쌓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계좌이체로 확인되는 채무는 그 자체로 강력한 증거이니 중심에 두시고, 현금으로 오간 채무는 입증 가능한 주변 자료로 최대한 보강하되 무리하게 같은 무게로 주장하기보다 입증이 단단한 부분부터 세우는 전략이 전체 신뢰도를 지키는 길입니다.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비슷한 상황에 놓이신 분들께 세 가지만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주장 자체를 접지 마십시오. 채무는 일단 주장해 두어야 다툴 기회가 생깁니다. 처음부터 빼두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둘째, 문서보다 자금의 흐름입니다. 차용증이라는 종이 한 장보다 계좌에 찍힌 돈의 흐름이 훨씬 강합니다. 흩어진 거래 내역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연결하는 작업을 미리 해두십시오. 현금으로 오간 돈이라면 그 주변 정황까지 함께 모아두셔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료를 모으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셋째, 첫 단추부터 일관되게 가십시오. 재산명시에서 밝힌 내용과 이후 분할 단계의 주장이 어긋나면 신뢰를 잃습니다. 전체 그림을 처음에 한 번 제대로 그려두고 그 위에서 다투는 것이 가장 빠르고 유리한 길입니다.

오래된 결혼 생활의 재산 문제는 얽힌 실타래 같아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더구나 빌린 돈이 빚으로 인정될지 아닐지는 같은 차용증이라도 사정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영역입니다. 혼자 끌어안고 고민하시기보다 사실관계를 한 번 차분히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길이 보이는 경우가 많으니, 부담 갖지 마시고 가까운 전문가와 상담부터 시작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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