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나 거래처에 돈을 빌려주며 급하게 쓴 차용증, 원금과 변제기만 적고 이자는 빠뜨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차용증으로도 이자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원금만 돌려받고 끝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빌려준 기간의 이자와 늦게 갚은 데 대한 지연손해금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게 취급되며, 이자 약정이 없어도 받을 수 있는 돈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민법 제379조의 연 5%, 상법의 연 6%, 소송촉진법의 연 12%가 각각 언제 적용되는지, 그리고 지연손해금은 어느 날부터 계산하는지를 단계별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차용증에 이자를 안 썼다면 — 원칙은 '빌려준 기간의 이자'를 못 받는다
민법상 금전 소비대차, 즉 개인 간에 돈을 빌려주는 계약은 무이자가 원칙입니다. 이자는 당사자가 약정해야 발생하는 것이므로, 차용증에 이자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고 구두로도 이자 약속이 없었다면, 빌려준 기간 동안의 이자(약정이자)는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많은 분이 "돈을 빌려줬으니 당연히 이자가 붙는다"고 생각하시지만, 법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인에게 3,000만 원을 빌려주면서 차용증에 원금과 변제기만 적었다면, 변제기까지의 이자는 원칙적으로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것이 "한 푼도 더 못 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뒤에서 보듯 변제기가 지난 뒤의 지연손해금은 이자 약정이 없어도 법정이율로 청구할 수 있고, 당사자가 상인이라면 빌려준 기간의 이자도 법정이자로 청구할 수 있는 예외가 있습니다. 즉 "이자"라는 말 속에 섞여 있는 두 가지 — 빌려 쓴 대가인 약정이자와, 늦게 갚은 데 대한 배상인 지연손해금 — 를 구분하는 것이 이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민사 소비대차는 무이자가 원칙 — 그러나 변제기 후의 지연손해금은 이자 약정이 없어도 법정이율로 받을 수 있습니다.
상인 간 거래라면 예외 — 상법 제55조의 연 6% 법정이자
당사자 쌍방이 상인이고 돈을 빌려준 행위가 상행위에 해당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법 제55조는 상인 간에 금전 소비대차를 한 경우 이자 약정이 없더라도 대주(빌려준 사람)가 법정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그 이율은 상법 제54조의 상사법정이율인 연 6%입니다. 상거래에서는 돈이 놀지 않고 수익을 낳는 것이 통상이라는 점을 반영한 특칙입니다.
예를 들어 사업자인 A가 거래처 사장 B에게 운영자금 5,000만 원을 빌려주며 차용증에 이자 조항을 빠뜨렸더라도, 두 사람 모두 상인이고 영업을 위한 대여였다면 빌려준 날부터 연 6%의 법정이자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같은 금액이라도 친구 사이의 생활자금 대여처럼 상행위성이 없는 거래라면 이 특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자 조항 없는 차용증을 들고 계시다면, 먼저 당사자의 지위(상인 여부)와 대여의 성격(영업 관련성)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자를 준다'고만 쓰고 이율을 안 정했다면 — 민법 제379조 연 5%
실무에서 자주 보이는 또 다른 유형은, 차용증에 "이자를 지급한다"고 써놓고 정작 이율을 적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때는 이자 약정 자체는 있는 것이므로 이자를 청구할 수 있고, 이율은 법이 정한 기본값인 법정이율로 계산합니다. 민법 제379조가 정한 민사 법정이율은 연 5%이고, 대여가 상행위로 인한 것이라면 상법 제54조에 따라 연 6%가 적용됩니다.
가령 차용증에 "매월 이자를 지급한다"고만 적혀 있다면, 개인 간 거래에서는 연 5%로 계산한 이자를 빌려준 날(또는 약정한 기산일)부터 청구할 수 있습니다. 구두로 "이자는 쳐줄게"라고 약속한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자 약정이 인정될 수 있으나, 다툼이 생기면 그 약속의 존재를 문자메시지·통화녹음·이자 일부를 실제로 지급받은 계좌내역 등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자 약정의 존재는 청구하는 쪽이 증명해야 하므로, 증거가 없다면 앞서 본 무이자 원칙으로 돌아갑니다.
이자 약정도, 이율도 없음 — 원칙적으로 대여기간 중 이자 청구 불가(상인 간이면 연 6% 법정이자 가능)
이자 약정은 있으나 이율 없음 — 민사 연 5%(민법 제379조), 상사 연 6%(상법 제54조)로 청구
이율까지 약정 — 약정이율대로 청구하되,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율 연 20% 초과 부분은 무효
변제기가 지났다면 — 이자 약정 없어도 지연손해금은 받는다
이 글의 핵심입니다. 이자 약정이 없어 대여기간 중 이자를 못 받더라도, 변제기가 지난 뒤부터는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이자가 아니라 돈을 제때 갚지 않은 데 대한 손해배상이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397조는 금전채무 불이행의 손해배상액은 법정이율에 의한다고 정하면서, 채권자는 손해를 증명할 필요가 없고 채무자는 과실 없음을 항변하지 못한다는 특칙을 두고 있습니다. 즉 "늦게 갚아서 실제로 얼마 손해를 봤는지"를 입증하지 않아도, 변제기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법정이율로 계산한 돈을 당연히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율은 앞서 본 법정이율과 같습니다. 개인 간 대여라면 연 5%, 상행위로 인한 대여라면 연 6%입니다. 예를 들어 2024년 1월 1일 변제기로 3,000만 원을 이자 약정 없이 빌려줬는데 갚지 않고 있다면, 2024년 1월 2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연 150만 원 꼴)의 지연손해금이 원금에 더해 쌓입니다. 약정이율이 법정이율보다 높게 정해져 있었다면 변제기 후에도 그 약정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구할 수 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손해 증명 없이 당연히 발생합니다 — 민법 제397조. 이자 조항이 없는 차용증이라도 변제기 다음 날부터는 연 5%(상사 6%)가 붙습니다.
지연손해금은 언제부터 붙나 — 변제기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기산점은 차용증에 변제기가 적혀 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변제기가 확정일로 적혀 있다면(예: "2025년 12월 31일까지 변제한다") 그 다음 날부터 지체책임이 시작됩니다. 별도의 독촉이 없어도 기한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체에 빠지므로, 채권자는 그날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면 됩니다.
반면 변제기를 정하지 않고 빌려준 경우에는 민법 제603조 제2항에 따라 대주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반환을 최고해야 하고, 그 상당한 기간이 지난 때부터 차주가 이행지체 책임을 집니다. 실무적으로는 내용증명 우편으로 "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주 내에 변제하라"고 최고하여 도달일과 기간 경과를 명확한 증거로 남기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최고 없이 바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소장 부본의 송달이 최고의 효력을 가질 수 있으나, 그만큼 지연손해금 기산일이 늦어지므로 미리 내용증명을 보내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소송까지 가면 연 12% — 소송촉진법의 가중 법정이율
대여금 소송을 제기하면 이율이 한 번 더 올라갑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와 그 위임을 받은 대통령령에 따라, 금전 지급을 명하는 판결에서는 소장 부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법정이율이 적용됩니다(2019년 6월 1일부터 시행 중인 현행 이율). 패소가 뻔한데도 버티며 재판을 끄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 판결 확정 시점이 아니라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붙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자 조항 없는 차용증이라도 실제 청구 구조는 "원금 + 변제기 다음 날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또는 6%) +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가 됩니다. 3,000만 원 기준으로 연 12%는 연 360만 원에 이르므로, 소송이 1~2년 이어지면 지연손해금만 수백만 원 단위로 불어납니다. 다만 채무자가 이행의무의 존재나 범위를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그 항쟁 기간에 대해 연 12%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청구취지 구성은 사안에 맞게 다듬어야 합니다.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는 연 12%(소송촉진법) — 버티는 채무자일수록 갚아야 할 돈이 빠르게 불어나는 구조입니다.
거꾸로 이율을 너무 높게 썼다면 — 이자제한법 연 20% 상한
반대의 경우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차용증에 이율을 적더라도 무제한 유효한 것이 아닙니다. 이자제한법과 그 시행령(대통령령)에 따라 개인 간 금전 대차의 최고이자율은 연 20%이며(2021년 7월 7일부터 시행 중인 현행 상한), 이를 초과하는 이자 부분의 약정은 무효입니다. 예컨대 월 3%(연 36%)로 약정했다면 연 20%를 넘는 부분은 효력이 없고, 채무자가 이미 초과 이자를 지급했다면 그 부분은 원본에 충당되며 원본까지 다 갚고도 남으면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차용증의 이자 문제는 "안 쓰면 못 받고, 너무 높게 쓰면 깎인다"로 요약됩니다. 앞으로 돈을 빌려줄 일이 있다면 이율(연 20% 이내)과 변제기, 지연손해금 이율까지 명시해 두는 것이 분쟁을 가장 확실하게 줄이는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차용증에 이자 얘기가 전혀 없는데, 한 푼도 더 못 받나요?
A. 빌려준 기간 동안의 약정이자는 원칙적으로 청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변제기가 지난 뒤부터는 민법 제397조에 따라 손해 증명 없이 연 5%(상사 거래는 연 6%)의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고, 소송을 내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연 12%로 올라갑니다. 또한 쌍방이 상인이라면 대여기간 중에도 상법 제55조로 연 6% 법정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Q. 구두로 "이자 쳐줄게"라고 했는데 차용증엔 안 썼습니다. 이자를 받을 수 있나요?
A. 이자 약정은 반드시 서면일 필요가 없으므로 구두 약정도 유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가 부인하면 약정의 존재를 청구하는 쪽이 입증해야 하므로, 문자메시지·통화녹음이나 상대가 실제로 몇 차례 이자를 보낸 계좌내역 같은 자료가 필요합니다. 이율을 정하지 않았다면 민법 제379조의 연 5%로 계산해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변제기를 아예 정하지 않고 빌려줬습니다. 지연손해금은 언제부터 계산하나요?
A. 민법 제603조 제2항에 따라 상당한 기간을 정해 반환을 최고한 뒤, 그 기간이 지난 다음 날부터 지연손해금이 붙습니다. 내용증명으로 "도달 후 2주 내 변제"처럼 기간을 못박아 보내면 기산점을 명확히 증거로 남길 수 있습니다. 최고 없이 소송을 내면 소장 부본 송달로 최고를 갈음하게 되어 기산일이 그만큼 늦어질 수 있습니다.
Q. 소송하면 무조건 연 12%가 붙나요?
A. 원칙적으로 소장 부본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가 적용됩니다. 다만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나 범위를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간에는 가중 이율이 배제되고 일반 법정이율만 인정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 어떤 이율을 구할지는 청구취지에 단계별로 정확히 적어야 누락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Q. 상대가 사업자인데 저는 개인입니다. 상법상 연 6%가 적용되나요?
A. 상법 제55조의 법정이자는 상인 간의 금전 소비대차에 적용되므로, 한쪽이 비상인인 개인이라면 이 조항으로 대여기간 중 이자를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상행위로 인한 채무의 지연손해금에는 상사법정이율 연 6%가 적용될 수 있어, 거래의 성격에 따라 5%와 6%가 갈립니다. 당사자 지위와 대여 경위를 구체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합니다.
Q. 연 30%로 이자를 약정했고 상대가 지금까지 꼬박꼬박 냈습니다. 문제없나요?
A.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 연 20%를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이므로, 연 30% 중 20%를 넘는 부분은 애초에 효력이 없습니다. 채무자가 이미 지급한 초과 이자는 원본 변제에 충당되고, 원본이 모두 소멸한 뒤에도 남는 금액이 있다면 채무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받은 돈의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으니 정산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차용증에 이자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빌려준 돈이 원금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대여기간 중 이자는 무이자 원칙 때문에 받기 어렵더라도, 변제기 다음 날부터는 연 5%(상사 6%)의 지연손해금이 손해 증명 없이 붙고, 소송을 제기하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연 12%로 가중됩니다. 반대로 이율을 적었더라도 연 20%를 넘는 부분은 무효라는 점까지, 법정이율의 층위를 정확히 알아야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을 놓치지 않습니다.
결국 관건은 당사자의 지위(상인 여부), 변제기의 유무, 최고·소제기 시점 등 사실관계에 따라 어떤 이율이 언제부터 적용되는지를 단계별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수원과 경기 남부 지역에서 대여금 분쟁을 다수 다뤄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기산점과 이율 구간을 정교하게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회수 금액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청구 전에 전문가와 함께 계산해 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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