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을 빼돌린 것도 아니고, 시도하다 실패했을 뿐인데도 처벌될까 고민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군사기밀 보호법은 탐지·수집 자체를 독립된 범죄로 처벌하고, 그 미수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반면 실행에 착수하기 전의 준비 단계라면 처벌 규정이 없어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어디서부터 미수가 되는지, 탐지·수집과 누설의 형은 어떻게 다른지, 수사를 받게 됐을 때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를 현행 법 조문과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군사기밀 탐지·수집죄 — 유출하지 않아도 성립하는 범죄
군사기밀 사건이라고 하면 대부분 기밀을 외부에 넘긴 유출·누설 행위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군사기밀 보호법 제11조는 군사기밀을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탐지하거나 수집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기밀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와 무관하게, 권한 없이 찾아내고 모으는 행위 자체가 독립된 범죄입니다. 유출 전 단계라는 이유로 가볍게 볼 수 없는 구조인 셈입니다.
여기서 탐지란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나 물건을 찾아 알아내는 행위를, 수집이란 이를 찾아 모으는 행위를 뜻합니다. 대법원은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3도5539 판결에서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탐지하거나 수집한다는 것은 군사기밀에 대한 적법한 접근절차에 따르지 않고 권한 없이 대상을 찾아 그 내용을 알아내거나 점유를 취득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예컨대 기밀 취급 권한이 없는 사람이 부대 내 전산망에서 비밀 문건을 열람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면, 외부로 보내기 전이라도 이미 수집 행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접근 권한이 있는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 판결은 군사기밀을 취급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라도 업무와 관계없이 탐지·수집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담당 업무 범위 밖의 기밀 자료를 개인적 목적으로 내려받아 보관하는 행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직무상 접근이 가능했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군사기밀 보호법 제11조는 유출 여부와 무관하게, 권한 없는 탐지·수집 그 자체를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합니다.
미수범 처벌 규정 — 탐지·수집에 실패해도 처벌될까
이 글의 핵심 질문인 미수 문제를 보겠습니다. 군사기밀 보호법 제18조는 탐지·수집죄(제11조), 누설죄(제12조·제13조) 등의 미수범을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밀 자료 확보에 실패했더라도, 실행에 착수한 이상 미수범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결과가 없었다는 사정은 무죄 사유가 아니라 양형에서 고려될 사정에 가깝습니다.
미수범의 형에 관해서는 형법 제25조 제2항이 적용되어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반드시 감경한다는 뜻이 아니라 법원이 재량으로 감경할 수 있다는 임의적 감경입니다. 기본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무거운 만큼, 미수라 하더라도 시도의 계획성·집요함, 대상 기밀의 중요도에 따라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안장치를 우회해 기밀 서버 접속을 시도하다가 차단된 경우, 자료를 얻지 못했어도 수사와 재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실행의 착수 시점 — 어디서부터 미수가 되는가
미수가 성립하려면 범죄 실행에 착수했어야 합니다. 실행의 착수란 구성요건 실현을 위한 행위를 직접 개시하는 것을 말하며, 탐지·수집죄에서는 군사기밀에 접근해 내용을 알아내거나 점유를 취득하려는 행위를 직접 시작한 때가 기준이 됩니다. 단순히 마음속으로 계획했거나 관심을 가진 정도로는 착수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사건의 성패는 수사기관이 확보한 행위가 착수 이후 단계인지, 그 이전 단계인지에 대한 평가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 착수 여부가 다투어질 수 있는 상황을 유형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밀 전산망에 무단 접속을 시도하다 인증 단계에서 차단된 경우 — 접근 행위가 개시되어 착수가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기밀 문건을 촬영하려고 휴대전화를 들이댔으나 제지당한 경우 — 점유·지득 시도가 직접 개시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기밀 소재지나 취급자를 알아보는 등 사전 정보를 알아본 단계 — 착수 전 준비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있어 다툼의 실익이 있습니다.
지인에게 기밀을 구해 달라고 부탁만 해 둔 경우 — 부탁받은 사람의 행위 진행 정도에 따라 공범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군사기밀 보호법에는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형법상 예비·음모는 처벌 규정이 있을 때만 처벌되므로, 실행 착수 전의 준비 단계에 그쳤다면 탐지·수집죄로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변호인 입장에서는 확보된 행위가 착수에 이르지 않은 준비행위임을 논증하는 것이 핵심 방어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준비 과정에서 다른 법률 위반, 예컨대 정보통신망 무단침입 등이 별도로 문제될 수 있으므로 사안 전체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군사기밀 보호법에는 예비·음모 처벌 규정이 없어, 실행 착수 전 단계인지 여부가 처벌과 불처벌을 가르는 결정적 쟁점이 됩니다.
탐지·수집과 누설은 별개의 죄 — 단계마다 형이 달라진다
군사기밀 보호법은 기밀이 외부로 흘러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어 처벌합니다. 제12조 제1항은 군사기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사람이 이를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여, 하한이 정해진 무거운 형을 두고 있습니다. 탐지·수집(10년 이하 징역)에서 누설로 나아가면 법정형의 구조 자체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우연히 군사기밀을 알게 되거나 점유한 사람이 누설한 경우에는 제12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거나 취급했던 사람의 누설은 제13조가 따로 규율하며, 그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더욱 무겁습니다. 이처럼 행위자의 지위와 기밀을 알게 된 경위에 따라 적용 조문과 형이 크게 달라지므로, 수사 초기에 자신의 행위가 어느 조문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들 누설죄 역시 제18조에 따라 미수범이 처벌되므로, 전달을 시도하다 미완에 그친 경우에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가정하자면, 수집한 기밀 파일을 메신저로 전송하려다 보안 프로그램에 차단된 경우 누설미수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가중과 감경 — 외국을 위한 행위는 가중, 자수는 감면
같은 탐지·수집이라도 누구를 위해 했는지에 따라 형이 달라집니다. 제15조는 외국 또는 외국인을 위하여 제11조부터 제13조까지의 죄를 범한 경우 그 죄에 해당하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규정합니다. 외국 업체나 외국 정부 관계자의 부탁으로 자료를 알아보다 적발된 사안이라면, 미수에 그쳤더라도 가중 규정이 함께 검토되어 사건의 무게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의뢰 경위와 대가 관계가 집중적으로 추궁되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법은 스스로 범행을 신고한 사람에게 출구도 열어 두고 있습니다. 제19조는 자수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원이 반드시 감경 또는 면제해야 하는 필요적 감면으로, 일반 형법상 자수보다 효과가 강력합니다. 다만 자수의 시점과 방식, 진술 내용에 따라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진 신고를 고민하는 단계라면 그 전에 법률 조력을 받아 진술 범위를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외국을 위한 범행은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되지만, 자수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필요적 감면 규정이 적용됩니다.
군형법 군사기밀 누설죄와의 관계 — 민간인도 처벌 대상이다
군사기밀 사건에서는 군사기밀 보호법 외에 군형법이 함께 등장하기도 합니다. 군형법 제80조 제1항은 군사상 기밀을 누설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누설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군형법은 원칙적으로 군인·군무원 등 신분자에게 적용되는 법이므로, 현역 군인의 기밀 사건에서는 두 법률의 적용 관계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군사기밀 보호법은 행위자의 신분을 가리지 않습니다. 군과 무관한 민간인, 방산업체 직원, 전역자라도 군사기밀을 권한 없이 탐지·수집하거나 누설하면 이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특히 방위산업 분야 종사자는 업무 과정에서 기밀에 접근할 기회가 많아, 업무 범위를 벗어난 자료 취득이 문제되기 쉽습니다. 예컨대 방산업체 직원이 수주 경쟁에 활용할 목적으로 담당 외 사업의 군 내부 자료를 알아보다 적발되는 상황이라면, 민간인 신분이어도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수사를 받게 됩니다.
수사 단계 실무 유의점 — 초기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정한다
군사기밀 사건은 군사경찰·군검찰이나 방첩 기관 등이 수사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고,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이 초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휴대전화·업무용 PC·클라우드 계정에서 기밀 자료의 검색 기록, 접근 시도 기록, 전송 흔적이 확보되면 이를 토대로 착수 시점과 고의가 재구성됩니다. 따라서 어떤 자료가 어떤 경위로 확보됐는지, 압수 절차가 적법했는지를 초기부터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진술 단계에서는 개념 구분이 특히 중요합니다. 탐지·수집의 착수 시점, 기밀성에 대한 인식, 업무 관련성 유무에 대한 초기 진술이 이후 적용 조문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개인적 호기심으로 열람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표현에 따라 업무와 관계없는 수집의 고의를 인정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조사에 앞서 자신의 행위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어느 단계까지 나아갔는지를 법적 기준에 따라 검토한 뒤 조사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미수·예비 단계 사건일수록 사실관계의 미세한 차이가 결론을 바꾸므로, 초기 대응의 가치가 더욱 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밀 자료를 실제로 손에 넣지 못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군사기밀 보호법 제18조는 탐지·수집죄의 미수범을 처벌하도록 규정하므로, 실행에 착수한 이상 결과가 없어도 형사책임이 문제됩니다. 다만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기수범보다 형을 감경할 수 있고, 실행 착수 전 준비 단계에 그쳤다면 예비·음모 처벌 규정이 없어 이 죄로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Q. 계획만 세우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A. 군사기밀 보호법에는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으므로, 실행에 착수하지 않은 계획 단계만으로는 이 법 위반이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계획 과정에서 공범에게 구체적 실행을 부탁했고 그가 실행에 나아갔다면 공범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착수 여부는 사실관계에 따라 평가가 갈리므로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군사기밀인지 몰랐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탐지·수집죄는 고의범이므로 대상이 군사기밀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다만 문서의 비밀 표지, 접근 통제 방식, 취득 경위 등 객관적 사정으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인식 여부를 뒷받침할 구체적 사정을 정리해 다투어야 합니다.
Q. 민간인인데도 군사기밀 보호법으로 수사를 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군사기밀 보호법은 군인 신분을 요구하지 않아 민간인, 방산업체 직원, 전역자도 적용 대상입니다. 군인·군무원 등의 누설 행위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를 정한 군형법 제80조가 별도로 적용될 수 있어, 신분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집니다.
Q. 수집한 기밀을 아직 아무에게도 넘기지 않았다면 죄가 안 되나요?
A. 아닙니다. 제11조의 탐지·수집죄는 누설과 별개로 성립하는 독립 범죄여서, 권한 없이 수집을 마친 시점에 이미 기수가 됩니다. 나아가 타인에게 누설하면 제12조 제1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므로, 누설 전 단계에서 법률 조력을 받아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자수를 하면 실제로 선처를 받을 수 있나요?
A. 군사기밀 보호법 제19조는 자수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정한 필요적 감면 규정입니다. 법원이 재량으로 정하는 일반 자수 감경보다 효과가 강력해 실질적인 선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자수로 인정되려면 시점과 진술 내용이 요건을 갖춰야 하므로, 신고 전에 진술 범위를 법률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군사기밀 탐지·수집죄는 유출이라는 결과가 없어도 성립하고, 미수까지 처벌되는 무거운 범죄입니다. 군사기밀 보호법 제11조의 탐지·수집은 10년 이하의 징역, 제12조 제1항의 누설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며, 제18조에 따라 각 죄의 미수범도 처벌됩니다. 반면 예비·음모 처벌 규정은 없으므로, 확보된 행위가 실행 착수 전 단계인지 여부가 방어의 핵심 축이 됩니다.
결국 이 유형의 사건은 착수 시점, 기밀성에 대한 인식, 업무 관련성이라는 세 가지 쟁점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외국 관련성이 있으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 있는 반면, 자수하면 형이 감경·면제되는 만큼 초기 판단이 특히 중요합니다. 수원·경기남부를 비롯해 어느 지역에서든 군사기밀 관련 수사 통지를 받았다면, 조사 전에 형사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사실관계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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