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기술자료를 빼돌린 퇴사자를 어렵게 고소했는데, 몇 달 뒤 돌아온 것은 혐의없음 불기소 통지였다는 상담이 적지 않습니다. 유출 정황이 명백한데 왜 처벌이 안 되는지 묻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 수사에서 가장 자주 무너지는 것은 유출 사실이 아니라 그 정보가 법률상 영업비밀이었는지, 특히 회사가 평소 그 정보를 비밀로 관리해 왔는지라는 요건입니다. 이 글에서는 영업비밀 형사고소가 불기소로 끝나는 전형적인 사유인 비밀관리성 요건이 무엇인지, 어떤 지점에서 입증이 무너지는지, 고소 전에 무엇을 준비하고 불기소 후에는 어떻게 다퉈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영업비밀 형사고소, 왜 혐의없음으로 끝나는 일이 많을까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고소인인 회사는 대체로 유출 정황 입증에 집중합니다. 퇴사 직전 대량 다운로드 기록, 개인 이메일 전송 내역, 경쟁사 이직 사실까지 확보하면 처벌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형사처벌의 대전제는 반출된 그 정보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점이고, 이 전제가 무너지면 아무리 뚜렷한 반출 정황도 영업비밀 침해죄로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수사기관이 혐의없음 처분을 하면서 드는 이유의 상당수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영업비밀의 세 요건 가운데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은 기술자료나 거래처 정보라면 비교적 인정받기 쉬운 편입니다. 반면 비밀관리성, 즉 회사가 그 정보를 평소 비밀로 관리해 왔다는 사실은 회사 내부의 관리 실태를 객관적 자료로 보여 줘야 하는 영역이라, 준비 없이 고소부터 하면 가장 먼저 무너집니다. 예컨대 핵심 도면이 전 직원이 접근 가능한 공용폴더에 아무 표시 없이 저장돼 있었다면, 유출자가 그것을 통째로 복사해 나갔더라도 영업비밀 침해죄의 성립 자체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형사고소의 성패는 유출 정황이 아니라, 회사가 평소 그 정보를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업비밀의 세 가지 요건 —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현행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라고 정의합니다. 세 요건은 하나라도 빠지면 영업비밀이 아니므로, 수사기관은 요건별로 자료를 요구하며 심사합니다.
비공지성 — 간행물이나 인터넷 등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지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통상 입수할 수 없어야 합니다.
경제적 유용성 — 그 정보로 경쟁상 이익을 얻거나, 취득·개발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든 것이어야 합니다.
비밀관리성 — 보유자가 그 정보를 비밀로 관리하고 있어야 하며, 형사고소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요건입니다.
처벌 수위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같은 법 제18조는 영업비밀을 국내에서 부정 사용·유출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유출한 경우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정형이 무거운 만큼 수사기관과 법원은 영업비밀 해당성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요건 입증이 부족하면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고소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처벌 조항의 무게만 믿을 것이 아니라, 그만큼 높아진 입증의 문턱을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대법원이 보는 비밀관리성 — 표시·접근제한·비밀준수의무
비밀관리성 판단의 기준은 판례로 정립돼 있습니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435 판결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며, 접근한 사람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고 판시했고, 해당 사건에서는 이러한 관리가 인정되지 않아 영업비밀 성립이 부정됐습니다. 요컨대 법원이 보는 것은 사장의 머릿속 의사가 아니라, 직원 누구라도 이것은 회사의 비밀이라고 알 수 있었는지라는 객관적 상태입니다.
반대로 관리 체계가 갖춰진 경우 비밀관리성이 인정된 사례도 있습니다.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도12828 판결의 사안에서는 피해 회사가 출입 통제 등 물리적 보안, 영상감시를 통한 유출행위 감시, 연구개발 자료 접근 대상자 통제, 백신프로그램 설치 등 전산보안 조치를 취하고 있었던 점이 확인됐습니다. 두 판결을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유형의 정보라도 회사가 평소 어떤 조치를 해 두었는지에 따라 형사사건의 결론이 정반대로 갈린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비밀 표시·고지, 접근 제한, 비밀준수의무 부과 — 이 세 축이 객관적으로 확인돼야 비밀관리성이 인정됩니다.
입증이 무너지는 지점 ① — 누구나 접근할 수 있었던 자료
실무에서 가장 흔한 탈락 사유는 접근 제한의 부재입니다. 문제의 자료가 전 직원이 열람할 수 있는 공용서버에 저장돼 있었고 비밀번호나 열람권한 설정이 없었다면, 수사기관은 회사 스스로 그 정보를 비밀로 취급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담당 업무와 무관한 직원도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었다거나, 퇴사자의 계정과 접근권한이 퇴직 후에도 한동안 살아 있었다는 사정이 확인되면 입증은 더 어려워집니다.
가정해 보면, 거래처별 납품단가표를 영업팀 전체가 쓰는 공용폴더에 두고 파일에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은 회사가 있다고 합시다. 퇴사한 영업사원이 그 파일을 경쟁사로 가져갔더라도, 회사가 접근을 제한하거나 비밀임을 고지한 흔적이 없다면 영업비밀 침해죄 성립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자주 지적되는 실패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용서버·공유폴더 보관 — 열람권한 구분 없이 전 직원이 접근 가능했던 경우입니다.
비밀번호·계정 관리 부재 — 문서 암호가 없거나, 공용 계정을 여럿이 함께 쓴 경우입니다.
퇴직자 권한 방치 — 퇴사 후에도 사내 시스템 접속이 가능했던 경우입니다.
외부 반출 통제 부재 — USB 사용이나 개인 이메일 전송에 아무 제한과 기록이 없던 경우입니다.
입증이 무너지는 지점 ② — 서약서와 비밀표시의 공백
두 번째로 흔한 지점은 비밀유지서약서와 비밀표시의 공백입니다. 입사 시 받아 둔 서약서가 회사의 모든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다는 포괄적 문구뿐이라면, 어떤 정보가 비밀인지 특정돼 있지 않아 그 자료가 비밀준수의무의 대상이었다는 점을 보여 주기에 부족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자료에 대외비나 기밀 같은 등급 표시가 없었다면, 직원 입장에서 비밀임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가 다시 다투어집니다.
퇴직 시점의 공백도 자주 지적됩니다. 퇴직자에게서 비밀유지서약서나 자료반납 확인서를 받지 않았고 반출 여부 점검도 없었다면, 회사가 정보 유출을 실질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정황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연구원이 퇴사하면서 설계자료를 개인 클라우드에 올려 나갔는데, 회사가 퇴직 면담도 반출 점검도 하지 않았고 입사 때 서약서에는 그 자료가 특정돼 있지 않았다면, 유출 기록이 남아 있어도 비밀관리성 문턱에서 사건이 좌초될 수 있습니다. 서약서는 받아 두는 것 자체보다, 보호 대상 정보를 특정하고 입사·전보·퇴직 시점마다 갱신해 두는 것이 형사 절차에서는 훨씬 중요합니다.
포괄적 문구의 서약서 한 장보다, 보호 대상을 특정한 서약과 자료의 비밀등급 표시가 수사에서는 결정적입니다.
2019년 개정으로 요건이 완화됐지만 — 관리 사실 자체는 여전히 필요하다
비밀관리성 요건은 법 개정으로 단계적으로 완화돼 왔습니다. 2019. 1. 8. 개정되어 2019. 7. 9. 시행된 부정경쟁방지법은 종전의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이라는 문구를 비밀로 관리된으로 바꿔,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도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에서 영업비밀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과거처럼 고도의 보안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접근 제한과 비밀유지약정 등 기본적인 관리가 있었다면 영업비밀로 인정될 여지가 넓어진 것입니다.
다만 완화는 관리 수준의 문제일 뿐, 비밀로 관리된 사실 자체를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 조치 없이 방치된 정보가 개정법 덕분에 영업비밀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위에서 본 표시·접근제한·비밀준수의무라는 판단 틀은 지금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적용 법령의 시점입니다. 형사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므로, 유출 행위가 언제 있었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요건과 법정형이 달라질 수 있어 고소 전에 행위 시점을 특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고소 전 준비 — 수사기관 앞에 내놓을 입증자료 체크리스트
영업비밀 형사고소는 고소장 접수가 아니라 자료 준비에서 시작됩니다. 수사기관은 유출 정황과 별도로 그 정보가 영업비밀이었다는 점, 특히 비밀관리 실태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를 요구하므로, 아래 자료를 갖춰 고소장 단계에서 함께 제출하는 편이 불기소 위험을 크게 줄입니다.
비밀등급 분류·표시 자료 — 문제 정보에 대외비 등 표시가 있었음을 보여 주는 문서·화면 캡처입니다.
접근권한 설정과 접속 로그 — 열람 가능자가 제한돼 있었고 실제 통제됐음을 보여 주는 시스템 기록입니다.
비밀유지서약서·약정서 — 보호 대상 정보가 특정된 입사·재직·퇴직 시점의 서약입니다.
보안규정과 보안교육 이력 — 사규, 교육 자료, 참석 확인 등 관리 체계의 존재를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퇴직 절차 기록 — 자료반납 확인서, 계정 회수·권한 말소 내역입니다.
유출 정황 자료 — 다운로드·전송 로그, 디지털포렌식 결과 등 반출 사실에 관한 증거입니다.
정보가 이미 경쟁사에서 사용되고 있다면 형사 절차만으로는 피해 확산을 막기 어렵습니다. 침해행위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과 손해배상 등 민사적 구제를 병행할지, 어느 절차를 먼저 밟을지는 확보된 증거의 수준에 따라 전략적으로 판단할 문제입니다.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면 — 항고와 재정신청
불기소 처분이 나왔다고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고소인은 검찰청법 제10조에 따라 불기소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고등검찰청에 항고할 수 있고, 항고가 기각되면 형사소송법 제260조에 따라 기각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관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재정신청 기간은 특히 짧으므로, 불기소 이유서를 받는 즉시 불복 여부를 정해야 합니다.
다만 같은 자료로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항고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불기소 이유서에서 비밀관리성 부족이 지적됐다면, 접속권한 기록이나 서약서, 보안규정처럼 그 공백을 메우는 자료를 새로 보강해 항고이유서에 담아야 합니다. 한편 형사 불기소가 곧 민사 패소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절차여서, 형사에서 혐의없음이 나온 사안이라도 민사 손해배상이나 전직금지·침해금지 청구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으므로 남은 선택지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입사할 때 받은 포괄적 비밀유지서약서만 있으면 충분한가요?
A.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모든 회사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다는 식의 포괄 문구는 문제된 자료가 비밀준수의무의 대상이었는지를 특정해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보호 대상 정보를 구체적으로 특정한 서약을 재직 중과 퇴직 시점에 갱신해 두고, 자료 자체에 비밀표시를 병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자료에 대외비 표시가 없으면 무조건 영업비밀이 아닌가요?
A. 표시가 없다고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밀관리성은 표시·고지, 접근 제한, 비밀준수의무 부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접근권한 통제와 서약이 확실했다면 표시가 없어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표시는 직원의 인식 가능성을 보여 주는 가장 손쉬운 증거이므로, 없으면 그만큼 다른 자료로 메워야 합니다.
Q. 2019년 개정 전에 있었던 유출도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나요?
A. 형사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므로, 유출 행위가 2019. 7. 9. 시행 전에 있었다면 종전 요건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행위 시점이 개정 전후에 걸쳐 있는 사건이라면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부터 다투어지므로, 고소 전에 유출 시점을 로그 등으로 특정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Q. 퇴사자가 개인 이메일로 자료를 보낸 기록만 있으면 처벌되나요?
A. 전송 기록은 반출 정황일 뿐, 처벌 여부는 그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자료가 비공지성·경제적 유용성·비밀관리성을 갖췄다는 점이 함께 입증돼야 하고, 특히 회사의 평소 관리 실태 자료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사안에 따라 업무상배임 등 다른 죄책이 검토될 수도 있으므로 증거를 갖춰 상담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형사에서 혐의없음이 나오면 민사소송도 이길 수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절차라서 요건 입증이 조금만 부족해도 불기소가 나올 수 있지만, 민사 손해배상이나 침해금지 청구는 별개의 절차에서 다시 판단받습니다. 형사 기록을 통해 확보된 자료가 민사에서 오히려 유력한 증거가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불기소 이후에도 민사적 구제를 검토할 실익이 있습니다.
맺음말
영업비밀 형사고소가 혐의없음으로 끝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유출 증거의 부족이 아니라 비밀관리성 입증의 공백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의 비밀로 관리된이라는 요건은 대법원 2008도3435 판결이 제시한 표시·접근제한·비밀준수의무라는 틀로 심사되며, 공용폴더 방치, 포괄적 서약서, 퇴직 절차의 공백이 전형적인 탈락 지점입니다. 고소 전에 관리 실태 자료를 갖추는 것이 사건의 절반이고, 불기소가 나오더라도 30일 내 항고와 10일 내 재정신청, 그리고 민사적 구제라는 길이 남아 있습니다.
기술 유출 사건은 시간이 갈수록 증거가 흩어지고 피해가 굳어지는 유형입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의 제조·연구개발 기업처럼 핵심 기술 인력의 이동이 잦은 환경이라면, 유출 정황을 인지한 초기에 증거 보전과 고소 전략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법률 조력을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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