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훈련 도중 부하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지휘관 개인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휘관 입장에서는 규정대로 훈련을 진행했는데 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 억울함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형사책임의 성패는 결국 어떤 주의의무가 있었고 그 의무를 실제로 다했는가라는 구체적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훈련 중 안전사고에서 지휘관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하는 기준과, 수사·재판 단계에서 짚어야 할 대응의 방향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훈련 중 안전사고 — 지휘관 형사책임의 법적 근거
군형법에는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를 직접 처벌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훈련 중 안전사고로 지휘관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경우에도 일반 형법의 과실범 규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형법 제267조 과실치사(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상해에 이르게 하면 형법 제266조 과실치상(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이 문제 됩니다.
다만 지휘관이 훈련을 계획하고 통제하는 행위가 업무에 해당한다고 평가되면, 형은 크게 무거워집니다.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죄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일반 과실치사상보다 법정형이 높습니다. 실무에서 훈련 사고로 지휘관이 입건되는 사건 상당수가 이 제268조를 적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대장이 자신이 편성·감독하던 각개전투 훈련에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 훈련병이 추락으로 사망했다면, 이는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구성될 여지가 큽니다. 반면 훈련과 무관한 일상 상황에서 벌어진 우연한 사고라면 업무성이 부정되어 제267조·제266조 문제로 남을 수 있습니다.
지휘관의 훈련 계획·통제는 형법 제268조의 업무에 해당할 수 있어, 같은 사고라도 일반 과실보다 무겁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과실의 핵심 — 어떤 주의의무가 있었나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그 지휘관에게 사고를 막을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주의의무는 막연한 도의적 책임이 아니라, 훈련 안전규정·교범·상급부대 지침 등이 요구하는 안전조치의무를 말합니다. 법원은 문제 된 훈련의 위험성, 참가 인원의 숙련도, 기상·지형 등 여건을 종합해 그 상황에서 통상적인 지휘관이라면 취했어야 할 조치가 무엇이었는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주의의무의 범위가 지휘관의 직책과 실제 통제 권한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직접 현장을 통제한 초급 지휘관과, 전체 훈련을 승인한 상급 지휘관은 각자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이 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고가 났다는 결과만으로 지휘계통 전원에게 동일한 과실을 지우는 것은 법리적으로 옳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고 해야 했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가령 수영 훈련에서 안전요원 배치·구조장비 비치가 규정상 현장 통제관의 임무였다면, 그 임무를 맡은 지휘관의 주의의무 위반이 우선 문제 됩니다. 반대로 규정 자체가 미비했거나 상부 지시로 무리한 일정이 강요된 정황이 있다면, 책임의 무게중심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실 판단의 두 축 —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
주의의무 위반, 즉 과실이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 법원이 보는 두 축은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입니다. 사고의 결과를 그 지휘관이 미리 내다볼 수 있었는지(예견가능성), 그리고 적절한 조치로 그 결과를 피할 수 있었는지(회피가능성)를 함께 살핍니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부정되면 과실 자체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지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견가능성 — 통상적인 지휘관의 관점에서 사고 위험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 이례적이고 돌발적인 사정이라면 예견가능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회피가능성 — 규정된 안전조치를 다했더라도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면, 과실과 결과 사이의 연결이 끊깁니다.
인과관계 — 주의의무 위반이 사망·상해라는 결과의 직접 원인이 되었는지. 피해자 측의 기존 질환이나 돌발행동이 개입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과실의 정도 — 단순 부주의인지, 안전을 도외시한 중과실인지에 따라 양형과 죄책 평가가 달라집니다.
예컨대 평소 지병 징후가 전혀 없던 인원이 통상적 강도의 훈련 중 급성 질환으로 사망한 경우라면, 지휘관이 그 결과를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과실이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폭염 경보 속에서 규정된 휴식·수분 보충 없이 강행군을 지시했다면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모두 인정되기 쉽습니다.
지휘관이라고 무조건 책임지지는 않는다 — 신뢰의 원칙
안전사고가 나면 지휘계통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묻는 시각이 있지만, 형사책임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판례가 인정해 온 신뢰의 원칙에 따르면, 여러 사람이 업무를 분담하는 구조에서는 각자가 자신의 임무를 규정대로 수행하리라 신뢰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허용됩니다. 따라서 하급자나 안전담당자가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이행하리라 신뢰한 데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면, 상급 지휘관의 과실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원칙은 무한정 적용되지 않습니다. 하급자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 예상되는 구체적 사정이 있었거나, 지휘관 스스로 감독의무를 직접 부담하는 위치였다면 신뢰의 원칙은 후퇴합니다. 결국 핵심은 그 지휘관이 다른 사람의 임무 이행을 신뢰해도 좋은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직접 확인·개입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는지의 구분입니다.
예를 들어 안전통제관을 별도로 지정하고 그가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상황에서 발생한 돌발 사고라면, 훈련을 총괄 승인한 지휘관에게까지 과실을 확장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면 안전통제관이 자리를 비운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신뢰의 원칙을 원용하기 어렵습니다.
사고 이후의 조치 소홀도 과실이 된다
훈련 중 안전사고에서 과실은 사고 발생 시점의 안전조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사고가 난 뒤 응급조치와 후송을 지연시켜 피해가 커진 경우, 그 사후 조치 소홀 자체가 독립적인 과실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초기 대응이 신속했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면, 사후 조치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는 사고 순간의 판단뿐 아니라, 이상 징후를 인지한 시점부터 후송까지의 시간 경과가 정밀하게 검토됩니다. 언제 증상을 인지했는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의료기관 후송이 왜 늦어졌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가 결정적인 쟁점이 됩니다.
따라서 지휘관으로서는 사고 직후의 조치 경위를 시간 순서대로 정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후송 판단이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이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느냐에 따라 과실 인정 여부가 크게 갈릴 수 있습니다.
형사책임과 별개인 민사·국가배상 — 이중배상금지
지휘관의 형사책임과, 유족·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는 별개의 트랙으로 진행됩니다. 훈련 사고의 배상은 원칙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 문제로 다루어지는데, 군인·군무원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한이 있습니다. 헌법 제29조 제2항과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군인 등이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해 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어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 다른 법령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 국가배상법이나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이중배상금지입니다. 즉 유족이 군인연금법 등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같은 손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길은 원칙적으로 막힙니다. 다만 보상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이거나, 가해자가 국가가 아닌 사인일 때의 개인 책임 등은 국면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의 구조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정리하면 지휘관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와, 유족이 받을 수 있는 보상·배상의 문제는 서로 다른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형사사건에서 과실이 다투어지는 것과 별개로, 유족 측 보상 경로가 어떻게 되는지도 초기에 함께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수사·재판 초기에 짚어야 할 실무 포인트
훈련 사고 사건은 군사경찰·군검찰 수사에서부터 방향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에 진술과 기록이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이후 재판의 흐름을 좌우하므로, 감정에 휩쓸린 진술보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복원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특히 자신의 임무 범위와 실제 통제 권한이 어디까지였는지를 규정에 근거해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규정·지침 확보 — 해당 훈련의 안전규정과 임무 분장을 확인해 자신의 주의의무 범위를 특정합니다.
시간 순서 정리 — 훈련 준비부터 사고, 응급조치, 후송까지의 경과를 시각별로 재구성합니다.
예견·회피가능성 검토 — 사고가 예견 가능했는지, 규정된 조치로 회피 가능했는지를 자료로 뒷받침합니다.
신뢰의 원칙 적용 여부 — 다른 담당자의 임무 이행을 신뢰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지 정리합니다.
무엇보다 훈련 사고는 형사·징계·보상이 동시에 진행되어 각 절차의 진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어느 한 절차에서 성급히 내놓은 진술이 다른 절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전체 구도를 보고 대응 순서를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규정대로 훈련했는데도 사고가 나면 처벌받나요?
A. 규정을 준수했고 예견하기 어려운 돌발 사정으로 사고가 났다면 과실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주의의무 위반, 즉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인정되어야 성립하므로, 통상의 지휘관이 취할 조치를 다했다는 점을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만 규정 준수 여부는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되므로 개별 사안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Q. 훈련 사고는 형법과 군형법 중 무엇으로 처벌되나요?
A. 군형법에는 과실치사상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어, 훈련 중 안전사고로 인한 형사책임은 일반 형법의 과실범 규정으로 처리됩니다. 지휘·감독이 업무로 평가되면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적용되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문제 됩니다. 업무성이 부정되면 제267조 과실치사나 제266조 과실치상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지휘계통에 있으면 상급자도 무조건 책임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책임은 각자의 직책과 실제 통제 권한에 따른 개별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신뢰의 원칙에 따라 하급 담당자의 임무 이행을 신뢰할 만한 상황이었다면 상급자의 과실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하급자의 임무 불이행이 예상되는 사정이 있었다면 신뢰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훈련 사고는 국가배상 문제로 다루어지지만, 헌법 제29조 제2항과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이중배상금지가 적용됩니다. 유족이 군인연금법 등 다른 법령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같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을 다시 청구하기는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보상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 등은 별도로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사고 직후 응급조치가 늦었던 것도 문제가 되나요?
A. 사고 발생 자체와 별개로, 사후 응급조치와 후송을 지연시켜 피해가 커졌다면 그 조치 소홀이 독립적인 과실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신속히 조치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면 인과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상 징후 인지 시점부터 후송까지의 경과 기록이 매우 중요합니다.
Q. 수사 초기에 가장 먼저 준비할 것은 무엇인가요?
A. 해당 훈련의 안전규정과 임무 분장을 확보해 자신의 주의의무 범위를 규정에 근거해 특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어 사고 전후 경과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예견·회피가능성과 신뢰의 원칙 적용 여부를 뒷받침할 자료를 모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형사·징계·보상 절차가 함께 진행되므로 전체 구도를 보고 대응 순서를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훈련 중 안전사고에서 지휘관의 형사책임은 결과가 아니라 주의의무 위반의 유무로 판가름 납니다. 어떤 주의의무가 있었는지, 사고를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다른 담당자의 임무 이행을 신뢰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지휘계통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자동으로 확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를 규정과 기록으로 정리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또한 형사책임과 유족에 대한 보상·배상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진행되고, 형사·징계·보상 절차의 진술이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전체 구도를 보고 대응하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수사를 받게 되었다면 초기 단계부터 사실관계를 정확히 복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 군 사건이나 안전사고 형사문제로 조력이 필요하시다면, 사안의 구조를 함께 검토해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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