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을 넣어 두었다가, 막상 상대가 약속을 어기면 그 돈만 받고 끝나는 것인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계약을 깨고 원상회복을 받고 싶기도 하고, 반대로 약속대로 이행을 강제하고 싶기도 한데 예정 조항이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손해배상액 예정이 있을 때 계약 해제와 이행청구가 가능한지, 그리고 위약금이 위약벌인 경우와는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민법 조문과 판례를 기준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손해배상액 예정이 있으면 계약을 해제하거나 이행을 청구할 수 없을까
계약서에 "위반 시 얼마를 배상한다"는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을 넣어 두면, 막상 상대가 약속을 어겼을 때 그 돈만 받고 계약은 그대로 끌고 가야 하는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손해배상액을 예정해 두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을 해제할 권리나 이행을 청구할 권리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근거는 민법 제398조 제3항입니다. 이 조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이행의 청구나 계약의 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예정 조항은 손해배상의 범위를 미리 정해 둔 것일 뿐, 채무불이행이 있을 때 채권자가 가지는 해제권이나 이행청구권 자체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상대가 계약을 위반했다면, 예정된 배상액을 청구하면서도 사안에 따라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을 구하거나, 반대로 계약을 유지한 채 본래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액 예정은 이 선택지를 없애는 족쇄가 아니라, 그 선택을 하면서 받을 돈을 미리 정해 둔 장치에 가깝습니다.
손해배상액 예정은 배상의 크기를 정할 뿐, 해제권과 이행청구권을 빼앗지 않는다(민법 제398조 제3항).
왜 예정 조항이 해제·이행청구를 막지 않는가 — 두 권리는 뿌리가 다르다
손해배상액 예정은 채무불이행으로 생기는 손해의 배상액을 당사자가 미리 합의해 두는 제도입니다. 실제 손해가 얼마인지 일일이 따지지 않아도 되도록, 다시 말해 손해의 발생과 액수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 주려는 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이렇게 예정을 해 두면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사실만 밝히면 원칙적으로 예정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계약 해제권은 상대의 채무불이행이라는 사정으로부터 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권리이고, 이행청구권은 약속받은 급부를 그대로 실현시키기 위한 권리입니다. 배상액을 얼마로 할지 정해 둔 것과, 계약을 깰지 유지시킬지를 정하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민법은 예정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권리들이 흡수되거나 포기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공사도급계약에 "완공이 늦어지면 하루당 일정액을 지급한다"는 지체상금(손해배상액 예정의 대표적 예) 조항이 있다고 해서, 시공사가 아예 공사를 포기해 버린 경우에까지 도급인이 계약을 해제하지 못한다고 하면 부당합니다. 이때 도급인은 계약을 해제하고 남은 공사를 다른 업체에 맡기면서, 지연으로 인한 예정 배상액도 함께 물을 수 있습니다.
계약을 해제하면서 예정 배상액도 받을 수 있나
해제와 손해배상은 양립합니다. 민법은 계약을 해제하더라도 손해배상 청구에는 영향이 없다고 정하고 있고(민법 제551조), 그 손해배상의 액수를 예정해 둔 경우라면 그 예정액이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한 당사자는, 상대에게 받은 것을 서로 되돌리는 원상회복을 구하면서 예정된 배상액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그 예정액이 "계약이 깨졌을 때의 배상"을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이행이 늦어진 데 대한 배상"을 겨냥한 것인지 계약서 문언과 취지를 살펴야 합니다. 전자에 해당하는 전보배상 성격의 예정이라면 해제와 함께 청구하기에 자연스럽고, 후자인 지연배상 성격이라면 해제 전까지 발생한 지연 부분에 관해 청구하는 식으로 정리됩니다.
부동산 매매에서 흔한 "계약금 몰취" 약정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의 잔금 미지급으로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면서 계약금을 배상액으로 확보하는 구조인데, 대법원은 매도인만을 위한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을 둔 약관이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약관규제법 위반이나 불공정 약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0. 9. 22. 선고 99다53759, 53766 판결).
계약을 유지하면서 이행을 청구할 때 — 지연배상 예정과의 관계
상대의 위반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살려 두고 본래 급부의 이행을 구하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이때 함께 청구할 수 있는 예정 배상액이 무엇인지는 그 예정이 어떤 손해를 겨냥한 것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지연배상의 예정: 이행이 늦어진 데 대한 배상을 미리 정한 것으로, 본래의 이행청구와 나란히 청구할 수 있습니다. 완공 지연에 대한 지체상금이 대표적입니다.
전보배상(이행에 갈음한 배상)의 예정: 이행 자체를 대신하는 배상을 정한 것이므로, 이행을 그대로 구하면서 이를 함께 받는 것은 이중이 되어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이 경우는 이행청구와 택일하는 관계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행도 받고 예정액도 받을 수 있느냐"는 물음의 답은 계약서가 그 배상을 무엇으로 설계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조항의 제목이 아니라 실제 내용과 취지로 판단하므로, 청구 방향을 정하기 전에 문언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내 계약서의 위약금은 손해배상액 예정일까, 위약벌일까
계약서에 적힌 "위약금"이 손해배상액 예정인지 위약벌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민법은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정하므로(민법 제398조 제4항), 다툼이 있으면 일단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보고 출발합니다. 위약벌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그 특별한 성격을 입증해야 합니다.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인정되면, 그 예정액이 실제 손해와 별개로 배상의 상한이자 기준이 되고, 손해가 예정액을 넘더라도 원칙적으로 초과분을 따로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위약벌은 채무 이행을 심리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제재금이어서, 이를 물더라도 그와 별도로 실제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함께 구할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대법원은 위약벌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성질이 다르므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해 감액할 수는 없고, 다만 그 벌이 채권자가 얻는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우면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무효 여부는 당사자의 지위, 계약 체결 경위, 위반 정도 등을 두루 살펴 신중히 판단하며, 단지 액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무효로 보지는 않습니다.
위약금은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추정된다(민법 제398조 제4항). 위약벌은 감액이 아니라 공서양속 위반 여부로 다툰다.
예정액이 지나치게 많다면 — 법원의 감액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적당한 한도로 줄일 수 있습니다(민법 제398조 제2항). 위약벌과 달리 감액 자체가 조문으로 열려 있는 셈입니다. 감액은 채무자가 따로 청구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참작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부당히 과다한가"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예정액을 정한 동기, 실제 발생했거나 예상되는 손해의 크기, 거래 관행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그러므로 계약 상대가 과다한 예정액을 들고 나오더라도, 사정에 따라 감액을 주장해 실제 부담을 줄일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이 예정액을 청구하는 입장이라면, 그 액수가 손해에 비추어 합리적 범위 안에 있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준비해 두는 것이 감액 위험을 줄이는 길입니다. 예정 조항이 있다고 늘 액면 그대로 관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챙겨야 할 것 — 조항 해석과 해제 절차
가장 먼저 할 일은 계약서의 위약금·배상 조항이 어떤 성격인지, 그리고 그것이 지연을 겨냥한 것인지 이행에 갈음한 것인지를 문언과 취지로 확정하는 것입니다. 이 성격 규명이 "해제하며 청구할지, 이행을 구하며 청구할지"라는 전략의 출발점이 됩니다.
해제를 택한다면 그 요건도 갖추어야 합니다. 이행지체를 이유로 한 해제라면 원칙적으로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촉구하는 최고를 거쳐야 하고(민법 제544조), 이행불능처럼 최고가 필요 없는 경우인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절차를 건너뛴 해제는 뒤에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 원본과 부속 합의서에서 위약금·배상 조항의 정확한 문구를 확인합니다.
상대의 위반 사실과 시점을 입증할 자료(통지, 내용증명, 이행 촉구 기록 등)를 확보합니다.
해제 통지는 근거와 요건을 갖춰 내용증명 등 증거가 남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예정액이 과다하다는 다툼이 예상되면 실제 손해 규모를 가늠할 자료를 함께 준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이 있으면 무조건 그 돈만 받고 계약은 유지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민법 제398조 제3항은 예정이 이행청구나 계약 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위반 사정과 계약 내용에 따라 해제하고 원상회복을 구하거나, 계약을 유지한 채 이행을 청구하는 선택이 모두 열려 있습니다.
Q. 계약을 해제하면 예정된 배상액은 청구할 수 없나요?
A. 해제와 손해배상 청구는 양립합니다(민법 제551조). 예정액이 계약 파기 자체를 겨냥한 전보배상 성격이라면 해제와 함께 청구하기에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조항이 지연배상을 겨냥한 것이라면 해제 전까지의 지연 부분을 기준으로 정리됩니다.
Q. 실제 손해가 예정액보다 훨씬 큰데 초과분을 더 받을 수 있나요?
A.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인정되면 그 예정액이 기준이 되어, 원칙적으로 손해가 더 크더라도 초과분을 따로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위약금이 위약벌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와 별도로 실제 손해의 배상을 구할 여지가 있어, 조항의 성격 규명이 중요합니다.
Q. 예정액이 너무 과하다고 느껴지면 줄일 방법이 있나요?
A. 손해배상액 예정이라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98조 제2항). 감액은 당사자 지위, 계약 목적, 실제 손해 규모 등을 종합해 판단하며, 채무자가 청구하지 않아도 법원이 참작할 수 있습니다.
Q. 위약벌도 과하면 감액되나요?
A. 위약벌은 손해배상액 예정과 성질이 달라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한 감액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신 채권자가 얻는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우면 공서양속에 반해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5다239324 판결). 다만 액수가 크다는 것만으로 쉽게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Q. 계약서에 그냥 "위약금"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어떻게 보나요?
A.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추정됩니다. 위약벌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특별한 성격을 입증해야 하며, 입증이 없으면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다루어집니다.
맺음말
정리하면, 손해배상액 예정은 배상의 크기를 미리 정해 둔 장치일 뿐, 계약을 해제하거나 이행을 청구할 권리를 빼앗지 않습니다(민법 제398조 제3항). 관건은 계약서의 위약금 조항이 손해배상액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그리고 지연을 겨냥한 것인지 이행에 갈음한 것인지를 정확히 규명하는 데 있습니다. 그 성격에 따라 해제와 청구를 함께 갈지, 이행을 구하며 청구할지가 달라집니다.
예정액이 과다하면 법원의 감액이, 위약벌이 과중하면 공서양속 위반 여부가 문제되는 만큼, 액면 그대로 다투기보다 조항의 성격과 요건을 먼저 따져 보는 것이 유리합니다. 계약 위반으로 손해와 다툼이 얽혀 있다면,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계약 분쟁으로 고민하시는 분들도 조항 해석과 청구 전략을 미리 점검해 두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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