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생활 중 있었던 일로 군형법 추행죄가 문제 된다는 말을 들으면, 대체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부터 막막해집니다. 특히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조항의 적용 범위가 크게 좁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사건이 처벌되는 쪽인지 아닌지 헷갈려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법정형이 무거운 데다 신상등록·징계까지 얽혀 있어, 조문과 판례의 정확한 경계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조항의 내용, 2022년 판례가 바꾼 것, 그리고 지금 실제로 처벌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기준을 차례로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군형법 제92조의6, 어떤 행위를 처벌하나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군무원 등 군형법 제2조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일반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의 강제추행과 달리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유죄가 확정되면 원칙적으로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으로만 처벌된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이 조항은 폭행·협박을 요건으로 하는 강제추행과 달리, 문언만 보면 폭행·협박 없이 이루어진 행위도 포섭할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 넓은 문언 때문에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 아니냐"는 위헌 논란이 오래 이어졌고, 뒤에서 볼 2022년 대법원 판결과 2023년 헌법재판소 결정이 그 적용 범위를 두고 정면으로 다루게 되었습니다.
제92조의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며, 벌금형이 없다는 점에서 일반 추행죄보다 선택지가 좁습니다.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 무엇이 바뀌었나
종전에는 이 조항이 군인 사이의 특정 성적 행위 자체를 폭넓게 처벌하는 규정으로 운용되어, 사적인 공간에서 합의로 이루어진 행위까지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이러한 해석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다수의견은 이 조항의 보호법익이 단순히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에 그치지 않고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조문에 쓰인 '항문성교'라는 표현도 통상적 의미로는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여서, 문언 자체로 특정한 성적 지향의 행위만을 처벌한다는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대법원은 유죄로 본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핵심은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이 아니다"라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예컨대 근무시간 외에 부대 밖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로 이루어진 행위라면, 종전 실무와 달리 이 조항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방향이 제시된 것입니다. 반대로 그러한 사정이 없는 사안까지 면책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라는 점을 함께 유의해야 합니다.
지금 처벌되는 경우와 처벌되지 않는 경우
2019도3047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실무적으로 풀면, 이 조항은 동성 군인 사이의 행위라도 ① 사적 공간에서 ②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이 요소들이 깨지는 순간, 즉 자발적 합의가 없거나 위력이 개입했거나 근무·부대 질서를 직접 해친 상황이라면 여전히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장소·상황 — 부대 밖 사적 공간인지, 아니면 근무 중이거나 부대 내부 등 군기와 직접 맞닿은 상황인지가 갈림의 출발점입니다.
자발성 — 양쪽의 자발적 의사 합치가 있었는지, 아니면 한쪽의 동의가 없었는지가 핵심입니다.
위력 여부 — 계급·직책 등 군대 특유의 상하관계를 이용한 위력이 개입했다면 처벌 필요성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기웁니다.
군기 침해의 구체성 — 막연한 우려가 아니라 군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했는지가 최종 판단 잣대입니다.
가령 휴가 중 영외의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로 이루어진 사안이라면 조항의 적용 밖에 놓일 여지가 큽니다. 반면 같은 행위라도 근무시간 중 부대 내에서 이루어졌거나, 선임이 후임에게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든 정황이 있다면 판단은 정반대로 흐를 수 있습니다. 결국 '무슨 행위였나'보다 '어떤 상황에서, 자발적이었나'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2023년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 — 조항 자체는 유지된다
대법원 판결로 적용 범위가 좁아졌다고 해서 조항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헌법재판소 2023. 10. 26. 2017헌가16등 결정은 제92조의6 중 '그 밖의 추행' 부분에 대해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조항은 여전히 유효하게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헌재 법정의견은, 이 조항의 제정 취지와 개정 연혁을 종합하면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군인·군무원이라면 어떤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군대가 상명하복의 수직적 위계질서 아래 있는 만큼,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위력에 의한 경우나 자발적 의사 합치가 없는 경우의 추행은 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4명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을 만큼 견해가 팽팽하게 갈렸던 사안입니다. 실무적으로 기억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조항은 유지되므로 여전히 처벌 근거가 되지만, 그 적용은 대법원이 제시한 '직접적·구체적 군기 침해'라는 좁혀진 기준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조항은 합헌으로 유지되지만, 실제 적용은 자발성과 군기의 직접·구체적 침해 여부라는 좁혀진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승패를 가르는 다툼 지점
이런 사건에서 방어의 축은 대개 '자발성'과 '상황'에 집중됩니다. 수사기관이 위력이나 비자발성을 전제로 사건을 구성하려 할 때, 실제로는 양쪽의 자발적 합의가 있었고 군기를 직접 해친 정황이 없었다는 점을 구체적 사실로 뒷받침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대화 내역, 시간과 장소, 두 사람의 관계와 계급 차이 등 맥락 정보가 결론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위력이나 비자발성이 인정되면 제92조의6뿐 아니라 형법·성폭력처벌법상 강제추행 등 더 무거운 죄가 함께 문제 될 수 있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즉 "이 조항만 피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며, 사안 전체가 어떤 죄명 구조로 평가될지를 먼저 가늠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초기 사실관계 정리가 이후 모든 판단의 토대가 됩니다.
또한 형사 절차와 별개로 징계·인사 조치가 병행될 수 있습니다. 형사에서 무혐의나 무죄가 나오더라도 징계 사유는 별도 기준으로 평가되므로, 형사 대응과 징계 대응의 논리를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신고·조사 국면에서 유의할 점
조사가 시작되면 첫 진술의 방향이 사건 전체의 뼈대를 만듭니다. 자발성과 상황이 결론을 가르는 조항인 만큼, 사실과 다르게 위력이나 강제가 있었던 것처럼 오인될 표현은 피하고, 실제 정황을 시간순으로 정확히 진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억이 불확실한 부분을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휴대전화나 메신저 기록이 자발적 합의를 보여주는 유리한 증거가 될 수도, 반대 방향의 증거가 될 수도 있으므로, 임의제출이나 포렌식 요구에 응하기 전에 그 의미를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사 초기에 어떤 자료를 어떻게 제시할지는 사건 구조를 파악한 뒤에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혼자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진술 전에 법률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22년 판결로 군형법 추행죄는 폐지된 건가요?
A. 아닙니다. 조항은 그대로 유효합니다. 헌법재판소도 2023년 10월 결정에서 '그 밖의 추행' 부분을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대법원 판결로 인해,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로 이루어져 군기를 직접·구체적으로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방향으로 범위가 좁아졌습니다.
Q. 부대 밖에서 서로 합의했다면 무조건 처벌되지 않나요?
A. '무조건'은 아닙니다. 사적 공간·자발적 합의·군기의 직접적 침해 부존재가 함께 인정되어야 적용에서 벗어날 여지가 큽니다. 자발성이 다투어지거나 위력이 의심되는 정황이 있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정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Q. 이 죄는 벌금형으로 끝날 수 있나요?
A. 제92조의6은 법정형으로 2년 이하의 징역만 두고 있어 벌금형이 없습니다. 따라서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형이 원칙이며, 사안에 따라 집행유예나 선고유예 등을 다투게 됩니다.
Q. 위력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되나요?
A. 위력이나 비자발성이 인정되면 제92조의6의 적용 밖에 있다는 방어가 통하기 어렵고, 오히려 형법·성폭력처벌법상 강제추행 등 더 무거운 죄가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안 초기에 죄명 구조 전체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형사에서 무죄가 나오면 징계도 없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형사 절차와 징계 절차는 판단 기준과 목적이 달라, 형사에서 무혐의·무죄여도 징계는 별도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두 절차의 대응 논리를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조사받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시간·장소·관계·자발성 등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대화 기록 등 자발적 합의를 보여줄 자료의 의미를 미리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억이 불확실한 부분을 단정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며, 임의제출이나 포렌식 요구에 응하기 전 조력을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군형법 제92조의6은 여전히 유효한 조항이지만,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그 적용은 '사적 공간에서의 자발적 합의'와 '군기의 직접적·구체적 침해 여부'라는 좁혀진 기준 안에서 판단됩니다. 그래서 같은 행위라도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졌는지, 자발적이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로 갈릴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조항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위력·비자발성이 인정될 경우의 더 무거운 죄명, 그리고 병행되는 징계·인사 절차까지 함께 고려해야 실질적인 방어가 가능합니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조사가 임박했다면, 진술 전에 사건 구조를 정리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유리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군 관련 형사 사건으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초기 단계에서 상황을 함께 짚어보는 것만으로도 대응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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