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시출신 16년 차 형사전문 김민정 변호사입니다.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즉시 접근금지나 연락금지를 명하는 '긴급응급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이때 많은 피의자분들께서 흔히 하시는 치명적인 오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아직 법원 판사님이 승인하기 전이니까 잠깐 카톡 보내는 건 괜찮겠지?"
"어차피 스토킹 사건 자체는 무혐의(불송치)로 끝날 텐데, 그럼 이 접근금지 명령도 처음부터 무효 아닌가?"
만약 이런 생각으로 경찰의 조치를 가볍게 여기고 상대방에게 연락했다면, 사건 본안이 무죄나 불송치로 끝나더라도 '긴급응급조치 위반죄'로 처벌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이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인천지방법원의 최신 중요 판결이 있어, 형사전문변호사의 시각에서 쟁점별로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사건의 개요: 억울해도 유죄가 선고된 이유
먼저 이 사건 피고인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사실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2025년 1월 2일: 피고인은 경찰로부터 피해자 주변 100m 접근금지 및 전기통신(전화, 카톡 등) 접근금지 명령(긴급응급조치)을 받았습니다.
2025년 1월 4일: 법원(인천지방법원)에서 이 긴급응급조치에 대한 사후승인이 떨어졌습니다.
문제의 행위: 피고인은 법원의 승인이 나기 전인 1월 3일과 1월 4일 사이에 피해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피고인은 법원 승인 전이었고, 선행 스토킹 혐의 자체에 대해 다투고 있었으므로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르나, 법원은 이에 대해 최종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어떤 법리 때문이었을까요?
2️⃣ 핵심 쟁점별 판결 이유 분석
💡 1. 선행 스토킹 사건이 불송치·불기소되면 조치도 무효일까? ➡️ (X)
피고인 측은 "긴급응급조치의 원인이 된 스토킹 행위 자체가 추후 불송치되거나 기소되지 않았다면, 위험성이 없었던 것이므로 조치 역시 사후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이를 단호히 배척했습니다. 긴급응급조치는 '이미 성립한 범죄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반복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입니다. 따라서 추후 스토킹 본안 사건이 기소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내린 긴급응급조치의 효력이 소급하여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 2. 법원의 사후승인이 나기 전 위반 행위도 처벌될까? ➡️ (O)
스토킹처벌법상 경찰이 조치를 내리면 검사는 48시간 이내에 판사에게 사후승인을 청구해야 합니다. 피고인은 판사의 승인이 나기 전에 카톡을 보낸 것이니 죄가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스토킹처벌법 제20조 제3항의 문언을 보면, '사후승인 이후의 위반만 처벌한다'고 되어 있지 않고, '사후승인 청구가 없거나 승인이 안 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처벌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사후적으로 판사의 승인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면 그 조치는 [경찰이 최초 발령한 시점부터] 소급하여 유효하므로, 승인 전의 연락 행위 역시 처벌 대상이 됩니다.
💡 3. "조치 내용을 몰랐다"는 고의 부인 주장이 통할까? ➡️ (X)
피고인은 조치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조치 당시 피고인에게 관련 안내 문자가 발송된 내역이 확인되었고, 피고인 스스로도 조사 과정에서 "(문자 발송된 날에) 문자로 연락 금지 내용을 들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할 때 위반 당시에 몰랐을 리 없다고 보아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 4. 긴급응급조치 위반죄에 '수강명령·이수명령'도 병과될까? ➡️ (X)
이 판결에서 검사는 형벌과 함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수강명령 등을 함께 구형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스토킹처벌법 제19조에 따른 수강·이수명령은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만 내릴 수 있습니다.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한 행위 그 자체는 행정적 의무를 위반한 불이행죄일 뿐, 그 자체로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므로 수강명령 병과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피의자 입장에서 방어해야 할 처벌 범위를 좁힌 의미 있는 판단입니다.)
3️⃣ 형사전문변호사가 전하는 실무적 시사점
이번 판결은 스토킹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분들에게 매우 무거운 메시지를 던집니다.
1. 자의적인 판단은 금물: 본인이 아무리 억울하고 무혐의를 자신하더라도, 일단 발령된 긴급응급조치는 법원 승인 전이라도 절대 위반해서는 안 됩니다.
2. 절차적 타임라인 검토: 위반죄로 입건되었다면, 검사가 실제로 '48시간 이내'에 사후승인을 청구했는지, 혹시 청구가 기각되거나 미청구 되었는데도 경찰이 즉시 취소하지 않은 하자가 있는지 등 시간적·절차적 공백을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3. 인지 시점의 선후관계 파악: 문자나 서면 고지를 정확히 '받기 전'에 이루어진 행위라면 고의 부인을 정밀하게 다투어 볼 여지가 있으므로, 통지 시각과 연락 시각의 선후관계를 객관적 자료로 증명해야 합니다.
✉️ 맺음말
스토킹 사건은 초기 대응 단계에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카톡 한 통, 전화 한 통을 추가했다가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본안 사건의 무혐의 가능성과는 별개로, 긴급응급조치 위반이라는 별개의 범죄로 처벌받을 위기에 처했다면 반드시 신속하게 법적 조력을 받으셔야 합니다.
11년 이상 성범죄 및 스토킹 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로 재직하며 수많은 형사 사건과 성범죄·스토킹 전담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뢰인의 상황에 맞는 가장 정밀한 절차적·실체적 방어 전략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스토킹 피해를 입으셨거나 관련 조치를 받고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이시라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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