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배임죄와 영업비밀 유출 방어
업무상배임죄와 영업비밀 유출 방어
해결사례
횡령/배임기타 재산범죄수사/체포/구속

업무상배임죄와 영업비밀 유출 방어 

안영진 변호사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서****

  1. 사실관계

"대표님 지시로 백업을 해둔 것뿐인데, 퇴사하자마자 저를 산업스파이 취급하며 고소했습니다. 심지어 저는 경쟁사로 이직한 적도 없는데,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답니다. 너무 억울해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잡니다."

처음 상담실에 들어온 의뢰인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억울함이 함께 묻어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수년간 한 서비스 업체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해 온 직장인이었습니다. 고객사에 전화를 돌리고, 견적서를 보내고, 담당자들과 관계를 쌓아 온 평범한 영업 직원이었습니다. 그런데 퇴사를 결심하고 밀린 임금을 돌려받으려 했을 뿐인데, 하루아침에 업무상배임과 영업비밀 누설 혐의의 피의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사건의 경위는 이랬습니다. 의뢰인이 재직하던 회사는 컴퓨터 등이 수시로 오류를 일으키는 환경이었습니다. 업무 중 작성한 자료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자 의뢰인을 포함한 영업사원들은 대표에게 이를 보고했고, 대표는 "각자 알아서 저장하라"는 취지로 지시했습니다.

의뢰인은 그 지시에 따라 관련 업무 파일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대표님 지시에 따라서 한 일이고, 특별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의뢰인은 근무 환경 악화를 더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대표는 뚜렷한 기준 없이 기본급을 삭감하고 인센티브를 낮추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결국 의뢰인은 퇴사를 결심했고, 퇴사 당일 DATA를 회사 사무실에 그대로 두고 나왔습니다.

이후 임금과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자 의뢰인은 회사 대표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돌아온 답은 "확인해보겠다"는 말이거나 아무런 답이 없는 침묵뿐이었습니다. 의뢰인은 결국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접수했습니다.

문제는 그 뒤에 벌어졌습니다. 고용노동부 대질조사 자리에서 회사 측은 "고소하겠다"고 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뢰인에게 경찰서 출석 통보가 날아왔습니다. 고소 내용은 의뢰인이 퇴사 직전 고객사 리스트 등 여러 개의 파일을 복사해 경쟁사로 유출했고, 그 경쟁사에 이직해 피해 회사의 고객들을 빼돌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수억 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의뢰인은 경쟁사로 이직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적도 없었습니다. 다만 포렌식 결과 자료를 (업무용 컴퓨터 외에) 저장한 내역은 확인되었고, 수사기관은 그 부분을 근거로 의뢰인을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2. 사건 경위의 청취

저는 의뢰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뒤, 사건 경위를 차근히 살폈습니다.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 임금체불 진정 기록, 4대보험 가입내역, 의뢰인이 재직 당시 사용하던 업무 시스템 구조까지 차례로 질문하며 확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소인의 주장에는 사실관계와 법리 양쪽에서 여러 빈틈이 드러났습니다.

3. 전략의 수립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영업비밀이나 회사 재산이 외부로 반출되었다는 사정이 중요합니다. 대법원도 이와 관련한 판단을 밝혀 왔습니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도9089 판결 참조).

그런데 의뢰인이 자료를 저장한 행위는 회사 사무실 안에서 이루어진, (대표 지시 아래에서의) 백업 조치였습니다. 의뢰인은 퇴사 당일 그 자료를 회사에 두고 나왔습니다. 자료가 외부로 나간 사실 자체가 없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 지점을 집중적으로 검토했습니다. 고소인은 퇴사 무렵의 데이터 저장 내역만 (사설) 포렌식해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재직 기간 전체의 저장 내역을 보면, 의뢰인이 평소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자료를 저장해 왔다는 사실이 확인될 가능성이 컸습니다. 퇴사 직전의 저장 행위만 떼어 내 고의적 유출처럼 주장하는 고소인의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 즉, 대표의 지시에 따라 옮겼고, 그 옮긴 자료를 이용해서 어떠한 문제도 없이 계속 업무를 해 왔으며, 고소 시점을 강조하였습니다.

4. 추가 변소 논거

고소인의 주장에서 핵심은 의뢰인이 경쟁사로 이직해 고객을 빼돌렸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당연히 수사기관(*여기에서는 고소인이 입증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거나, 수사기관이 적극적 수사를 해야 함)이 입증해야 하는 것이고, 우리 입장에서 경쟁사에 취업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서류 등으로 입증하였습니다. 즉 업무상배임죄에서 문제 되는 임무 위배 행위와 재산상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처음부터 성립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고소인의 주장은 사실관계의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5. 영업비밀이 아님

고소인은 고객사 리스트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 실체를 확인해 보니, 법적으로 보호되는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 자산으로 보기 어려운 사정이 많았습니다.

해당 고객 정보의 상당 부분은 과거 폐업한 동종 교육 기관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 기관이 폐업하면서 각 지사장들이 동일한 고객 정보를 가지고 나가 영업을 시작했고, 그 결과 해당 정보는 이미 동종 업계 전반에 퍼져 있었습니다. 즉 위 정보는 고소인 회사만 독점적으로 보유한 비밀 정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고객사들의 업체명, 대표자명, 전화번호, 주소 등도 인터넷 검색이나 기업 정보 조회 서비스를 통해 확인 가능한 정보였습니다. 경쟁 업체가 고객사에 직접 연락해 담당자 정보를 파악하는 일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고객사 입장에서도 더 저렴하고 나은 서비스를 제안하는 경쟁업체의 연락을 거절할 이유가 없으므로, 해당 정보를 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경쟁상 이익이 생긴다고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비밀 관리도 허술했습니다. 영업사원들은 공용 아이디와 동일한 비밀번호로 시스템에 접속해 고객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고, 해당 파일에는 비밀 표시도 없었습니다.

비밀유지 서약서가 있었다고는 하나, 그 서약서에는 무엇이 영업비밀인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기술적 보호 조치도, 비밀 관리에 관한 내부 규정이나 교육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대표가 직접 백업을 지시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6. 손해 입증과 고소 경위에 관하여

고소인은 수억 원의 영업 손실을 주장했지만, 어떤 고객사가 어떤 이유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제가 리서치한 바에 따르면 해당 기간의 매출 감소는 피의자의 행위와 무관한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주장하였습니다. 즉 업계 전반의 매출 감소를 주장하였습니다. 이를 정리해서 수사기관에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방식은 택하지 않았습니다. 각 혐의의 구성요건을 하나씩 나누어 어느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7. 업무상 배임죄에 대한 반박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① 임무 위배 행위, ② 재산상 이익 취득 또는 손해 발생, ③ 배임의 고의가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 세 가지를 각각 다투었습니다.

우선 의뢰인의 데이터 저장 행위는 대표의 명시적 지시에 따른 것이므로 임무 위배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의뢰인이 데이터를 회사에 두고 퇴사했으므로 자료의 외부 반출도 없었습니다. 경쟁사 이직 사실이 없었으므로 고객을 빼돌렸다는 주장도 사실과 맞지 않았습니다.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 그 손해가 피의자의 행위와 연결된다는 점도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대표의 지시에 따른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저는 유사한 사안에서 무죄가 선고된 판결례도 활용했습니다. 거래업체 리스트를 반출한 사안에서도 해당 정보가 인터넷 검색이나 직접 연락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라면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하지 않아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3고단3425 판결 참조). 본건과 사실관계가 가까워 방어 논거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8.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관한 반박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죄가 성립하려면 해당 정보가 ① 비공지성, ② 경제적 유용성, ③ 비밀관리성을 모두 갖춘 영업비밀이어야 합니다. 행위자에게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도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 사건 고객 정보가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비공지성과 관련해서는 동종 업계에 이미 알려진 정보라는 점을(*즉 네이버에 검색만 해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라는 점), 경제적 유용성과 관련해서는 인터넷으로 쉽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따라서 경제적 유용성이 없음), 비밀관리성과 관련해서는 공용 계정 사용, 비밀 표시 부재, 기술적 보호 조치 없음, 대표의 USB 백업 지시 등을 증거와 함께 제시했습니다.

의뢰인에게 부정한 이익을 취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가하려는 목적이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취득·보유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2도1739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의뢰인의 행위는 대표의 지시에 따른 내부 백업 조치였고, 사적 목적이 개입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었습니다.

의뢰인이 이미 재직 중 해당 정보를 인지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도 중요했습니다. 이미 취득한 정보를 단순히 USB에 저장한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취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679 판결)도 방어 논거로 제시했습니다.

9. 결론 : 혐의없음으로 끝난 사건

수사기관은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와 증거를 검토한 끝에 고소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피의자에게 혐의없음(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업무상배임죄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 모두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대표의 지시에 따른 백업 행위를 범죄로 주장하려던 고소인의 시도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그제야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억울하게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에서 벗어나 체불된 임금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지 지시를 따랐을 뿐인데 범죄자로 몰렸던 시간은, 기록과 법리를 차분히 따진 변론 끝에 정리되었습니다.

상담을 마치며 의뢰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포렌식 결과가 나왔다는 말에 너무 겁이 났습니다. 혼자였다면 그냥 합의를 해버렸을 것 같습니다. 끝까지 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10. 비슷한 상황이라면 증거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퇴사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업무상배임이나 영업비밀 유출로 고소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사설) 디지털 포렌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단순한 업무 파일 저장 내역만으로도 범죄 의심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사기관 조사와 회사의 일방적인 주장에 위축되어, 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하거나 서둘러 합의를 시도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확인하기 전에는 결과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처럼 겉으로는 불리해 보이는 포렌식 자료가 있더라도, 사건의 전후 맥락과 행위 경위, 법리적 구성요건을 어떻게 검토하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출 행위가 있었는지, 해당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고소에 보복성 정황은 없는지 등은 기록을 면밀히 살펴야 드러납니다.

아래와 같은 상황이라면 초기에 대응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터넷 검색 결과만 보고 절망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건 기록 안에는 수사기관이 아직 보지 못한 빈틈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억울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의뢰인님의 사건에 맞는 대응 경로는 기록을 확인한 뒤에야 보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사실관계와 법리를 기준으로 한 차분한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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