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발단
한 중소기업 대표님이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기업을 운영하며 고용 창출에도 기여해 온 분이었지만, 형사재판의 부담을 안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사건은 지인들과의 모임 후 골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의뢰인은 캐디로 일하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접촉을 했고, 이 일로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의뢰인님은 수사 단계에서 범행을 부인했고, 경찰단계 담당하신 다른 변호사님께서는 매우 강하게 부인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셨습니다.
그러나, 검사님은 약식명령(*벌금 700만 원)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다른 사건과 달랐던 점은 아래에 있습니다. 법원은 본 사건이 단순 벌금형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라고 보아 정식재판, 즉 통상회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통상회부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저와 처음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2] 기록 검토, 대응 전략 수립
우선 제가 사건 의뢰를 받은 뒤, 곧바로 법원에 증거기록 복사를 신청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통상회부의 이유였습니다. 법원이 무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인지, 아니면 약식명령의 벌금액이 가볍다고 본 것인지에 따라 대응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기록을 검토한 결과, 객관적 증거와 정황상 무죄를 끝까지 주장하는 것은 위험이 컸습니다. 오히려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가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할 수 있었습니다. 법원의 통상회부 취지는 피고인의 부인 태도와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무겁게 본 데 가까웠습니다.
* 형사사건을 많이 해 보지 않은 변호사님들이 약식명령이 발부되지 않고, 구통상(통상회부)되는 경우 무죄 가능성이 있다고 가볍게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아래 논리와 같습니다. 판사가 무죄를 주고자 통상회부까지 시키는 사안의 경우, 누가 보더라도 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고 할 것인데, 그렇다면 당연히 피고인은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만약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약식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어떻게 행동할까요? 당연히 정식재판청구하여 다툴 것입니다. 그러므로, 판사 입장에서는 굳이 무죄를 선고하고자 통상회부를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하겠습니다.
***근데 약식명령이 청구되었는데, 폭행 등 사안에서 합의서가 들어온 경우, 통상회부하여 공소기각 한 경우는 있고 이는 당연한 것입니다. 이는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과는 다른 쟁점이 되겠습니다.
[3] 전략 수정과 양형 변론
저는 의뢰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전략을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부인하시는 의뢰인께 인정하자고 설득하는 과정은 비록 제가 형사사건의 전문가이지만 매우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막연한 부인과 변명을 이어가기보다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한 뒤 합의를 시도하는 방향이 필요했고, 의뢰인님께서 다행히 제 설명을 듣고 전략을 변경해주셨습니다.

이에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한 양형자료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의뢰인은 수사 단계의 부인을 철회하고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피해자에게 사과했고, 원만히 합의해 처벌불원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 당시 기억이 납니다. 제가 직접 차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서 합의를 하였는데, 상대방은 사과는 받을 의향은 전혀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저는 피해를 회복하는 길은 안타깝게도, 돈으로 받는 길 밖에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자력구제가 금지되어있기 때문이다 등 설득하여 합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추행의 범위, 범행 경위 등을 양형자료에 반영했습니다.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 과음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발생한 우발적 행위였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재범 방지를 위해 의뢰인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자발적으로 이수하고, 충동 대처 일지를 작성하고 있다는 점도 제출했습니다. 심리상담센터의 소견서를 통해 이러한 노력이 형식적인 반성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완했습니다.
의뢰인의 평소 생활도 함께 소명했습니다.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는 점, 도지사 표창을 받는 등 지역사회에 기여해 왔다는 점을 자료로 정리했습니다.
[4] 결론 : 벌금액 감액
감액된 벌금액이 선고되었습니다. 즉 이 사안은 재판장님이 "유죄의 심증"을 가진 상태에서 "통상회부"했다는 점이 이로서 밝혀진 것입니다.

*만약 통상회부 나왔으니까, 무죄 가능성 있다는 설명을 한 변호사를 믿고, 그대로 부인전략으로 갔다면 집행유예 또는 단기 실형 가능성도 있는 사안이었던 것입니다.
[5] 통상회부 사건에서 제발 살펴봐주세요.
통상회부가 곧바로 최악의 결과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록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법원이 어떤 지점을 문제 삼았는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좋지 않은 신호임은 분명하므로, 제대로 대응하여야 합니다. 무죄를 다툴 사안인지, 인정과 합의를 통해 양형을 방어해야 할 사안인지 판단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이 판단을 놓치면 불필요하게 재판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거나 예상치 못하게 정식재판에 회부되었다면,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대응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억울한 부분과 불안한 부분을 모두 검토한 뒤, 현재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형사사건은 대비가 아니라 대응입니다. 수사기관, 법원의 시그널을 인지하고, 제대로된 전문가와 전략을 수립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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