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상대방이 사실은 깨어 있었으니 나는 무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은 그 상황을 곧바로 무죄로 보지 않고, 준강간 불능미수라는 별도의 처벌 지대를 두고 있습니다. 잠든 줄 알고 그 상태를 이용하려 한 인식과 위험성이 인정되면 처벌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무죄가 아닌지, 대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불능미수를 인정하는지, 그리고 방어의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결론부터 — 준강간은 '무죄'가 아니라 '불능미수'가 될 수 있다
준강간 혐의로 조사를 받는 분들이 가장 크게 오해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사실은 잠들지 않았고 정신이 멀쩡했다면,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으니 준강간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무죄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언뜻 논리적으로 들리지만, 우리 대법원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피의자가 상대방이 잠들어 있다(심신상실·항거불능)고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로 실행에 나아갔다면, 설령 상대방이 실제로는 깨어 있어 그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준강간죄의 불능미수(형법 제27조)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즉 "완전 무죄"와 "완전 유죄" 사이에 '미수'라는 중간 지대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방어의 초점은 "상대방이 깨어 있었다"는 사실만 밝히면 끝난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진짜 쟁점은 피의자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는지, 그리고 위험성이 인정되는지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무죄가 아닌지, 어떤 기준으로 불능미수가 인정되는지, 그리고 실무에서 어디를 다퉈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깨어 있었다는 사실은 '기수(완성)'를 막을 뿐, 그 자체로 무죄를 뜻하지 않는다. 인식과 위험성이 있으면 준강간 불능미수가 남는다.
준강간죄란 무엇인가 —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의 이용
준강간죄는 형법 제299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조문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고 정합니다.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일반 강간죄(제297조)와 달리, 상대방이 스스로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있음을 이용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처벌 수위는 강간죄에 준합니다. 형법 제297조는 강간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정하고 있고, 준강간도 같은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며,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처분도 따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심신상실'은 수면·만취·의식소실처럼 정상적인 판단이나 대응이 불가능한 상태를, '항거불능'은 심신상실에 이르지는 않았어도 심리적·물리적으로 저항이 절대적으로 곤란한 상태를 말합니다. 예컨대 술에 취해 깊이 잠든 사람, 약물로 의식이 흐려진 사람이 전형적입니다. 준강간이 문제 되는 사건 상당수가 '술자리 후 상대방이 잠든 사이'라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심신상실 — 깊은 수면, 만취, 약물로 인한 의식소실 등 판단·대응이 불가능한 상태.
항거불능 — 심신상실까지는 아니어도 저항이 절대적·현저히 곤란한 상태.
'이용' — 그 상태를 알고 그것을 기화로 간음·추행에 나아가는 것. 상태를 만든 사람이 아니어도 성립할 수 있다.
왜 무죄가 아닌가 — 불능미수의 법리(형법 제27조)
상대방이 실제로는 깨어 있었다면, 논리적으로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이라는 결과(기수)는 발생할 수 없습니다. 대상이 처음부터 그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형법은 이런 경우를 곧바로 무죄로 보내지 않고, 별도의 처벌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바로 형법 제27조(불능범)입니다. 조문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대상의 착오'란 이 사건처럼 대상이 실제로는 구성요건이 예정한 상태가 아니었던 경우를 포함합니다. 상대방이 잠들어 있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깨어 있었다면, 이는 전형적인 '대상의 착오'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준강간의 미수범 처벌 근거인 형법 제300조가 결합됩니다. 제300조는 준강간(제299조)의 미수범을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준강간에 대해서도 불능미수를 논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정리하면, 결과 발생이 불가능했더라도 '위험성'이 인정되면 준강간 불능미수로 처벌될 수 있고, 다만 형은 감경되거나 면제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한 기준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것이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로 실행에 나아갔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그러한 상태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다투어졌습니다. 원심에서 인정된 죄명이 '준강간미수'였다는 점 자체가 이 사안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두 단계로 판단했습니다. 첫째, 피고인이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했으나 기수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준강간죄의 미수범이 성립합니다. 둘째, 피고인이 행위 당시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형법 제27조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무죄'가 아니라 '불능미수 유죄'라는 결론에 이른 것입니다.
반면 반대의견은 결이 달랐습니다. 준강간의 결과인 '간음'은 실제로 발생했고, 불능미수란 범죄의 성질상 결과 발생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경우여야 하는데 이 사안은 피해자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의 증명이 부족할 뿐이라는 취지였습니다. 이처럼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릴 만큼 예민한 법리라는 점은, 방어 과정에서 다툴 여지가 그만큼 넓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대법원 다수의견의 공식은 '실행 착수 + 기수 미달 = 미수', 그리고 '피고인이 인식한 사정을 일반인이 볼 때 위험성 있음 = 불능미수'다.
'위험성'은 어떻게 판단하나 — 피고인이 인식한 사정 기준
불능미수의 성립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바로 '위험성'입니다. 위험성이 없다면 불능미수도 성립하지 않아 무죄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위험성은 무엇을 기준으로 따질까요.
대법원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기초로 삼아, 그것을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즉 사후에 밝혀진 '실제로는 깨어 있었다'는 객관적 진실이 아니라, 행위 시점에 피고인이 인식하고 있던 상황을 재구성해 그 위험성을 평가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코를 골며 미동도 없이 누워 있어 누가 보아도 깊이 잠든 것으로 인식될 만한 정황이었다면, 위험성은 인정되기 쉽습니다.
반대로, 애초에 상대방이 대화에 응하거나 스스로 움직이는 등 '잠들었다'고 인식할 근거 자체가 빈약했던 상황이라면, 위험성 판단에서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결국 이 부분은 사건마다 정황 증거를 얼마나 촘촘히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영역입니다. 카카오톡·CCTV·목격자 진술 등 행위 전후의 객관적 정황이 승패를 좌우하는 이유입니다.
고의가 인정되어야 한다 — '잠든 줄 알았다'는 인식의 무게
준강간이든 그 불능미수든, 처벌의 전제는 준강간의 고의입니다. 대법원은 준강간의 고의를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로 설명합니다. 확정적 인식뿐 아니라 미필적 고의, 즉 '잠들어 있을 수도 있다'고 인식하면서 그 위험을 감수한 경우도 고의에 포함됩니다.
여기서 방어의 핵심 갈림길이 생깁니다. 만약 피의자가 상대방이 깨어 있고 동의했다고 인식했다면, 이는 준강간의 고의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이 경우 준강간도, 준강간 불능미수도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잠든 줄 알고 이용하려 했다'고 인식한 사실이 인정되면, 상대방이 실제로 깨어 있었더라도 불능미수의 문이 열립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 진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잠든 것 같았다"는 취지로 가볍게 진술하면 스스로 고의를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사실과 다르게 방어하면 진술 번복으로 신빙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인식했는지, 그 인식이 어떤 객관적 정황에 근거했는지를 일관되게 정리하는 일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실무상 대응 — 감경·면제 가능성과 방어 포인트
준강간 불능미수로 의율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서 방어는 크게 세 층위로 나뉩니다. 첫째는 고의를 다투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깨어 있고 동의한 것으로 인식했다는 점을 객관적 정황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면, 미수조차 성립하지 않는 방향을 노릴 수 있습니다. 둘째는 위험성을 다투는 것으로, 피고인이 인식한 사정이 일반인 기준에서 위험성을 인정할 정도가 아니었다는 논증입니다.
셋째는, 불능미수 성립을 전제로 한 양형 방어입니다. 형법 제27조 단서는 불능미수에 대해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여기에 형법 제25조 제2항의 미수 감경까지 검토될 수 있어 기수범보다 형이 낮아질 여지가 있습니다. 나아가 피해자와의 진지한 합의, 합의가 어려운 경우의 형사공탁, 초범·반성 등 정상은 실제 선고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감경·면제는 어디까지나 법원의 재량이고 '반드시' 감면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서툴면 오히려 2차 가해나 합의 강요로 비화해 양형에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초기부터 사실관계 정리, 진술 전략, 합의·공탁의 시점과 방법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고의 층위 — '동의했다고 인식' vs '잠든 줄 알고 이용'. 여기서 미수 성립 여부가 갈린다.
위험성 층위 — 행위 당시 인식한 정황이 일반인 기준 위험성에 이르는지 다툰다.
양형 층위 — 불능미수 감면(제27조 단서)·미수 감경(제25조 제2항)·합의·공탁·반성 등.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이 깨어 있었다는 게 밝혀지면 무조건 무죄인가요?
A. 아닙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깨어 있었다면 준강간의 '기수'는 성립하지 않지만, 피의자가 잠든 상태로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려 한 고의와 위험성이 인정되면 준강간 불능미수(형법 제27조)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기수 부정'과 '무죄'는 다른 문제입니다.
Q. 불능미수면 형이 얼마나 가벼워지나요?
A. 형법 제27조 단서는 불능미수에 대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형법 제25조 제2항의 미수 감경도 검토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법원의 재량이어서 반드시 감면된다는 보장은 없고, 합의·반성 등 양형 요소가 함께 작용해 최종 선고형이 결정됩니다.
Q. 제가 상대방이 동의했다고 믿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상대방이 깨어 있고 동의했다고 인식했다는 점이 객관적 정황으로 뒷받침되면, 준강간의 고의 자체가 부정되어 준강간은 물론 그 불능미수도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동의로 믿었다'는 주장은 행위 전후의 대화·행동 등 정황과 부합해야 신빙성을 얻습니다.
Q. 위험성은 실제 사실과 제 인식 중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A. 대법원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 인식한 사정을 기초로, 그것을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결과 발생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사후에 드러난 '실제로는 깨어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행위 시점의 인식을 재구성해 위험성을 평가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Q. 수사 초기에 어떤 진술이 위험한가요?
A. "상대방이 잠든 것 같았다"는 취지의 가벼운 진술은 스스로 준강간의 고의를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실과 다른 방어는 이후 번복으로 신빙성을 잃습니다. 자신이 실제 인식한 바와 그 근거가 된 정황을 일관되게 정리해 진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합의나 공탁은 불능미수 사건에서도 의미가 있나요?
A. 있습니다. 성범죄에서 피해자와의 진지한 합의는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치고, 합의가 어려우면 형사공탁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접근 방식이 서툴면 2차 가해나 합의 강요로 비칠 수 있어, 시점과 방법을 신중히 설계해야 합니다.
맺음말
'상대방이 사실은 깨어 있었으니 무죄'라는 직관은 위험합니다. 우리 대법원(2018도16002 전원합의체)은 잠든 줄 알고 이용하려 한 인식과 위험성이 있으면 준강간 불능미수로 처벌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의 승패는 '상대방이 깨어 있었느냐'가 아니라, 피의자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는지, 위험성이 인정되는지, 그리고 양형에서 어디까지 감경·면제를 끌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 세 층위는 서로 얽혀 있어 초기 진술 하나가 전체 결론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특히 준강간은 법정형이 3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무겁고 부수처분도 따를 수 있어, 사실관계 정리와 진술 전략을 처음부터 신중히 세우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준강간·불능미수 관련 조사나 재판을 앞두고 계신다면, 혼자 판단해 진술하기 전에 형사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사실관계부터 차분히 정리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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