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우리는 하도급만 준 건데 불법하도급으로 신고를 당할 수 있나요?" 정말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계약서에 도장 한 번 찍었을 뿐인데 형사처벌에 영업정지까지 거론되니 당황스럽죠. 처벌 대상이 하도급업체에만 국한된다는 건 오해입니다. 원청·발주자 입장에서 신고를 피할 수 없는 경우와 대응 방법만 짚었습니다.
Q. 우리는 하도급만 줬을 뿐인데, 원청도 처벌 대상인가요?
네, 될 수 있습니다. 처벌은 하수급인에게만 향하지 않습니다. 공사 전부나 주요 부분 대부분을 통째로 넘기는 일괄하도급, 하청의 재하도급을 알고도 방치한 묵인·방조, 불공정 조건을 밀어붙인 부당특약이 있었다면 원청도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건설공사의 하도급 제한) 제1항 — 건설사업자는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다. 같은 법 제96조(벌칙) 제4호 — 제29조 제1항부터 제5항까지를 위반하여 하도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Q. '계약서만 썼을 뿐 공사는 아직'이라는 해명은 통하나요?
통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일괄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그 순간 이미 범죄가 완성된다고 봅니다. 공사가 실제로 진행됐는지, 얼마나 됐는지는 성립 여부와 무관합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항변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다는 뜻입니다.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1도15681 판결 —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의 '하도급한 자'는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도급받은 공사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일괄하여 하도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 체결 시에 위반죄는 기수에 이른다.
Q. 실제 시공은 하청이 다 했는데, 우리가 '시공'한 게 되나요?
됩니다. 내가 직접 삽을 뜨지 않고 하도급으로 넘겨 완성했더라도, 대법원은 이를 '시공', 즉 건설업을 한 것으로 봅니다. 계약서 형식만으로 책임을 피하려는 시도가 막히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도1539 판결 — '건설업을 한다'는 것은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직접 시공하여 완성한 경우뿐만 아니라, 하도급의 방식으로 시공하여 완성한 경우에도 건설업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Q. 그럼 원청은 무조건 지는 싸움인가요?
아닙니다. "원청이니까 무조건 책임진다"도 틀린 말입니다. 처벌은 원청의 '인식 여부'와 '관여 정도'가 입증돼야 합니다. 누가 불법 하도급 계약의 실제 주체인지, 재하도급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판례가 말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 이 지점을 얼마나 정교하게 반박하느냐가 유·무죄를 가릅니다.
Q. 일단 조사 통보를 받고 나서 대응해도 될까요?
그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불법하도급은 형사처벌과 영업정지·등록말소 같은 행정제재가 동시에 진행되는 '투트랙'입니다. 대금 삭감·손해 전가 같은 부당특약(하도급법 제3조의4)까지 얹히면 사업 자체가 흔들립니다. 수사기관·행정청의 조사 통보를 받은 뒤에는 증거 관계가 이미 굳어져 있어, 통보 전에 계약 구조와 관여 정도를 점검해 방어 논리를 세우는 초기 대응이 승패를 가릅니다.
꼭 기억하세요
불법하도급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이미 성립할 수 있고, 형식적으로 하도급만 줬다는 해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원청의 처벌은 결국 인식·관여 정도에서 갈리므로, 조사 통보 전에 계약 구조를 점검하고 방어 논리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입니다.
이런 분은 상담이 필요합니다
불법하도급으로 신고·고발당했거나 수사·행정조사 통보를 받은 원청·시공사
하수급인의 재하도급을 알고도 조치하지 못해 묵인·방조가 문제 될 수 있는 현장 관리자
대금 삭감·손해 전가 등 부당특약 시비로 형사·행정 리스크가 걱정되는 발주자
※ 위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